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화와 노동

사회진보연대 주간웹소식지


제 546호 | 2011.12.14

통합진보당은 민주노총의 지지 정당이 될 수 없다

16차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 선거방침을 비판한다

정책위원회
12월 13일(화) 열린 민주노총 16차 중앙집행위원회(이하 중집)는 내년 총선에서 선거방침을 적용할 진보정당에 통합진보당을 포함시켰다. 논란 끝에 총선 방침을 적용할 ‘진보정당은 통합진보당, 진보신당, 사회당으로 [승인]하고 중집 성원 중 일부 이에 대한 이견이 있었음을 확인 한다’고 정리했다. 또 민주노총은 총선 방침으로 △1선거구 1후보 출마(진보진영 후보단일화) △반MB 반FTA 1:1구도 형성(야권연대) △정당명부 비례대표 집중투표 △세액공제, 당원확대 적극 참여 등을 승인했다.
이날 확정된 선거방침은 '통합진보당이 진보정당이 아니다'는 민주노총 안팎의 문제제기가 대대적으로 확산되는 상황에서 통합진보당을 민주노총이 지지하는 진보정당으로 공식 승인함과 동시에, 지난 2010년 지방선거 이후 관행화된 ‘반MB 야권연대’를 2012년 총선 선거방침으로 또다시 결의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를 지닌다. 뿐만 아니라 민주노총 집행부는 다가올 정기 대의원대회에서 ‘민주노동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 정치방침을 통합진보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로 승계하는 방안을 상정할 계획을 갖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방침이 그동안 민주노총이 추진해온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원칙과 내용을 스스로 부정한다는 점에서 강한 우려를 표하며 아래와 같이 입장을 밝힌다.

통합진보당은 진보정당이 아니다

통합진보당은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새진보통합연대라는 대단히 이질적이고 때로 모순적인 이념과 역사를 갖는 정치세력들이 통합한 정파연합당이다. ‘노동자 민중의 정치세력화’를 모토로 창당한 민주노동당과 ‘노무현의 삶과 참여정부 계승’을 목표로 창당한 국민참여당, ‘비국민참여당 진보대통합’을 주장하다 끝내 진보신당을 탈당한 새진보통합연대가 이념과 역사의 차이를 무시하고 불과 수개월 만에 합당한 것은 진보정치-노동자정치의 진전이 아니라 역행임이 분명하다.
2008년 분당 이후 민주노동당 당권을 장악한 민족해방(NL) 계열은 ‘자주적 민주정부론’과 ‘진보·개혁 세력 대표주자 교체론’을 한 단계 발전시켜 집권으로 상징되는 주류화 전략을 전면화하였다. 그 결과 2010년부터 반MB 선거연합 전술을 공식화하고, 2011년에는 당 강령을 ‘사회주의적 이상과 원칙’에서 ‘진보적 민주주의’로 교체하였다. ‘친노의 적통’을 자처하던 국민참여당은 취약한 조직세를 만회하여 범야권 내에서 민주당의 대항마로 부상하기 위해 이념·노선을 대폭 우경화한 민주노동당과 통합을 추진했다. 진보신당 당대회에서 민주노동당과의 통합안이 부결되자 총선에서 생존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판단한 새진보통합연대는 결국 당을 탈당하여 자신이 그토록 비판하던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에 합의했다. 당대회에서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안이 부결된 바 있던 민주노동당은 새진보통합연대의 합류로 손쉽게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민주노동당은 국민참여당이 과거 참여정부 시절 추진했던 신자유주의 정책을 반성하고 있으므로 진보정당 통합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강변했다. 그러나 국민참여당은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이전에 통합 논의 과정에서 합의한 내용을 검토하면서 “재벌해체, 무상의료, 무상교육 등 시민들의 보편적 정서와 상충하는 정책에 대해 재검토가 필요하다”거나, “노동정책을 앞세우고 이에 지나치게 높은 비중을 두어 노동자정당, 노동조합의 정당의 면모를 보이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평가하였다. 또 “파견제 철폐, 지역자립형 경제, 종속적 한미동맹체제 등 적절성 여부를 검토할 필요가 있는 정책이 적시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 결과 3자의 통합 합의서에는 5·31 연석회의 합의사항 중 ‘자본주의의 한계와 폐해를 극복하고 새로운 대안사회를 건설한다’는 내용조차 반영되지 못했다. 무릇 진보정당이라고 할 때 응당 포함되어야 할 반신자유주의 또는 반자본주의적 지향이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으로 말미암아 대거 후퇴하거나 제외된 것이다. 이에 따라 11일 창당 출범식에서 통합진보당은 5대 비전으로 △나라의 주권 확립 △복지국가 건설 △한반도 평화와 통일 지향 △녹색생태 사회 건설 △한국정치 개혁 등 대단히 절충적이고 모호한 내용을 발표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점에서 “한미 FTA를 체결하고 비정규직법을 개악하고 복수노조 교섭창구단일화,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필수공익사업장 파업권 제한을 골자로 하는 ‘노사관계 로드맵’을 만든 국민참여당이 참가한 통합진보당을 노동자정당-진보정당이라 인정할 수 없다”는 현장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전적으로 타당하다. 우리는 “자본주의를 넘어선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갈 전망을 상실한 3자통합당은 진보정당이 아니다”라는 민주노총 전현직 간부·활동가들의 선언을 적극 지지한다.

