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화와 노동

사회진보연대 주간웹소식지


제 450호 | 2009.10.31

미국경제 불균형, 누가 위기를 낳았나?

달러 경착륙과 2차 경제위기 가능성

정책위원회
2009년 10월 20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버냉키 의장은 ‘달러화 대비로 한국의 원화가치는 2008년 초부터 올해 3월까지 40%나 떨어졌으나 단지 부분적으로만 회복됐다’고 언급했다. 버냉키 의장이 원화의 가치가 절상되어야 한다고 언급한 것은 아니지만 세계경제 불균형 해소를 위해 아시아 경제가 내수 기반을 더 확충해야 한다는 연설은 아시아 국가들이 인위적 환율개입을 통해 무역불균형, 즉 아시아 국가들의 무역흑자와 미국의 무역적자를 심화시켜서는 안 된다는 뜻을 전달한 것과 같다.

버냉키 의장의 발언은 여러 질문을 낳는다. 세계 경제의 불균형은 무엇이고 어떻게 왜 형성되었나? 불균형을 교정할 수 있는 진정 유효한 수단이 있는가? 버냉키 의장이 말한 것과 같은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문제 제기는 과연 얼마나 정당한가?


미국경제 불균형, 어떻게 확대되었나?

미국의 경제학자와 연준 관리들도 이미 10년 전부터 경상수지 적자를 우려했다. 1997년 미국 경상수지 적자 규모가 GDP의 3%에 육박하면서 적자누적은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그러나 적자규모는 계속 증가하여 2005년에 GDP의 6% 수준을 넘어섰다. 왜 그랬나?

첫 번째는 불황에 대한 정치적 부담 때문이었다. 2000년 주식시장 거품붕괴로 불황이 나타나자 연준은 금리인하를 단행했고 정부도 재정지출을 대규모로 확대했다. 하지만 금리인하와 넘치는 유동성은 부동산 시장 활황, 자산가격의 급격한 성장을 초래했다. 이는 미국 소비자들의 소비욕구를 증대시켰다. 2001년부터 2004년까지 미국 GDP 상승분의 90%가 민간소비에 의한 것이었다. 이에 따라 경상수지 적자는 확대될 수밖에 없었다.

두 번째는 기축 통화로서 달러의 독특한 지위와 관련된다. 미국 대외부채의 구성통화 대부분은 달러인 반면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대외자산은 주로 유로화나 다른 국제통화로 표시된 자산이다. 만약 달러화가 약세이면 달러로 표시된 미국 부채의 가치는 하락하고(달러당 더 적은 외국통화에 상응하게 된다), 외국 통화로 표시된 미국 자산의 가치는 상승한다(외국 통화당 더 많은 달러에 상응하게 된다). 이에 따라 자본이득이 발생하고 경상수지 적자를 보전할 수 있다. 실제로 미국달러지수는 2001년 6월말부터 2008년 3월까지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물론 이러한 상황은 달러가치가 무한정 하락하면 외국 투자자는 자산가치 하락 때문에 달러표시 자산을 아예 처분할 수도 있다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

반면 아시아 국가들은 수출에 의존한 경제성장을 추구하면서 막대한 외환(달러)보유액을 축적했다. 아시아 국가들은 달러에 대비해 자국 통화가치의 급격한 상승이 수출을 위한 가격경쟁력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달러를 계속해서 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최근 미국경제의 위기에 직면하여 미국 내에서도 이와 같은 시스템이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는 목소리가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대규모 해외자본의 유입은 낮은 이자율, 과도한 유동성, 느슨한 통화정책에 기여했고 해이한 금융감독과 결합하여 과도한 차입, 위험의 과소평가를 낳았다는 것이다. 즉 미국 경제의 불균형이 유지된다면 현재와 같은 금융위기가 재발할 위험성이 매우 높다는 주장이다.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와 재정적자

