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화와 노동

사회진보연대 주간웹소식지


제 448호 | 2009.09.29

경제 위기 1년, 회복인가 또 다른 추락인가?

최근 경제 회복론의 문제점과 향후 경제 전망

정책위원회
최근의 경제 회복론

최근 주요 경제 연구소들은 2008년 시작된 세계 경제 위기가 연착륙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피터슨 국제 경제연구소는 보고서를 통해 세계 경제 성장률이 2009년 -1.1%, 2010년 4.2%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였고, 삼성경제연구소 또한 한국 경제 성장률이 2009년 -0.8%, 2010년 3.9%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이러한 수치들은 올 초에 경제 기관들이 전망한 것을 크게 상회하는 것으로 자본의 현재 경제 회복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보여주고 있다.

잠시 역사적 사례들을 보자. 미국의 법인혁명 진행 과정에 벌어졌던 1929년 말부터 2차 세계 대전 직후까지 계속된 대공황 시절에도 경제 성장의 반등과 하락은 존재했었다. 미국에서는 1930년부터 1933년까지 매년 6~13% 하락하던 국내총생산은 1934년부터 1937년까지 매년 9~17% 상승하였다가, 다시 1938년 3% 하락하였고, 다시 2차 세계대전 기간 반등하였다가 1945년부터 1947년까지 매년 1~10% 대폭락하는 굴곡을 겪었다. 자본주의 황금시대가 끝나고 신보수주의 혁명이 시작되던 2차 오일쇼크 이후 경제 위기 기간에도 1980년 0.3% 하락한 미국 경제는 다음해 2.5% 상승하고 다시 그 다음해 2% 하락하는 굴곡을 겪었다. 세계 자본주의 시스템이 변화하는 역사적 시기 혹은 자본주의 발전의 모순에 대응하는 역사적 대응의 시기에는 폭락과 회복을 반복하는 소위 ‘W' 성장이라는 것이 나타났다. 한편 IT 버블이 붕괴했던 2001과 같은 거품 조정기에는 'V’ 성장이라는 것이 나타났다. 1991년 이후 5%대의 고성장을 10년간 지속하던 미국 경제는 2001년 주가폭락과 IT 기업들의 줄도산이라는 위기를 겪었다. 하지만 IT 버블이 정리되고 2002년부터 미국은 2~3%대의 성장을 이어갔다. 물론 이번 위기로 드러났듯이 2001년 이후 성장은 IT버블을 부동산 버블로 교체한 것에 불과했지만 말이다.

이러한 이유로 금융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 개혁을 요구하는 사람들의 경우 ‘W’ 혹은 ‘U’(2~3년간의 저성장 후 회복)자 회복을 전망하고 있다. 이들의 전망 속에서는 대공황을 거치며 미국 법인 자본들에 의해 만들어 진 자본주의 황금시대나, 최소한 1980년대와 같은 기존 시스템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이 있는 것이다. 반면 현재 위기를 경제 정책적 실수 혹은 일부 금융 기관들의 사고로 바라보는 사람들의 경우 ‘V'자 회복을 전망한다. 즉 현재 위기는 소동일 뿐이며, 시장의 자정 기능이 부실한 기업들을 정리하여 다시 예전의 경제 성장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연 세계 경제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세계 경제는 즉시 반등을 할 수 있을까? 아니면 추가적인 경제 위기를 겪을 수도 있지만 금융 시장에 대한 규제를 통해 다시 장기적 발전을 할 수 있을까?


빠른 경제 회복?: 다시 거품으로 재생하려는 세계 경제

2008년부터 지금까지 금융 기관들로 인해 큰 홍역을 앓고도 지금까지 세계 각국 정부가 구체적으로 취한 금융 규제 조치는 별로 없다. 오히려 정부로부터 큰돈을 받은 시티은행 등은 다시 예전과 같은 금융 투기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시티은행은 2009년 2분기에 43억 달러의 영업이익을 냈는데, 기관 투자자들을 상대로 한 사업 부서에서 큰 이익을 냈기 때문이다. 이들 기관 투자자들을 상대로 하는 하는 일이란 바로 예전의 금융 투기와 별반 다를 바 없는 자산 관리 서비스이다. V자 경기 회복을 주장하는 사람들 중 일부는 이러한 금융 기관의 영업이익 확대를 금융 위기 종식의 신호탄으로 보기도 하는데, 이들의 주장대로라면 현재 세계 경제 위기는 위기의 원인에 의해 해결되는 말도 안 되는 과정에 있는 셈이라 할 것이다.

