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화와 노동

사회진보연대 주간웹소식지


제 545호 | 2011.12.09

올레 KT, 노동자에게는 ‘나갈래,’ ‘죽을래’

2011년에만 15명의 죽음, KT는 ‘인력퇴출프로그램’을 폐지하고 살인경영을 멈춰라!

정책위원회
지난 12월 3일 민주노총 서울본부 희망연대노동조합 케이티씨에스(KTcs)지부 전해남 지부장의 장례식이 있었다. 사망 후 두 달 만에 치러진 장례식이었다. 전해남 지부장은 10월 3일 오전 11시40분 충남 공주시 탄천면 한 도로가에서 불에 탄 자신의 승용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20년 넘게 KT에서 기술직으로 일했던 그는 일에 필요한 여러 개의 자격증까지 따며 성실하게 근무해왔다. 그러나 2008년 갑작스런 구조조정으로 인해 임금 30%를 삭감당한 채 KT의 자회사인 KTcs로 옮겨 낯선 고객상담(VOC)업무를 담당했다. 그는 사직을 강요받았을 때 “임금은 줄어들지만 자회사로 가면 안정된 정년이 보장”될 거라 스스로를 위로하며 퇴직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임금 반토막, 원거리 발령, 전화배치가 부른 참사

그렇게 3년째 일해 오던 회사에서 전해남 지부장은 지난 6월 또 다시 강제사직을 강요받았다. 그가 이를 거부하자 회사는 부여에서 대전으로 원거리 발령을 내고 일방적으로 업무를 전환 배치했다. 또한 10월부터 일방적으로 임금을 절반으로 삭감했다. 이후 전해남 지부장은 주위에 어려움을 호소했고 극심한 스트레스와 우울증에 시달리다가 어느 날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적은 월급이나마 정년까지 안정된 삶이 보장될 거라는 작은 기대는 무참히 짓밟혔으며, 절망 끝에 그는 아내와 세 딸을 남겨두고 목숨을 끊은 것이다. 그의 유가족들은 KT가 책임지고 사과할 것을 요구하며 2달여간 투쟁을 이어왔지만 경제적 어려움과 심리적 고통을 견디지 못해 싸움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KT의 반노동/반인권적 퇴출프로그램

전해남 지부장이 겪은 일련의 사건들은 지난 수년간 KT와 그 계열사에서 비슷한 형태로 벌어져 왔다. 2002년 민영화 이후 구조조정은 계속되었고 노동자들은 잘려나갔다. 2003년 5,505명이 명예퇴직이라는 이름으로 퇴사했고, 2001년과 2008년 KT업무의 일부를 외주화하면서 대규모 노동자들이 자회사로 옮겼다. 또한 2009년에도 5,992명이 강제사직을 당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무수히 많은 노동자들이 육체적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며 죽어갔다. 2011년 한 해 동안에만 KT에서 15명의 노동자들이 죽었고, 이석채 회장이 취임한 2009년 이후 42명이 유명을 달리했다. 이러한 잇따른 죽음의 원인의 중심에는 ‘C-Player 프로그램’이라는 이름의 반노동·반인권적 퇴출 프로그램이 있다. 강제사직을 요구하고 이를 거부하는 사람들에 대해 원거리 발령, 업무 전환배치, 모멸감․자괴감을 느끼는 교육프로그램 투입, ‘집단 왕따’ 등을 지시하는 것이 바로 C-Player 프로그램이다. C-Player 프로그램은 KT가 C등급 노동자(업무부진자 또는 핵심 퇴출 대상자)들을 지정해서 표준업무절차(Standard Operating Procedure)라는 프로그램에 따라 기한 내에 퇴출시키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표준업무절차는 업무를 못하는 사람들, 114 잔류자, 민주동지회 소속 근로자, 업무 부진자 등을 프로그램에 의해서 퇴출시키는 일련의 과정으로 알려져 있다. KT에서 25년간 일한 관리자의 양심선언내용(2011년 4월)으로 공개된 <부진인력 퇴출 관리 방안>에 의해 개인별 시나리오까지 만들어 직원들의 퇴출을 계획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것이 확인되었다. 퇴직을 거부한다는 이유로 여성 노동자에게 전봇대에 오르게 하거나 준비 기간도 없이 울릉도 등으로 발령 내는 사례는 이미 악명이 높으며, 민영화 이후 10년 동안 1만 3천여 명이 이 프로그램에 따라 퇴출된 상태다. 살아남은 자들도 업무 부적응, 노동강도 강화, 스트레스와 압박감 등으로 매우 심각한 상태에 놓여 있다. KT에서 죽은 노동자들의 사인 대부분은 자살, 과로사, 돌연사, 업무 중 교통사고 등이었다. 유해물질을 취급하는 사업장이 아닌 곳에서 이렇게 죽음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인력퇴출프로그램으로 인한 과도한 스트레스와 불안이 죽음을 불러온 게 분명하다.

