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8. 25 이재용 선고를 앞두고: 이재용의 엄벌만이 헌법질서를 바로 잡을 수 있다.

 

1. 박근혜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2017. 2. 28.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하여 ▲ 뇌물공여, ▲ 업무상횡령, ▲ 재산국외도피, ▲ 범죄수익은닉 ▲ 국회에서의 위증을 이유로 공소를 제기하였다. 이재용에 대한 재판은 준비기일을 포함해 55회의 기일이 진행된 후, 지난 8. 7. 결심공판을 끝으로 종결되었다. 특검은 결심공판에서 이재용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했다(공범 최지성, 장충기, 박상진에게 각 징역 10년, 황성수에게 징역 7년을 구형했다). 이제 8. 25. 역사적인 1심 판결 선고만 앞두고 있다.

 

2. 특검은 공소제기를 하면서 이재용의 뇌물공여 사건을 “이재용이 미래전략실 최지성 등과 공모하여 자신의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도움을 받을 목적으로 회사자금을 횡령하여 대통령과 최순실에게 뇌물을 공여하고 그 과정에서 외환거래법을 위반하여 회사 자금을 국외로 반출하였으며 그 범죄수익의 발생원인과 처분에 관한 사실을 위장하고 최순실은 대통령과 공모하여 이재용으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사건”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즉, 이재용은 경영권 승계작업과 관련하여 삼성 SDS 및 제일모직의 유가증권 시장 상장,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의 합병, 삼성물산 합병으로 인한 순환출자 고리 해소 시 삼성물산 의결권 손실 최소화,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등의 현안이 있었고, 이러한 현안에 관하여 박근혜 정부의 도움을 받기 위하여 부정한 청탁을 하고 약 300억 원에 이르는 회사 자금을 횡령하여 뇌물로 공여했다는 것이다.

특검은 결심공판에서 ① 피고인들 스스로 약 300억 원을 공여한 사실을 인정하고, 이재용이 대통령과 독대하고 자금 지원을 지시한 사실을 자인하고 있는 점, ② 관련 증거들에 의해 이재용과 박근혜의 독대에서 경영권 승계 등 현안에 대한 논의가 있었던 사실이 입증된 점, ③ 박근혜가 실제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순환출자 고리 해소 문제, 엘리엇 대책 방안 마련 등과 관련하여 도움을 준 사실이 입증된 점, ④ 이재용 등이 대통령의 직무상 요구 이외에 개인적 친분 등 다른 사유로 뇌물을 공여할 이유가 전혀 확인되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이재용의 범죄는 명백하게 입증되었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더하여 그 동안 언론을 통해서 확인된 여러 증거들, 즉 안종범 수첩, 청와대 말씀자료, 코어스포츠와의 용역계약서, 정유라의 증언 등을 고려해 볼 때, 이재용의 범죄 사실은 충분히 입증된 것으로 보인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재용 등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기는커녕 대통령에게 현안 해결을 위하여 부정한 청탁을 한 적이 없다고 하면서 범죄 사실을 전면 부인했고, 심지어 자신들은 직권남용의 피해자에 불과하다고 주장하였다. 특검의 주장에 따르면 이재용의 지시에 따라 범행에 가담한 최지성 등 삼성그룹 관련자들은 이재용의 범행 은폐를 위하여 적극적으로 허위 진술까지 했다고 한다. 이재용은 대통령 지시사항을 보고받지도 않았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몰랐으며, 그 과정에서 중요한 결정은 최지성이 다했다는 ‘바보 놀이’로 법정과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

 

4. 이재용의 선고를 앞두고 우리는 다음과 같은 점을 재판부와 삼성에게 강력히 촉구한다.

 

첫째, 재판부는 이재용을 엄벌에 처해야 한다. 이재용의 범죄는 국정농단과 정경유착의 핵심이다. 이재용의 사익을 위해 국가권력이 사유화 되었고, 그 과정에서 뇌물수수를 핵심으로 하는 검은 거래가 이루어진 사건이다. 이로써 국민주권주의, 대의민주주의, 경제민주주의 등 헌법적 가치는 철저히 유린당했다. 이재용을 엄벌에 처하지 않으면 무너진 헌법질서를 결코 바로 세울 수 없다.