민주노총 야권연대 선거 방침의 문제점

민주노총 총선 방침은 ‘진보정당의 약진과 진보민주세력의 집권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정세 인식 하에 의회권력 교체(여소야대)와 진보정당의 원내교섭단체 구성을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민주노총이 제시한 핵심적 노동의제인 최저임금·비정규직 문제 해결과 노동법 전면 재개정 그리고 전 민중적 과제인 민중생존권 쟁취 및 한미 FTA 폐기, 사회공공성 강화를 쟁취하기 위해서는 19대 국회가 강력한 야권연대로 맺어진 ‘정책협약’을 실현할 국회의원들로 과반수 이상이 채워져야 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러한 방침은 원칙적, 현실적 측면 모두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다.
우선 지금 제출된 민주노총의 선거방침은 단기 성과와 실리에 매몰되어 노동자 정치세력화 본연의 취지를 훼손하고 있다. 진보정당의 원내교섭단체 진출을 당면 목표로 설정하게 되면 ‘민주통합정당’(민주당과 시민통합당의 통합정당)과의 선거연합은 필수사항이 된다. 다시 말해서 민주노총은 '노동 의제 전면화'(목표)를 위해 '과반의석 확보'(정치적 수단)를 제시하고 있는데, 현실에서 이는 민주당과의 선거연합을 전제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수단은 목표를 희석 또는 변질시키게 될 것이다. 또한 이는 2010년 지방선거 당시 수립된 민주노총 선거방침, 즉 ‘야권 단일화 후보는 민주노총 지지후보로 한다’는 방침이 지닌 문제점을 계속해서 반복하는 것이기도 하다. 단기 성과와 실리에 매몰된 선거방침이 노동자의 독자적 정치세력화를 위해 민주노동당을 창당하고 이를 배타적으로 지지해온 정치방침을 역으로 규정하여, 일순간 신자유주의 세력에 대한 직간접적 지지를 정당화하는 역설적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현실적 차원에서도 민주노총을 비롯한 각급 산별연맹/노조의 2012년 사업계획이 총대선 대응에 매몰되고, 특히 선거방침이 야권연대에 일방적으로 의존한다는 문제가 있다. 총대선에서 의회권력과 정권을 교체하면 노동자 투쟁의 활로가 열릴 것이라는 막연한 인식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여소야대와 정권교체의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 사실이라 할지라도 민주노총의 주체적 계획이나 준비 없이 핵심 목표를 달성할 수는 없다. 더욱이 야권연대를 통해 민주노총이 설정한 핵심 의제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도 지극히 불투명하다. 단적으로 한미 FTA 체결을 주도했고 국회비준을 방조한 뒤 곧이어 등원을 결정한 민주당의 기회주의적 행태를 볼 때, 설령 여소야대와 정권교체가 실현된다한들 이들이 한미 FTA를 폐기할리는 만무하다. 한미 FTA로 대표되는 수출-재벌 주도의 신자유주의 세계화 정책, 다시 말해서 수출경쟁력 확보를 목표로 살인적인 저임금-노동유연화 정책을 추진해온 민주당과 국민참여당 등 이전 집권세력의 책임을 묻지 않고 총선에서 ‘반MB-반FTA 야권연대’를 한다는 것은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다. 노조법 재개정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난 상반기 민주노총이 민주당과의 공동 입법발의와 한국노총 공조를 염두에 두고 꾸린 ‘노동대책 및 노동관련법 재개정을 위한 야5당-민주노총 회의’에서 민주당은 2009년 12월 이명박 정부가 손댄 부분(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와 전임자 임금지급 문제)만 다시 약간 손질한다는 입장으로 일관했다. 최근 ‘파견전임자 임금을 지원받기 위해 현 정부 임기 내에는 노조법 개정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합의를 한 한국노총이 ‘민주통합정당’에 합류하기로 한 것도 노조법 투쟁 전선의 교란 요소가 될 것이다. 비정규직이나 최저임금 사안에서 민주당이 제시하는 방안이란 것도 실상은 노동유연화를 전제한 상황에서 일부 부작용과 문제점을 보완하는 ‘유연안전성’이라고 봐야 한다.
투쟁 동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리바이로 삼거나, 또는 민주당의 기회주의적 행태를 견인하기 위해서라도 강력한 야권연대가 필요하다는 식의 안이한 정세인식으로는 결코 민주노총의 핵심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무엇보다 2012년 다시 세계를 엄습하고 있는 경제위기 정세를 감안할 때 ‘개혁 의제’의 폭이 제약되는 것은 물론, 이것이 역으로 노동자들에게 양보교섭과 사회적 합의를 종용하는 굴레로 작용할 위험마저 있다. 따라서 민주노총의 선거방침은 아무런 원칙도 근거도 없는 ‘반MB 야권연대’가 아니라 민중운동의 정치적·조직적 역량을 강화하고 실질적 투쟁 계획을 수립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한미 FTA 폐기, 노동법 전면 재개정, 비정규직 문제 해결 등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와 노동유연화 정책에 반대하는 분명한 기조와 목표를 설정하고 그에 걸맞은 투쟁 전선을 구축하는 것으로 전면 수정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현재와 같이 ‘2012년 총대선 승리는 노동자들의 인적·물적 지원 없이는 불가능하며 민주노총의 요구도 2012년 총대선 승리 없이는 어렵다’는 논리로 ‘민주노총 10만 당원시대 개척 및 100억 세액공제 사업’을 추진한다면 이는 본말이 뒤집힌 방침이 될 뿐이다.