죽음의 기업 KT, 이석채 회장은 퇴진하라!

상황이 이러한데도 KT는 노동자들의 잇따른 죽음에 어떠한 사과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욕실에서 넘어져 사망’했다거나 ‘개인사로 인한 단순 비관 자살’했다는 등 유언비어를 만들어 퍼뜨리는 일도 자행하고 있다. 노동자들이 죽어가는 동안 KT의 매출액은 두 배 가까이 증가했으며 매년 1조 원에 이르는 순이익이 발생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2011년 KT 상무급 이상 경영진의 보수는 전년 대비 124% 인상되었다.
이러한 비도덕적이고 반인륜적인 ‘살인경영’의 중심에는 올해 임기를 마치고 연임을 노리고 있는 이석채 회장이 있다. 이명박 정부의 낙하산 인사로 KT에 영입된 이석채 회장의 취임 이후, 임원 보수 한도는 364% 증가한 반면 노동자들의 평균임금은 5년간 총 13.1% 증가에 불과했다. 이석채 회장은 ‘올레 KT’를 내세우면서 노동자들에게는 해고를 강요해 죽음에 이르게 하고, 2G서비스를 종료하고자 하는 등 소비자들을 우롱하고 있다. 또한 이석채 회장은 송파구 문정동에 있는 원래 집을 그대로 두고 회사비용 10억 원을 들여 도곡동 타워팰리스를 사택이라는 명목으로 장만해 지내고 있는 사실이 알려져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노동조합 선거에도 불법, 탈법으로 적극 개입해 어용노조를 세우고 민주노조를 건설하려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철저히 차단하며 징계하고 있다. 심지어 두 번씩이나 법원에서 선거중지가처분 결정이 내려졌지만 선거를 강행해, 어용후보를 당선시켰다. 현재 여러 시민사회단체, 정당, 노조가 함께 꾸린 <죽음의 기업 KT․계열사 노동인권보장과 통신공공성 확보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이석채 회장의 연임을 막아내고 인력퇴출프로그램 중단을 요구하는 투쟁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석채 회장이 또 다시 연임이 된다면 KT내부에서 저항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탄압은 더욱 더 거세어 질 것이다. KT 노동자들의 잇따른 죽음을 알려내고, 이석채 회장 연임 반대의 목소리를 대중적으로 모아내기 위한 사회적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

노동자를 죽이는 자본의 야만적 탐욕을 멈추자!

KT에서 발생하는 일들은 1%의 탐욕을 위해 99%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들이다. 이러한 사회적 타살은 KT뿐 아니라 쌍용자동차, 철도공사 등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2009년 정리해고 맞서 싸웠던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은 2년 4개월 동안 19명의 죽음을 지켜봐야 했다. 또한 지난 11월에는 철도공사의 단체협약 해지로 파업을 이끌다 해고당한 철도노조의 간부가 ‘해고로 인한 스트레스성 장애’를 겪다 사망에 이르렀다. 이러한 노동자들의 죽음은 이윤만을 추구하는 자본과 거대기업을 비호하는 국가 권력에 의한 타살이다. 줄줄이 이어지는 노동자들의 죽음은 개별 기업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일들이다. 강제사직과 정리해고는 노동자들의 삶을 파괴하는 것은 물론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가하고, 가정까지 파괴하는 살인 행위라는 것을 너무나 많은 대가를 치르며 보고 있다. 더 이상의 죽음을 멈춰야 한다. 야만적인 자본에 의한 살인을 중단하기 위해서 연대와 투쟁을 확산하자!
주제어
노동
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