사회진보연대


사회화와 노동

사회진보연대 주간웹소식지


제 432호 | 2009.05.14

시대를 역행하는 집시법 개악

이명박의 반인권적 반민주적 질주에 브레이크를 걸자!

정책위원회
5월 12일 정부가 올해 정부보조금 지원을 끊을 목적으로 지난해 촛불집회에 참여한 1,800여 개 단체를 불법폭력시위 단체로 지목했다. 심지어 부산 부천 전주국제영화제도 목록에 올라 있다. 반면 불법 폭력 시위를 벌인 일부 보수 성향 단체들은 제외되었다. 무원칙하고 편향적으로 불법 폭력 시위 단체를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국가보안법의 활용도 빈번해지고 있다. 지난해 8월 사회주의노동자연합(사노련) 활동가 7명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긴급체포했다가 구속영장이 기각되었었다. 올해 4월 30일 경찰은 진보네트워크센터 사무실에 찾아가 사노련 홈페이지와 이메일 데이터를 복사해 갔고, 사노련 회원 8명의 주민등록번호를 대며 진보넷 메일 주소를 요구하기도 했다. 또 5월 7일에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구속 여부가 결정되는 법원의 구속영장실질심사자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유치장이 아닌 서울구치소에 수감하고, 기소 이전 수사단계에서 심지어 수감번호까지 부여하는 등 전례에 없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지배 권력이 민중들의 저항과 봉기를 묵살하고 탄압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은 유신정권을 떠올릴 정도로 민주주의 죽이기를 하고 있다. 광우병 문제로 정권 초기부터 정당성을 잃고 타격을 입은 정부는 민중들의 입을 막고 다리를 묶는 것으로 위기를 해결하려고 한다. 지난 4월 30일부터 4일간 마구잡이로 221명을 연행하였고, 이에 항의하는 시민사회단체의 기자회견마저 불법이라고 참가자를 잡아들였다. 용산참사 관련한 집회는 모두 폭력집회로 간주해 불허하고, 각종 집회참가자들을 지하철 역 안과 인도에 가두고 있다. 또 올해 초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를 구속하고, 용산 참사현장 청소와 벽화 그리기를 하려는 대학생들과 길 가던 시민이며 외국인들을 무작위로 연행하고, 경찰에게 욕하면 검거한다는 방송까지 하는 등 웃지도 울지도 못할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명박 정권은 한 걸음 더 나아가 공권력을 마음껏 휘두를 수 있는 법안으로 탄압을 정당화하려고 한다.


집회 시위의 권리를 완전히 박탈하는 집시법 개악

정부와 여당은 6월 임시국회에서 신지호의원이 발의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 “적법한 절차에 따라 평화적으로 진행되는 집회 및 시위를 최대한 보장하고 공공의 안녕질서를 위협하는 불법 폭력 집회 및 시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자 하는 목적(안 제1조)”의 개정안은 오히려 집회와 시위를 없애는 법이라고 빈축을 사고 있다.

개정안에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부분을 살펴보자.

“주요 도로 통행의 안전과 소통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집회 및 시위를 금지하거나 교통질서 유지를 위한 조건을 붙여 제한할 수 있음”(안 제12조 제1항)

“쇠파이프 등 다른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거나 신체에 해를 끼칠 수 있는 도구를 휴대 및 사용 하는 행위뿐만 아니라, 사용할 목적으로 제조·보관·운반하는 자까지 처벌하도록 함”(안 제16조 제4항 제1호)

첫째로 집회 시위에 대한 판단과 해석이 전적으로 경찰에게 달려있다는 것이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조차 불법 소지가 있다고 판단하여 집회 시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경찰의 관행을 합법화하는 항목이다. 경찰의 예상이라는 이유로 정권에게 해가 될 만한 집회와 시위는 금지하고, 무자비하게 진압할 수 있다. 또 경찰이 시위대가 갖고 있는 아무 물건이나 폭력 행위의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여기면, 생명을 위협하는 무기로 보고 처벌할 수 있다.

“집회 또는 시위의 주최자 및 참가자는 일정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신원확인을 곤란하게 하는 가면 등의 복면도구를 착용하여서는 아니되며 이를 위반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구류에 처할 수 있도록 함”(안 제16조 제5항 신설, 제18조제 3항 신설 및 제23조의2 제3호 신설)

“관할 경찰관서장은 집회 또는 시위의 주최자에게 통보하고 영상촬영을 할 수 있도록 함”(안 제19조제2항 신설)

둘째는 복면 착용 금지에 관한 조항(일명 마스크 법)에 관한 것으로 촛불집회 때도 논란을 불러일으킨 부분이다. 그동안 경찰들의 무분별한 현장 채증에 시위대가 초상권 침해이자 인권침해라고 강력하게 반발했다. 그런데 정권은 오히려 자신의 행위를 정당하게 만들기 위한 법 개정을 서두르고 있다. 경찰은 시위대에게 당당하다면 얼굴을 가리지 말라고 한다. 하지만 최근 대다수 집회를 불법 폭력집회로 간주하고 참가자를 채증 자료를 근거로 처벌하는 상황에서 마스크법이 통과된다면 집회참가자들을 더욱 위축시킬 것이다.