 

특히, 사법부는 삼성이 정경유착을 통해 이재용의 불법적인 지배·경영권 세습을 추진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사법부 자신의 과오 때문이었음을 직시해야 한다. 사법부는 이제껏 삼성그룹 총수 일가의 불법과 탈법에 대해서 면죄부를 줘왔고, 그 결과 처벌받지 않은 경제권력 삼성은 대한민국 헌정질서를 유린하는 정치권력화되었다. 만약 사법부가 삼성의 불법·탈법 행위들을 엄하게 단죄했었더라면 오늘의 국정농단과 정경유착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둘째, 이재용을 비롯한 삼성그룹 총수 일가는 지금이라도 진실을 고백하고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한다. 이재용은 삼성그룹을 마치 총수 일가의 소유물인 것처럼 인식해 왔고, 그렇기 때문에 불법적인 지배·경영권 승계를 위해 회사의 자금을 사금고처럼 이용하여 뇌물을 정치권, 검찰과 사법부, 언론계 등 우리 사회 지배세력들에게 대량 살포해왔다. 이재용은 자신의 지배·경영권 승계를 위해서 정경유착을 통한 법률 위반까지 서슴지 않았다. 이로써 그 동안 이재용이 기업과 국가의 사법질서를 어떻게 유린해 왔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재용은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고, 심지어 국회에서 위증까지 했다. 최지성, 장충기 등 삼성그룹 관계자들 역시 총수의 위법한 지시에 대하여 어떠한 견제나 비판도 없이 오직 총수의 이익만을 위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고, 총수를 보호하기 위해 적극적인 허위진술까지 일삼고 있다.

 

물론 사법부가 이재용과 삼성그룹 관계자들을 엄벌에 처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번 경영권 불법 승계를 위한 뇌물공여에 대한 사법부의 심판은 시작에 불과하고, 국민의 심판, 역사의 심판이 기다리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이재용을 비롯한 삼성그룹 총수 일가, 그리고 삼성그룹 관련자들은 지금이라도 그 동안의 잘못된 인식과 범죄 행위에 대해 진실을 고백하고 국민들 앞에 진심으로 사죄하며 벌을 청해야 한다.

 

아울러 이재용이 구속되면서 불필요한 위기를 조장하며 이재용에 유리한 판결을 유도하여 삼성 총수일가의 지배력과 기득권을 지키는데 앞장서온 보수 언론에 대해서도 반성을 촉구한다. 또한, 재판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한 정부도 지금보다 더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재벌개혁을 추진하여 삼성을 필두로 한 재벌들의 적폐 청산을 강력히 추진해야 할 것이다.

 

셋째, 삼성그룹은 불법적인 지배·경영권 세습을 포기하고, 총수 일가의 사익을 위해 불법에 동원되는 기업이 아니라, 존경과 사랑을 받는 진정한 국민 기업으로 거듭나기를 촉구한다. 이재용이 구속되면서 삼성은 미래전략실을 해체하고, 계열사간 독립경영 체제를 유지하겠다고 공언하며 일말의 쇄신 의지를 비친 바 있다. 그러나 과거의 거듭된 대국민 사과와 쇄신방안 발표에서 경험했듯이 총수지배체제의 근본적 변화가 없는 한 삼성그룹이 스스로 변화하는 것은 기대할 수 없다.

 

삼성그룹 개혁의 출발점은 2008년 4월 22일 이건희 회장이 대국민 사과 성명에서 약속했으나 지키지 않았던 “총수일가의 퇴진”이다. 삼성이 저질러온 중대한 불법·비리 행위들은 총수일가의 지배·경영권 독점과 세습, 그리고 무노조 경영 편집증에서 비롯되었음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따라서 총수일가가 지배·경영권의 독점과 세습을 포기하고 총수일가의 황제경영체제를 전문경영인의 책임경영체제로 전환하고, 삼성 임직원들을 회계조작과 불법 비자금 조성·배포 범죄의 공범으로 만들지 말고 삼성에서 혁신과 자기실현의 꿈을 펼칠 수 있도록 하고, 삼성의 성공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해 온 노동자들에게 목숨을 걸지 않고 일할 수 있고 해고 공포 없이 노동조합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노동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 그것이 적폐 청산을 외친 촛불 국민의 명령이고. 변화를 거부하는 삼성에는 미래가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2017.8.21

삼성노동인권지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