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출산장려정책의 진실 얼마전 대한가족보건복지협회와 한국모자보건학회가 "여성이 결혼 후 1년 내에 임신하여 첫 아이를 출산하고, 두 명의 자녀를 30살이 되기 전에 낳아 건강하게 기르자"는 '1·2·3운동'을 제안하는 선전물을 만들어 한차례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 또한 한국모자보건학회는 세미나를 개최해 최근 30살이 넘은 고령(?)의 산모가 아이를 낳을 경우 건강상의 위험이 높다며, 의학적 '경고'로 이 운동의 취지를 설명했다. 올해 서른 대에 들어선 나로선 '죽어도 못하는 운동'이라며 실소하고 넘어가면 될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실소로 끝나지 않는 불편함이 있다. 이런 흐름은 정부가 추진하는 출산장려정책의 '진실'의 자장 내에 있는 것이고, 가족의 가치와 출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실제로 누구를 공격하고 있는지를 드러내는 단면이다. 이를 더 잘 드러내주는 것이 지난 5월초 LG경제연구원에서 발표한 「저출산 시대의 경제 트렌드와 극복방안」이란 연구보고서이다. <b>노무현 정부, 여성의 출산파업에 대체인력을 투입하라!</b> (소리내어 긴급하게 읽어주실 것을 부탁드리며) 4월 18일 노무현 대통령은 보건복지부 업무보고 때 "국적과 관련된 이민정책도 신중히 검토, 저출산과 고령화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라"고 지시했다. 이에 즉각 국무조정실은 "현재의 저출산은 여성의 사회활동 증가, 경제적 사정 등 여러 이유가 있지만, 결혼기피나 기혼자들도 아이를 낳지 않는 쪽으로 사회풍조 자체가 바뀐 측면도 있다"며 "출산장려나 보육정책으로는 한계가 있어 선진국처럼 이민을 받아들이는 방안도 합리적일 수 있다"고 저출산대책을 발표했다. 그리고 5월 3일에는 동남아인 유입안, 재중·재러 동포 유입안, 통일 후 북한인구 유입안으로 세 가지 구체적인 이민방안을 제시하고 내년에는 공청회를 거쳐 최종방침을 정할 계획이다. 정부는 저출산 문제를 노동력 부족, 소비주체의 감소, 고령화로 인한 사회적 부담의 문제로 접근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로선 여성들이 왜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지 않는가는 이 문제를 푸는 중요한 질문이 아니다. 즉 정부가 내세우는 '직장과 가사의 양립 지원'이라는 여성정책에서의 출산장려정책은 여성들의 권리 증진과는 무관하다. 따라서 현재 부실하기 그지없는 지원책 역시 언제든지 철회될 수 있으며, 오히려 정부의 출산장려 의지에도 불구하고 출산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여성을 비난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정부의 이주노동정책이 이주노동자의 노동권과 단결권을 인정하지 않는 저임금 노동력 활용에만 맞추어져 있듯이, 여성인력활용방안 역시 여성노동자의 노동권 확장이 아닌 불안정노동층 형성의 지렛대로서만 의미가 있는 것이다. <b>LG경제연구원, 기업은 손배가압류로 대응하라!</b> (너무 막 나가는 비유라고 이 글을 읽으면서 불편해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사회적인 출산 강요 흐름에서 독신 여성이 느끼는 압박을 없는 글재주로 표현하는 것이라 생각해주시길 바라면서~!) 정부가 가족단위의 이민정책 허용을 발표한 직후에 바로 이 「저출산 시대의 경제 트랜드와 극복방안」이란 LG경제연구소의 보고서가 발표됐다. 이 장문의 논문 앞부분에서 '독일의 경우 이민노동력의 유입정책을 활용하여 인구감소 시기를 늦추었지만 이민인구가 전체인구의 8%를 넘는 실정, 결국 이민인구가 전체인구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해도 좋다는 각오가 없는 한 이민유지 정책은 임시처방'이라며 마치 정부정책에 태클을 거는 듯 했다.(그러나 여성 이민자의 제한적 수용은 필요하다고 나온다.) 논문에서 한국의 인구증가율은 단계적으로 하락하고 있으며, 2021년부터는 감소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며 현재의 출산율 하락 원인은 1980년대까지 계속되었던 인구억제정책의 후유증 때문이기도 하지만, 1990년대 이후의 출산율 하락 원인은 결혼한 가정의 출산율 하락보다도 결혼 연령 연장에 가장 큰 원인이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따라서 저출산 해결의 단기적 대책으로 결혼 촉진, 기생독신자 문제 해결이 보다 우선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배우자나 자녀가 없는 모든 독신노동자에게 독신비용을 인식할 수 있도록 '독신세'를 매길 것을 제안했다. 논문은 정부가 여성을 생각해주는 척 시행하는 '직장과 가사의 양립 지원정책'의 진실을 노골적이고 솔직하게 드러낸다. 부모와 동거하고 있는 미혼 상태에 있는 젊은 층(20-34세)은 부모소득에 의존하는 기생독신자이며, 한국의 경우 이들은 1995년 428만 명(36.3%)에서 꾸준히 증가하여 2000년 451만 명(40.4%)에 이른다며 근로여부와 상관없이 20-34세 독신 모두를 기생충이라 비유한다. 그러나 이는 독신여성에 대한 적나라한 공격이다. 왜냐하면 보고서가 미혼여성은 미혼남성 19.9%의 두 배 이상인 41.5%가 부정적 혼인관을 가지고 있으며, 과거보다 풍요로운 환경에 익숙한 한국 여성들이 보다 좋은 조건의 결혼상대를 기다리고, 과거에 비해 가정 형성과정에서 생기는 일시적인 고통을 참지 못하고 고생을 기피하려 하기 때문에 독신자비율을 높이는데 기여하고 있다고 지적하기 때문이다. 남성은 군대도 가야하고 안정된 일자리 부족으로 경제적 기반 구축에 과거보다도 많은 시간이 소요되므로, 앞으로 결혼하는 남녀의 연령차가 커져야 가임여성의 미혼율을 하락시킬 수 있다는 세세한 지적까지 아끼지 않고 있다. 이렇게 독신여성에 대한 공격과 기생독신자의 문제해결이 단기적 우선과제로 제기되는 이유는 아직까지 한국은 20대 가임 여성 비율이 높기 때문이란다. 정말 급하긴 급할 것 같다. <b>LG경제연구원이 솔직하게 정부 입장을 대변하다 - "출산과 육아는 여성의 최우선 의무이다!"</b> 그렇다면, 출산율 저하의 두 번째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결혼한 가정의 소(小)자녀'는 무엇 때문인가? 보고서에 따르면, 그것은 우리나라에서 손쉽게 중절수술이 가능하기 때문이며 따라서 정부가 불법낙태를 엄격히 규제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결혼한 여성은 애를 낳지 않는 것보다 '많이' 낳지 않는 것이 문제이며, 현재의 인구수준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출산율 2.08을 달성하기 위해선 3명 이상을 출산하는 가정이 늘어나야 한다는 것이다(정부가 셋째 아이부터 지원한다는 것은 결국 다산으로 인구증가율에 크게 기여했을 때에나 지원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여성이 출산기계인가?! 또한 여성들의 고학력과 사회경제적 참여의 확대는 단기적으로 저출산의 원인이 되므로, 현재 시점에선 여성을 노동력으로 활용하는 정책보다 아이를 낳도록 유도하는 정책에 강조점을 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여성 의무 고용과 같은 여성의 사회진출 여건의 개선은 육아에 대한 인프라가 확충되어 출산 의욕이 회복된 상태에서 이루어져야 저출산을 억제할 수 있을 것이 된다. 왜냐하면 한국의 저출산율은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낮음에도 나타났으므로 사회진출 여건이 개선되었을 경우, 1.0 이하의 세계 유례가 없는 출산율 쇼크를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논문은 출산과 육아의 비용 지원을 거듭 강조하는데, 그래야만 여성이 출산과 양육 의무를 수행하면서도 저임금 불안정 노동층으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u>"출산은 여성으로서의 사회적인 책임이자 사회진출의 전제 조건이라는 인식이 정착되도록 주력"(논문 51페이지, 22번째 줄 밑줄 쫘악~!) </u> <b>노동권-여성권 쟁취를 위한 총단결, 총투쟁을! </b> 한국에서 여성운동은 대중운동으로서 크게 성장하지 못했지만, '페미니즘'은 유행어가 되었으며 21세기는 '여성 상위 시대'라 불리고 있다. 여성부의 존재와 여성의 정계진출 증가는 마치 그것을 증명하는 것처럼 보인다. 또한 정부가 추진하는 여성정책은 세세한 것 하나 하나 이슈화되고 사회적 관심을 받고 있다. 노무현 정부의 여성정책은 외견 상 여성의 현실과 요구를 수용하고 단계적으로 확대시키는 듯한 양상으로 나타나지만, 실내용은 여성에 대한 동원과 이중적 착취를 강화하는 것이며 신자유주의 위기관리 정책의 일환이다(그러니 남성부 없다고 남녀차별 운운하는 남성들, 너무 부러워 마시오). 특히 현재의 출산장려정책은 과거 70-80년대 출산억제정책의 동전의 양면으로, 여성들에게는 똑같이 억압적인 조치들이다. 정말로 출산과 양육이 사회적이고 공동체적인 책무라면 우리는 이렇게 질문할 수 있다. 왜 아이가 공동체에서 키워지도록 사회적 시스템을 마련하지 않는가. 왜 내가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으면 그것으로 비난받고 아이가 차별 받고 있는가. 왜 여성에게 스스로 부양할 수 있는 경제적 권리가 주어지지 않는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러한 책무는 가족에게 전담되었고, 출산과 양육은 가족 내에서 여성의 의무로 전가되었다. 그리하여 여성들이 그것을 자의든, 타의든 그것을 거부하였을 때에야 사회적 문제가 된다. 그리고 현재의 가족가치와 출산의 중요성에 대한 강조는 다시 여성들을 압박함으로써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다. 여성운동과 노동자운동 공히 이러한 '반격'에 정면돌파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럴싸한 비유 아닌가? 소위 여성들의 출산파업에 정부가 대체인력 투입을 기업이 손배가압류를! 그렇다면 우리는 노동권-여성권 쟁취를 위한 총단결, 총투쟁을!
