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물포럼을 기회로 추진하는 2단계 물 민영화 중단하라!
: ‘민간투자사업 활성화 방안’은 상하수도 민영화 선포



세계물포럼은 물 민영화를 위한 박람회

사회진보연대는 “우리의 미래를 위한 물(Water for Our Future)”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개최되는 대구, 경북 세계물포럼을 환영할 수 없다. 세계물포럼의 “우리”는 바로 기업과 투자자들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4월 12일 세계물포럼 개막식 연설에서 “20세기가 석유 시대인 블랙골드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물의 시대인 블루골드의 시대”라고 강조한 것은 바로 이런 맥락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또한, “물문제에 대한 도전을 선진국과 개도국 모두 경제성장의 기회로 바꿔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것이 바로 물을 시장재(시장에서 거래하는 상품)로 만들려고 하는 세계물포럼의 신자유주의적 접근법이다.
세계물포럼은 1997년부터 세계물위원회의 주최로 3년마다 개최되는데, 세계물위원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베올리아나 수에즈 같은 초국적 물기업이다. 특히 베올리아는 세계 최대의 물기업으로 이미 프랑스, 모로코, 미국 디트로이트 등에서의 요금폭등 문제, 미국 루이지애나, 인도 나그푸르, 중국 등에서 수질오염과 환경파괴 등 많은 문제를 일으켰다. 대구, 경북 세계물포럼의 최대 후원사는 반노동․반인권 기업으로 악명 높은 삼성이다.

“침체된 민간투자사업을 다시 살린다”

물세계포럼을 기회로 국내에서 상하수도의 민영화를 더욱 확산하려는 시도가 포착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4월 8일 7차 경제장관회의를 열어 스스로 “전면적 규제완화”로 규정한 「민간투자사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한국에서 기존에 허용되었던 민간투자사업은 수익형(BTO)와 임대형(BTL)인데, 이번에 수익형의 변형인 위험 분담형(BTO-rs)과 손익 공유형(BTO-a) 방식을 도입해 7조원 이상의 민자사업을 벌일 계획이다.
한국의 BTO 협약체결액수는 2007년 5조2천억원에서 2013년 1조9천억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서울지하철 9호선 등 민자사업의 폐해가 드러나면서 민자사업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커지고, 2009년 최소운영수입보장(MRG) 제도의 폐지로 민자사업의 위험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민간투자자의 위험을 줄이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하기 위해서 새로운 방식의 민자사업을 고안하고, 이것을 상수도관망 및 정수장 개선사업, 하수처리시설 개량사업에도 적용할 계획이다. 정부는 상수도관망 및 정수장 개선사업에 7천억원, 하수처리시설 개량사업 3천억~5천억원의 사업을 추진할 계획인데, 민간투자자들이 제안하는 경우 추가로도 진행될 수 있다.

민간투자자에 대한 특혜 확대

「민간투자사업 활성화 방안」에는 민자사업자(민간투자자)에 규제 완화도 포함되었다. 첫째, 민자사업자인 특수목적법인(SPC)을 대기업 계열사 편입 대상에서 제외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건설 대기업이 민자사업에 뛰어들기 쉽게 되며, SPC에 대한 정보공개 및 감시가 더욱 취약해질 것이다.
둘째, 민간투자자가 민자사업을 최초 제안할 경우 큰 가점을 줘서 민간투자사업 제안을 활성화하려고 한다. 이렇게 된다면 민간투자자가 정치인이나 지자체와 결탁하여 민자사업을 제안하는 방식의 증가가 예상된다. 지자체장은 임기 중 치적 사업을 원하고, 민자사업자는 안정적인 수입처를 원해서 교통이나 물량 수요를 과다하게 예측하여 진행된 민자사업의 폐해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셋째, 신속처리절차(Fast Track)를 도입하여 절차 소요기간을 현행보다 1/3~1/4로 줄일 계획이다. 이 경우 지금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민자사업에 대한 시민 감시와 토론을 더욱 어렵게 할 것이다.