게다가 미국의 대외적자는 미국 예산의 적자 즉 재정적자와 짝을 이룬다. 대규모 재정적자는 일반적으로 해외 상품과 해외자본에 대한 수요를 증대시키고 더 큰 경상수지 적자를 촉진한다. (물론 현재처럼 재정적자는 늘지만 경상수지 적자가 감소하는 경우도 더러 존재한다.) 오바마 정부와 의회예산국은 미국 예산적자가 과거 기록을 상당 폭 초과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는 현재 추세대로라면 미국 경상수지 적자가 과거 기록인 GDP 대비 6%에서 2030년 15%(연간 5조 달러) 상승할 것이며 순부채가 현재 3.5조 달러에서 2030년 50조 달러로 (즉 GDP의 140%만큼, 수출의 700% 이상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렇게 된다면 미국은 외채 이자를 갚기 위해 매년 전체 경제 산출액의 7%(2.5조 달러)를 외국인에게 이전해야 한다.

이는 미국에게 삼중의 위협을 뜻한다. 첫째, 미국에 대규모 대외적자를 기록하고 세계 각국이 미국에 자금을 공급하는 현상이 지속된다면 현재 위기가 앞으로 또 복제될 것이다. 둘째, 해외 투자자에 대한 미국의 수요를 증대시키는 것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게 되고 2030년 이전에 달러가치의 급락을 야기할 것이다. 셋째, 설사 미국이 미래 위기를 피한다고 하더라도 외채 이자를 지불하기 위해 미국 소득을 해외로 이전하는 것은 미국의 생활수준을 심각하게 악화시킬 것이다. 따라서 미국경제의 성장이 소비지향이 아닌 수출지향으로 바뀌어야 하고 세계 최종소비자로서 미국의 역할을 이제는 거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미국경제 불균형, 교정 가능한가?

여기에서 바로 제기되는 문제가 달러 환율이다. 다른 국가들이 무역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자국 통화의 약세를 추구하면서 달러의 과대평가를 밀고 나가는 경향이 역사적으로 존재했다. 이미 미국은 1985년 플라자합의를 통해 주요국과 환율조정을 시도한 바 있다. 미국은 1970년대 말과 1980년대 초에 걸친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고금리 정책을 실시했다. 그에 따라 미국 달러 가치는 사상 최대로 높아져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규모가 크게 확대되었다. 미국은 적자 규모를 개선하기 위해 일본 엔과 독일 마르크의 평가절상을 종용하여 1985년 플라자합의가 체결되었다. 그런데 일본 정부는 엔화 강세로 인해 일본 수출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경기침체가 나타나는 것을 막기 위해 저금리 정책을 실시하고 재정지출 확대를 통한 내수진작을 꾀했다. 그 결과 일본에서는 엄청난 부동산 거품이 생겨났고, 이는 거품경제의 붕괴와 장기불황으로 귀결되었다.

현재 시점에서 미국은 경제 불균형을 치유할 방법으로 다시금 주요국에게 환율조정을 요구해야 하는 지경에 처했다. 하지만 그 상대가 일본이 아니라 중국이라는 점에서 미국은 심각한 난제에 직면했다. 2006년부터 개최된 미중 전략경제대화에서는 양국 환율조정 문제가 가장 첨예한 쟁점이었다. (하지만 2009년 미중 전략경제대화에서는 환율 문제가 심각한 화두로 부상하지 않았다. 이는 상당히 미묘한 문제인데 뒤에서 다룬다.) 중국은 수출입 규모가 GDP의 60%에 이르러 일본의 20%보다 3배 더 해외의존도가 높다. 따라서 중국 경제가 인위적인 환율 개입을 자제하고 내수 기반을 더 확충해야 한다는 구상은 단시일 내에 실현되기 어렵다. 바로 일본 사례처럼 중국 인민폐의 평가절상은 수출 채산성 악화로 이어져 경제성장률 저하, 실업 증가로 나타날 수 있고, 내수 기반 확대를 위한 금리 인하는 자산가격 거품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중국으로서는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주장이다.