여성민우회에서 2004년도에 회지에 실었던 '페미니즘과 과학기술'이라는 세편의 글입니다. 현재 황우석 교수의 연구성과에 가려진 '쟁점들'을 알아보고자 뉴스브리핑을 하다가 찾았습니다. 개인적으론 난자매매의 상업화, 저는 이를 장기매매와 같은 맥락에서 봐야한다고 생각하고, 여성 스스로의 육체에 대한 통제력을 과학기술의 진보라는 칭송으로 기술적으로 착취되고 있는것 아닌가하는..고민이 있어서요.
일시 : 2005년 5월 16일 월요일 7시 30분 장소 : 사회진보연대 회의실 토론 호성희 사회진보연대 여성국장 김원정 민주노동당 정책위원회 정책연구원 정인경 사회진보연대 회원 정리 : 정지영 정책편집부장 <b>호성희(이하 성희)</b>: 작년 9월 성매매방지법이 시행되고 격렬했던 성매매방지법을 둘러싼 논쟁은 3월 27일 미아리 화재 사건 이후 다시 제2국면을 맞고 있습니다. 미아리 화재 사건 이후 성매매방지법이 더욱 강력히 추진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죠. 특히 작년에 성매매 여성들이 몇 차례 대규모 집회를 통해 성매매 여성들의 생존권 문제, 공창제 문제 등 다양한 주장을 했는데, 그 영향으로 부산과 인천에서 집결지 시범사업이 시행되었습니다. 이 시범사업은 성매매 여성들의 탈성매매 의지를 전제하지 않고 지원 사업을 시행하기로 한 것이었죠. 그런데 미아리 화재 사건 이후에는 탈성매매를 전제하지 않는 지원은 없다 등의 입장이 나오면서, 성매매 여성 전체를 피해자로 규정하는 방향으로 방지법을 개정하려는 의지조차 한 발자국 뒤로 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작년 9월부터 성매매방지법이나 성매매와 관련된 논쟁이 사회적으로 많이 진행되었고, 어떤 단체든지 입장을 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사회진보연대 역시 「사회화와 노동」과 기관지 『사회진보연대』기획을 통해서 입장을 제출하기 위한 노력을 진행해왔죠. 오늘 토론은 이런 논쟁에 대한 입장을 들어보고, 그 속에서 쟁점이 있다면 그것을 더욱 심화시키는 토론이 되었으면 합니다. 우선 토론은 그간 사회진보연대가 제출했던 입장에 대한 간략한 평가나 의견을 들어보는 것으로 시작했으면 합니다. <b>사회진보연대 입장에 대한 의견</b> "합법화 입장과 유사한 근거를 가지고 여성운동과 금지주의를 과도하게 비판"(원정) "비범죄화의 입장에서 성노동자의 자기조직화를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라 생각"(인경) <b>김원정(이하 원정)</b> : 작년에 성매매방지법에 대한 사회진보연대 여성위원회 월례포럼에 토론자로 참석을 했었는데, 제가 판단할 때 사회진보연대의 입장 중에 가장 핵심적인 것은 성매매 여성들의 자기 조직화를 어떻게 지원하고 그 사람들의 운동이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 하는 부분인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작년에 사회진보연대 입장을 처음 봤을 때부터 입장의 근거가 부족하고, 원칙적으로 어떤 지향만 이야기하고, 상당히 무모한 측면이 없지 않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이런 비판이 내용 자체에 대한 것은 아닐 수 있지만, 합법화 입장과 굉장히 유사한 근거들을 가지고 금지주의를 비판했던 부분 등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특히 성매매방지법을 계기로 성매매에 대한 온갖 주장이 쏟아졌던 그 때의 시기적인 상황에서 그런 비판을 했던 부분에 문제를 제기하고 싶어요. 저는 사회진보연대의 금지주의 비판이라는 것이 성매매를 국가의 정책을 통해 해결하려 할 때 빠질 수밖에 없는 모순이라는 것을 어떻게 볼 것인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든 해결되지 않는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접근을 할 것이냐 하는 문제를 제기한 것 같아요. 그런데 성매매가 이렇게 해도 저렇게 해도 근절되지 않는 문제이고 굉장히 오래 된 역사적인 문제라는 점에서 사회진보연대가 여성운동이나 금지주의 관련해서 과도하게 비판을 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성매매 여성들의 인권유린이나 인신매매 등에 대해서 법적인 보호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해요. 물론 법 자체를 맹신하고, 이 법을 시행하면 성매매가 근절될 것이라고 얘기하는 것도 문제지만, 그렇다고 그것을 아예 배제하는 것도 굉장히 문제가 아닐까 해요. 성매매 여성들의 자기조직화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법조항이나 법의 취지라는 것이 분명히 있을 수 있겠지만, 조직화를 지원할 수 있는 법이나 제도, 정책을 찾는다는 것은 사실상 굉장히 어려운 부분이고 불가능할 수도 있는 부분이에요. 그리고 저는 성매매방지법이 얼마나 성과가 있었느냐 하는 부분을 사실 무슨 근거로 판단해야할지 잘 모르겠어요. 그러니까 성매매가 얼마나 음성화되었나, 얼마나 근절되었나 하는 부분들에 대해서 우리가 현재 평가 가능한 수준의 정보가 있는가, 그런 정보에 접근 가능한가하는 생각도 한 편으로는 들긴 해요. 그래도 어쨌든 지금 있는 법에 의해서 다수는 아니더라도 자신의 법적인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여성들이 있다면 그런 부분에 대해서 일정하게 긍정할 수 있는 부분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었죠. <b>정인경(이하 인경)</b> : 성매매와 관련한 입장을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하는 것 같아요. 금지주의, 비범죄화, 합법적 규제, 즉 공창제가 그것이죠. 김원정 씨가 말씀하셨을 때 사회진보연대 입장이 합법화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하셨는데, 저는 오히려 비범죄화라는 입장에서 사회진보연대 입장이 제시됐고, 그것이 국가가 공창제의 형태로 집단을 구획해서 성매매 여성을 등록시켜 관리하는 방식의 합법적인 규제와는 차별성이 있는 입장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그런 비범죄화라는 측면에서 성노동자의 자기조직화를 지원해야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 같아요. 그래서 만약 사회진보연대 입장이 금지주의와 관련해서 과도한 비판이라고 한다면, 어떤 부분을 그렇게 생각하셨는지가 쟁점이 될 것 같아요. 제 생각에는 역사적으로 금지주의가 성매매의 당장의 근절을 내세우면서 현실에서 성매매에 종사하는 여성들의 생존의 문제를 제기하지 못했다는 것에 가장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b>원정</b> : 제가 오해를 했을 수도 있는데, 사실 저는 사회진보연대 입장을 '정부와 법 등이 개입 자체를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더 낫다, 이런 개입 자체가 더 문제다'라고 읽었던 것 같아요. 사회진보연대가 비범죄화라는 부분도 간간히 언급을 했지만, 성매매 여성들을 피해자화 하는 것에 대해서 굉장히 비판적인 입장을 내지 않았었나요? <b>인경</b> : 금지주의에 대한 비판의 핵심은 '근절'이라는 이름으로 성매매 여성들을 '피해자화'했다는 것이지요. 결국 성매매 여성들을 피해자라는 동일성(identity)으로 규정하게 되면 그들은 구제되고 보호받아야 할 대상이 되고 말죠.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접근이 여성의 성매매로의 유입을 근절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당장 법 시행 이후 성매매 여성들이 거리에 나와서 생존권을 요구하는 문제를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문제가 제기되는 거죠. 따라서 그녀들을 주체로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억압했다는 측면에서 금지주의를 비판할 수 있죠. 현실적으로 성매매를 하는 이 여성들이 생존권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을 피해자화 하기보다는 자기조직화를 통해서 자기 권리를 주장하고 자신의 현실을 깨달아 가는 것을 지지·지원해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죠. <b>성매매방지법을 둘러싼 입장</b> "비범죄화 입장에서 성매매 여성들의 생존권과 인권유린 등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인경) "성매매방지법이 좀 더 성매매 여성에게 실효성이 있는 법이 되어야"(원정) <b>인경</b> : 금지주의가 성매매 여성들을 일관되게 피해자로 규정하고 이 피해자들을 어떻게 구제하고 보호하고 자활시킬 것인가라는 프로그램으로 성매매 문제에 접근했죠. 하지만 그런 프로그램이 역설적으로 성매매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죠. 예를 들어 성매매가 음성화되는 과정에서 여성들이 포주에 직접적으로 종속되고 폭력을 비롯한 인권 유린에 대해서도 문제제기 할 수 없게 된 현실이 있다는 거죠. 그렇게 때문에 금지주의는 현실적으로 성매매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성매매 여성들의 생존권이나 인권유린 등의 문제에 대해서 적극적인 입장을 가질 수 없는 한계가 있는 것 같아요. 현재 대안세계화 운동 내에서 성노동자, 즉 '섹스 워커'(sex worker)라는 규정을 가지고 그것을 지원하는 조직들이 생겼죠. 