하수도 민간투자사업의 실패

하수도 분야에서는 지난 10여년 동안 민간투자사업이 진행되어서 그 폐해가 드러나고 있다. 2005년부터 진행된 하수관거정비 민자사업(BTL)이 2013년까지 98건 진행되었는데 사업규모만 6.5조원에 달한다. 그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가 네 가지이다.
첫째, 부패 문제다. 아산시, 김해시, 상주시 등에서 건설 대기업 간의 입찰 담합 비리가 다수 발생하였다. 이 행위에는 대우건설, 포스코건설 등 대표적인 민간투자사업자들이 포함되어 있다.
둘째, 부실, 허위 공사 문제다. 군산시, 원주시, 광주광역시 등에서 가짜 배수설비를 하거나 공사를 하지 않고도 한 것처럼 거짓으로 꾸민 행위, 정화조를 폐쇄하지 않은 사례가 다수 발생했다. 광주광역시의 경우 하수관거 정비 BTL 사업의 배수설비 미설치율은 72%였는데, 광주광역시가 직접 시행한 하수관거정비 사업의 배수설비 미설치율은 1%에 불과했다. 지자체가 직접 사업을 진행하면 훨씬 사업성과가 좋았다는 것이다.
셋째, 어마어마한 혈세가 투입되고 있다. 2015년 하수관거정비 민자사업(BTL)에 지원되어야 하는 지급액이 6천5백억원에 달한다. 2013년까지 확정된 사업만으로도 2040년까지 지불해야 하는 금액이 14조3천억원으로 예상된다.
넷째, 급격한 하수도 요금 인상의 원인이 되고 있다. 하수도 처리원가는 1998년 208.2원에서 2013년 930.7원으로 15년 동안 347%나 인상되었다. 이에 따라 전국 하수도 평균요금도 1998년 톤당 102.5원에서 2013년 356.9원으로 15년 동안 248% 인상되었다. 2000년대 이후 증가한 하수도 민간위탁과 민간투자사업으로 인한 비용 증대가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정부 역시 “BTL 방식으로 추진하여 부채 증가”가 되었다는 점을 인정하고, 하수도 지방공기업 “영업 수익의 대부분(63%)을 BTL 임대료 상환에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단계 물 민영화 시도인 ‘민간투자사업 활성화’ 중단하라!

박근혜 정부의 ‘민간투자사업 활성화’는 하수도에서 이미 실패한 민간투자사업을 더욱 확대하고, 상수도에까지 적용하려는 정책이다.
한국에서는 상수도 분야에서는 수자원공사나 환경공단으로의 위탁 이외의 민자사업이 도입되지 않았다. 이번 ‘민간투자사업 활성화’는 상수도 분야에 민간자본이 전격적으로 진출하는 것으로, 2단계 물 민영화 시도로 볼 수 있다. 이미 경상북도 포항시에서는 포스코건설이 최초로 정수장 BTO 사업을 제안했고, 대구광역시에는 세계 최대 물기업인 베올리아가 ‘컨설팅 방식’의 운영 민영화를 제안했다.
그러나 세계물포럼과 한국 정부의 시도와는 달리 물 민영화는 대세가 아니다. 지난 20~30년 동안 진행된 물 민영화의 폐해가 커지면서 재공영화로 돌아서는 사례가 증가했다. 지난 15년 동안 세계적으로 37개국에서 235개 지역이 재공영화 정책으로 선회했다. 민영화의 심장부라고 할 수 있는 프랑스 파리는 베올리아와 수에즈가 운영했던 수도를 2010년 1월 재공영화했다. 재공영화로 인해 설립된 지방공기업인 파리수도(Eau de Paris)는 사업 첫해 무려 3천5백만유로(약 500억원)를 절약했고 이에 따라 요금을 8% 인하했다. 파리수도는 이러한 수익금을 빈곤가구에 대한 보조금 지급, 단수조치 완화 등에 사용하고 있다. 파리수도의 민주적 운영구조도 주목할 만하다. 이사회는 시의원 11명, 노동계 대표 2명, 시민사회 대표 5명 등으로 구성되어 시민들의 참여도를 높이는 운영구조를 만들었다. 4월 12~13일, 대구에서 민주노총과 공무원노조 주최로 열린 ‘물 공공성 강화를 위한 국제포럼’은 바로 이런 물 재공영화의 사례를 공유하고 물 민영화 투쟁을 활성화하기 위한 대안 토론의 장이다.
우리도 물 민영화를 포기하고 재공영화의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민영화와 민간투자사업의 폐해는 이미 드러났다. 중앙정부가 재정 여력이 열악한 지자체의 상하수도 사업에 지원을 강화한다면 민자사업보다 더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물, 즉 상․하수도는 국가와 지자체에 의해 공적으로 공급되어야 한다.

