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한국경제)
 
여야3당의 재벌특혜 규제완화 야합 시도를 막자!
여야3당이 원칙 합의한 규제프리존 특별법의 문제점
 
지난 4월 24일 3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규제프리존 특별법(지역전략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프리존의 지정과 운영에 관한 특별법안)’을 원칙 수준에서 합의했다는 소식이 나왔다. 그러나 ‘규제프리존 특별법’은 최종 합의문에서 빠졌다. 더민주당에서 “규제프리존 특별법이 새누리당 중점 법안으로 이미 제출돼 있는데 그 법안만 합의할 경우 정치적 입장이 곤란하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원유철 전 원내대표는 "두 야당 원내대표는 규제프리존 특별법에 대해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정치적인 입장 때문에 합의문에 명시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새누리당은 노동개악4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함께 규제프리존 특별법을 19대 국회에서 통과하자고 압박하고 있다. 새로 선출된 여야 3당 원내대표들은 20대 국회 원구성에 대해, 그리고 쟁점법안에 대해 협상을 할 예정이다. 마지막 19대 국회에서 쟁점법안이 통과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규제프리존 특별법은 더민주당이 원칙적으로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이 법은 새누리당과 국민의당 국회의원들이 공동 발의했다. 또한 전국 14개 시·도지사들이 조속 입법하라는 공동 결의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따라서 5월 국회도 안심하기 어렵고, 20대 국회에서도 또다시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생명과 안전 위협하는 규제프리존
 
규제프리존 특별법(이하 규제프리존법)은 지난 해 정부가 발표한 ‘규제프리존 도입을 통한 지역경제 발전방안’의 후속조치다. 수도권을 제외한 광역시·도 별 지역전략산업을 선정해 관련 산업 규제를 전국단위보다 대폭 완화하는 ‘규제프리존’을 도입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규제프리존법은 규제완화 범위를 무한정 확대해 생명과 안전을 파괴할 것이다. 법안 제4조를 보면 명시적인 금지사항을 제외하고는 모든 기업행위를 허용하도록 한다. 이른바 네거티브 방식이다. 네거티브 방식은 기업에 무한한 자유를 주는 반면 지역 주민과 노동자에게는 안전과 생명을 위협하는 제도다. 환경사고는 그 피해와 복원비용이 크고 복원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이에 환경정책기본법은 사전 예방 원칙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러나 규제프리존 법은 ‘국민의 안전ㆍ건강ㆍ보건 및 환경에 위해가 발생한 경우와 현저한 위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제16조)’에만 조치를 취할 수 있는데 ‘현저한 위해’의 범위가 모호해 결국 위해가 발생한 뒤에나 조치가 취해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생명과 안전에 관련된 규제는 예외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규제프리존법의 세부 항목을 보면 결코 그렇지 않다. 법안 제43조는 병원의 부대사업 범위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병원의 부대사업에 대한 규제는 병원의 영리화를 제어하고,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핵심적인 규제다. 병원이 의료기기나 의약품을 제조·유통하는 사업을 한다면 병원의 의료진들은 그 기계나 약품을 사용하려고 할 것이다. 과잉진료·과잉검사가 발생할 뿐만 아니라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은 제품이 남용될 위험도 있다. 다나의원(C형간염 집단 감염) 사태, 신해철 사망사고 등 무수한 안전사고가 의료민영화·영리화를 배경으로 이미 발생하고 있다.
 
재벌이 추진한 재벌특혜법
 
규제프리존법은 재벌 청부법안이다. 재벌을 대변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작년 12월 9일 ‘7대 유망서비스산업 활성화 방안’에서 ‘서비스산업 특별구역’ 지정을 해서 지자체 규제완화 경쟁을 유도하자고 주장했다. 그러자 일주일 만에 정부가 ‘규제프리존 도입을 통한 지역경제 발전방안’을 제출하고 뒤이어 새누리당과 국민의 당이 법안을 공동발의했다.
실제 내용도 재벌 대기업에 대한 규제를 없애고 있다. ‘기업실증특례’ 조항이 있는데 이는 특정 기업이 사업을 하는데 걸림돌이 되는 규제가 있으면 정부에 직접 폐지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다. 국회를 거치지 않고 기재부 장관이 타부처 및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특위의 심의·의결을 통해 규제를 폐지할 수 있다. 지역에 진출한 재벌대기업이 각종 재벌 규제 조치를 풀어달라고 요구하면 속수무책인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재벌의 의료서비스 산업 진출의 우회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2014년 박근혜 정부는 병원이 부대사업 목적의 영리자회사를 설립할 수 있도록 허용한 바 있다. 그런데 규제프리존에서는 병원 부대사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므로 바이오의약품 산업에 진출한 삼성이 병원에 직접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길을 만들 수 있다. 재벌의 미용업 허가도 쟁점이다. 충북에서 화장품 규제프리존을 만들고 법인도 이·미용업을 개설할 수 있게 허용할 계획이다.
문제는 이런 규제완화가 특정 지역에만 머물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정부는 지역 균형 발전의 취지로 규제프리존에 수도권을 제외했다. 그러나 의료·관광 등 신산업발전이라는 취지로 보면 산업이 집적된 수도권의 규제완화 효과가 더 크다. 조만간 수도권도 역차별이라는 근거로 규제완화를 요구할 것이다. 이렇게 지역 간 규제완화 경쟁을 부추겨 결과적으로 전국의 규제를 모두 약화시키는 결과를 만들 것이다.
 
친재벌 정책을 폐기시키자
 
재벌의 요구는 끝이 없다. 규제프리존 특별법이 4월 국회에서 처리가 되지 않자, 전경련은 5월 3일 또다시 보도자료를 내 ‘규제 개혁 체감도’가 작년보다 낮아졌다며 엄살을 부렸다. 정부와 새누리당이 추진하는 규제완화는 ‘규제프리존’ 뿐만이 아니다. 지난해부터 추진한 노동개악과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이 있고 조선·해운·철강·석유화학·건설 등 구조조정 업종을 대상으로 ‘한시적 규제완화·유예’도 추진할 계획이다. 새누리당 김광림 새 정책위의장은 20대 국회에서도 규제개혁특별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재벌과 정부여당이 발맞춰 추진하는 규제완화는 결국 노동유연화, 법인세 인하 등 경제위기를 과도한 노동규제, 즉 노동자 탓으로 돌리고, 노동자를 쥐어짜는 데 활용될 것이다. 실제 규제프리존법의 모델인 일본의 국가전략특구 정책은 해고규제 완화, 법인세 감면 등을 핵심 규제개혁으로 내걸었다. 또한 노동자민중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할 것이다. 세월호의 불법 증·개축, 부실고박과 과적이 정부의 규제완화 속에서 이뤄졌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노동자운동은 여소야대 국면에 한숨 돌리고 있을 때가 아니다. 노동개악과 의료민영화에 반대하던 야당도 지역발전 요구에 휘둘리고, 재벌의 눈치를 보며 기회주의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재벌특혜 규제완화, 재벌특혜 구조조정으로 대동단결하려는 지배계급에 맞서 전면적 투쟁을 준비하자. 단결된 투쟁을 통해 경제위기의 책임을 재벌에 묻고, 이미 실패한 박근혜 정부의 친재벌 정책을 폐기시켜 버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