이제는 '성노동자'라는 호명이나 성매매를 성노동으로 규정하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야 될 때라고 생각해요. 여성에 대한 이분법이나 성도덕 때문에 거부감을 갖는 것은 아닌지도 생각해봐야 할 문제죠. 자본주의 사회에서 다른 형태의 노동이라는 것도 형식적으로는 자유로운 계약의 형태를 띠지만 노동력을 팔지 않고서는 굶어죽을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노동력 판매를 강제당하는 것이고 이에 대해 특별한 가치판단을 하지 않는 것처럼, 많은 노동의 형태 중에 여성들이 성매매를 택한다고 볼 수도 있는 것이죠. 그리고 성노동이라는 규정을 채택한다고 해도 이것이 성매매의 합법화를 주장하는 것이나 '성매매는 인간의 본성상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과는 구분되어야 한다는 것이 저의 생각이에요. <b>원정</b> : 제가 고민을 하는 것은 사실 이 법을 어떻게 잘 시행을 하느냐, 시행하면서 나타나는 문제들은 어떻게 할 것이냐, 그리고 여성부에서 탈성매매 하는 여성들에게 지원을 확대한다, 확대한다 하는데 실제로 어떤 지원체계가 제일 좋을 것인가 이런 부분들이에요. 당(민주노동당-편집자)에서 현실적으로 고민하게 되는 부분들이죠. 성매매방지법 시행되기 전에 보건복지부하고 여성부하고 그런 논란이 있었다고 하는데, 보건복지부에서는 계속 에이즈 예방, 성병 예방하면서 콘돔을 돌리고, 여성부에서는 그렇게 하면 불법인 성매매를 용인해 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반대하고. 여성부도 그렇고 여성단체도 그렇고, 시범지역 정하게 된 것도 애초에 시나리오에 없던 거잖아요. 모범적으로 잘 됐다는 케이스를 만들고자 하는 현실적인 판단이 들었겠죠. 그런데 탈성매매 의지가 있는 사람이란 것도 누가 판단을 할 것이며, 한다 해도 별로 의미가 없는 판단이죠. 게다가 의료나 법률 지원이나 이런 것들은 성매매 의지가 있는 사람이든 없는 사람이든 당연하게 주어져야하는 권리고. 제가 자세히 조사를 한 것은 아니지만, 그런 지원체계들이 실질적으로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것이 사실이잖아요. 그래서 병원을 다니면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것을 비롯한 여러 가지 것들을 어떻게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 직업 훈련 같은 경우도 쉼터나 이런 곳에 가둬놓고 그 안에서 공부시키는 형식이 아니라 낙인 효과를 낳지 않을 수 있는 지원체계들을 통해서 하는 문제가 고민이 돼요. 여성부에서도 어떤 프로그램의 형식, 어떤 모델의 형식이 아니라 다른 일반적인 여성들이 접근할 수 있는 일반적인 통로들을 열어놓고 하는 방안 쪽으로 가야하지 않을까, 성매매 여성들에게 특화된 것이 아니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흡수할 수 있는 방안으로 가야하지 않을까 합니다. <b>성희</b> : 사회진보연대가 인천 시범지역 관련해서 단체입장 인터뷰<a href="#footnote1"><font color="blue">1)</font></a><a name="home1"></a>를 했었잖아요. 그런데 그 때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것이 시범지역이 되니까 공권력이 상주한다는 거였어요. 여성부가 문서로 명시해준 것은 아니었지만, 성매매를 하든, 안 하든 상관없이 이 지역에 지원을 한다는 것이 합의였는데, 그럴 때 가장 큰 문제가 공권력이었다는 것이죠. 결국 성매매방지법과 성매매 여성들이 원했던 시범지역이라는 것이 같이 갈 수 없었던 것 아닌가 싶습니다. 법의 폐지나 법의 전면적인 개정이 아니고서는 말이죠. <b>원정</b> : 그래서 실제로 여성부 장관이 부산에 찾아가서 단속하지 말라는 얘기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거죠. 그리고 여성부에서 어떤 입장을 가졌든지 간에 성매매 현장에 있는 여성들을 지원하는 것에 대해서 '그 사람들에게 돈을 왜 쓰느냐'라는 식의 비판이 존재한다는 것이 문제죠. 사실 성매매방지법을 이 상태로 둔 상태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서 여성부든 어디든 대답할 수 없는 상황인 거죠. 소극적으로 탈성매매 과정이라는 것이 연속적인 과정이다 이런 정도로 얘기하는 수준밖에는. <b>"성노동", "성노동자"라는 호명에 대하여</b> <b>성희</b> : 성매매 여성들이 자기 조직화하여 자신의 권리를 획득하는 투쟁을 한다는 것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성매매 여성들의 자기 조직화를 어떻게 도울 것인가, 법·제도적으로 할 것인가, 운동적으로 할 것인가 등의 문제와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에서 입장이 많이 다른 것 같아요. 외국의 성노동자 조직에서는 운동을 진행할 때 "성매매는 성노동이다"라고 주장합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성노동자라는 호칭을 쓰는 것 자체에도 굉장한 반발감이 있죠. 이런 주장을 어떻게 볼 것이냐에 대해서도 많은 쟁점이 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 얘기해보죠. "성노동은 성매매를 가시화하고, 전화의 문제를 사고할 수 있게 하는 표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고, 성노동자라는 호명은 기존의 성매매에 종사하는 여성들에게 부과된 사회적 낙인을 제거하고 스스로 발언할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계기"(인경) "성노동인가 아닌가를 논쟁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가?"(원정) <b>인경</b> : 가사노동이라는 표현과 유비가 가능한 것 같아요. 가사노동이라는 말은 여성이 노동력 재생산과 관련해서 가족 내에서 보상받지 못하는 어떤 일들을 수행한다는 점을 드러내주죠.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여성의 이러한 부불노동을 존치시키자는 주장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죠. 즉 비가시화 되어있지만 현실적으로 명백하게 존재하는 가족 내 여성의 활동을 드러내주는 개념이 바로 가사노동입니다. 따라서 이 개념을 통해 '여성들이 가족 내에서 담당하는 이런 식의 노동을 어떻게 전화시켜 낼 것인가'라는 문제를 사고할 수 있는 것이죠. 이처럼 성노동이라는 것도 성매매라는 것이 존재하는 현실이라는 것을 일단 보자는 거죠. 성매매가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고, 그래서 성매매를 하나의 노동으로 인정하자는 것이 이를 존치시키자는 것은 아니죠. 자본주의 내에서 임노동 관계를 폐절하자고 하지만 동시에 작업장 내에서 권리라든지, 최소한의 권익 보호 등을 요구할 수 있는 것처럼 성노동이라는 것도 그런 식의 개념으로 충분히 의의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성노동이 현실에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것을 이후에 어떤 식으로 문제 제기할 것인가에 있어서 성매매 여성들이 스스로 주체화되고 있는 과정을 도외시할 수 없다는 거죠. 저는 현재 성매매방지법에서 이 법을 지지했던 많은 여성 단체들 또한 곤혹스러워 한다고 생각을 하는데, 어쨌든 이들의 목소리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죠. 이들의 목소리에 대해 '왜 그런 일을 하느냐?'라고 제기하거나 '피해자'라고 일방적으로 규정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필요한 것은 그들 스스로 권리의 주체가 돼서 자신의 현실적인 조건을 깨달아 가는 과정이에요. 이 점이 제가 성노동자나 성노동이라는 개념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하는 핵심 근거예요. 그런데 아까도 얘기했듯이, 성도덕이나 성윤리 차원에서 '정숙한 여성'과 '그렇지 않은 여성'이라는 규정을 내면화하고 있기 때문에 성매매라는 것을 성노동이라고 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것 같아요. '길거리 청소부 일을 할 수도 있는데 왜 그런 일을 하느냐'라는 한 여성의 질문에 대해 성노동자는 '나도 자식들이 있고, 그 자식들은 대학에 보내야 되지 않겠느냐'고 대답하죠. 그러자 그 여성은 '그런데 왜 그런 일이냐?'라고 다시 묻잖아요. 여기에 대해서 성노동자는 '단지 당신은 한 남자와 잘 뿐이고, 나는 여러 남자와 잘 뿐이다. 당신은 장기 식권을 갖고 있는 거고, 나는 일회용 식권을 갖고 있다'라고 답변하죠. 이러한 항변에 대한 그 여성의 답변은 '그래도 난 한 남자하고만 잔다'였죠. 이런 것이 어떻게 보면 현재 우리가 내면화하고 있는 '정숙한 여자'와 '그렇지 않은 여자'에 대한 이분법, 그리고 '여러 남자들과 자는 여성'에 대해 근본적으로 갖고 있는 두려움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성노동이라는 표현을 사회진보연대에서 공식적으로 쓰지는 않고 있는데, 그 표현이 가져올 수 있는 논란의 여지가 있긴 해도, 성매매 여성들의 자기 조직화를 지지하는 입장에서는 이 말을 쓸 수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b>원정</b> : 우리 같은 운동조직이나 사회단체에서 스스로 성노동자라고 호명하는 것에 대해서 찬성할 것이냐 반대할 것이냐 입장을 내는 것이 중요한 문제인가요? <b>인경</b> : 성매매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있어서 중요한 쟁점일 수 있는 것 같아요. 