세계물포럼은 기만적인 물 민영화 공작을 중단하라!
박근혜 정부는 물 민영화 정책을 중단하고, ‘민간투자사업 활성화’ 방안을 폐기하라!


2015.4.13.
사회진보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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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초국적 물 기업 시장확대를 위한 세계 물 포럼 개최 규탄 기자회견문]

한국정부는 상하수도 민간투자사업추진 계획 철회하고
물 인권 보장을 위한 물 공공성 강화정책 추진하라!

오늘부터 17일까지 대구와 경주에서 <2015 대구경북 세계 물 포럼>이 개최된다. 정부는 “지구촌 최대의 물 축제” “세계 물 강국으로의 도약” 으로 세계 물 포럼을 포장하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세계 물 포럼은 물 문제 해결을 위한 민관협력으로 포장되어 있을 뿐 실제로는 베올리아, 수에즈 등 초국적 물기업의 시장확대와 이윤창출을 위한 도구로 활용되는 “세계 물 기업 포럼” “세계 물 시장 박람회”일 뿐이다.

이미 한국 정부는 수자원공사의 거대 물 기업화를 목표로 재정이 열악하여 노후한 상수도 시설 관리가 어려운 지방정부에 국고보전금 지원을 전제로 강제위탁을 추진하여 2015년 현재 27개 지방자치단체의 상수도의 운영권이 위탁된 상황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지난 4월 8일 열린 7차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상수도,정수장,하수.폐수 처리장의 민간투자 사업추진계획을 발표하고, 행자부 또한 각 지방정부에 올해부터 수도요금 현실화를 빌미로 물 원가대비 90% 이상으로 수도요금을 인상할 것을 권고하여 미달할 경우 국비교부금을 삭감하겠다는 지침을 발송했다는 것이다.
특히 행자부의 일방적인 수도요금 인상 강제추진은 곧 상수도에 대한 국가책임을 포기하고 모든 책임을 시민에게 돌리겠다는 것에 다름아니다.

우리는 한국정부의 이번 발표가 제7차 세계 물 포럼 공식 스폰서인 베올리아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구심을 버릴수가 없다. 하수도의 경우 이미 베올리아를 포함한 순수 민간기업으로의 위탁비율은 50%를 넘었으며 환경공단까지 포함할 경우 위탁비율은 74.1%에 육박하며 그 규모만 10조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미 서울 지하철 9호선과 일부 하수도 사업을 위탁운영하고 있는 베올리아는 물포럼을 계기로 한 대구 경북지역 진출을 목표로 2014년 대구시와 경주시에 ‘성과기반 컨설팅’의 명목으로 상수도 민간위탁을 제안해 놓은 상황이다.

우리는 유럽의 여러나라와 미국, 남미,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생명이자 인권인 물에 대한 국가책임을 포기하고 베올리아, 수에즈 같은 초국적 물 기업으로 위탁하여 시민들에게 재앙을 안겨주었던 사례를 잘 알고 있다.

수질악화, 시설관리소홀, 과도한 요금인상, 환경오염, 불투명한 재정관리, 노동조건 악화 등을 이유로 지난 2000년부터 현재까지 독일, 프랑스, 인도네시아, 미국, 아르헨티나 등을 포함한 37개국에서 1억명이 넘는 사람들의 상수도를 책임지고 있는 235개의 지역에서 이미 재공영화가 진행되었다.

특히 재공영화 된 지역의 약 70%에 해당하는 지역이 프랑스와 미국에 집중되어 있음은 우리가 눈여겨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다시한번 촉구한다.
2010년 제64차 유엔 총회에서 물인 인권이자 생명임을 선언한 <물 인권 선언>을 상기하여야 한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상하수도 위탁정책을 폐기하고 진정으로 만인을 위한 누구나 차별없이 보장받을 물 인권을 실현하기 위한 물 공영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우리가 4월 13일과 14일 양일에 걸쳐 진행하는 우리들의 대안 물 포럼 개최가 물 공영화 정책으로의 전환 그리고 대구 경북지역에서의 베올리아 진출을 막아내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2015. 4. 12.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사회공공성강화 민영화반대 대구공동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