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화와 노동

사회진보연대 주간웹소식지


제 509호 | 2011.03.16

후쿠시마의 경고, 에너지 정책을 전환하자!

한국은 핵발전 확대 정책을 폐기해야한다

정책위원회
최악의 핵발전 사고가 진행 중이다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1ㆍ2ㆍ3ㆍ4호기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프랑스의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이번 사고가 최악 상황인 7단계에 근접한 6단계라고 밝혔다. 자칫 잘못하면 체르노빌보다 더욱 심각한 수준으로 사태가 악화될 수도 있다. 체르노빌 사고는 단 한 기의 원자로에서 발생한 사고인 반면, 후쿠시마 사고는 4기에서 동시에 심각한 사태가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5호기와 6호기마저 불안하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현재 1~3호기는 임기응변으로 바닷물을 이용하여 냉각을 하고 있는데, 여기서 발생하는 수증기와 배출되는 바닷물에는 방사성 물질이 포함되어 있다. 대기와 바다를 통해 방사선 오염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최종 안전장치인 격납용기까지 파손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2호기는 연료봉을 감싸고 있는 격납용기 일부가 파손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1ㆍ3호기의 경우도 외벽 폭발로 인해 격납용기에 이상이 생겼을 가능성이 높다. 4호기의 경우에는 보관 중이던 폐연료봉에서 문제가 발생했는데, 폐연료봉은 격납용기에 밀폐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훨씬 심각해질 수 있다. 15일 사고 핵발전소 인근에서는 일반인 1년 허용량의 400배에 달하는 방사선 수치가 보고되었다. 방산선 수치가 높아져 핵발전소 작업인원이 철수하기도 했고, 헬기를 동원해 물을 뿌리는 시도까지 하고 있다. 뾰족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임기응변식 대응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사태가 장기화되고 그 과정에서 방사성 물질이 계속 유출될 가능성이 높다.

안전과 기술을 맹신하던 핵발전 신화는 무너졌다

이번 사고는 최고의 핵발전 기술과 안전 시스템을 자랑하던 일본에서 발생한 것이다. 핵발전을 옹호하는 이들은 삼중 사중 오중의 안전장치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핵발전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백만분의 일, 즉 영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핵발전 과정에서 원자로에 심각한 문제가 생겨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대량 유출된 사고만 보더라도 1979년 미국 스리마일 사고, 1986년 소련 체르노빌 사고,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사고로 3건에 이른다. 세 사고는 모두 당시대 최고의 핵발전 기술을 자랑하던 국가에서 발생했다. 후쿠시마 사고는 이전의 두 사고처럼 인재(人災)로, 모든 상황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제어할 수 없는 인간 능력의 한계를 무시한 결과 발생했다.
반면 후쿠시마 사고가 다른 두 사고와 다른 점도 있다. 예상하지 못한 자연재해라는 변수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점이다. 그 동안 반핵운동은 인간 능력의 한계뿐만이 아니라 인간의 통제 능력을 넘어서는 자연재해와 역사적 재난 가능성을 강조해왔다. 핵발전소는 위험한 핵폐기물에 의해 오염되어 있기 때문에 30년에 이르는 운영기간 후에도 수백 년간 폐쇄해 관리해야 하고, 발생한 핵폐기물 또한 마찬가지다. 그러나 우리가 수백 년이라는 장기간 동안 발생할 수 있는 자연재해나 역사적인 재난을 모두 예측하고 고려할 수는 없다. 이에 대해 찬핵론자들은 인류의 기술수준이 계속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낙관적인 예측만을 내놓았다. 이번 후쿠시마 사고는 핵발전이 인재이든 천재이든 예측할 수 없는 재난에 취약하다는 점을 확인시켜 주었다.


