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화와 노동

사회진보연대 주간웹소식지


제 462호 | 2010.02.14

낙태는 여성의 권리다

낙태 단속 처벌 중단하라!

정책위원회
산부인과 불법 낙태 근절 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프로라이프의사회는 2월 3일, 불법 낙태혐의가 포착된 병원 3곳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 다음 날부터 서울중앙지검은 프로라이프의사회가 산부인과 3곳을 고발한 사건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했다.

2008년 12월에 출범한 진오비(진정으로 산부인과를 사랑하는 산부인과의사들 모임)는 2009년 10월 낙태근절운동을 개시하면서 12월 초 타과 의사와 일반인도 참여하는 낙태근절운동본부를 설립하고 12월 말에는 프로라이프의사회로 명칭을 바꿨다. 이들은 태아 생명 보호를 명분으로 “어떠한 경우에도 임신과 출산, 육아를 아무런 제약 없이 마음껏 할 수 있는 사회토양을 만들어 주어야 하며, 산부인과 의사들에게는 낙태시술을 하지 않고도 걱정없이 소신껏 병원운영을 할 수 있는 정상적인 의료환경을 제공해 주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낙태근절운동을 벌이고 있다.

프로라이프의사회는 올해 1월 1일부터 낙태 시술 병원을 제보받기 시작했으며 정부 또한 불법 낙태 시술 의료기관에 대해서 강력한 단속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프로라이프 의사회는 작년 11월 말 대통령 직속기관인 미래기획위원회의 ‘제1차 저출산대응전략회의’에 참석하여 낙태 문제 해결을 촉구했으며 이에 이명박 대통령은 낙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전재희 복지부 장관도 앞으로 낙태를 단속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최근의 낙태 고발과 이에 대한 적극적 수사는 프로라이프의사회의 강력한 의지와 이를 뒷받침하는 정부에 의해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여성의 몸과 출산을 여성이 말하지 못하는 현실

그런데 문제는 태아의 생명 존중이라는 담론 속에 여성의 존재는 삭제되어 있다는 것이다. 낙태근절 운동에서 여성은 자신의 삶을 선택하고 설계하는 하나의 주체가 아니라 ‘아이 낳는 기계’이거나 원치 않는 임신 시 생명을 빼앗는 범죄자, 살인자로 등장하고 있다. 여성들이 현재 처한 현실에서 그녀들의 필요와 요구에 봉사해야 할 의사들이 무슨 권리로 여성들의 삶을 통째로 바꿔버릴 임신과 출산에 대해 통제하려 하는가. 여성들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는 귀를 가로막은 채 의사들은 권위를 남용하며 여성들의 삶에 대한 스스로의 선택과 권리에 메스를 들이대고 있다. 정부는 ‘저출산 대책’을 빙자하여 이들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 필요한 것은 여성들이 자신의 상황과 요구에 대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는 것이다. ‘낙태=범죄’, ‘낙태=살인’이라는 구도 하에서는 여성들이 왜 낙태를 하게 되는지, 여성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여성들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다. 여성이 아무리 낙태를 둘러싼 자신의 얘기를 하더라도 ‘범죄, 살인의 경위’를 설명하는 것 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이런 구도 자체가 여성들에게 매우 폭력적이다.