통합진보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를 반대한다

다가올 대의원대회에서 민주노총 집행부는 민주노동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 방침을 통합진보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 방침으로 자연스럽게 승계하는 방안을 상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1월 29일에 열린 15차 중집에서 집행부는 ‘장기적인 정치방침(배타적 지지)은 내년 1월 정기 대의원대회에서 심의하여 의결하고, 총선 선거방침은 중앙집행위원회에서 논의하여 결정한다’고 결정한 바 있다.(선거방침과 정치방침을 분리 논의한 것은 12월 13일부터 총선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므로 정치방침이 결정되기 전까지 진보정당에 적용할 임시적인 총선 선거방침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리고 정치방침으로 △민주노총은 (가칭)3자통합당을 통해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추진한다, △민주노총은 유효한 진보정당을 통해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추진한다, △민주노총은 통합진보정당을 통해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추진한다는 3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이 3가지 방안은 문구의 차이만 있을 뿐, 사실상 모두가 12월 초 신설될 예정이던 통합진보당을 통해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추진할 것을 뜻하기에 동일한 방안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을 통해 이념과 노선을 대폭 우경화한 통합진보당을 배타적 지지 정당으로 삼는 것은 장차 민주노총 스스로의 정치적·조직적 기초를 허물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은 민주노동당 자신은 물론 이들로 표상되던 민중운동 주류의 대대적인 노선 전환을 상징하는 사건이다. 즉, (신)자유주의 세력과 이념적·조직적으로 분별 정립하려던 진보정당 및 정치세력화 운동의 쇠퇴를 상징하는 극적인 계기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통합진보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는 민주노총 내부의 극심한 갈등을 야기할 것이다. 당장 15차 중집에서 공공운수노조 등 6개 산별연맹/노조 위원장과 여러 지역본부장들, 심지어 현 집행부의 수석부위원장도 집행부 안에 문제를 제기했다. 민주노동당이 국민참여당과의 통합 의사를 표명한 이후 이에 반대하는 현장 조합원들의 목소리도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이처럼 민주노총 내부에서 통합진보당에 대한 강력한 반대 의견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집행부가 이를 무시하고 원안을 관철하려 한다면 이는 돌이킬 수 없는 갈등과 분열의 씨앗이 될 것이다.
민주노총 집행부는 지금 당장 통합진보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 방안을 철회해야 한다. 그리고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대한 발본적 평가를 통해 노동자운동의 대의와 요구, 계급적 단결에 기반을 둔 새로운 정치방침을 수립해야 한다. 가령 ‘신자유주의 세력이 아닌 노동자계급의 정치세력화라는 대의에 복무할 수 있는 제 정치세력을 지지하되, 민주노총은 대중조직의 상대적 독자성을 유지하면서 구체적 선거방침은 조직의 결정에 따른다’는 정도의 방안을 논의의 출발점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1000인 선언과 선언자대회를 대대적으로 조직하자

다시 한 번 분명히 밝힌다. 첫째, 통합진보당은 진보정당이 아니다. 둘째, 민주노총의 무원칙한 ‘반MB 야권연대’ 선거방침은 전면 수정되어야 한다. 셋째, 통합진보당은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 대상이 될 수 없다. 우리는 12일 발의된 ‘3자통합당에 대한 입장과 올바른 노동자계급정치를 위한 민주노총 각급조직 전현직 간부 및 현장활동가 1천인 선언 운동’에 적극 동참할 것을 결의하며, 이후 노동자 정치의 원칙과 민주노총 정치방침의 재정립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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