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화와 노동

사회진보연대 주간웹소식지


제 440호 | 2009.07.21

계속되는 비정규직법 논란, 무엇이 쟁점인가

법 시행 이후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실태와 현 논란의 맹점

정책위원회
비정규직 확대를 위한 노동부와 자본가 단체의 공세

노동부와 한나라당은 4월 1일 기간제와 파견제 사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는 비정규직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그들은 비정규직법 상 정규직 전환 시점이 되는 올해 7월 1일부터 해고대란이 발생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여야 간 합의가 무산되자 한나라당은 기간제 법 적용을 유예하는 안을 당론으로 확정하고 야당과의 협상이 안 될 경우 국회의장 직권상정으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2007년 7월 시행된 비정규직법은 “사업주는 기간제 노동자를 2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사용할 수 있으며 2년을 초과하여 사용하는 경우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무기계약직)을 체결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 조항에 임금이나 노동조건을 상향조정해야 한다는 조항은 없는 게 실정이다.

따라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할 경우 발생할 기업의 가장 큰 부담은 정규직화에 따른 비용 증가가 아니다. 기업은 노동력의 신축적인 사용에 제한이 생기는 것을 가장 우려한다. 실제로 전국경제인연합(전경련) 등 자본가 단체는 비정규직 사용기간 제한 자체의 폐지를 요구한다. 경제5단체장은 7월 2일 대한상공회의소 기자회견에서 “비정규직 문제의 바람직한 해결책은 기간제 근로자에 대한 사용기간 제한 폐지”이며 나아가 본질적인 해결책은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를 완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정부와 자본의 칼끝이 기존 비정규직 노동자를 넘어 정규직 노동자를 향해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노동부는 비정규직법 논란에 대응하기 위해 <비정규직법 오해와 진실>(2009.7.9)을 발표했다. 이 자료에서 노동부는 ‘기간제법은 정규직 전환법이’라는 ‘오해’를 풀기 위해 “사용자는 2년 범위 안에서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으며 2년을 초과하여 사용하는 경우, 무기계약직으로 간주하도록 규정, 따라서 기업은 2년이 넘기 전에 계약만료 시점에 언제든지 고용을 종료시킬 수 있다”고 설명한다. 또 “기업에 비정규직을 2년 사용하면 반드시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강제할 근거도 전혀 없다”고 주장한다. 노동부가 앞장서서 비정규직의 사용을 권장하는 꼴이다.


대량해고 논쟁의 맹점

대량해고 논쟁은 이영희 노동부 장관이 작년 말에 비정규직 기간제한이 적용되면 1년 간 100만 명이 실직과 정규직 전환의 갈림길에 선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그러나 노동부에 따르면 비정규직법 고용기간 제한 조항 적용으로 인해 해고된 노동자의 수는 7월 1일 476명, 2일 124명, 3일 622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물론 이 통계는 기간제법이 적용되지 않는 5인 미만 사업장을 제외한 것이다. 비정규직 대부분이 소규모 업체에 종사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실제 해고 노동자는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이영희 장관 말대로 1년 간 100만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해고와 정규직화의 갈림길에 선다면 이는 하루에 평균 2,740명꼴이다. 따라서 현재 시점에서 보면 노동부 장관이 주장한 수치와 노동부가 수집한 해고 노동자 통계 수치는 상당한 차이가 있어 보인다.

이에 대해 민주당과 시민단체 일부는 노동부의 대량해고설이 비정규직법 개정을 위한 과장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이 주요한 논거로 삼고 있는 한 연구에 따르면 2009년 7월 사용기간 2년 제한조항이 적용되는 기간제 노동자가 최대 3.2만 명으로 추산되고, 7월 이후 매달 최대 3~4만 명이 해당된다. 따라서 그들은 정부가 비정규직법에 따른 정규직/무기계약직 전환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정책신호를 기업에게 보내고 기업에 대한 재정지원을 확대하면 비정규직법의 애초 입법취지가 실현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에도 심각한 맹점이 있다. 민주당이나 시민단체 일부가 최대치로 규정한 수치를 단순 합산하면 1년에 40만 명 내외의 노동자가 고용불안, 즉 실질적인 해고 위험을 겪게 된다. 이도 결코 적은 수치가 아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많은 노동자들이 해고 위험에 시달리게 되나? 이는 비정규직법(기간제법과 파견법)이 실제로 비정규직 노동자를 양산하는 효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주당과 일부 시민단체가 비정규직 ‘보호법’이 아니라 비정규직 ‘양산법’을 도입하는 데 앞장섰다는 지난 과오를 덮어서는 안 된다.

둘째, 비정규직법에 따라 확산된 비정규직 노동자가 그 갈림길에서 해고를 당하게 되는 직접적인 이유는 현재 세계적 수준에서 경제위기가 격화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제위기 상황에서 노동자의 임금과 고용을 방어하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비정규직법의 사용기간 연장/적용 유예든 기존 비정규직법의 실행이든 비정규직 노동자는 항시적 해고 위험에 시달리게 된다. 비정규직 노동자는 비정규직법 적용이 유예되는 조건에서도 언제나 해고될 수 있고, 설사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더라도 언제라도 외주화라는 방식으로 다른 형태의 비정규직으로 전환되거나 편법적인 방식으로 해고될 수 있다.