진정 낙태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려면 생명을 잉태하는 주체로서의 여성, 낙태를 결정하는 주체로서의 여성들이 스스로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그때서야 낙태를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열리게 된다. 그 공간에서 비로소 우리는 낙태가 여성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 권리로서의 여성의 재생산과 그 권리가 보장되기 위한 조건들에 대해 말할 수 있게 된다. 현재는 권리라는 쟁점 자체가 들어설 수 없는 상황이다. 여성들의 권리를 말하기 이전에 우선 그 권리에 대해 발언할 수 있는 지형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우선 프로라이프의사회는 낙태 단속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미국의 신보수주의, 한국의 프로라이프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출산을 장려하고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자는 구호 아래 진행되는 낙태 근절 운동은 미국의 신보수주의 운동과 내용적으로 매우 흡사하다. 1973년 미 연방대법원은 ‘로우 대 웨이드’ 사건에서 여성이 아이를 낳을지 결정하는 것은 미국인의 사생활 권리에 속한다는 논리에 근거해 낙태에 정부가 개입할 수 없다고 판결을 내림으로써 낙태를 합법화했다. 이후 1970년대 중반에 처음 나타난 친가족 운동은 페미니즘에 의해 이미 획득된 낙태권을 문제 삼으면서 이를 제한하려는 프로라이프 운동을 전개했다. 이 운동은 낙태권에 대한 공격을 시발점으로 가족, 성욕, 재생산에 대하여 페미니즘이 정치화했던 의제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친가족 운동은 레이건, 부시 시대에 대중적인 토대를 확립하였고 영국의 대처 정부도 이런 방향으로 수렴되고 있었다. 미국에서 친가족 운동으로 결집한 우파는 공화당의 정책을 반페미니즘, 반동성애, 반낙태로 전환시켰다. 클린턴은 1992년 대선에서 공화당의 친가족 정책에 반대했지만 선거 이후 클린턴 역시 가족의 가치를 옹호했다. 영국의 블레어 수상 또한 가족을 강화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공언하였다.

이러한 친가족적 흐름은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약화되는 사회안전망의 역할을 개별 가족에 전가하려는 흐름에 다름 아니다. 1970년대 후반부터 등장한 신자유주의 정책은 “사회적 안정은 행복한 가족에 달려있고 가족의 행복은 자기희생적인 여성에게 달려 있다”는 의미의 슬로건을 내걸고 페미니즘에 대한 공격을 시작했다. 한국의 경우는 1997년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실질 가족임금 삭감, 여성노동의 주변화(저임금의 불안정한 노동), 가사, 양육노동의 여성 전가로 여성의 출혈판매가 강요되었다. 이는 출산율 저하와 무관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 여기에 더해 ‘프로라이프’ 운동은 당장 아이까지 더 낳으라고 하고 있다. 미국의 친가족 정책이든 한국의 프로라이프 운동이든 신자유주의로 인한 사회적 위기의 책임을 여성에게 전가하고 여성들의 권리를 억압하는 것은 동일하다.


국가 인구조절 정책의 대상으로서 여성의 몸

이제까지 국가가 낙태를 용인하다가 최근에 단속을 강화하는 것은 여성의 재생산을 인구조절 정책의 대상이자 도구라는 관점을 견지한 채 인구조절정책을 출산억제에서 출산장려로 기조를 전환한 것이다. 즉 현재 낙태를 단속하고 처벌하는 상황, 출산정책이 변화해온 역사는 여성이 몸과 출산의 통제의 주체로 나타나지 않은 채 진행되고 있다.

여성들의 몸은 역사적으로 국가 발전의 논리에 포섭되어왔다. 여성이 출산을 할지 말지 결정할 권리는 국가정책에 종속되었으며 여성의 몸은 국가의 발전이라는 명목 하에 인구가 많으면 피임을 위한 난관수술이나 자궁 내 장치로, 인구가 적으면 ‘강제적 임신과 출산’으로 국가의 개입과 규제의 대상이 되어왔다.

낙태의 법적 지위는(명문상 의미 뿐 아니라 실질적 의미를 포함해서) 국가의 출산정책과 조우해왔다. 1961년 인구정책의 일환으로 가족계획이 처음 채택되었다. 국가는 가족계획사업 10개년 계획 하에 인구증가율을 감소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가족계획에 대한 지도와 교육사업 및 지원사업을 실시했다. 국민들이 이를 적극 수용함으로써 인구증가 억제에 많은 효과를 거두었다. 이런 시대적 분위기에서 1962년 이래 낙태 시술은 원하지 않는 임신을 중단하는 수단으로 활용되었다. 정부는 인구증가 억제를 위해 ‘월경조절술’이라는 이름으로 낙태 시술비를 지원하기도 했다. 이로써 한국에서 낙태 시술이 크게 성행하게 된 것이다. 정부는 가족계획사업을 더 강력하게 추진하면서 낙태의 일부합법화를 시도하는데 1973년 모자보건법은 동법 제8조에서 낙태시술 허용사유를 확대하면서 법적 완화가 이루어진다. 이후 정부는 1976년, 1982년, 1985년 합법적인 인공임신중절 사유를 확장하려고 하지만 종교계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이를 추진하지 못했다.