2009년 미중 전략경제대화의 의제와 함의

이러한 조건에서 2009년 7월 27~28일 미중 전략경제대화가 개최되었다. 미국과 중국은 2005년부터 고위급 전략회담을 개최하며 주로 외교안보이슈를 다뤘고 2006년부터 전략경제대화를 개최하여 양국 경제이슈를 논의했다. 오바마 정부 등장 이후 두 개의 회담이 통합되어 미중 고위급 전략경제대화로 확대되었다. 2006년부터 열린 전략경제대화는 부시 정부 당시 주로 무역불균형 문제를 다루었고, 매번 대화는 중국의 대미흑자를 줄이기 위해 인민폐를 평가절상해야 한다며 미국이 일방적 공세를 취하는 양상으로 전개되었다. 중국은 전략경제대화 직전에 인민폐 가치를 소폭 올리거나 대규모 구매사절단을 미국에 파견하는 조치를 취하곤 했다. 회담은 비공개로 진행되었고 결과는 주로 미국이 발표하고 중국은 가급적 언론과의 접촉을 피했다. 하지만 이번 전략경제대화 분위기는 매우 달랐다. 중국도 여덟 차례 기자설명회를 개최한다고 공지했고 고위급 인사가 직접 기자회견에 나섰다.

그런데 이번 미중 전략경제대화에서는 지금까지와 달리 환율문제를 둘러싼 양국 간 긴장이 지난 2~3년 전보다 감소했다. 몇 가지 요인이 작용했는데 우선 미국의 무역적자가 2006년 이후로 상당히 감소했다. 둘째, 2008년 동안 달러에 대한 인민폐의 가치가 지난 시기에 비해 2008년 동안 상당히 빠르게 상승했고, 중국의 2009년 2분기 무역흑자가 2008년 동기 대비 10% 감소했다. 따라서 인민폐는 달러 대비 평가절상되어야 할 통화 목록에 포함되지만 현재 가장 최상위를 차지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양국간 불균형 문제는 계속 다루어져야 할 문제이지만 이번 미중 전략경제대화에서는 환율문제가 직접적인 쟁점이 되기보다는 양국이 추구해야 할 바람직한 경제성장 모델(금융정책이나 산업정책)과 같이 더욱 포괄적인 문제들 속에서 함께 다루어졌다.

현재 중국과의 환율 문제는 오히려 유럽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위기 이후 유로화는 상대적으로 평가절상이 되었고 미국과 중국이 유럽연합 시장을 공략함으로써 유럽연합의 수출지향 국가, 특히 독일과 이탈리아는 큰 어려움에 처하게 되었다. 어찌 보면 현재의 세계적 금융위기는 미국경제의 불균형(미국의 이중적자/중국의 대미 수출달러 환류)과 (중국의) 과도한 재정, 통화 완화정책의 결과이기 때문에 유럽연합은 위기를 낳게 된 직접적 원인을 제공하지 않았지만, 세계 경제위기의 대가는 유럽연합이 치러야 하는 형국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인해 미중전략경제대화에서 환율 문제는 상대화되었다고 볼 수도 있다.)

이번 미중 전략경제대화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은 미국 재무부증권의 발행규모와 달러가치의 안정성 문제였다. 중국은 자신이 달러보유 함정에 빠져 있다고 느끼고 있다. 현재 조건에서 중국이 미국 재무부 증권을 판매하면 증권가격이 하락할 것이며 중국이 달러를 다른 통화로 교체하면 달러가 평가절하될 것이기 때문에 중국 자산에서 더 큰 손실이 발생할 것이다. 이러한 효과 때문에 중국은 성급히 움직이지 못한다. 케인즈는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은행에 천 파운드를 빚지고 있다면 당신의 운명은 은행 뜻에 좌우될 것이다. 당신이 은행에 백만 파운드를 빚지고 있다면 은행의 운명은 당신 뜻에 좌우될 것이다.” 현재 중국이 은행이고 빚을 진 게 미국인 셈이다.