비정규직법 시행 2년 고용실태: 열악한 일자리의 확산

그렇다면 비정규직법 시행 이후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실태는 어떻게 변했나. 비정규직법 시행 이후 오히려 불안정하고 열악한 일자리가 더욱 확산되었다. 그리고 이런 일자리는 지금과 같은 경제위기 시에 가장 먼저 해고 대상이 된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에 따르면 비정규직은 2007년 3월에서 2008년 3월까지 874만 4천 명에서 855만 8천 명으로 감소했고 2008년 3월부터 2009년 3월까지 다시 838만 1천 명으로 감소했다. 그런데 2007년에서 2008년 사이의 구성변화를 보면 기간제노동자는 3만 6천 명 감소한 반면, 더 열악하고 불안정한 일자리인 호출근로, 용역근로는 각각 9만 6천 명, 3만 5천 명 증가했다. 이는 비정규직의 감소가 안정적 일자리의 확대와는 무관함을 보여준다. 또한 경제위기가 겹치면서 문제가 악화되고 있다. 2009년 4월 중 취업시간대별 취업자를 보면 36시간 미만 취업자는 298만 8천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48만 4천명 증가 (19.3%)했으며, 36시간 이상 취업자는 2,030만 명으로 66만 5천 명(-3.2%) 감소했다. 극도로 유연한 일자리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용역근로의 확대는 외주화의 확대를 나타낸다. 즉 직접고용보다 간접고용이 증가하는 것이다. 간접고용에서 사용자들은 불법파견 조항을 회피하기 위해 현장에서 공정을 분리하고 고용승계를 피하기 위해 기존업체에서 근속을 인정하지 않는 방식의 고용승계가 이루어진다. 또 용역업체들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계약에서 기간의 정함이 있는 계약으로 전환하면서 알선업체들을 통해 단기계약으로 노동자들을 고용하는 형태가 확대되고 있다.

한편 2008년 3월에서 2009년 3월 사이에는 호출근로와 용역근로는 각각 5만 3천 명, 4만 1천 명 감소했다. 특히 임시일용직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일반임시직은 7만 5천 명 감소했다. 그 밖에 파견노동자, 재택근로자도 감소했다. 임시일용직, 호출, 파견, 용역, 재택 노동자는 비정규직 중에서도 가장 열악한 조건에 있는 노동자들로 경기악화 상황에서해고 1순위가 된다. 이는 노동부 통계에서 역력하게 드러나는데 2009년 4월 종사상 지위별 취업자의 전년 동기대비 증감률은 상용근로자는 3.7% 증가인 반면 임시근로자는 1.5% 감소, 일용근로자는 7.2% 감소로 나타났다. 경제위기 상황에서 비정규직이 실직상태로 내몰렸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이 발생했다. 자본은 열악하고 불안정한 일자리를 확대해 손쉽게 노동자들을 희생시킬 수 있게 되었다.


현행 비정규직법 보완 주장의 한계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과 시민사회단체 일부가 주장하는 기존 법 보완은 한계가 뚜렷하다. 이들은 정규직 전환기금을 늘리고 차별시정제도를 강화하면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사용기간 제한을 근간으로 하는 현행법 체제 내에서는 고용불안이라는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없다. 따라서 민주노총은 기간제 뿐만이 아니라 파견, 특수고용 등 다른 비정규직의 사용사유를 엄격하게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현재 차별시정제도는 매우 큰 한계를 지니고 있다. 현재 자본가들은 차별시정제도를 피해가기 위해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다른 업무에 배치하거나 외주화해서 차별시정을 무력화하려는 갖은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특히 노동조합이 차별시정을 요구할 권한을 배제함으로써 비정규직이 노동조합 결성을 매개로 자신의 노동권을 보호할 수 있는 권리를 억제하고 있다.


노동자들의 요구는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노동자들은 비정규직법 개정 논란을 넘어서 광범위하게 자행되고 있는 해고를 중단하고 노동권을 보장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비정규직의 사용사유 제한이나 차별시정제도의 전면 개편과 같은 제도적 요구도 필요하다. 하지만 경제위기 속에서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는 노동자 해고 사태를 막기 위한 더욱 실질적인 대안도 필요하다. 또한 노동자들 스스로 노동조합을 매개로 해고나 노동권 악화를 막을 수 있는 조건을 창출하는 것도 매우 긴급한 과제다.

자본은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노동신축화를 도입하고 확대한다. 시간급제나 성과급제를 통해 노동자가 서로 경쟁하게 만들고 스스로 노동시간을 연장하고 노동강도를 강화하게 만든다. 하청, 용역, 파견 등을 통해 사용자의 책임을 모호하게 만들고 같은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단결을 어렵게 만든다. 이러한 자본의 전략에 따라 노동자들은 분할되고 노동자들의 노동권은 끊임없이 부정 당한다. 결국 노동자들이 자본의 의도를 간파하고 자신의 조건이 다른 노동자들의 조건과 구조적으로 동일하다는 것을 인식함으로써 단결하는 것이 관건이다.

‘한시적 해고중단 및 고용안정 특별법’과 같은 제도적 요구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또 고용형태별로 분할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요구를 단일하게 묶는 매개가 될 수 있다. 한편 현재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쌍용자동차 투쟁이나 KBS 비정규직 투쟁을 승리로 이끌어 정리해고나 비정규직 해고를 당연시하는 자본과 정권에 대해 반격할 수 있어야 한다. 허구적인 비정규직법 논란을 넘어 노동신축화를 막고 노동권을 쟁취하기 위해 한 발자국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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