한편, 미국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던 자본 시장의 거품은 최근 아시아에서 다시 시작되려 하고 있다. 중국, 인도, 한국 등의 주식 시장이 폭등하고 있으며, 부동산 가격 역시 크게 상승하고 있다. 현재 중국 항생지수는 2009년 5월보다 60%가까이 상승하였고, 한국 주식시장 역시 코스피지수가 한때 1700을 넘어섰다. 8월 베이징의 부동산 투자는 전년대비 300% 급등하였으며, 한국 부동산 시장 역시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세계 각국 정부가 퍼부은 돈이 모두 아시아 시장으로 몰리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이다.

물론 세계 광공업 생산량이 2009년 초반에 비해 다소 상승하는 등 실물 경제의 반등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또한 상당부분은 각국 정부가 각종 경기 부양책을 통해 만들어 낸 것으로, 자본주의 본연의 시장 원리에 의한 생산 회복은 아니다.

경제 위기 이후 두 차례나 진행된 주요20개국(G20) 회의에서는 여러 금융 규제와 관련된 논의들이 진행되었지만 그다지 실효성 있는 조치들을 동반하는 합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나마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 낼 합의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자본을 현 2,500억 달러에서 7,500억 달러로 확대하는 나가는 것이다. 미국은 이러한 자본 확충을 통해 세계경제위기를 더욱 확대할 수 있는 일부 국가들의 부도에 대비하는 한편, 국제통화기금 의결권에서 유럽 대신 아시아의 지분을 넓히며 현재 세계 헤게모니의 중심축이라 할 미국-유럽의 대서양 블록을 아시아-태평양 블록으로 교체하고자 하는 의도 또한 내보이고 있다.

하지만 과연 달러 지배력을 바탕으로 한 미국의 경제적 주도권이 제대로 작동할지, 그리고 실질적 성장보다는 또 다른 거품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아시아 경제가 과연 새로운 경제축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 많은 이들의 회의적으로 전망하고 있는 상황이다.


오도 가도 못하는 자본주의: 계속되는 은행위기와 달러의 위기

이러한 거품을 통한 위기 해결 과정 속에서 은폐되고 있는 심각한 문제는 초대형 은행들의 부실 문제이다. 씨티은행, 유비에스와 같은 초국적 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는 상당 부분의 금융 상품 자산들은 그 정확한 가격도 확인하기 힘든 파생금융상품들이다. 다시 말하면 수십조 달러에 달하는 초대형 은행들의 자산이 어느 순간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자산이 줄어들면, 은행들이 만들어 낸 신용(대출, 자산담보부증권 등) 또한 문제가 발생하며, 이 신용에 기반하여 활동해 온 경제 주체들 역시 큰 문제에 빠지게 된다.

