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메디텔’ 허용을 강력히 규탄한다!
- 수도권 대형병원 환자 쏠림과 병원의 상업화를 심화시킬 의료관광호텔업 신설 반대한다.

박근혜 정부가 ‘메디텔’을 결국 허용했다. 지난 11월 26일 고부가가치 관광산업 육성을 위해 호텔업 내 세부업종으로 의료관광호텔업을 신설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관광진흥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정부가 지난 5월 메디텔을 허용하겠다고 밝힌 이후 의료계와 시민단체들은 수도권 대형병원 환자 쏠림과 이에 따른 의료전달체계의 왜곡, 의료 상업화 등의 문제를 제기하며 반대해왔다. 그러나 이를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진행시킨 것이다.

첫째, ‘메디텔’은 수도권 대형병원들의 환자집중현상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개정된 관광진흥법 시행령에 따르면 의료관광호텔은 외국인 환자 유치를 위한 호텔이라면서도 아무런 근거도 없이 내국인 숙박을 40%나 허용했다. 관광호텔들의 지난해 객실 가동률이 평균 65.9%임을 감안하면 ‘메디텔’의 반 이상을 내국인으로 채워도 된다는 것이다. 또한 아무런 이유없이 정해진 40%는 향후 호텔업계의 요구에 따라 대통령 마음대로 높일 수 있다. 게다가 메디텔과 의료기관이 분리되어야 한다고 되어있지만 특별한 기준이 없어 같은 건물에 층수만 달리할 수 있다. 이는 규모가 큰 병원들에게 더욱 유리하다.
결국 수도권, 특히 서울의 상급종합병원들이 호텔을 세우거나 기존건물을 개조해 일부의 외국인 환자와 다수의 지방 외래환자들을 위한 숙소로 활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이다. 호텔 건립을 추진했었으나 주민반대로 무산되었던 삼성병원과 경희대병원은 미소를 짓고 있을 것이다. 결국 ‘메디텔’ 허용은 현재도 수도권 대형병원으로의 지방 환자 집중으로 의료의 지역적 불평등과 의료전달체계의 왜곡이 심한 상황에서 이를 더욱 고착화하는 것이다.

둘째, ‘메디텔’ 허용은 부대사업 확대를 통한 병원 상업화를 심화시킬 것이다. 병원의 부대사업은 진료에서 적자가 나는 부분을 진료외 수익으로 보전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병원의 상업화 경향을 심화시킨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적정한 진료의 진료수익만으로도 병원이 운영될 수 있는 의료시스템 구축을 요구하는 의료계·시민사회단체의 요구에 정부는 이를 앞장서 해결하는 것도 모자란 상황에서 거꾸로 부대사업을 확대해 병원이 진료 외 수익에 의존하게 했다. ‘메디텔’ 허용은 병원의 부대사업을 확대시켜 병원의 상업화 경향을 더욱 강화하는 것이다. 향후 병원의 다른 부대사업 확대도 예상해볼 수 있다. 박근혜 정부는 보건의료체계의 공공적·효율적 재편이 아니라 의료비 절감이라는 목표 아래 병원의 상업화·영리화를 염두에 두는 것으로 보여 심히 우려스럽다.

셋째, 더 심각한 문제는 ‘메디텔’ 허용 등의 의료관광 추진에 국민 건강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정부의 의료관광정책들은 기획재정부 주도하에 수익 창출이 목표인 일반 기업과 동일하게 병원을 바라보며, 국민건강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이 철저히 경제적이고 관료적인 입장에서 국부창출이라는 논리 아래 무비판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한국이 의료관광의 롤 모델로 삼고 있으며 의료관광 선두주자인 태국의 의료관광에 대해 세계보건기구는 “태국 GDP의 0.6%에 지나지 않는 의료관광사업이 건강불평등과 지역의 의료진부족을 낳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공공병원 비중이 10%도 채 안 되는 한국에서 의료관광활성화가 의료기관, 의료 인력 등 보건의료체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에 대한 분석과 대안이 전혀 없는 채 무비판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점은 국민건강에의 심각한 문제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시기 공공의료 강화를 약속했었다. 그러나 메디텔 허용은 그것과 정반대의 의료 상업화 정책이다.

박근혜 정부의 메디텔 허용을 강력히 규탄한다!
박근혜 정부는 의료관광활성화를 내새워 추진하는 일련의 의료상업화정책을 당장 중단하고 공공의료 확대와 체계적인 보건의료체계 구축에 힘써야 할 것이다!

2013년 11월 28일
사회진보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