산업계-학계-관료, 핵 마피아의 동맹을 깨야한다

후쿠시마 핵발전 사고가 이렇게 확대된 것은 도쿄전력과 일본 정부가 사태의 진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은폐하려했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핵발전소를 운영한 도쿄전력은 도쿄권에 전력을 공급하는 민간전력회사다. 도쿄전력은 주가폭락 등 회사에 미칠 피해를 우려해 초기부터 사고를 축소했고 현재도 사고정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일본 정부도 마찬가지다. 에다노 유키오 일본 관방장관은 "현재로선 방사성물질이 누출될 가능성이 전혀 없다", "심각한 방사선 위험을 없을 것이다", "냉각작업이 진행되면 원자로가 안정화될 것이다",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적은 수준의 방사성물질이 나오고 있다"라고 했지만 하루가 채 지나기도 전에 거짓말로 밝혀졌다. 더 이상 정부를 믿지 못하는 일본 국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이번 사고를 전하는 한국 언론과 전문가들의 태도 역시 일본의 그것과 닮아있다. 이들은 한국의 핵발전소는 일본과 설계부터 다르기 때문에 안전하다거나, 풍향 때문에 방사성 물질이 한국까지 오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앵무새처럼 반복한다. 한국만은 안전한 핵발전의 신화를 이어갈 수 있다는 주장은 한국 핵발전소가 수출경쟁력이 있다는 논리로까지 이어진다. 하지만 한국에서도 크고 작은 핵발전소 사고는 계속 보고되고 있다. '안전성에 상당한 손상이 발생하거나 건물 내 방사성 물질이 누출'될 때 내려지는 백색비상 단계의 사고만 세 번 일어났다. 가장 최근의 사고는 한 달도 채 안된 2월 20일에 발생했는데, 한국원자력연구원 하나로원자로에서 사고가 발생해 인근의 방사선 수치가 높아졌다. 하지만 일본과 마찬가지로 사고의 진실은 항상 은폐된다. 핵발전에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핵산업계-핵학계-찬핵관료들이 강고한 카르텔을 형성해 위험은 축소하고 이점은 부풀리기 때문이다. 핵마피아로 불리는 이들은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핵발전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체르노빌 사고 수습에 참여했던 러시아의 핵전문가는 후쿠시마 사고를 보면서 "업계와 국제원자력기구(IAEA), 일본 정부가 눈앞의 이익을 위해 안전을 의도적으로 도외시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은 핵발전 확대 정책을 폐기해야한다

한국은 최초의 핵발전소 고리 1호기가 가동을 시작한 1978년부터 현재까지 핵발전 확대정책을 지속하고 있다. 안전한 핵발전의 신화가 무너지고 있는 현재, 우리는 에너지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고, 핵발전 확대 계획을 폐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먼저, 추가 핵발전소 건설계획을 폐기해야 한다. 한국에는 현재 21기의 핵발전소가 운영 중이고 5기가 건설 중이며 2기가 건설 준비 중이다. 이명박 정부는 2030년까지 전력생산 중 핵발전의 비중을 현재 35%에서 6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현재 건설ㆍ준비 중인 7기외에도 10기 정도가 추가로 필요하다. 정부는 올 6월까지 신규 핵발전 부지를 선정할 계획으로, 현재 강원도 삼척과 경상북도 울진, 영덕이 유치의사를 밝히고 있다. 우선 신규 핵발전 부지 선정을 막고, 핵발전 확대 계획을 백지화하는 것이 시급하다.
둘째, 핵발전소 수명연장을 막고, 조기 퇴출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한국 최초의 핵발전소인 고리 1호기는 2007년 30년의 수명이 끝났지만, 10년 연장운영이 허가되었다. 이번에 사고가 난 후쿠시마 1호기 역시 올해 2월 수명이 끝났지만, 10년 연장운영이 허가된 상태였다. 설계수명을 연장해 핵발전소를 운영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2012년에는 월성 1호기의 수명이 끝나는데, 정부는 연장운영을 꾀하고 있다. 우선 이를 막아야 한다. 나아가 핵발전 중심의 전력 시스템을 변화시키기 위해서 중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이를 바탕으로 현재 운영 중인 핵발전소의 조기 퇴출도 추진해야 한다. 핵발전 대신 재생에너지의 비중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
셋째, 찬핵 선전의 도구로 이용되고 있는 원자력문화재단을 해체하고 찬핵 공익광고를 중단해야 한다. 원자력문화재단은 1년에 100억 원 이상의 예산을 핵발전 찬성 광고 및 사업에 퍼부어 찬핵 이데올로기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원자력문화재단을 해체해 재생에너지재단이나 에너지전환재단을 만들 필요가 있다.
넷째,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핵발전 수출 정책은 당장 폐기되어야 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각국에서 추진되던 핵발전 확대 사업도 재검토될 예정이다. 독일은 핵발전 가동 기간을 늘리는 계획을 보류했고, 스위스도 3개의 핵발전소 건설 계획 승인을 중단했다. 경제적 이익만을 앞세워 위험하고 반생태적인 핵발전을 수출하는 것은 인류를 상대로 한 범죄행위로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이러한 변화는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과 같은 에너지 고소비 사회를 유지한 상태에서는 어떠한 대안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핵발전을 줄이고 화석연료를 늘리자는 것이 우리의 대안일 수 없다. 결국 재생에너지의 비중을 획기적으로 늘리려는 노력과 함께 현재와 같은 에너지 고소비-고폐기 사회를 바꾸기 위한 시도가 있어야 한다. 어렵지만 장구한 변화의 첫걸음은 핵발전 확대 정책을 폐기하는 일이다.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후쿠시마의 경고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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