2009년 4월에 국제통화기금이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행들의 경우 5,500억 달러, 유로존 은행들은 7,500억 달러, 영국은 2,000억 달러 규모의 자산 상각이 필요하다. 물론 이 수치는 매우 축소된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인데, 자산 상각 규모를 시장의 기대 이상으로 이야기할 경우 그 자체가 또 다른 신용 경색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어쨌건 상당 액수 이상의 자산 상각이 필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런데 문제는 앞에서도 이야기하였듯이 이들 은행의 규모가 정부가 손 쓸 수 없을 정도로 너무 크다는 것이다. 홍콩상하이은행의 자산은 영국 국내총생산의 98%에 이르며, 유비에스의 경우 스위스 국내총생산의 484%에 이른다. 앞의 국제통화기금이 예측한 자산 부실의 정도가 유럽이 더 컸는데, 더욱 문제는 유럽계 초국적은행들은 미국 은행들보다도 국가 재정 규모에 비해 그 크기가 더욱 크다는 것이다. 2008년부터 지금까지 정부들이 수백조 원 규모의 긴급 자금을 투입하여 은행들의 파산을 막았지만, 사실 아직 은행들의 위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되지도 않았다. 현재 초국적은행들은 동아시아 금융 시장 거품 덕에 약간의 이익을 내며 위기를 지연시키고 있지만, 2008년 2조 달러 자산을 보유한 시티은행이 321억 달러의 영업손실에 파산 위기에 내몰렸다는 사실을 떠올려 볼 필요가 있다. 주택 가격이 계속 하락하며, 서브프라임만이 아니라 알트에이와 같은 우량주택담보대출도 문제가 하나 둘씩 발생하고 있으며, 70조 달러 규모에 이른다는 채권에 대한 파생보험금융 상품 신용부도스왑(CDS)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몇 배에 달하는 부실 위험을 안고 있다.

한편 지금까지 세계 화폐로 기능해온 달러의 위기 역시 세계 자본주의 위기의 뇌관 중 하나이다. 지금까지 미국이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무역적자와 재정적자를 계속하면서도 경제를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달러 환류라고 불리는 외국인(특히 중국)들의 미국 자산 투자 때문이었다. 예를 들면 수출을 통해 큰 흑자를 기록한 중국이 달러를 미국 국채나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이다. 즉 미국의 무역 및 재정 적자를 중국 등의 무역흑자국들이 메워주는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이 가능한 이유는 바로 미국 달러 가치가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고, 또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중국이나 중동 국가들에게 다른 어떤 것보다 미국 채권 등의 달러 표시 자산은 안전한 자산이다.

하지만 경제 위기에 미국 정부가 쏟아 부은 달러로 인해 달러 가치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미국은 2008년 이후 3조 달러 이상을 경기 부양 및 금융 기관 자본 확충을 위해 사용하였고, 이로 인해 정부 재정 적자는 국내총생산의 11.2%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역적자는 6%대에서 2009년 국내총생산의 3%까지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무역 구조가 바뀌었기 때문이 아니라 경제 위기로 수입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즉 경제성장이 회복될 경우 다시 크게 적자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경제연구소 등은 미국의 무역적자와 재정적자를 줄이지 않을 경우 2012년 이후 미국 달러가 폭락할 가능성을 점치기도 하였다. 미국 정부가 달러 가치를 보장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는 것인데, 급격하게 증가한 달러에 대해 시장의 우려가 증폭되면 미국 국채 등 달러 표시 자산들에 대한 투매가 발생하고, 달러가 시장에 대량으로 풀리면서 달러 가치가 폭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피츠버그에서 열린 G20 회의에 앞서 오바마 정부는 여러 관리들을 통하여 미국 무역의 불균형 조정을 강력하게 추진할 것임을 밝혔다. 레리 서머스 백악관 경제 수석은 최근 인터뷰에서 미국을 무역 적자국, 자본 수입국에서 무역 흑자국, 상품 수출국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필요한 조치들을 하겠다고 명시적으로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무역 구조의 변화는 당장 경제 위기 극복 과정에서 세계적으로 매우 큰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미국이 무역 수지를 개선시키기 위해 달러의 평가절하를 시도한다면 중국을 비롯한 미국 자산 보유국들이 이 자산을 투매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의 소비에 의존하여 많은 부를 축적한 브릭스(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와 같은 나라들에서 경제 하락 속도가 빨라지며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한국 경제 회복: 재벌들의 손실 전가와 자본시장 거품이 만들어 낸 신기루