“벌금형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벌금형의 상한액수를 증액하고 과료를 삭제함”(안 제22조 내지 제24조)

마지막으로 집시법 개정에서 가장 악독한 것은 벌금을 올린다는 규정이다. 특히 집회에 대한 보호보다는 참가자의 폭력행위에 대한 벌칙 조항을 개정 신설하여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 눈에 띤다. 몇 가지만 살펴보자. ①개정안 22조에서 다른 사람의 신체에 해를 끼칠 수 있는 기구를 휴대한 자. 신고한 목적, 일시, 장소, 방법 등의 범위를 뚜렷이 벗어나는 행위를 한 자에 대해서는 2년 이하의 징역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한다는 조항을 추가 ②집단적 폭행, 협박, 손괴, 방화 등 공공의 안녕 질서에 직접적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한 집회 시위를 선전선동한 자에 대해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만 원 이하의 벌금이었던 것을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개정 ③신원확인을 곤란하게 하는 가면 등의 복면도구를 착용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 또는 구류라는 조항이 신설 된 것 등이 있다. 이번 개정안이 경찰의 자의적 해석을 너르게 허용한다고 할 때 집회 참가자 대부분이 고액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2006년 평택 투쟁과 2007년 이랜드 투쟁에서 각각 수억 원에 달하는 벌금형이 내려졌었고, 지금 현재도 일상적으로 집회 시위 참가자들에게 벌금이 내려지고 있다. 또한 투쟁하는 노동자들이 손배가압류를 당해 목숨을 끊어야 했었다. 이런 잔혹한 법안은 더욱 개악될 것이다. 생계를 유지하기조차 어려워 목숨을 걸고 투쟁하는 사람들에게 죽음의 벌금을 내리고 죽기 싫으면 투쟁하지 말라고 협박하는 아이러니한 법. 이 때문에 가장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오히려 침묵해야 하는 사회가 되고 있다. 결국 집시법 개정은, 집회 시위를 할 권리 보호와 공공의 안녕엔 상관이 없다. 오히려 반민중적인 정권 자체를 보호하는 법일 뿐이다.


이명박 정권하, 거꾸로 가는 민주주의의 시계

주요 법률 개정안 [출처: 한겨레신문]


현재 이명박 정권이 개정하려는 반민주 반인권 법률은 집시법만이 아니다. 불심검문 거부시 지문채취와 휴대전화 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 <경찰관직무집행법>과 통신사에서 휴대전화 이메일 메신저에 감청 장비를 설치를 의무화하는 <통신비밀보호법>, 그리고 사이버 모욕 글에 대한 처벌이란 이유로 직간접적인 인터넷 통제를 하려는 <정보통신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등에 관한 법률>을 포함한 개악안이 대기 중이다. 그 뿐 아니라 이명박 정권은 미디어 관련법을 개정해 미디어와 여론을 통제하려 한다.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적인 자유권에도 미달하는 반인권적 제도들이 버젓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시민권과 인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이주노동자에게는 더욱 가혹한 제도들이 등장하고 있다. 그동안 비인간적인 단속과 연행을 일삼아 온 것으로도 모자라 <출입국관리법>을 또 개악하려 한다. 입출국시, 등록시 지문날인 및 안면사진 촬영을 허용하며 단속과 관련해서는 길거리 불심검문을 강화하는 등 심각한 인권탄압이 예상된다.

이러한 악법들은 이명박 정부의 통치 전략과도 연관이 있다. 노무현이 신자유주의 관리 정책으로 시민단체를 동원하며 ‘민주화’담론을 내세웠다면, 이명박은 반대세력을 어설프게 동원하는 대신 억압과 통제를 선택했다. 계급, 계층, 집단 간의 이해 갈등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10년 만에 집권한 보수 세력의 지지를 업고 한국 사회의 권력 재편을 공세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시장과 무한경쟁 원리에 따른 자신의 계획을 추진하는데 대중동원 전략은 이전 정권들에 비해 중요하지 않다. 촛불집회와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자유주의 세력을 비롯해 일부 국민들이 등을 돌렸지만 이명박 정부는 이들의 지지를 회복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 오히려 보수 정치 세력을 자신의 기반으로 삼고, 적과 아를 선명하게 구분하여 정책 추진에 방해가 되는 세력을 무자비하게 탄압하고 있다. 결국 이명박 정부는 신자유주의 정책 추진과정에서 터져 나오는 민중들의 불만을 아주 강력하게 봉합하고 짓밟음으로써 자신이 책임지지 못하는 위기를 은폐하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의 반인권적 반민주적 질주에 브레이크를 걸자!

지배 권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적나라하게 재벌중심의 정치와 반민주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지만 취약해진 민중운동은 적극적 대응을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집회 시위와 같은 정치적 권리를 옹호하는 운동 역시 어려움에 놓였다.

지배 계급의 탄압이 어제 오늘일이 아니듯 앞으로도 계속 될 탄압에 맞설 수 있는 것은 결국 끈질긴 투쟁뿐이다. 경제위기 책임전가에 맞선 투쟁, 용산 투쟁, 박종태 열사 투쟁을 힘있게 만들어 가는 가운데 집시법 개악 저지와 민주주의의 확장을 위한 투쟁을 이어가야 한다. 5월 말 6월 초 노동자 민중의 투쟁을 시작으로 탄압과 폭력에 맞서 이명박 정권의 질주에 브레이크를 걸자!
주제어
민중생존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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