그런데 출산율이 1970년 4.53이던 것이 1983년에는 인구대치수준인 2.1명으로 감소하자 정부는 1980년대 후반 피임도구의 무료공급을 중지하였고 1996년 출산억제정책을 인구자질 향상정책으로 전환하였다. 그러나 1999년 출산율은 1.5명, 2002년 1.17명으로 더욱 낮아졌고 정부는 2003년 저출산 고령사회 대책안을 서둘러 마련하였다. 2005년, 2006년에 걸쳐 저출산, 고령화에 대응하는 정책들이 생산되었고 이명박 정부가 2008년에 세운 대통령직속기관인 미래기획위원회는 작년 11월 저출산 종합대책으로 불법 낙태 단속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즉, 한국 정부는 낙태를 인구조절의 필요에 따라 출산억제정책 시에는 묵인했다가 출산장려정책 시에는 처벌을 강화해왔다.

이렇게 출산정책은 변해왔지만 변하지 않는 것은 출산정책 속에 여성의 재생산권리는 고려대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국가의 인구조절정책은 노동력 재생산을 관리하기 위해 여성의 재생산을 통제하는 것으로 일관해왔다. 노동력의 양적, 질적 관리를 위해 여성의 몸은 수도꼭지 조절하듯 피임 아니면 임신을 강요받았다. 사상 초유의 출산율 저하는 노동자들이 더 낮은 임금, 더 긴 노동시간, 더 힘든 노동 강도를 향해 밑바닥으로 출혈경쟁을 해야 하는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과 무관하지 않다.


낙태의 음성화가 여성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

세계보건기구는 낙태합법화 여부보다는 성교육의 부재, 피임법에 대한 무지, 부성애 결핍, 통합적 건강보호체계의 미비 등과 같은 다양한 요인들이 낙태시술 빈도를 높이는 주요 요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한국 여성의 연간 낙태율은 1,000명당 29.8명으로 미국(21.1명)이나 영국(17.8명)보다 높지만 미국이나 영국은 한국보다 더 포괄적으로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또 가톨릭 전통이 강한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은 낙태를 다른 대륙보다 엄격하게 처벌하고 현재까지도 사회적 금기로 여기지만 유럽이나 미국 등 낙태를 허용하는 국가들보다 낙태시술 빈도가 오히려 더 높다. 더군다나 낙태가 불법화된 국가들의 경우 다른 나라로 가서 낙태 시술을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낙태 빈도가 낮다고 해서 믿을 만한 것도 아니다.

낙태 접근권을 제한하는 것은 낙태를 줄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여성의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미 낙태시술을 원하는 여성이 시술병원을 찾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데 출산을 택하지 않는 여성들은 낙태시술을 하기 위해 더욱 음성화된 경로를 찾아 위험한 시술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실제로 루마니아에서는 낙태가 불법화되기 시작한 1965년부터 1984년까지 출산 10만 건 당 모성사망률이 21건에서 128건으로 증가했다. 한편 미국에서는 낙태가 합법화되면서 1970~76년 사이 낙태 5,000건 당 사망률이 30에서 5로 줄었다.