원칙적으로 성매매의 폐지를 전제로 하더라도 당장 무엇을 할 것인가의 문제가 남죠. 성노동이라는 규정의 채택 여부는 현재 성매매 문제에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와 직결된 것이기 때문에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해요. <b>원정</b> : 성매매방지법 논쟁을 하는 와중에 성매매를 하는 사람들이 왜 노동을 하는 것인가에 대해서 이론적으로 증명을 하고 그래서 인정을 해야 한다고 주장을 했던 사람들이 많았어요. 그런데 저는 그런 식의 입장을 내는 것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노동가치론 입장에서 어쩌고, 저쩌고 하는 게 도대체 어떤 의미가 있냐는 거죠. <b>인경</b> : 저는 성노동이 임노동 관계에서 노동이라는 점을 이론적으로 증명하는 문제가 핵심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오히려 성노동이라는 규정에서 계속 쟁점이 됐던 것은 성을 사고 파는 행위를 노동으로 규정을 할 경우에 여성의 성이 상품화되는 현실, 여성의 성적인 종속을 은폐하는 것 아니냐는 식의 문제제기였다고 생각해요. 더 나아가면 '성매매에 찬성한다는 말 아니냐?'라는 질문인 거죠. 그러나 성노동자라는 규정을 쓰면서도 이것이 성매매를 유지, 온존시키자는 말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하는 것이 중요하죠. 여기에 대해서 성노동자들은 우회적으로 답변을 하고 있는 것이죠. 즉 어떻게 보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많은 노동들이 '강제'로 하게 되는 것이고 다양한 형태의 노동에 편입되는 것처럼 자신들은 성노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죠. 이런 상황에서 성노동자라는 규정은 스스로에게 긍정적인 동일성을 부여하고 권리의 주체가 되어 가는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b>남성 구매자 처벌 규정에 대한 쟁점</b> <b>성희</b> : 비범죄화라고 했을 때는 어쨌든 성매매를 법적으로 범죄화하고 그것을 처벌하는 식의 해결 방식을 지양하는 것인데, 여기서 가장 쟁점적인 것이 구매 남성의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비범죄화라는 것은 성을 구매했다는 이유로 남성을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거든요. 잘 드러나고 있진 않지만, 이것이 비범죄주의를 합법화와 같이 보는 이유일 것 같습니다. 고정갑희<a href="#footnote2"><font color="blue">2)</font></a><a name="home2"></a>씨 같은 경우에도 성매매가 성노동이라는 주장은 적극적으로 하지만 구매남성의 문제는 별도로 다뤄야한다고 얘기하거든요. "성노동자의 권리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구매남성이 존재한다는 것. 구매남성 처벌로 성매매 문제를 해결할 수 없어"(인경) "성 구매 행위 자체가 폭력, 이를 규제하기 위한 성 구매자 처벌이 필요"(원정) <b>인경</b> : 사람들이 성매매방지법이 윤락행위방지법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 긍정적인 지점이라고 제기하는 것이 구매남성을 처벌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인데, 비범죄화는 그런 처벌이라는 형태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말하는 거죠. 그러니까 성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얘기한다고 했을 때는 구매남성이 있는 거예요. 그리고 성노동자들의 자기 조직화를 지지한다는 것은 기존의 음성적인 구조에서 맺어왔던 성노동자와 포주, 남성 구매자, 국가와의 관계를 변화시키자는 것이죠. <b>원정</b> : 그렇다면 구매 남성 문제 이전에 그러면 성매매를 근절을 해나가는 지향 자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b>인경</b> : 여성의 억압은 사회적 관계의 문제인 거잖아요. 현재 여성의 경제적이고 성적이고 심리적인 종속 관계가 존재하는데, 그런 구조적인 차원과 별도로 성매매 문제를 볼 수 없다고 생각해요. 성매매 문제를 여성에 대한 구조적인 억압의 연장선상에 두고 봐야 한다는 거죠. 성매매라는 것이 역사 이래로 늘 존재해왔다고 얘기를 하지만 역사화해서 볼 필요가 있어요. 19세기 빅토리아적 가족 형태가 조직된 이후에 여성은 성욕과 분리된 재생산의 역할을 할당받은 채 가족 내로 유폐되고 말죠. 낭만적 사랑이니 모성성이니 가정성의 신화와 함께 말입니다. 동시에 가족 밖의 여성 즉 여성 동성애자나 결혼하지 않은 여성들에 대해서 비정상적인 여성, 타락한 여성이라는 형태로 공격이 진행되면서 '정숙한 아내'와 '타락한 여성'의 이분법이 확립되죠. 저는 이러한 이분법의 확립이 성매매 여성에 대한 낙인효과를 가졌다고 생각해요. 이처럼 여성억압의 구조로서 가족형태와 성매매의 문제를 함께 봐야 한다는 것이죠. 가족은 성별분업구조가 확립되고 성적 차이가 조직되는 여성억압의 핵심적인 구조입니다. '당신이 가지고 있는 것은 장기 식권이고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일회용 식권이다'라고 얘기하는 것과 동일한 맥락에서 보면, 어쨌든 가족이라는 것도 현재 여성에게 억압적인데 그렇다고 해서 가족을 폐지해야한다고 얘기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고정갑희 선생의 말대로 가족 내 아내 구타의 문제도 있고 성폭력의 문제도 있는데 말이죠. 마찬가지로 성매매라는 것이 존재하는 현실에서 이 여성들의 일터를 폐지하고 근절하자고 하면 그 문제가 해결이 되느냐, 동일한 문제라는 거예요. 저는 그래서 성매매의 문제를 제기하면서도 여성억압의 근본적인 원인의 문제로 가족형태의 변혁 또는 그 전화의 방향에 대해서 얘기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성별분업구조의 폐지, 여성의 노동권 실현, 근본적으로 새로운 남녀관계의 재조직과 같은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물론 당장 성매매의 문제가 쟁점화 된 상황에서 이러한 근본적인 변혁의 과제가 만병통치약이 될 수는 없겠죠. 그래서 가사노동얘기를 하는 겁니다. 가사노동이라는 것도 가족형태의 전화과정에서 근본적으로는 사회화되어야 하는 것이지만 현재는 이 표현을 쓰면서 여성이 가족 내에 유폐되고 사회적 관계 내에서 긍정적인 동일성을 부여받지 못하는 방식으로 그런 노동을 수행하는 것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볼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성노동이라는 것도 그런 식으로 접근을 하자는 거죠. 그것을 하루아침에 근절할 수 있다는 생각이 오히려 더 유토피아적이지 않나요? <b>원정</b> : 저는 지금 우리나라 상황에서 성 구매자를 처벌하지 않는다는 것을 제도나 법으로 명시한다는 것이 위험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실제 성매매가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성매매 여성들이 성 구매자에게 당할 수 있는 폭력이나 이런 문제에 대해서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과 그것이 사실 구매 행위 자체와 어떤 식으로 구분될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니까 구매자와 성매매 여성의 관계라는 것, 소위 정상적인 관계 그리고 정상적이지 못한 폭력적인 관계라는 것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냐는 거죠. <b>인경</b> : 저는 경제적이거나 심리적이거나 성적인 종속의 측면에서 가정주부와 성매매 여성을 비교해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누가 더 의존적인가, 만약 가부장제라는 표현을 쓴다면 누가 더 가부장제의 유지에 공모하고 있는가 하는 문제를 제기할 수 있죠. 그런 면에서 성매매의 남성 구매자만을 문제삼는 것은 어떻게 보면 가족형태의 문제라는 것을 계속 한 편으로 안 보이게 만들죠. 물론 억압적 현실이 똑같을 수는 없고 그 형태가 당연히 다르겠죠. 저는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성노동자들의 자기 조직화를 지지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요. <b>운동의 역할은 무엇인가?</b> <b>원정</b> : 현실적인 문제를 이야기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어떻게 운동을 할 것이냐, 굉장히 많은 여성 단체들에서 현장 활동을 하고 있는데, 방향도 천차만별이죠. 성매매 여성들을 도덕적으로 구제해야 할 여성으로 보고 활동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고. 실제 현장 활동하는 활동가들 내에는 여연(한국여성단체연합-편집자)과 같은 단체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도 있죠. 성매매 여성들이 탈성매매 하는 것도 자기 선택이나 자기 판단의 문제고 자기가 결정할 수 있어야 하는 문제인데, 탈성매매 의지가 있는 여성과 그렇지 않은 여성으로 무 자르듯 나누려고 하는 사고방식이나 활동방식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런 현장 단체들이 어떤 의지를 갖고 어떤 활동을 지향하는지, 또 사회진보연대와 같이 성노동이라는 측면에서 자기 조직화를 옹호하자고 말하는 사람들이 그런 현장단체들과 어떻게 연대를 하고 활동을 해야 할 것인지가 사실은 제일 중요한 문제가 아닐까 싶거든요. 그렇지 않는다면, '너희가 조직화되면 우리가 지지해준다.'