자국 통화가 타국 통화에 대비해 절상되지 않도록 환율에 개입하기 위해서는 타국 화폐를 대규모로 보유해야 하기 때문에 항상 이와 같은 위험성을 동반한다. 따라서 중국은 미국이 적극적인 방법으로 중국이 보유한 달러 자산의 안정성을 보장해주길 바라고 있다. 그렇지만 어떤 방법이 실행 가능한가? 만약 중국이 1조 달러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고 미국에서 중국보다 10% 이상의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면 (왜냐하면 미국이 대규모 적자에 처해 있고 재정 관리가 충분히 건전하지 못하기 때문에) 중국이 입은 10%의 손실을 보상하기 위해 중국에게 추가적으로 1억 달러를 제공한다고 가정해보자. 이것이 과연 현실적인가? 이를 미국 의회가 승인할 가능성이 전무하기 때문에 실행 가능하지 않다. 따라서 미국은 중국도 이런 카드가 실행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중국이 미국 정부의 재정 건전성을 중시한다는 점을 압박하기 위해 달러 자산의 안정성 문제를 들고 나왔다고 간주한다.

현재 미국에게 중국과의 정책공조는 사활적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미중 간 대화는 아직 궤도에 올랐다고 보기에도 이른 시점이다. 하지만 미국경제와 세계경제를 더블딥(2차 경기하강)으로 몰고 갈 위협 요인은 여전히 작동 중이다.


달러 경착륙과 2차 경제위기 가능성

한편에서는 미국경제에 대한 신뢰성이 근본적 의문에 처해 있기 때문에 달러에 대한 신뢰성도 약화될 수밖에 없고 달러 약세 경향이 기본적으로 관철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또 한편에서는 적극적인 정책을 펼쳐서 달러의 국제적 역할을 조정하는 것이 미국의 국익을 지키는 길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는 어떤 의미일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 기술혁신에 성공적인 국가의 통화는 평가절상되는 경향이 있고 기술혁신이 지체된 국가의 통화는 평가절하되는 경향이 있다. 어떤 국가가 지속적이며 일반적인 생산성 향상을 경험하면 외국에서 그 국가 통화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평가절상이 발생한다. 그 국가의 통화가 평가절상된다면, 예를 들어 미국 달러에 대해 일본 엔화가 평가절상된다면 엔화 보유자가 더 많은 달러에 대한 권리를 갖게 되며 달러로 가격 표시된 사용가치에 대한 권리를 더 많이 갖게 된다. 이것이 기술혁신에 성공적인 국가에서 평가절상이 나타나는 기본 메커니즘이다. 하지만 자국 통화의 평가절상은 수입을 확대하고 수출량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반경향을 지니기도 한다. 반면 기술발전이 지체된 국가가 선택할 수 있는 출구는 수출을 촉진하기 위한 경쟁적인 평가절하를 향해 열려 있다. 평가절하로 인해 수출품에 대해 받는 외국 통화와 교환되는 자국 통화가 감소하더라도 수출량의 증가는 민족통화로 표시된 이윤을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1973년부터 장기추세로 볼 때 달러가치가 하락하고 있다는 것은 미국의 기술혁신이 지체되고 있다, 즉 미국이 세계자본주의의 혁신을 주도할 능력을 상실하고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물론 이러한 현실이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 유럽이나 일본 또는 중국이 상대적으로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나머지 국가들도 사실상 환율경쟁에 뛰어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조건에서도 미국은 헤게모니 국가이자 기축통화 보유국가라는 이점을 살려 얼마간 이득을 얻고자 한다. 달러가 유로나 엔에 대해 상대적 약세를 나타내면 미국의 경기침체를 유럽이나 일본에 수출하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중국 위안화가 평가절상되면 미국이 중국에게 지고 있는 부채 즉 미국 정부가 발행한 달러표시 증권의 가치가 하락하는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에 미국이 중국에게 지고 있는 부채가 탕감되는 효과를 낳는다.

