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 여성노동자들의 희망이 되자
 
 
여성노동자 노조 가입률 5.8퍼센트?
 
2010년대 한국의 노동조합 조직률은 9~10% 정도이다. 이것도 심각하게 낮은 수치이지만, 여성의 노동조합 조직률은 그 10%의 절반을 조금 넘는 5.8%에 불과하다. (2015년 기준, 같은 해에 남성은 13.4%) 노조 간부 수준으로 올라가면 여성 비율은 더 급격히 낮아진다. 왜 그럴까? 여성노동자들이 불안정한 저임금 일자리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임금 노동 외에도 집에 돌아가 무급의 가사·돌봄 노동을 도맡아서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노동조합이 이런 현실을 극복하고 여성노동자들의 삶을 바꿀 희망이 될 수 있을까? 그것은 어떤 관점에서, 어떻게 조직운영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 사실 여성사업은 많은 경우 담당자의 몫으로만 남거나, 1년에 한번 3.8여성의날 노동자대회에 참석하는 것 정도로 유지되곤 한다. 성폭력 예방 교육이라도 한 적 있다면 그나마 다행인 수준이다. 그러나 노동조합이 여성의 현실을 변혁하려 한다면, 여성사업은 조직 전체의 과제가 되어야 한다.
 
여성사업은 정세적 과제다
 
일반적으로 조직·투쟁 사업은 정세적 과제로 여겨지는 반면 여성사업은 하면 좋고 못 하면 그만인 것으로 여겨진다. 성폭력·성차별을 점검하는 ‘도덕적’ 과제로만 인식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성노동자 조직화와 투쟁은 노동조합이 반드시 해야 할 정세적 과제다. 한국 자본주의는 한편으로 싼 값에 여성노동을 활용하고, 한편으로 반드시 필요한 사회서비스를 사회가 책임지지 않고 가족 내 여성의 몫으로 떠넘겨 비용을 아껴 발전해 왔다. 오늘날에도 여성노동에 대한 국가와 자본의 전략은 바뀌지 않았으며, 오히려 기만적이 되고 있다. 가족 내 여성이 하던 노인이나 환자 돌봄 노동을 열악한 단시간 일자리로 만들어 놓고 ‘여성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자랑하는 식이다. 따라서 노동조합은 세계적인 경제위기 속에서 초과 착취되는 여성의 현실을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그녀들과 함께 하기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
 
이렇게 바꾸자!
 
노동조합 여성사업의 내용과 방식에는 변화가 필요하다. 첫째, 경제적 조건, 정부 정책, 산업별 노동 실태 등 여성노동자의 구체적인 현실 분석에서 시작해서 사업을 설계해야 한다. 둘째, 노동조합이 여성의 현실을 바꾸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조직화·투쟁·교육·선전 등 조직 운영의 전 영역에 반영되어야 한다. 셋째, 성폭력 예방 교육을 넘어, 여성 노동의 가치, 여성노동자 투쟁의 역사 등에 관한 풍부한 교육이 필요하다. 그를 통해 여성조합원들이 일터와 가정에서 겪는 문제를 사회 구조적인 것으로 인식하고 변화에 앞장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여성 간부를 육성해야 한다. 여성노동자들은 일과 가정의 이중부담을 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여자가 조신해야 한다’는 성차별적 사회 속에서 대표자로서의 경험을 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부족했을 것이다. 여성노동자들이 사회구조적인 한계를 극복하고 당당한 투쟁의 주인공으로 설 수 있도록, 적극적인 고민과 실험이 필요하다.
 
 
※ 2019년 3월 8일 여성의날 민주노총 노동자대회에 배포한 사회진보연대 유인물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