는 식의 입장 표명 밖에 안 되는 것 아닌가요? "성노동자의 목소리를 드러내기 위해 논의를 확산하는 것이 중요"(인경) "활동가들과 운동 단체들이 함께 논의하고, 움직일 수 있는 틀이 필요"(원정) <b>인경</b> : 지금까지 사회진보연대의 활동을 보면 현실의 쟁점에 대해 입장을 가지고 논의를 주도해가는 방식의 자기규정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 차원에서 지난번에 사회진보연대 기관지에 실렸던 성매매 여성의 인터뷰 글 같은 경우에, 사람들이 실제로 성매매 여성들이 생각하는 바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면서 논의를 주도한 것 같아요. 당장 무엇을 할 것인가, 지지·지원해야 한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가 하면 한 축으로는 입장의 표명을 통해 논쟁에 개입하는 것이죠. 지난번에 민주노동당 당사로 찾아온 여성들도 있었죠. 현재로서는 그 여성들의 목소리를 어떻게 반영할 수 있는가, 그 목소리가 단일하지 않다고 해도 현재 성매매방지법을 둘러싸고 발언하는 주체들이 대부분 연구자들이나 아니면 성매매방지법을 주도해왔던 여성운동계, 그것에 반대하는 남성들이었다고 한다면 하나의 묻혔던 목소리로 그런 목소리를 드러내는 것 자체가 운동의 방향으로 제기되는 게 부족하다는 생각은 안 들어요. 그리고 입장의 표명이 선차적이라고 한다면 이후의 과정에서 새로운 조직이 모색될 수 있는 거겠죠. 코스와스<a href="#footnote3"><font color="blue">3)</font></a><a name="home3"></a>와 같은 형태를 생각해볼 수 있을 텐데, 이런 형태의 조직적 결합 말이죠. <b>원정</b> : 저도 비슷한 맥락이었던 것 같아요. 단체들 사이에서 어떻게 논쟁을 하고, 동일한 생각을 가진 단체들이나 활동가들하고 어떻게 같이 움직이거나 논의를 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 갈 것이냐 하는 부분이 고민이죠. 그게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정말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b>인경</b> : 분명한 건 시각의 변화라는 문제를 계속 제기하는 건데, 예를 들어 탈성매매를 위해 정부에 자활금을 요청할 수도 있고 생존권 문제와 관련해서 일정하게 대책을 요구할 수도 있는데, 이런 것들이 위로부터 주어지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는 거죠. 공창제 폐지 이후 대만의 성노동자 조직은 심지어 '정부의 자활금 필요없다, 우리를 그냥 놔두면 우리가 독립적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죠. 성매매방지법 중심의 논의가 갖는 한계는 또 있어요. 그게 법 논리잖아요. 윤락행위방지법에서의 윤락행위라는 것이 성매매라는 가치중립적 표현으로 바뀌었다든지, 어떤 규정상의 변화를 통해 남성구매자를 처벌할 수 있게 되었다든지, 여성들 같은 경우에 피해에 의해서 성매매에 유입됐다는 사실을 증명하면 처벌받지 않을 수 있다든지 이런 식의 법 논리로 계속 가다보면 이 여성들이 스스로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차단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국가에 의한 법, 제도적인 논리에 함몰되면 전문가주의에 빠진다는 거죠. 그런 법, 정책에 대해서 발언할 수 있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이죠. 물론 그 분야의 지식인들이나 연구자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이라는 것도 있긴 한데, 지금 성노동자들의 자기 조직화를 지지·지원해야한다는 얘기는 오히려 무게 중심을 바꾸자는 얘기인 것 같아요. 스스로 요구할 수 있게끔 하고, 그게 어떤 방식이 되었든 법에 대해서 이 목소리를 열어놔야 한다는 것이죠. 필요하다면 연구자나 전문가가 법, 제도적인 논리나 이론적 차원에서 지원할 수는 있는데, 현재와 같이 성노동자들을 일방적으로 피해자라고 규정하는 방식은 그 여성들이 목소리를 냈는데도 그 목소리를 은폐하는 효과를 낳고 있죠. <b>성희</b> : 성매매방지법을 추진했던 여성단체의 현재적인 입장에서는 이 논의를 돌리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성매매 여성들이 집회에서 여성단체를 강하게 규탄한 이유가 그녀들이 단식농성이라는 극단적인 투쟁을 했는데 여기에 지지하러 오거나 혹은 지지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들으러 오는 단체도 없다는 거였어요. 그래서 이런 목소리들이 확산이 되면, 그것을 운동으로 만들 수 있는 지원단체나 혹은 그런 운동을 지지할 수 있는 단체들 간의 연대 틀이나 특별위원회 형식도 가능할 것입니다. 일단 처음에는 성매매 여성들의 목소리를 듣고, 조직화를 옹호하는 것이 왜 중요한가를 주장하는 기간이었다고 생각하고 그것 역시 중요한 활동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작년에 적극적으로 함께 하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여성위원회 같은 경우도 함부로 나서서 행동을 하기보다는 좀 두고 지켜보자는 입장이 있었어요. 당시에 성매매 여성들의 목소리를 어떻게 볼 것인가 자체도 쟁점이었기 때문이죠. 저는 '밤의 요정들 이야기<a href="#footnote4"><font color="blue">4)</font></a><a name="home4"></a>'를 보면서 성매매 여성들도 기존 체제나 이데올로기 내에 있고, 그렇다 보니 성매매 여성들이 왜 그런 노동을 할 수밖에 없는가 하는 인식으로 나아가는데 있어서도 한계가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어쨌든 성매매 여성들이 스스로 가지고 있는 문제 중에 가족부양의 문제가 큰 비중을 차지하잖아요. 그리고 이 가족부양부담이 청소가 아니라 성매매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또 하나의 이유가 되고 있기도 한 것이고. 인도 성노동자들이 이곳의 상황이 개선된다면 대학에 간 여성들도 이곳에 와서 일을 할 것이라는 얘기도 했는데요. 많은 여성들이 성매매가 성노동이라는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 중에 하나는 이런 것도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성노동을 인정하고 그들의 요구에 따라 성노동의 조건을 개선해서 실제 대학에 간 여성들도 그곳에서 일할 수 있는 상황이 된다면, 자신도 잠재적으로 성노동자가 될 수 있는 사람으로 보이지 않을까, 성 상품화가 만연한 상황에서 성노동자를 대하는 시선이 자신에게도 오지 않을까 하는 공포 같은 것이 있을 듯 해요. <b>인경</b> : 비범죄화 요구는 기존의 정숙한 여성과 그렇지 않은 여성, 결혼 가족 내에 있는 여성과 그밖에 있는 여성이라는 이분법을 깨자는 것이지요. 이러한 이분법으로 인해 성매매가 전업화되고 성매매 여성들의 모성권이 부인되었던 것 같아요. 한번 성매매 여성으로 낙인찍히면 그런 사회적 낙인 속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 거죠. 비범죄화는 그런 사회적 낙인을 탈각시키는 문제를 주요하게 사고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비범죄화를 통해 성노동의 노동조건이 개선된다면 대학 나온 여성들도 이런 일을 할 것이라고 말한 인도 사례를 말씀하셨는데 이것은 여성의 노동이 제약되는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죠. 여성 노동의 대부분이 비정규 노동이고 또 성애화된 형태의 서비스 직종이 여성의 노동으로 되어 있는 현실이 변화되지 않는다면 동시에 성노동자의 현실적 조건이 개선된다면 그렇게 될 수도 있겠죠. 문제는 현재의 법·제도가 성매매에 종사하는 여성들이 완전하게 탈성매매 할 수 있도록 경제적인 지원을 해주는 것도 아니고, 다른 직업을 모색한다고 했을 때 그런 직업이 이 여성들의 안정적인 생계를 보장해주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죠. 비범죄화나 성노동의 문제를 얘기한다는 것은 일단 현실에 존재하는 성매매 여성들의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문제도 있지만 성매매 여성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제거하고, 이 성매매를 전반적인 여성억압의 구조적인 차원의 문제로 제기해보자는 겁니다. <b>성희</b> : 그런 질문들도 있어요. 성매매 문제를 구조적인 문제로 보고 성노동이란 관점에서 접근한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해도, 그것이 성매매를 인정하는 한에서 어떻게 성의 상품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 성의 상품화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은 어떤 방식의 운동으로 가능한가 하는 질문들이 있죠. <b>인경</b> : 성의 상품화는 일반적인 문제잖아요. 여성의 육체나 이미지라는 것이 상업적으로 이용되는 것은 너무나 일반적인 현상이고. 저는 여성이 '교환'되는 사회 전반을 바꾸는 문제로 성의 상품화에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포르노그래피를 반대하는 논리도 그와 비슷한 것 같은데, 포르노그래피를 반대하고 법으로 규제했을 때, 그것이 지금 진행되고 있는 성의 상품화라든지 여성의 육체에 대한 상업적 이용이라는 것을 근절시킬 수 있는 방안이냐는 질문을 던질 수 있죠. 다시 말해 포르노 잡지에서 포즈를 취하고 성매매를 하는 여성들이 모두 인신매매나 극단적인 강압에 의해 그런 것은 아니라는 거죠. <b>여성들이 성매매로 유입되는 원인은 무엇인가?