전세계적인 경제 성장 반등 바람에 영향을 받아 한국 경제 역시 2009년 2분기부터 경제 하강 속도가 줄어들고 있다. 특히 몇 개월째 계속된 경상수지 흑자와 주식시장 급등은 한국 경제 위기 극복의 상징처럼 언론에 의해 보도되고 있다. 2월부터 시작된 경상수지 흑자는 누적 300억 달러에 달하며, 코스피 주가는 연초에 비해 50% 가까이 상승하였다. 정부는 최근 주요20개국 회의를 내년에 한국에서 개최하기로 했다며, 세계 경제에서의 한국의 위상이 크게 상승했다는 정치적 선전까지 대대적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앞에서도 지적하였듯이 현재 한국 경제의 성장은 다분히 아시아 자본 시장 거품에 기대어 진행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국의 자본 시장은 규제가 거의 없고, 외국인 자본이 마음만 먹으면 시장 전체를 들었다 놓을 수 있는 규모이기 때문에 예전부터 초국적 금융 자본들의 투기 장소로 자주 이용되어 왔다. 현재 외국인들은 한국 주식시장에서 3개월 만에 15조 원을 순매수하며 주가 급등을 이끌고 있다.

경상수지 흑자의 경우 주요 경제 기관들이 분석하는 것은 환율 상승으로 인한 수입 감소가 주된 원인이다. 2009년 8월 현재 수출은 작년 동기 대비 20% 하락했지만, 수입은 32% 하락하였다. 수출용 수입만이 아니라 내수에 사용하는 소비재 역시 33%가 줄어들었다. 생산과 소비의 감소가 수출입 규모를 저점에서 유지하는 가운데, 재벌들의 수출이 수입 감소로 인한 국내 노동자들의 소비 감소보다 경제 위기에 덜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재벌들이 경제 위기에 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이다. 심지어 수출 중심의 재벌기업들은 경제 위기 영향을 덜 받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경제 위기로 더욱 많은 이익을 보고 있다. 시가총액 상위 100개사의 영업이익은 올해 46조 원에 이를 전망인데, 이는 사상 최대 규모의 영업이익을 낸 2004년 53조 원에 버금가는 수치이다.

이러한 수출 감소에도 불구하고 재벌 기업들의 이익이 급등한 이유는 단적으로 이야기하면 노동자 희생에 의한 생산 비용의 감소와 정부의 경기부양책 때문이다. 현대자동차의 예를 보면, 2008년 상반기보다 2009년 상반기는 매출액이 3조 2천억 원가량 줄어들었지만(-18.4%), 순이익은 경제 위기에도 불구하고 작년 9,395억 원에서 1조 360억 원으로 오히려 늘어났는데(10.4%), 이는 매출액 감소보다 더 큰 폭으로 노동자 임금 등의 비용을 삭감시켰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2009년 상반기에 작년 동기보다 제조원가를 20.8% 감소시키고, 판매비와 관리비 역시 12% 감소시켰다. 환율이 예전보다 높은 수준임을 생각해보면 이는 대부분 노동자들의 임금과 부품업체들에 대한 납품단가 인하에서 기인한 것임을 알 수 있다. 한편 이들 대기업들의 내수의 경우 약간 늘어나거나 크게 줄지 않았는데, 정부가 적극적으로 소비 보조를 해주었기 때문이다. 결국 재벌들이 임금은 삭감하고 그 대신 정부가 시민들의 세금으로 임금 삭감에 따른 소비를 보조하며, 재벌들의 이익을 채워준 것이라 할 수 있다. 정부를 매개로 하여 재벌들의 노동자 수탈이 바로 소위 ‘어닝 서프라이즈’라고 부르는 2009년 상반기 재벌들의 영업이익 폭등의 숨겨진 원인이다.


지속불가능한 자본주의, 노동자운동이 희망이 되어야 한다

V자 회복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경우 시장의 자기조절이라는 믿음으로 인해 현실을 직시하고 있지 못하며, W 혹은 U자 회복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경우 현재 위기가 세계 경제의 금융화로 인한 것임을 이해하지만, 왜 자본주의가 금융적 팽창을 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이들은 금융 세계화는 단순히 국가 정책의 실수일 뿐이며, 따라서 정책적 실수를 정정하면 자본주의는 다시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믿는다.

