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국회의장-여야3당 추경합의에 세월호 특별법과 특조위는 없었다
- 특조위 조사활동 보장, 세월호 특검 제외하고 진상규명을 위한 선체조사를 하겠다는 정치권의 합의는 국민 기만에 불과하다   

1. 여야 3당 원내대표와 정세균 국회의장이 어제(8월 12일) 세월호 선체 조사와 관련된 합의문을 발표했다. 이 합의는 2016년 추가경정예산안 처리와 관련한 합의문의 일부로 포함된 것이다. 그런데 합의문 어디에서 세월호 진상규명 특별법, 이 법에 따른 특조위의 진상규명 조사활동, 그리고 특조위가 요청한 특별검사 임명에 관한 어떤 합의나 협의계획이 없다. 매우 당혹스럽다. 
 
2. 논리적으로도 모순되며 비문으로 가득한 길지 않은 합의문 전문을 인용하자면 이렇다. “세월호 선체인양이 가시화됨을 감안해 진상규명을 위한 선체조사는 반드시 필요하고 그 활동을 계속하기로 합의하되, 조사기간, 조사주체 등 구체적인 사항은 앞으로 원내대표가 협의하기로 한다.” 
 
3. 우선, 합의는 세월호 선체조사를 포함한 진상규명활동이 아니라 진상규명을 위한 선체조사에 한정되었다. 주어가 없는 이 혼란스러운 합의문의 문맥상으로는 특조위가 수행해왔던 다른 진상규명 활동에 대한 것은 합의에서 아예 배제된 것이 분명해 보인다. 또한 “그 기간과 주체 등 구체적인 사항은 앞으로 원내대표가 협의한다”고 단서를 달아 둔 것으로 보아 선체조사로 한정된 조사주체마저도 특조위로 확정된 것은 아닌 것으로 이해된다. 게다가 합의문의 표현상으로는 이 후의 원내대표간 협의는 기 합의된 선체조사의 기간과 주체에 한해서만 진행되는 것으로 이해될 가능성이 있다. 국회의장과 여야3당은 특조위에게서 진상규명 활동을 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을 박탈하는데 합의한 것인가? 명확히 답해야 한다.      
 
4. 합의문에서 문법적으로나 내용적으로 가장 혼란스러운 부분은 ‘그 활동을 계속한다’는 문구다. 이 문구엔 주어도 불분명할뿐더러 문법상 ‘그 활동’으로 이해될 수 있는 ‘선체조사’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로써 ‘계속한다’는 표현은 적합하지 않다. 세월호는 아직 인양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계속한다는 표현은 ‘진상규명’에 어울리는 표현이지 ‘선체조사’에 어울리는 표현이 전혀 아니다. 그런데 정부는 참사 이후 지금까지 '진상규명'을 위법하게 방해하고 결국엔 특조위를 강제종료 시켜버렸다. 그렇다면, 국회의장과 여야3당은 정부가 진상규명을 가로막고 위법적으로 특조위를 해산시키는 현 사태를 '계속한다'는데 합의한 것인가? 아니면 최소한 진상규명에 합당한 주체가 ‘그 활동을 계속’하는 것에는 합의한 것인가? 국회의장과 여야3당은 무엇에 합의하였는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 
 
5. 특조위 위원들과 세월호 가족들, 그리고 국회 재적 과반수에 이르는 20대 국회의원들이 요구해온 것은 특별법에 명시된 특조위의 조사활동 기간과 예산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 합의문에는 가장 중요한 쟁점인 특별법과 특조위가 단 한마디도 언급되지 않았다. 국회의장과 3당 원내대표는 이 요구에 대답하는 것을 의도적으로 회피한 것이다. 그럼으로써 국회는 몇몇 국가기관들이 법적 근거도 없이 특조위 조사활동을 일방적으로 종료시킨 행위를 입법부가 인정해주었다고 강변할 여지를 주었다. 이는 독립적인 국가기구인 특조위를 조사대상기관들의 외압에 의해 중단시키는 말도 안되는 선례를 남기는 것은 물론, 입법기관인 국회의 위신에도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다.
6. 이번 합의문에 20대 개원 직후 특조위가 국회에 제출한 특검임명에 관한 협의결과가 포함되지 않았고, 특검을 진지한 의제로 다룬 흔적조차 확인되지 않고 있다. 특별법 제정 당시 여야 합의 정신은 특조위가 특검을 요청하는 즉시 국회는 이를 지체없이 처리한다는 것이었지만 19대 국회도, 20대 국회 와서도 특검임명이 여야간 협상조차 되지 않고, 국회의장이 약속이행을 진지하게 촉구하지도 않고 있는 것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는 일이다. 국회의장과 3당 원내대표는 특별검사 임명요청안 처리 일정을 위한 협의를 즉각 착수해야 할 것이다. 
 
7. 이 합의문은 국회수장이 참여한 합의문으로 보기에는 무책임한 함량미달의 합의문이다. 책임정치를 위해서는 국민 모두, 특히 피해자 가족들이 명확히 알아들을 수 있는 표현을 사용해야 한다. 전략적 모호성에도 정도가 있다. 적어도 합의문이 성안되었다면 유권자 누가 보더라도 합의된 바의 최소한이 분명히 드러나야 한다. 따라서 이번 합의는 당장 철회되어야 하며, 특조위의 실질적인 조사활동 1년 6개월 보장, 인양 후 6개월간의 정밀 선체조사 보장, 그리고 조사활동에 필수적인 인력과 예산의 지원을 담은 새로운 합의문을 다시 채택해야 한다.
 
2016년 8월 13일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약칭: 4.16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