</b> <b>성희</b> : 성매매의 원인에 대해서 토론을 할 때, 아까 얘기했던 성매매가 노동이냐 아니냐 하는 쟁점도 있지만, 성매매의 가장 큰 원인을 성의 상품화로 보면서 성매매가 여성에 대한 가장 극단적인 폭력의 형태고 그것을 지양하거나 근절해야 한다고 말하는 입장도 있습니다. 이 입장에선 성매매가 성노동이라면 성의 상품화의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고 이야기하죠. 저는 '빈곤의 여성화'가 성매매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때 빈곤의 여성화는 여성들이 저임금 구조나 지금 노동시장에서 가지게 되는 낮은 지위나 이런 식으로 갈 수밖에 없는 구조를 지칭하는 것인데, 빈곤의 여성화가 여성들이 경험하는 극도의 빈곤정도로 이해되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이해하면 성매매의 원인으로 제기한 빈곤의 여성화가 절대적인 빈곤 상태가 아닌 여성들이 성매매를 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없게 되는 거죠. "성매매 원인을 인격화해서 이야기하는 방식이 가장 큰 문제"(인경) <b>인경</b> : 성매매의 형태가 다양화되고 있음을 고려할 때, 전업이 아니더라도 일시적이고 단기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으로 성매매에 유입되는 여성들 같은 경우는 절대적인 빈곤 때문이라기보다는 상대적인 빈곤 또는 여타의 욕망의 실현을 위해 '자발적'으로 성매매에 유입되는 거죠. 제가 '동의냐 강제냐'의 구분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건 이 때문이죠. 물론 극단적인 인신매매나 감금의 문제를 예외로 하고 말하는 건데요. 지금의 사회가 엄청나게 소비의 욕망을 자극하는 사회라는 거죠. 게다가 여성의 성공이나 자기실현이라는 게 외모로 압축되는 현실을 고려하면 여성이 더 예쁜 옷을 입고 싶고 더 화려하게 꾸미고 싶고, 이런 소비욕망의 문제를 고려하면 자발은 아닌 거죠. 성매매의 원인을 얘기할 때 인격화시켜서 설명하는 방식이 가장 큰 문제인 것 같아요. 물론 남성이 대부분 구매자가 되는 것이 현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것을 남성 성욕의 문제로 제기하면, 현재 남성 성욕이라는 것을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으로 제기하는 것이 되는 거고 오히려 변화의 가능성이나 남녀 관계의 새로운 전망들을 모색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 같아요. 다른 한편으로는 남성의 문제적인 성욕을 법으로 처벌하고 제재를 가함으로써 변화시킬 수 있다는 발상인데 이에 대한 반격이 만만치 않음은 이미 여러 차례 드러났죠. 또 그러다 보면 여성의 도덕성 우월성이라는 것을 내세워야 하기 때문에 여성의 성욕의 문제를 억압할 수도 있고요. 그렇지만 성매매를 일부 초자유주의자들이 주장하듯이 일부일처제가 낳는 문제와 관련지어 성욕의 해방의 문제로 접근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b>성희</b> : 성매매 여성들이 생존권 등을 주장하면서 집회를 했을 때, 실제 노동조합 활동을 하시는 분들의 경우 이러다가 저 여성들이 노조를 결성하면 민주노총에 가입하는 거 아니냐, 그럼 어느 연맹이냐 등의 얘기를 한다고 들었어요. 물론 지나가는 얘기로 하는 것이지만, 성노동자 운동의 조직형태에 대한 고민은 필요한 문제죠. 실제로 이 여성들이 조직화된다면, 특히 자신들을 성노동자로 호명한다면 딱 떠오르는 모델이라는 것이 노조 모델인 거잖아요. 그렇다면 이것이 과연 기존의 노동자운동에 받아들여질 수 있는가 혹은 노조가 아니면 어떤 형태의 조직화가 가능한가 이런 부분들은 계속해서 고민해볼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인도에선 법적으로 노동조합을 인정받을 수 있는 권리를 요구하고 있잖아요. 어쨌든 제도적인 장치가 성노동조합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는 현실이니까, 법·제도적인 차원에서 노동조합을 합법적으로 인정하라고 요구하는 거죠. 한국에서도 그런 요구가 드러난다면 우선 그것을 지지·지원해야겠죠. 그리고 다른 방식으로는 대만의 코스와스 같은 경우가 있을 것 같아요. 코스와스는 노동조합 형태가 아니라 다양한 사회운동 단체들이 단체를 만들어서 똑같은 회원으로 활동하는 형태죠. 코스와스 대표도 성노동자는 아니고. 어쨌든 기존의 노동조합의 조합원 자격보다는 더 열린 구조로 성노동자 조합은 생길 수밖에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b>성희</b> : 토론이 막바지로 가는 것 같습니다. 오늘 토론에서 제시한 입장들을 다시 한 번 정리해서 말씀해 주신다면? "성매매 여성들의 목소리에 열린 논의 공간, 성매매방지법의 보완/수정 논의를 넘어서 다양한 입장에 열린 공간을 만들어야"(인경) "현장단체들, 활동가들과 함께 논의를 할 수 있어야"(원정) <b>인경</b> : 성매매방지법의 효과가 뭐냐고 얘기하면 제가 보기에는 역설적으로 성매매 여성들이 자기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지금 어쨌든 얘기할 수 있는 공간이 열렸다는 것이고 이 문제에 대해서 공론화 해서 토론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죠. 지금 상황에서 여성부를 비난하는 남성들의 주장이 다소 문제가 있고, 또 현재의 논의 구도를 계속해서 여성단체와 그것에 반대하는 여성이라는 대립구도로 가져가는 것도 불편하지만 이제는 이 문제에 대해서 열린 공간에서 열어놓고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대다수 여성들 같은 경우에 성매매방지법과 관련해서는 그 효과가 어떨 것인가를 예측하기 이전에 '잘 되면 좋지'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 법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소복 시위라든지 시위들을 보면서 상당히 혼란스러워했던 과정이 있었고, 지금은 성매매방지법에 대해서 나름대로 비판적인 입장들이 여성운동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잖아요. 이렇게 공간이 열린 것이고, 이런 공간이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는 논의를 더 확대해서 가져갈 수 있어야 해요. 단순히 이 법을 살아있는 법으로 만들기 위해서 보완해야 할 부분이나 법과 현실의 괴리라는 문제로 축소해서 얘기할 것이 아니라, 일단은 다양한 입장의 가능성을 열어 놓고서 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가장 중요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b>원정</b> : 성매매나 성매매방지법을 둘러싼 논의들이 촉발되고 있다고 했는데, 저는 사실 별로 촉발되지 않고 있다는 생각을 해요. 그래서 아까도 얘기했던 것처럼 현장단체들이나 활동가들과 함께 실제로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나 조건들을 많이 들어보는 기회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크죠. 어떤 관점을 가지고 일을 하는지도 그렇고, 실제로 만나 봤을 때 어떤 것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이런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자리들을 만드는 것이 제가 가장 해보고 싶은 일이에요. <b>성희</b> : 토론회나 평가 토론회 같은 경우도 주로 성매매방지법을 추진했던 단위들의 기획을 가지고 진행하잖아요. 그런 것을 벗어나서, 1년 평가와 같은 계기를 잡아서 사회운동 단체들의 공동의 목소리나 주장들을 함께 토론할 수 있는 기획들을 모색해보는 프로그램도 필요한 것 같아요. 주구장창 각자의 조직에서 각자의 입장을 내는 방식으로는 논쟁을 활성화하기나 입장을 확산시키기에 부족하죠. <b>원정</b> : 당(민주노동당-편집자)에서 성매매방지법 1년을 맞이해서 무엇을 할까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현실적으로 지금 풀어야 하는 문제는 이것인 것 같아요. 성매매 운동 어떻게 할 것이냐. 현장단체 안에 있는 사람들의 실무적인 요구와 국가의 요구가 맞지 않는 부분도 있고, 단체들 간에 운동 방향이 맞지 않는 부분도 있는데, 이런 부분이 어느 정도 공론화 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계속 드네요. <a name="footnote1"><b></a>1)</b> [편집자주] 성매매 기획팀, 「성매매, 새로운 담론을 위해(1)-인천 옐로하우스 여성 상조회와의 인터뷰」, 『월간 사회진보연대』, 2004년 12월호, 통권 51호<a href="#home1"><font color=blue> 본문으로 </font></a> <a name="footnote2"><b></a>2)</b> [편집자주] 고정갑희, 「성매매방지법과 여성주의자들의 방향감각」, 『여/성이론』, 통권 12호<a href="#home2"><font color=blue> 본문으로 </font></a> <a name="footnote3"><b></a>3)</b> [편집자주] COSWAS(Collective of Sex Works and Supports): COSWAS는 성노동자들의 권리를 후원하는 사람들과 성산업에 대한 정책에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들, 그리고 타이페이 공창연합(TALP)에 의해 결성되었다. COSWAS의 결성은 1년 7개월 전부터 시작된 타이페이 공창연합의 적극적인 투쟁의 연장선상이다. COSWAS는 공창 제도와 공창들의 현주소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것이 목적이다. 또한, 장기적으로 성노동자들의 권리와 그들의 노동조건을 향상시키는 것 역시 COSWAS가 하려는 일이다. 뿐만 아니라, 성산업에 대한 정책토론을 활성화시킴으로써 구체적이고 현실적이고 긍정적인 성매매정책과 성관련 산업시스템이 확립되도록 노력하고 있다.<a href="#home3"><font color=blue> 본문으로 </font></a> <a name="footnote4"><b></a>4)</b> [편집자주] 제7회 서울여성영화제에 상영된 영화로, 인도 캘커타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인도 두바르 여성협력위원회에 조직된 수천 명의 성노동자들의 투쟁과 열망을 담고 있다.<a href="#home4"><font color=blue> 본문으로 </font></a>