금융 시장 규제를 강화하면 자본주의 내에서 금융 자본이 가져가는 이윤의 비율을 줄일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여러 글에서 지적하였듯이 자본주의가 금융 세계화로 나아간 데는 자본주의의 이윤율 저하라는 구조적 원인이 있었다. 20세기 자본주의의 창시자 중 하나인 지엠(GM)이 보여주는 것처럼 자동차 기업이 모기지 업체까지 인수하여 금융 투기에 나선 데는 정상적인 생산 활동으로는 수익성을 더 높일 수 없는 자본주의의 모순이 존재하고 있다. 다시 말해 금융을 규제한다고 나머지 산업 부분이 잘 돌아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20세기 초 포드주의, 테일러주의로 대표되는 생산혁명과 슬론주의로 대표되는 경영 혁명을 통해 성장한 자본주의는 그 진보의 동력을 다했고, 그 결과가 바로 금융 자본의 지배력 확대였다. 원인에 대한 처방이 없는 결과에 대한 조치들이 그 효력을 발휘하기는 불가능하다.

더군다나 금융 규제라도 가능한지에 대한 회의 역시 존재한다. 월스트리트로 상징되는 금융 자본의 권력은 단순히 시장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부 핵심 권력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정치인들은 금융 기업들에게 막대한 정치 후원금을 받았고, 미국 재무부를 비롯하여 세계 선진국의 경제 기관 관료들은 대부분 정부와 금융 기관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실정이다. 연초까지만 해도 월스트리트를 비난하던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얼마 전 월스트리트를 방문하여 금융 시장에 대해 예찬을 쏟아낸 것이 단순히 립 서비스만은 아니다.

초국적 금융 기업들과 세계 경제가 현재 그럭저럭 버티는 가장 큰 원인, 세계 각국 정부들의 천문학적 구제금융과 경기부양책은 곧 그 한계를 드러낼 것이다. 정부가 지출하는 대부분의 돈은 시민들의 세금을 통해서 조달한 것이거나, 시민들의 미래의 세금을 담보로 하여(즉 국채의 발행) 조달한 것이다. 그리고 정부가 징수하는 세금은 기본적으로 노동자가 생산한 부가가치 중 일부를 국가가 가져가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가 생산한 부가가치 중 일부는 자본가가 이윤으로 가져가고, 또 일부는 정부가 세금으로 가져간다. 정부가 노동자와 자본가 모두에게 세금을 징수하지만, 그 원천은 결국 노동자의 생산에 있다는 것이며, 정부가 자본가에게 부가하는 세금은 대부분 기업 경영 관리 속에서 결국 노동자 몫 중 일부를 떼어가는 것에 불과하다. 결국 현재 정부 지출은 노동자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정부의 착취인 셈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 지출은 그나마도 노동자에 대한 복지보다는 금융 자본을 살리기 위해 사용되고 있다. 예를 들면 이명박 정부는 은행자본 확충과 금융 투기와 연관된 건설회사를 살리기 위해서는 40조 원에 달하는 기금을 조성하지만 정작 실업보험이나 고용안정기금 확대에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미국 정부와 자본가들은 씨티은행과 에이아이지(AIG) 등의 자본 확충을 위해서는 국민 세금 7,000억 달러(한화 약 1,000조 원)를 아낌없이 투자했지만, 의료보험 확대에는 필사적인 저항을 하고 있다. 현재의 경제 위기에 대한 대응 과정은 정부를 앞장세운 노동자에 대한 대규모 수탈이다.

앞에서 살펴 본 것처럼 자본주의는 몇 차례의 위기를 더 겪을 것이다. 그리고 그 때마다 다시 시민 세금을 담보로 한 정부 지출에 기대어 지지부진한 성장과 하락을 겪으며, 자본주의 체제의 위기에 직면할 것이다. 결국 시장을 지탱하기 위해 자본주의가 동원할 수 있는 최후의 자원은 국가를 동원한 노동자에 대한 수탈(세금일수도 있고, 노동자 임금 등에 대한 하락 압박일 수도 있는)이다. 자본주의가 그럭저럭 몇 년 더 버티며 그 생을 연장해 나갈 수 있는지 여부는 노동자운동이 정부와 자본에 순응하며 자본주의의 생명을 조금 더 연장시켜 줄 것인지, 아니면 자본주의를 넘어서기 위한 대안세계화운동으로 나아갈지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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