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성명서]


한국진보연대 출범, 이대로는 안 된다!



한국진보연대가 9월 16일 본 조직 출범을 이미 기정사실인 것처럼 날짜를 못 박고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민주노총은 9월 11일 대의원대회에 한국진보연대 가입을 공식 안건으로 상정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현재 출범 준비 중인 한국진보연대가 민주노총이 표방한 ‘진보진영 총단결체’와 명실상부하게 부합하는지 심각한 우려를 표합니다. 또한 현재 조건에서 민주노총이 한국진보연대 가입을 결정내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에서 대의원대회에서 보다 신중하게 대중적 토론을 벌일 것을 촉구하는 바입니다. 우리가 한국진보연대 출범에 대해 우려는 표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전국민중연대와 같은 연대운동체가 질적으로 발전된 또 다른 연대체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민중운동 내의 광범위한 토론과 합의가 전제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토론과 합의가 없는 상태에서 특정 정치세력의 일방적 의도에 따라 연대운동체를 재편하는 것은 연대운동의 가징 기본적인 원칙을 저버리는 행위입니다. 이러한 현실은 전국민중연대와 한국진보연대의 조직구성을 살펴볼 때 분명히 드러납니다.


전국민중연대는 30여 개의 부문조직과 약 10개의 지역조직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전국민중연대 가입 단체 중에서 15개에 가까운 단체들이 한국진보연대에 가입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 중 일부는 이미 지난 해 2006년 10월 전국민중연대 대표자회의에서 진보진영 상설연대체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요청했고, 또 다른 일부는 기간 전국민중연대 활동의 편향성에 회의감을 느껴서 전국민중연대 사업에 소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지역 조직 중에서 한국진보연대 가입이 공식적으로 결정된 조직은 광주, 경남 등 소수에 불과합니다.


현재 한국진보연대는 자신이 노동자, 농민, 빈민, 청년, 학생, 여성 등 모든 부문, 계층이 망라된 조직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이는 현실을 왜곡하는 주장입니다. 현재 한국진보연대를 구성하는 ‘부문단체’의 상당수는 특정 정치세력의 조직이지, 진정으로 그 부문의 운동 전반을 포괄하는 명실상부한 부문단체라고 볼 수 없습니다. 또한 여러 정치세력이 공존하는 부문단체의 경우에는 한국진보연대 가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다수결 표결과 같은 절차를 거쳤으며, 이 과정에서 심각한 진통이 발생했습니다. 또한 지역 연대운동체의 경우, 한국진보연대 관련 논의가 아예 진행되지 않거나, 심각한 경우 한국진보연대 가입단체로 갈 것이냐는 문제를 두고 기존 연대체가 파괴되는 결과도 발생했습니다.


다시 한 번 주장합니다. 연대운동체는 연대운동에 참여하는 여러 운동세력들의 자연스러운 욕구와 필요에 따라 제기되어 사실상 만장일치의 합의로 추진되는 것이 상례입니다. 유독 한국진보연대 관련 사업이 추진 과정에서 이처럼 심각한 이견이 표출된다는 것 자체가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둘째, 한국진보연대가 전국민중연대 활동의 성과와 한계를 발전적으로 계승하고 있냐는 것입니다. 전국민중연대가 다른 사안별, 사업별 연대체와 다른 점이 있다면, 그것은 지역 민중연대가 상설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실제 최근 지역 민중연대가 어떻게 활동을 했는지 반성적으로 평가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전국민중연대의 지역조직의 상당수는 개점 휴업 상태에 있었습니다. 전국민중연대 결성 이후 아예 지역 민중연대 결성이 이뤄지지 않은 지역도 존재하며, 활동을 하더라도 전국민중연대나 한미FTA 범국본과 같은 중앙조직의 전국투쟁방침을 전달하고 특정시기에 대중동원을 집행하는 ‘행정체계’에 머물러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따라서 상당수의 전국민중연대 지역조직이 진정한 의미의 지역운동 조직이라고 평가할 수 없는 한계를 안고 있었습니다.


현재 지역 민중연대 활동의 토대를 재구축하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지역 차원에서 반민중적 신자유주의 자본운동을 명확히 이해하고, 지역 차원의 운동 전략과 운동전선을 형성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구체적인 사업 계획과 운동단체의 의지가 동반되어야 합니다. 특히 최근에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비정규직노동자 투쟁, 사회적 빈곤에 대한 투쟁, 반전평화운동, 진보적 인권운동, 이주노동자운동 등을 한 단계 발전시키고 대안적 연대운동의 상을 형성해야 합니다. 


그러나 현재 한국진보연대 결성은 중앙 차원뿐만 아니라, 지역 차원에서도 기존 통일연대와 민중연대 (사무처 수준의) 통합에 머물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진정한 의미에서 지역운동을 발전시키기 위한 계획이라기보다는 특정 정치조직의 사업의 ‘편의성’을 고려한 형식적인 재편에 머물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지역운동의 발전전략에 대한 신중한 검토와 광범위한 토론 속에서 민중연대 활동의 발전방향을 도출해내려는 노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합니다. 현재와 같이 전국민중연대를 형식적으로 재편한다는 시도는 결국 지역운동의 발전에 아무런 도움도 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여러 운동을 소외시키거나 배제하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더욱 큽니다. 


이런 맥락에서 민주노총은 한국진보연대 가입 건을 전면 재고해야 합니다. 특히 지도부가 밝혀온 바처럼 진보진영 상설연대체가 그토록 중요한 문제라면, 그럴수록 대의원대회에서 표결 등의 형식적 ‘통과’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조합원 대중과 ‘연대운동 방향’에 대한 전면적 토론과 합의를 끌어내는 것이 우선입니다.


지금까지도 한국진보연대 출범을 둘러싸고 민주노총 주요 의결기구에서는 여러 차례 심각한 의견 충돌이 나타났습니다. 이 상태에서 가입을 강행하는 것은 반쪽짜리 연대를 묵인하는 것에 다름 아니며, 조합원조차 알지 못하는 민주노총 상급단체를 하나 두는 형국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이는 결국 조합원 동지들에게 연대운동에 대한 불신만 증폭시킬 것입니다.


노동자 민중운동의 진정한 연대는 노동자 민중운동 진영이 진정으로 동감하고 헌신적인 활동을 결의할 수 있는 운동의 내용을 마련하고, 그에 부합하는 새로운 운동체 건설의 경로를 밟아나갈 때만 가능합니다. 지금은 무리하게 조직 출범을 강행할 때가 아니라, 전국적-지역적 수준의 폭넓은 연대운동에 대해 전면적으로 토론하고 실천할 때입니다.



2007년 9월 11일


노동자의힘 사회진보연대 새날을여는정치연대 이윤보다인간을 전국학생행진

평등사회로전진하는활동가연대(준) 현장실천사회변혁노동자전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