낙태의 법적 지위는 여성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한국 같은 경우 명문상 낙태가 불법이지만 고발이나 처벌이 드물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합법이나 다름없는 상황이었다. 167개국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낙태의 법적 허용범위가 ①‘여성의 생명이 위급할 때만’, ②‘1의 경우+여성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에 해로울 때’, ③‘2의 경우 +강간이나 근친상간일 경우’까지인 경우 안전하지 않은 낙태는 여성 1000명 당 23~25건이었고 낙태 허용범위가 ④‘3의 경우+태아 기형인 경우‘인 경우 10으로 감소했고, ⑤‘4의 경우+사회경제적 요인으로 인해‘, ⑥‘5의 경우+산모의 요청에 따라‘인 경우에는 0~2건으로 급감했다. 또 165개국을 대상으로 했을 때 낙태 시술로 인한 산모 사망은 낙태 허용 범위가 1,2,3,4인 경우 각각 출산10만 건 당 각각 34, 55, 30, 10을 나타냈고 낙태허용범위가 ⑤사회경제적 요인, ⑥여성의 요청에 따라 확대되었을 경우 낙태시술로 인한 모성사망은 각각 0, 1로 감소했다.

비전문인이 낙태시술을 할 경우에 합병증은 매우 심각할 수 있다. 낙태는 다량의 출혈이나 쇼크, 자궁 내 감염, 불임 등을 야기할 수 있으며 질 열상, 자궁 천공 등의 생식기 손상뿐만 아니라 방광이나 장에 손상을 줄 수 있다. 낙태시술을 하는 의료기관, 의료인에 대한 단속과 처벌이 강화되면 여성들의 낙태접근권은 심각한 제한을 받을 수 있다. 이로 인해 여성들은 원하지 않는 임신을 억지로, 고통스럽게 지속하거나 원하지 않는 임신을 중단하기 위해 목숨이라도 걸어야 할지 모른다. 특히 원정 낙태를 할 수 없는 빈곤여성의 경우 음성적인 시술에 의한 위험에 크게 노출될 것이다.


권리로서의 여성의 재생산

프로라이프의사회의 낙태근절운동에서 여성의 몸에 대한 권리는 들어설 여지가 없다. 이들은 낙태 근절을 위해 미혼모와 사생아, 기형아와 장애아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 제거, 공공 및 사설 보육시설의 확충, 직장 내 임산부와 워킹맘에 대한 처우 개선, 청소년 임신의 경우 남성의 책임 문제, 대국민 성교육과 피임교육 및 낙태 폐해 교육, 생명경시 풍조와 개인주의 제고 등 다양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지만 이 모든 해결책은 ‘여성이 임신을 하면 무조건 출산을 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여성이 임신과 출산 관련해서 스스로 자신의 삶을 설계할 여지는 어디에도 없고 여성은 임신되면 출산의 운명을 받아들이는 존재로 설정되어 있다.

1) 의무가 아닌 권리로서의 성과 모성

여성이 원하지 않는 출산을 중단할 수단으로서 낙태에 대한 접근권은 항상 열려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임신을 원하지 않는 상황에서 성은(주로 이성관계) 여성에게 위험하고 두려운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즉 모성을 전제로 하지 않는 성관계가 부정된다. 이것이 바로 낙태반대론의 결론이다. ‘아이를 낳을 생각 없으면 섹스하지 마라’ 내지는 ‘즐기는 여성은 당연히 그에 따르는 책임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결론은 여성에게 아이를 낳고 기르는 어머니의 역할을 강요하는 성별분업 이데올로기의 맥락 하에 있다. 낙태접근권에 대한 제한은 따라서 여성의 몸에 대한 규제일 뿐 아니라 여성의 역할에 대한 규제이다. 여성은 아이를 낳고 키워야 하는 존재라는 규정이 그것이다. 그러나 여성들은 그러한 역할규정을 거부할 수 있다. 여성들은 모성을 전제로 하지 않은 성을 누릴 권리가 있으며 이때 성의 위험(성폭력, 임신 등)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가 있다. 또한 성관계로부터 철수할 자유도 있다. 많은 여성들이 성을 즐기기 위해 남성과는 달리 많은 위험을 감수해야 하며 많은 경우 원치 않는 성관계를 거부하지 못한다. 이는 곧 원치 않는 임신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2) 재생산 권리를 위한 조건으로서 피임 접근권과 양육서비스의 사회화

프로라이프의사회 뿐 아니라 국가정책연구기관이나 학자들도 낙태를 예방하기 위한 주요 방안으로 피임교육과 피임도구의 공급 그리고 출산과 양육을 지원하는 사회적 시스템 마련을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방안의 목적이 ‘낙태를 근절하는 것’이 되어서는 여성들의 재생산 권리를 보장할 수 없다.

