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화와 노동

사회진보연대 주간웹소식지


제 467호 | 2010.04.02

범죄에 대한 공포를 활용한 통제와 인권 탄압 시도

보호감호제도 재도입에 반대한다

정책위원회
지난 3월 16일, 이귀남 법무부 장관은 경북 청송교도소를 방문하여 형법상 상습범 및 누범 가중조항을 없애고 보호감호제를 재도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 밝혔다. 또한 청송교도소에 사형집행시설 설치를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하였다. 이어 다음날, 법무부는 살인과 성폭력, 강도 등 3대 중범죄를 보호감호가 필요한 흉악범죄의 범주에 포함하는 것을 골자로 한 ‘보호감호제 시안’을 마련 중이라 밝혔다.

특히 성폭력 범죄에서는 아동 성폭행을 포함한 모든 성폭행 범죄자에 대해 보호감호제를 적용하기로 하였고, 절도와 폭력도 상습성과 죄질을 따져 사안별로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곧 형법개정을 위해 ‘형사법개정특별위원회’에 이러한 내용의 시안을 올릴 예정이라 밝혔다.


행정처분으로서의 보호감호제도의 문제

법무부가 재도입하고자 하는 보호 감호제는 <사회보호법>에 속해있는 법제도로서 인권유린과 위헌성논란으로 인해 2005년 8월에 폐지된 법안이다. 1980년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신군부는 ‘사회정화’라는 미명 하에 “불량배 일제검거에 관한 계엄포고 13호‘를 발동, 전국 60,755명을 검거하고 이중 39,742명을 군부대로 강제 이송해 삼청교육을 실시한 이후, 이들을 장기간 격리하기 위해 보호감호제를 시행하고 이와 함께 <사회보호법>을 제정했다.

<사회보호법>에 명기되어 있는 법의 목적은 ‘죄를 범한 사람들 중 재범의 위험성이 있고 특수한 교육 개선 및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사람들에게 별도의 보호처분을 함으로써 사회복귀를 촉진하고 사회를 보호’하는 것이다(사회보호법 제1조). ‘보호처분’의 종류로는 보호감호, 치료감호, 보호관찰이 있다. ‘보호감호’의 경우 상습범 중 재범의 위험이 있는 자에게 부과되며 최대 7년의 기간 동안 청송보호감호소에서 집행되었다. ‘치료감호’는 심신장애자 및 마약 알코올 등 약물중독자로서 죄를 저지른 자에게 부과되며 공주치료감호소에서 집행되고 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다. ‘보호관찰’은 피보호자의 가출소 및 피치료감호자에 대한 집행 종료 후 3년간 일상생활에 대한 신고 의무 및 준수사항을 부과해 제재를 가하는 것이다. 2005년 사회보호법이 폐지되면서 이 세 가지 보호처분 중 치료감호제만이 대체 입법되어 남아있다. 이처럼 <사회보호법>은 상습범 누범에 대한 ‘교화’를 명분으로 형 집행 종결 후에 보호처분을 추가로 부과하는 법이었다.

그런데 ‘보호처분’은 1975년 제정된 <사회안전법>, 그리고 1989년도에 명칭이 바뀐 <보호관찰법>의 ‘보안처분’ 제도와도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다. <사회안전법>은 1975년 한국전쟁 포로 및 장기 수감된 ‘반국가사범’의 사상전향을 강제하고 이들에 대한 사회격리를 연장하기 위해 제정된 치안법이다. 보안처분에는 사상범에 대한 ‘보호감호’ 처분과 ‘주거제한’ 처분과 함께 ‘보호관찰’ 처분이 존재하였다. 이 법은 1989년 <보안관찰법>으로 개정되었다. <보안관찰법>은 보호감호와 주거제한은 폐지하고 보호관찰 처분을 대폭 강화했다.

<사회보호법>의 보호처분과 <보안관찰법>의 보안처분은 각각의 적용대상과 목적은 다르지만 모두 형사법 이외에 추가로 인간의 자유를 제한하는 형벌 제도다. 법원에 판단에 의한 판결과 집행이 아닌 법무부장관과 법무부 관할 하에 집행되는 강력한 행정처분인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제도는 법원의 권한을 약화시키고 검찰의 권한을 강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법무부는 기회가 생길 때마다 사회보호법 부활 및 관련 법제도의 강화를 요구해왔다.

그러나 이미 형사법으로 처벌을 받았으나 추가로 인신을 구속하여 사회로부터 격리, 보호조치를 한다는 발상은 이미 헌법에 의해 보장되어 있는 ‘이중처벌금지’와 ‘소급적용 금지’ 조항을 위반한다는 점에서 지속적인 법률적 논란이 되었다. 상습범과 누범에 대한 규제와 특히 사상범에 대한 강력한 규제라는 측면에서 보호처분과 보안처분 제도는 체제유지의 수단으로 발전되어 왔다. 보호처분과 보안처분은 사회불안 요소를 관리한다는 명분으로, 추가적인 감금과 감시를 통해 사회로부터 완전히 격리될 수 있다는 공포를 조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 즉 법적 규제 장치인 형사법 이외에 이 같은 제도를 만들어 사후처벌만이 아닌 예방적인 처벌을 시행해서 사회 불안요소에 대한 이데올로기적인 통제를 강화한다는 것이다.

