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전쟁 사령부의 탄생을 예고하는 한미안보협의회의 규탄한다!



한미 양국은 10월 24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44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를 열었다. 이 회의는 한미연합사 해체 후 이를 대체할 새로운 ‘동맹 지휘 기구’ 신설 논의를 비롯해 북한 도발을 빌미로 한 한미 양국의 호전적 군사동맹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양국의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그동안 악화일로로 치달았던 남북관계의 상을 재정립하고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위한 길을 함께 고민해야하는 지금, 한미 양국은 다시 한 번 대결과 갈등의 길로 성큼 나아가고 있다.

한미 양국의 국방장관은 회의 직후 공동성명을 발표해 북한의 국지도발에 대응한 대비계획을 발전시켰다고 밝혔다. 특히 천안함, 연평도 문제를 언급하며 한반도에서의 연합훈련 실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미 양국은 그동안 실질적 전쟁 수행이 가능한 작전계획 수립과 이를 바탕으로 한 공격적인 군사훈련을 지속해왔다. 특히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사태 이후 주변국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핵 항공모함이 한국의 동해와 서해에 진입하는 등 그 대응 수위를 높여왔다. 반전평화운동 진영은 이러한 한미 양국의 대응이 한반도, 나아가 동북아시아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켜 민중의 평화적 생존을 위협하는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음을 꾸준히 지적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쟁 준비, 전쟁 연습만을 부르짖는 한미 양국의 호전 세력들은 대화와 타협, 외교적 해법은 등한시한 채 오로지 군사력 증강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이번 공동성명은 한국의 서북도서 및 북방한계선(NLL) 문제와 관련 이 일대에서의 연합훈련을 지속할 것임을 확인하며, 북한이 NLL의 실질적 가치를 인정하고 이를 준수할 것을 주장했다. 군사 작전의 한계지점을 설정한 NLL을 마치 국경선인 양 일방적인 주장만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정전협정 후 해상에서의 분계선이 지정되지 않으면서 서해에서는 크고 작은 분쟁과 충돌이 지속되고 있다. 충돌이 지속되고 있는 서북도서 일대의 바다는 꽃게잡이 등 남북한 어민들의 생계와 직결된 지역이다. 따라서 이 지역의 긴장과 충돌을 줄이기 위해 필요한 것은 일방적인 주장이나 위협적인 군사훈련이 아니라 남북한 양국의 대화와 외교적 해법 모색이다.

또한 이번 회의에서는 전시작전통제권의 한국군 이양 이후를 대비해 새로운 지휘구조 연구를 진행하기로 합의해 논란이 일고 있다. 애초 한미 양국은 전작권이 이양되면 전작권을 보유하지 않는 한미연합사를 해체하고, 전작권을 행사하는 한국의 합동참모본부를 미국의 한국사령부(KORCOM)가 지원하는 형태로 전환을 준비하고 있었다. 한미 양국은 1개의 전구에 2개의 사령부가 존재하면 유사시 효율적인 대비를 하기 어렵다며, 지금까지 논의되어 왔던 분야별 협조기구 설립을 넘어 새로운 지휘 구조를 설립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다. 이는 이후에도 미국이 한국에서의 작전통제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겠다는 점과, 호전적인 한미 군사동맹을 강화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더구나 이번 회의에서는 한국이 미국의 미사일방어(MD)체제에 적극적으로 조응해 들어가고 있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공동성명 발표 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리언 파네타 미 국방장관은 “미래 미사일방어는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모든 방어 능력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있는 부분”이라고 말해, 한미 양국이 MD 체제에 대해 긴밀히 협력하고 있음을 밝혔다. 그동안 한국 정부가 미국의 MD 체제에 참여하는 것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고 주장해 온 것이 거짓이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미국의 MD 체제 추진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가 극렬 반발해왔고, 결국 이것이 이미 새로운 군사적 경쟁을 불러오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 정부는 한국의 MD 추진이 이러한 갈등의 한복판에 발을 들이는 것이고, 민중의 평화적 생존을 위협하는 행위임을 직시해야 한다.

남북한 민중의 평화적 생존과 한반도 평화를 만들어가는 길에서 우리가 한미 양국의 호전 세력에게 기대할 것이 전혀 없다는 점을 이번 44차 한미안보협의회의는 분명하게 보여준다. 북한 도발을 빌미로 한 군사력 증강과 호전적 전쟁연습, 군사동맹의 강화, 그리고 주변국의 강력한 반발을 부르는 MD 참여는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한층 고조시켜 민중의 삶을 계속 벼랑 끝으로 내몰 뿐이다. 한미 양국은 지금에라도 군사력 증강,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정책을 중단하고 진정 한반도와 동아시아 평화에 필요한 길이 무엇인지 민중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갈등과 충돌을 부르는 호전적 군사훈련 중단하라!
한반도 전쟁 위협 고조시키는 한미동맹 폐기하라!

2012.10.25.
사회진보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