하지만 미국이 누리는 상대적 이익은 매우 불안정한 것이다. 미국은 달러 약세가 점진적으로 질서 있게 전개되기를 희망하지만 이를 위협하는 여러 요인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불거진 달러 캐리-트레이드는 달러 위기가 무질서하게 전개될 수도 있는 하나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달러 캐리-트레이드는 미국의 초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저리의 풍부한 달러 자금을 이용해 상대적으로 고수익이 가능한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큰 위협은 미국 경제가 지니고 있는 취약성 그 자체다. 여러 경제지표가 미국 경제가 점차 회복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듯 보이지만 심각한 위험요인이 존재한다. 우선 미국 실업률은 2009년 6월 9.5%까지 상승하다고 7월에 소폭 하락한 후 다시 상승하고 있다. (실업률 악화를 억제했던 주요 요인은 <신차구매보조제도>(중고차를 신차로 교체하는 소비자에게 금전적 인센티브 제공)였으나 8월 중에 만기가 완료했다.) 또한 노동자 시간당 임금이 2008년 12월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 추세고, 주당 노동시간도 2008년 2월 이후로 하락 추세이기 때문에 노동자 구매력 개선이 더디게 진행 중이다.

신용 스프레드(부도 위험이 없는 국채와 부도 가능성이 있는 회사채의 금리 차이)가 감소하고 TED 스프레드(국채 3개월 수익률과 리보 금리 즉 영국 런던에서 우량은행끼리 단기자금을 거래할 때 적용하는 금리의 차이)가 감소하여 신용이 낮은 기업이나 은행들 간의 자금조달 여건 개선된 것처럼 보인다. 이는 미국정부가 엄청난 돈을 퍼부으며 부실자산 매입, 자본 확충, 유동성 공급에 나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업대출 기준은 지난 10년 동안의 평균 수준보다 엄격하고 가계대출 기피 현상도 지속되고 있다. 특히 소규모 지방은행들의 도산 건수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2008년 26개 은행 도산했으나 2009년 10월 23일까지 106개 은행이 도산했다.) 특히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부실화 가능성이 큰 위협 요인이다. 상업용 모기지 연체율이 급상승하여 2/4분기에 7.67%를 기록했고 상업용부동산담보부증권(CMBS) 발행 규모도 급감한 상태다. 2010년에 3천억 달러에 이르는 상업용 모기지의 만기가 도래하기 때문에 상업용 부동산 가격 폭락, 은행의 채무불이행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

또한 미국 금융위기의 진원지가 되었던 주택시장의 경우 중저가 주택시장 상황은 개선되었다. 여기에는 2월에 발표된 <주택구제법안>(가계소득이 15만 달러 이하인 경우 최초 주택구매시 8천 달러의 조세지원)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고가주택 시장이 불안정해질 가능성, 모기지 금리의 상승 가능성, 최초 구매자 대상 조세지원의 만기(11월)로 인해 주택시장이 본격적인 회복국면에 들어갔다고 보기 힘들다. 특히 고가주택과 관련된 프라임 모기지 연체율이 2008년 상반기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하여 현재 13.5%에 이른다. (현재 서브프라임 모기지 연체율은 33.7%다.)

결국 고용 없는 회복, 경기부양 수단의 소진에다가 금융위기의 재발 가능성은 미국 경제의 장기침체나 2차위기(더블딥)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음을 말한다. 미국 경제의 불균형은 기본적으로 미국 경제의 혁신능력의 소진, 자본생산성과 이윤율 하락에 기인한 것이기 때문에 미국의 정책적 대응으로 위기 비용을 유럽이나 일본, 중국에게 전가한다고 하더라도 위기 그 자체를 해결할 수 없다. 세계 통화시스템을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으나 이미 기축통화 달러를 중심으로 구축된 시스템에서 빠른 시일 내로 대안이 나오긴 어렵다. 달러의 국제적 역할을 조정하려는 미국의 시도는 무질서한 달러 위기가 전개될 가능성을 항상 내포하고 있다.
주제어
경제
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