행정처분으로서의 보호처분과 보안처분은 국가에 의해 직접적인 폭력이 관철되는 수단으로써 과거 나치가 유태인 학살에 치료감호제도를 통해 악용한 사례도 있다. 현재까지도 <보안 관찰법>은 <국가보안법>과 함께 대표적인 사상통제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법을 이용하여 가장 기본적인 인간의 권리인 정치 사상의 자유를 부정하고, 인신을 구속하는 것이다.


사회보호법을 폐지하기 위한 투쟁

2003년 3월에 발족하여 2005년 8월까지 사회 보호법 폐지를 위한 활동을 벌인 <사회보호법 폐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이중 처벌의 부당성과 재범 예방정책의 실효성을 근거로 보호감호제 폐지 활동을 벌였다.

공대위는 범죄 재발의 위험성을 누가, 무슨 근거에서 판단할 수 있는가를 문제 제기했다. 또 설사 재범의 위험성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국가가 재범의 위험성을 제거한다는 미명 하에 죄 없는 시민을 구금하여 개조시킬 권한이 있다는 발상을 비판했다.

보호감호를 선고할 당시 판사는 ‘재범의 위험성 소멸 여부’를 보호감호 집행기간 중 알 수 있다는 이유로 따로 보호감호 기간을 정하지 않는다. 이는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재판청구의 권리를 말살하는 것이다.

공대위는 당시 청송 보호감호소에서 집행되었던 보호감호가 과연 범죄자의 사회복귀라는 목적에 부합하는가라는 문제를 제기했다. 보호감호라 행해지는 구금은 교도소의 집행실태와 다를 바 없고 오히려 더욱 열악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사회적 유대관계와 완전히 단절되기 때문에 감호기간에 수감자가 재사회화되는 과정 자체가 불가능하다. 오히려 보호감호소의 구금 자체가 수감자의 사회적 유대를 말소시킴으로서 재범의 위험을 증대시킬 수 있다. 더불어 공대위는 한국 법체계는 이미 누범 가중이나 상습성 가중 규정을 두고 있어 상습범, 누범에 대해서는 이미 법원이 매우 무거운 형을 선고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회보호법은 공포를 과장하는 불필요한 법이라 규정했다.

공대위는 청송보호감호소 수감자들과 함께 사회보호법과 보호감호제를 철폐하기 위한 투쟁을 벌였다. 수감자들은 구금생활의 반인권성과 불합리성을 폭로하며 단식 농성을 했다. 이들의 증언과 투쟁을 통해 사회보호법은 시민의 민주적 권리를 침해하는 악법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2년여 동안의 투쟁을 통해 공대위는 사회보호법이 ‘사회와 국민’을 보호한다는 주장은 기만이라는 점을 밝혀냈다. 또 사회보호법이 처음부터 불평등하고 비틀린 사회에 태어나 언제든 ‘범죄’의 유혹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빈곤계층을 통제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임을 비판했다. 이러한 노력의 성과로 법안을 폐지하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었다.


보호감호제 재도입 시도의 위험성

법무부는 최근 벌어지고 있는 끔찍한 성범죄 및 흉악범죄를 예방한기 위해서 보호감호제 부활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이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범죄발생 원인에 대한 근본적인 진단 없이 낙인, 가중처벌, 격리와 같은 강화된 처벌이 대안이라는 주장은 범죄 자체를 개선 불가능한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 특히 정부는 아동 성범죄에 대한 대중들의 공포와 분노를 활용하여 더욱 강력한 형벌체계를 도입하는 기회로 삼으려고 한다. 그러나 정작 성범죄에 대한 근본적인 근절대책과 가해자를 재사회화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은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결국 대중들의 공포와 분노를 다스릴 수 있는 과격한 언사와 상징적인 조치를 통해서 문제를 무마하려 하지만, 성범죄 및 잔혹 범죄들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실제 책임은 회피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와 보수세력은 ‘사회정화’라는 명목으로 ‘사회불안세력’에 대한 응징을 강화하는 한편, 사전예방을 강화해야 한다는 논리를 확산시키고 있다. 이미 이명박 정부는 사문화되었던 국가보안법을 다시 활용해 각종 공안사건을 조작하고 정치적 반대세력을 억압하고 있다. 이제는 투쟁을 통해 철폐된 보호감호제 마저 재도입하려고 한다. 보안관찰법이 존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회보호법의 보호감호제도가 재도입된다면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를 부정하는, 그러나 ‘합법적’인 통제장치가 전면적으로 부활되는 셈이다. 따라서 우리는 보호감호제 재도입에 단호히 반대하고 이러한 움직임을 사전에 저지해야 한다. 나아가 보안감찰법과 국가보안법과 같은 악법이 오히려 폐지되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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