사회진보연대 여성위원회 월간 소식지 12호가 발간 되었습니다. 1> 포커스 빈곤의 여성화 부추기는 정부의 빈곤정책 유 의 선 | 빈곤해결을 위한 사회연대 사무국장 2> 여성들은 지금 세계 릴레이 여성행진 캐나다 거쳐 유럽으로 3> 활동보고 여성위원회 2005년 4월 월례포럼 여성위원회 2005년 5월 월례포럼 여성위원회 5월 정례회의 홈페이지 개통 준비중 세미나 4> 알립니다 2005년 빈곤과 폭력에 맞선 여성행진 준비를 위한 1차 전체회의 사회진보연대 여성위원회 6월 정례회의 읽으신 후 많은 의견 주세요! 소식지 보기
지난 4월 25일 진행한 여성위원회 월례포럼 발제문입니다. 노무현 정권의 여성정책을 여성가족부 출범과 출산장려정책의 조건 속에서 비판하고 있습니다. 발제문을 올리는 것이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논의 정리도 조만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마마상>, <공창묵시록>, <밤의 요정들의 이야기> 호 성 희 | 여성국장 성매매방지법을 둘러싼 떠들썩한 논쟁이 가라앉고 추운 겨울 내내 생존권을 외치며 국회 앞에서 단식 농성을 하던 여성들도 보이지 않게 된 성매매방지법 시행 6개월. 미아리 화재사건 이후 성매매방지법의 강력한 시행과 단속강화의 목소리가 힘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여성영화제는 영화라는 매개로 이례적인 공간을 만든 듯 하다. 서울여성영화제를 비롯하여 본디 ‘영화제’들과 나와는 거리가 멀었다. 나는 벌써 7회 째라는 여성영화제를 진보넷 블로그를 통해 삼성과 포스코 등 무노조 신화의 대기업들이 후원을 한다는 꺼림찍한 인상과 함께 알게 되었다. 그러나 이번 여성영화제 ‘여성영상공동체’ 섹션의 주제가 성매매였고, 그에 관한 6편의 영화가 상영됐다. 또한 “아시아 지역 성매매 현실과 비디오 액티비즘”이란 주제로 국제포럼도 열렸다. 나는 4편의 영화를 보면서, 나와 다른 관점을 가진 시선에 불편해하기도 했고, 성노동자들의 자기조직화를 지지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나에게 영화속의 성노동자들은 좀더 도전적인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차이를 만드는 카메라의 일방성 <마마상, Remember Me This Way> 마마상은 업주에게 고용되어 클럽과 성매매 여성들을 관리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영화는 2004년 민주노총 주최의 미군재배치 반대 시위에서 시작된다. 카메라는 집회 참가자들에게 집회 때문에 먹고살기 힘들어진다며 강하게 항의하는 업주 여성과 그런 창 밖의 소란에 무심하게 텔레비전을 보는 양희이모를 보여준다. 나는 영화를 보는 내내 불편했고, 영화는 나의 어떤 기대를 채우지 못한 채 끝났다. 영화 제작단체인 '연분홍치마'의 감독들은 마마상인 양희이모를 피해자도 가해자도 아닌 시선으로 담고자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감독들은 어느 순간 듣고 싶은 대답(과거 성매매 피해 여성으로서 어떻게 살아 남았는지)을 듣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있음을 알았고, 그래서 그녀들은 그녀들과 아주 다른 양희이모의 삶을 이해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감독들의 말처럼, 감독들과 양희이모 사이의 '차이'(다름)는 그 차이를 인정하면 되는 것일까. 오히려 감독들이 차이를 만들어내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양희이모 자신과 그녀들이 양희이모의 삶을 보는 시각이 차이였다. 나의 불편함은 그런 거리감을 고스란히 담아낸 카메라의 솔직함에 있었다. 솔직함은 날 것 그대로를 보여주는 것이었지만, 그건 양희이모를 이해하지 못한, 다른 여성의 삶에 카메라를 들이대기만 한 ‘일방성’이었다. 클럽에서 청소와 통역, 이주 여성들 관리까지를 맡기면서 50만원밖에 안 주는 업주가 자신에게 애들 2차 나가는 걸 시키는 걸 불만스러워 하는 양희이모에게 감독들이 묻는다. “2차는 나쁜 거 아니에요?”하면서, 양희이모가 감독들의 이야기에 맞장구치기를 기대한다. 그녀들은 최저임금에도 못미치는 50만원에 놀라지 않는다. 기지촌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양희이모에게 보여주면서, 과거의 성매매 피해 경험을 말해주길 바란다. 그러나 양희이모는 “어머나..저렇지는 않았어”하며 자기가 있었던 부산의 기지촌과 미군들의 모습을 설명한다. 우리가 매체를 통해 알게된 기지촌의 끔직한 모습을 양희이모가 일했던 곳으로 기억해내기를 바란다. 그리고 도저히 감독들이 이해할 수 없었던 양희이모라는 사람은 다양한 여성의 삶의 하나로 이해하자고 얼버무린다. 양희이모는 마마상들 사이의 경쟁에서 불안해한다. 그리고 그 경쟁에서 살아남기를 기대한다. 새파랗게 젊은 이주여성들의 ‘개김’은 그런 불안한 위치에 대한 큰 위협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단속 때문에 꽁꽁 숨어있어야 하는 이주여성들의 신세를 안타까워한다. 어쨌든 그녀들은 먹고살기 위해 싸우기도 하고, 또 그렇게 서로를 걱정하고 의지하며 살아야 한다. 양희이모는 한번도 보지 못한 미군 아버지를 둔 혼혈인이었고, 엄마의 두 번의 재혼으로 생긴 동생들을 교육하고 돌보기 위해 성매매를 해야했다. 그녀는 동생들 때문에 기지촌 여성들의 아메리칸 드림을 꾸지도 못했다. 양희이모는 사진으로만 간직하고 있었던 잘생긴 아버지 사진을 술을 많이 마신 어느 날 홧김에 태워버린 걸 후회한다. 그리고 그녀가 믿고 의지했던 동료 마마상의 갑작스런 죽음에 슬퍼한다. 양희이모의 죽음을 옆에서 지켜봐 줄 꺼라고 믿었던 그녀의 죽음에 그녀는 정말 간절히 하루의 휴가를 바란다. “오늘 같은 날은 정말 안나갔음 좋겠다. 그지?” ‘튀기’라 놀림받던 어린 시절과 엄마와 동생을 위해 성매매로 돈을 벌어야 했던 비혼인 그녀에게 반복해서 결혼에 실패했던 엄마도, 그녀를 찾지 않는 아빠도, 그녀의 마지막조차 보아줄 거라고 기대되지 않는 동생들도 원망의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내가 생각하기에 성매매 현장의 잔인함은 다른 곳에 있다. 보호받을 가치가 있는 가족, 가족 속의 여성의 일, 가족부양의 짐이 양희이모에게 숙명처럼 받아들여지는 현실, 그곳에 세상의 잔인함이 숨어있다. “당신은 왜 길거리 청소하는 일 대신 성매매를 선택했습니까?” <공창묵시록>, <생명구원의 식초: 탈성매매 여성들의 목소리> 영화는 거리에서 시위에 나선 성노동자 레이쿤과 주부와의 논쟁 1997년 9월 6일 대만 첸슈이벤 시장은 허가받은 128명의 대만 성매매 여성의 허가증이 무효라고 선포한다. 하룻밤 사이에 이 128명의 성매매 여성들은 경찰의 단속, 일상적인 감시와 괴롭힘의 표적이 된다. 이날 이전 그들은 고객에게 폭행과 학대를 받았을 경우 경찰에게 의지하고 법적인 보호를 요구할 수 있는 유일한 성매매 여성들이었다. 정부는 외설반대 캠페인에서 이런 결의를 드러내기 위해, 시장은 의도적으로 128명 여성들의 노동을 불법으로 선포하는 무자비한 조치를 실행하기로 결정했다. 이들 대부분은 40대 중반에 글을 좀 아는 비혼모들이고, 또 상당수는 많은 가족들을 돌보고 있다. 시정부는 이들 성매매 여성들에게 보조금을 약속했지만, 나중에 이들은 정부의 자선 기금은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우리는 생계를 위해 일할 수 있으니 그 일을 하게 두라고.” 그래서 허가증 무효에 항의하는 허가받은 성매매 여성들의 대만 동맹(TALP)의 활동이 시작된다. 결국 성매매 여성들이 새로운 정책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갖기 위한 2년의 유예기간을 얻어낸다. 만일 어떤 형태로든 TALP와 성매매의 비범죄화를 지지한다면, 이것이 대만에서 “성산업”을 장려하는 것인가 아닌가라는, 현재까지도 진행 중인 논쟁을 시작했다.(여성영화제 국제포럼 자료집)을 보여주며 시작된다. 여성: 왜 이런 일을 고집스럽게 계속하는 거죠? 레이쿤: 왜냐구요? 시정부가 우리에게 준 이 일, 우리에게 허가증을 줘 놓고 40시간 내에 다시 그 허가증을 빼앗아 가 버리는데, 우리가 뭘 할 수 있겠어요? 여성: 내 인격에서라면, 난 차라리 굶어 죽었을거예요. 이런 종류의 일을 선택하지 않았을거예요. 아시겠어요? 레이쿤: 나야 굶어서 죽을 수 있지요. 하지만 아이들을 굶겨 죽일 수는 없어요, 이해하겠어요? 여성: 그건 각 개인의 인격에 따라 다르지요. 레이쿤: 내 아이들 역시도 살아남기 위해서 대학에 가길 원하고, 그럴 필요가 있다구요! 여성: 그럼, 왜 이런 일을 해요? 레이쿤: 이런 일을 하는 게 망신스러운(체면을 잃는 건)가요? 여성: 당연히 망신이지요. 레이쿤: 난 창피하지 않아요. 내가 뭘 훔치거나 빼앗았나요? 당신한테 돈을 빌렸나요? 여성: 아니요. 그리고 난 당신에 대해서 말하는 게 아니에요. 레이쿤: 아니, 당신은 나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거예요. 그리고 당신은 내가 부끄러워해야 하며 체면 같은 거는 차리지 않는다고 말했어요. 하지만 내가 당신한테 뭘 뺏었나요? 당신 남편을 훔친 적 있나요? 당신한테 돈을 빌렸나요? 그렇지 않다면, 왜 이 일을 하는 게 당신 말처럼 체면을 잃는 일이지요? 다른 모든 사람들처럼 돈을 버는 일인데요. 