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화와 노동

사회진보연대 주간웹소식지


제 441호 | 2009.07.24

용산참사 반년, 흔들림 없는 투쟁으로!

민주주의와 민중생존권 쟁취를 위한 최전선에 힘을 모으자

정책위원회
지난 7월 20일로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 참사가 발생한 지 반년이 지났다. 유가족들은 참사 반년을 맞아 정권에게 강력한 항의의 뜻을 표하는 동시에 대책 수립을 촉구하는 의미에서 고인들의 시신을 도심으로 옮기는 ‘천구(遷柩)’ 의식을 시도했다. 19일에는 쌍용자동차 투쟁, 미디어악법 저지 투쟁과 연계하여 범국민대회와 추모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그리고 23일에는 정권에 사태 해결을 거듭 촉구하는 사회 원로 대표자 시국선언도 진행되었다.

이렇듯 참사 반년을 경과하며 더 이상 유가족과 철거민의 참혹한 현실을 두고 볼 수만은 없다는 사회 여론이 광범하게 형성되고 있지만, 현재까지 정권은 ‘철거민들의 불법 행위이자 사인(私人) 간의 문제이므로 정부 책임은 없다’는 기존의 입장과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오히려 정부 여당은 20일 쌍용자동차 현장에 대해 공권력을 투입하고 22일 미디어악법을 강행 처리하는 등 ‘대화와 타협은 없다’는 의중을 거침없이 드러내고 있다.


책임 회피와 탄압으로 일관하는 정부 여당

역설적이게도 지금까지 정권이 용산 참사에 대해 취한 태도를 보면, 이것이 정권에게 얼마나 치명적인 급소인지 잘 알 수 있다.

정부는 건설 경기 부양을 통해 경제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정책 기조를 수립한 상태였고, 이는 부동산 시장과 재개발 붐을 자극했다. 법 제도상으로 재개발 시행 요건이 대폭 완화되었고 각 지방자치단체는 지역 개발과 세수 증가를 이유로 재개발 사업 인가와 특혜를 남발했다. 개발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건설사와 용역업체가 선호하는 전면 철거 방식도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게다가 정부는 ‘촛불집회’ 이후 공안 기구를 대폭 강화하며 ‘공권력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우연적 사고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입장을 이미 밝힌 상황이었다.

이렇듯 용산참사는 재개발 관련 법 제도의 모순과 잘못된 정부 정책, 그리고 경찰의 이례적인 강경진압이 빚은 참혹한 결과였다. 따라서 참사의 온전한 해결이란 정부 정책 기조 전반의 수정을 의미하는 것이었고, 이것이 수용 불가능하다면 책임을 철저히 회피하는 것이 유일한 선택인 셈이었다. 아니, 작년 총선에서 뉴타운 붐을 활용해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한 정부 여당이 정책 기조를 수정할만한 하등의 이유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 정확한 설명일 것이다. ‘30%의 지지율도 충분하니 흔들림 없이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대통령 자신의 선언은 다분히 상징적이지 않은가.

정권은 책임을 전가하기 위해 철거민을 불법 테러범으로 낙인찍은 뒤 각종 의혹으로 얼룩진 검찰 수사 결과를 앞세워 사태의 본질을 왜곡했다. 그리고 전철연을 와해시키기 위해 표적 수사를 단행하고 범대위가 주최하는 일체의 집회를 불허하면서 저항을 미연에 봉쇄했다. 특히 구속된 철거민에 대한 재판 과정에서 검찰이 보인 행태는 참사에 대한 정권의 편향적인 태도를 여지없이 보여주었다. 검찰은 혐의 사실을 객관적으로 입증하지 못한 상황에서 철거민들을 기소한 반면, 경찰의 불법 과잉 진압이나 용역업체와의 유착 관계에 대해 전혀 수사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자신들에게 불리한 수사기록을 은닉함으로써 재판을 파행으로 몰아갔다.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정국 이후 조성된 ‘국정쇄신’ 국면에서도 정권의 태도는 요지부동이었다. 청와대는 용산참사 수사를 진두지휘한 천성관 서울지검장을 검찰총장으로 지명하기도 했으며, 경찰은 대테러훈련 중 하나로 용산 살인진압을 버젓이 재현하며 앞으로 예상될 생존권 투쟁에서 하나의 ‘매뉴얼’로 사용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관련 지방자치단체의 태도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서울시가 최근 발표한 주거환경개선대책은 ‘재개발 사업을 공공주도로 바꾸겠다’는 선언만 있을 뿐, 재개발의 핵심 문제점으로 지목되고 있는 세입자 대책을 전혀 포함하지 않고 있다. 참사 직후 철거민 투쟁을 ‘생떼거리’로 매도하여 물의를 빚은 용산구청도 철거민의 이주대책과 생계대책을 전혀 제시하지 않고 있다.


흔들림 없는 투쟁으로

그렇다면 이후 범대위를 필두로 한 사회운동 진영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우선 지난 20일 범국민대회에서 재확인한 것처럼, 이명박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에 반대하는 민중운동 세력이 연대하여 전국적인 반정권 투쟁을 완강하게 펼쳐나가야 한다. 용산 투쟁은 물론이고 화물연대, 최저임금, 쌍용자동차 투쟁 등 계급 간의 첨예한 이해가 걸린 사안에 대해 정권은 부분적인 양보나 타협조차 불가능하다는 태도를 분명히 했다. 용산 투쟁에서 직접적 당사자인 빈민운동을 비롯한 민중운동 진영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사태 해결은 요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회운동은 이명박 정부의 ‘약한 고리’인 용산 투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이 반정권 투쟁의 확대와 진전을 의미한다는 점을 강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범대위 조직 역량을 재정비하고 장기적인 투쟁 태세를 구축해야 한다.

또한 용산 투쟁의 중요한 성과 중 하나로 뉴타운재개발이나 주거 정책 전반에 대한 대안을 수립해 나가야 한다. 그동안 전철연을 비롯한 빈민운동진영은 현재와 같은 수익성 논리에 경도된 재개발이 아닌 공익 중심의 재개발로 패러다임을 전환할 것을 끊임없이 요구해왔다. 구체적으로는 빈곤층을 위한 주택 공급 확대와 세입자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위해 관련 법규를 개정하고, 전면 철거 방식이 아닌 순환식 재개발을 도입할 것을 요구해왔다. 행정관청과 건설시공사, 철거용역업체의 유착관계와 각종 비리를 근절하는 제도 개선도 중요한 요구다. 당면해서는 재개발 사업의 관리 책임자인 서울시와 용산구에 대한 규탄 투쟁을 지속하면서 철거민 생존권 요구를 쟁취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이러한 의제를 중심으로 빈민운동 진영의 통합력을 증진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23일 시국선언에서 밝혔듯이, 용산참사의 올바른 해결 없이 이 정권에서 어떠한 민주주의의 진전도 기대할 수 없다. 참사 반년을 기점으로 다시 한 번 사회운동의 힘을 모으자.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민중의 생존을 쟁취하기 위해 반드시 승리하자.
주제어
빈민 민중생존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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