다양한 피임방법들에 대한 접근권은 낙태 근절을 위해서가 아니라 여성들이 자신의 몸에 대한 통제가 가능하기 위한 도구라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여성의 재생산권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피임이 접근되지 않는다면 여성들의 피임은 도리어 남성의 욕구에 봉사하는 역할을 하게 될 수도 있다.

산부인과 의사들은 여성들이 스스로 자신의 몸을 통제하기 위해 피임과 임신에 대한 지식과 자원을 제공하는데 봉사해야지 프로라이프의사회처럼 여성들의 재생산권 자체를 통제해선 안 된다. 의사가 종교적 이유 등으로 낙태시술을 거부할 권리를 인정할 수 있지만 여성의 통제권이라는 전제하에서 피임이든 출산이든 여성의 고유한 권리는 사회적으로 안전하게 보장되어야 한다. 또 여성들은 또한 어떤 방식으로 피임을 할 것인지 결정할 권리가 있다.

또 여성들이 자신이 언제 어떻게 어머니가 될지 선택이 가능하도록 사회적 지원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낙태근절에 초점을 맞춘다면 사회경제적 조건이 갖추어진 상황에서 여성은 무조건 출산을 해야 한다는 논리로 귀결될 수 있다. 양육서비스를 사회화하는 것은 여성이 원할 경우 출산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그 반대, 즉 여성이 낙태를 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몸과 재생산에 대한 권리를 이야기하자

노동이 불안정해지고 사회안전망이 무너지며 양육의 책임을 개인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상황에서 여성이 출산을 선택하기는 쉽지 않다. 또 성관계는 결혼의 틀 밖에서 이뤄지면서 결혼의 틀을 벗어난 임신과 출산에 대한 사회적 낙인이 있는 상황에서 미혼 여성이 출산을 선택하기 어려운 것도 마찬가지다. 그녀들에게 낙태는 지금 현실에서 절박한 것이다. 즉 현재 여성은 낙태에 관해 선택이나 고민조차 할 수 없는 처지에 있다. 여성의 출산이 선택 가능한 사회적 조건이 형성되고 여성이 자신의 재생산권리에 대해 스스로 목소리 낼 수 있을 때에 비로소 태아에 대한 철학적, 윤리적 고민을 시작할 수 있으며 자신이 진정 어머니가 되고 싶은지 그렇지 않은지 성찰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1978년 노르웨이에서 낙태의 허용 범위가 ‘여성이 요청할 경우’로 확대된 이후 여성들이 그 이전보다 낙태를 선택하는데 더 많이 숙고하게 되었다. 이는 당시 노르웨이의 태아생명옹호론자들이 낙태의 허용범위를 확대하면 여성들이 너무 쉽게 낙태를 선택하게 될 것이라고 예견한 것과는 정반대였다.)

지금 필요한 것은 여성들의 목소리로 여성의 몸과 재생산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다. 이는 여성 스스로 여성의 권리를 이해하고 쟁취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몸과 재생산에 대한 여성의 통제권이 보장되는 사회적 조건을 만들기 위해 우리는 다음과 같은 것들을 요구해야 한다.

안전하고 저렴한 낙태 시술에 대한 접근권을 보장하라!
안전한 피임에 대한 보편적 접근권을 보장하라!
양육 서비스를 시장화하지 말고 공적으로 사회화하라!
여성의 재생산권 없는 저출산 정책 중단하라!
주제어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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