여성: 아무리 사는 게 힘들어도, 나라면 절대 이런 일은 안 할 거예요. 레이쿤: 결혼했다는 건 장기 식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고, 내가 가진 건 일회용 식권이라는 것뿐이에요. 거기에 무슨 체면 이런게 있냐는 말이지요. 당신은 남편이랑 결혼했으니 그 남자랑만 자야 하는 거고, 우리도 다른 사람들하고 자야 하는 거죠. 여기 어디에 체면이 없다는 거지요? 그걸 물어보고 싶어요. 여성: 난 당신처럼 모든 남자하고 자지는 않아요, 내 남편하고만 자지. 여성영화제는 여성감독만의 영화만 상영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 영화는 남성감독이 찍었으나, 대만의 성노동자연대 단체는 코스와스 COSWAS(Collective of Sex Works and Supports): COSWAS는 성노동자들의 권리를 후원하는 사람들과 성산업에 대한 정책에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들, 그리고 타이페이 공창연합(TALP)에 의해 결성되었다. COSWAS의 결성은 1년 7개월 전부터 시작된 타이페이 공창연합의 적극적인 투쟁의 연장선상이다. COSWAS는 공창 제도와 공창들의 현주소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것이 목적이다. 또한, 장기적으로 성노동자들의 권리와 그들의 노동조건을 향상시키는 것 역시 COSWAS가 하려는 일이다. 뿐만 아니라, 성산업에 대한 정책토론을 활성화시킴으로써 구체적이고 현실적이고 긍정적인 성매매정책과 성관련 산업시스템이 확립되도록 노력하고 있다.의 의뢰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특별 상영되었다. 이번 서울여성영화제에 코스와스의 대표 왕팡핑과 코스와스 회원 아인씨가 참석했다. 영화가 끝난 후 감독과의 대화에서 왕팡핑은 “궁금한 게 있다면, 뭐든지 물어보세요. 그리고 질문으로 성노동자인 아인씨가 상처받을까봐 염려하지 않아도 됩니다. 우리는 8년의 투쟁으로 우리에게 쏟아질 비슷한 질문들에 단련되어 있습니다.” 가난하고 배우지 못했더라도 왜 길거리 청소부가 아닌 성매매를 선택했냐는 질문은 1998년 대만 유이한 강당에서 열린 성 노동자와 함께 한 회의에서 여성주의학자가 질문한 내용이다. 그리고 이것은 한국사회에서 성매매 여성들에게 쏟아지는 일반적인 시선이기도 하다. 국제포럼 토론에서 왕팡핑은 대만에서 성노동자와 관련된 2단계 논쟁에 대해 설명했다. 1단계 논쟁에선 일반시민들의 생각과 다른 성노동자들의 노동 현실을 밝혔다고 한다. 여권주의자들 “어떻게 감정없이 성관계를 맺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성노동자들은 “감정있는 사랑이 얼마나 위험한지 아느냐?”고 반문했다고 한다. 그리고 여권주의자들이 자신들을 피해자라고 생각하고, 구세주처럼 탈성매매(탈출)하려고 했지만, 그것이 오히려 성노동자들을 어떻게 다치게 하는지를 설명했다고 한다. 2단계 논쟁에선 여권주의자들은 논의를 바꿔, “이들은 우리의 자매들이다. 지금은 남성이 문제다. 고객을 벌해야지, 여성을 벌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왕팡핑은 왜 남성의 욕망이 문제인지, 왜 남성들이 성구매를 하게 되는가를 질문하면서, 이제 공개적인 토론의 장에서 성과 섹스를 논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가장 큰 장기는 성기가 아니라 ‘뇌’이다. 부부가 즐거운 성관계를 맺고 있는가? 이런 것에 대한 공개적 토론을 해야 합니다.” 노동운동 활동가 출신이라고 밝힌 왕팡핑은 8년 동안의 코스와스의 투쟁을 돌아보며 이렇게 말했다. “성노동자들의 ‘현실’은 그들이 범죄자 취급을 당해왔으며 그들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도록 허락받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성노동자들의 ‘현실’이란 그들의 기본적인 노동할 권리를 박탈당했거나 또는 최악의 노동 조건을 참아야만 했다는 것입니다. 제 생각에 즉시 변화되어야 하는 것은 성노동자들이 그들의 기본적인 노동권을 되찾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즉시 해야 할 일은 성노동과 성노동자들을 범죄/범죄자로 보지 않을 것을 요구하는 일입니다.”(국제포럼 자료집) 또 한편의 영화 <생명구원의 식초: 탈성매매 여성들의 목소리>는 성노동자들이 스스로 잘 알고 있는 방식으로 삶을 꾸려나가는 것을 금지당하고 나서, 나이 많은 4-50대 성노동자들이 식초생산 공장을 설립함으로써 실제로 직업을 바꾸려고 노력한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다. 97년 공창폐지 이후 그녀들은 병들고, 우울하고, 상처받고, 자살 경향까지 보이게 되었다고 한다. 이것이 오늘날 대만의 많은 성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이라고 말한다. 그녀들에겐 ‘직업을 바꾸려’한다는 생각자체가 수치였을 정도로, 그 과정은 힘들었고, 여전히 진행형이라고. 영화에서 공창폐지에 항의하는 성노동자들과 함께 하는 학생, 사회단체 활동가들의 모습과 모금을 위해 노동자 시위대열을 갈라서 지나칠 때 노동자들의 표정이 인상적이었다. 내가 왕팡핑에게 한국의 현실을 설명하며, 어떻게 대만의 사회운동이 성노동자운동과 연대할 수 있었는가를 질문했을 때, 왕팡핑은 공창폐지를 반대하는 성노동자들의 시위가 있었고, 그들과 함께 하기 위해 준비했던 시간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대답했다. 그렇지만, 코스와스도 불법적으로 일하는 사창의 성노동자들을 만나기는 무척 어렵기 때문에 한국에선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는 대만에서 이 영화를 상영하고 토론하는 자리에서 성노동자와 연대하는 활동가의 말로 끝난다. “투쟁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가 만날 수 있었고, 우리가 여기 이렇게 같이 있을 수 있습니다.” 나는 작년가을, 여의도에서 성매매 여성들의 집회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그렇지만, 나는 마스크를 쓰지 않았기 때문에 그녀들과 구별되었고, 그녀들의 주장을 적기 위해 열심히 필기를 하고 있었던 나는 기자로 오인되었다. "꼬투리 잡을 것만 쓰지 말고, 정말 우리 이야기를 전해줘요..정말 못살겠어요!", "이제 담배 살 돈도 없어서 담배 못핀다고 하면 안믿을꺼죠?"라며 불신에 가득찬 말을 던지는 여성들에게 나는 기자가 아니라고 말하지 못했다. 그때 나는 구경꾼이었을 뿐이었다. 성매매방지법의 가장 큰 목적이 업주와 성매매여성의 고리를 끊어내는데 있다고 말했던 여성단체들은 그녀들과 함께 하지 않았고, 유일하게 그녀들의 투쟁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업주들과 집장촌 상인들뿐이었다. 우리는 마음속의 행복을 생산합니다. <밤의 요정들의 이야기> 이 영화는 인도의 성매매 밀집 장소인 캘커타 홍등가의 DMSC 두바르 여성협력위원회(DMSC: Dubar Women's collaborative committee)는 성노동자들과 그 아이들로 구성된 포럼이다. 이 단체는 1995년 7월 캘커타의 가장 크고 오래된 성노동 지역 중 하나인 소나가치의 성노동자들이 모여 조직한 단체이다. 이 단체의 주된 목적은 성노동자 전체의 공동체를 통해 연대를 조직하여 집단적인 힘을 키우고, 노동자로서 그들 자신의 긍정적인 정체성을 형성하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그들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기 위한 행동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을 설계하고, 성노동에 대한 합법적이고 사회적인 인식을 요구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DMSC의 창립 멤버들은 1992년 소나가치 성노동 지역에서 시작된 성병과 에이즈 방지 프로그램의 동료 교육자로서 모이게 되었다. DMSC의 액티비스트들은 성노동자들 스스로 선택권을 가지고 안전한 섹스를 실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 성매매의 안과 밖에서 그들의 삶을 통제하는 다양한 구조적 장벽에 도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시작부터 깨달았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성노동자들이 단결해야 한다는 것 또한 알고 있었다. 이것이 성노동자들의 그들만의 조직을 만들게 된 원동력이었다. 1997년 DMSC 활동가들이 1회 전국 성노동자 회의에서 세계화와 이주문제로 발생한 인신매매 문제를 지적한 이래로 DMSC는 미성년 소녀들이 성노동 분야로 팔려오는 경우나 사기, 혹은 강요로 인해 성노동을 하게 된 여성들의 경우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DMSC는 성노동자들의 물질적 빈곤과 사회적 배제와 관련하여 그들이 일상에서 부딪히는 현실을 구성하는 구조적인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이에 도전하는 활동을 한다. 이러한 과점에서 DMSC는 성노동자들이나 그 자녀들에 대해 어떠한 형태로든 착취하고 그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데 반대한다. 또한, DMSC는 강제적 노동은 그것이 어떤 형태이든 명백히 반대한다. 더 나아가 DMSC는 성노동도 노동이므로 노동자들 자신에 의해 결정되고 시행되는 규범과 조건이 성노동에도 있어야 하고, 이는 누구든 성노동을 시작하기 전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DMSC는 미성년 소녀들이나 자신의 의사에 관계없이 강요당한 성인 여성들의 인신매매와 성노동자화에 절대적으로 반대한다.(국제포럼자료집) 성노동자들의 단결과 저항을 그린 이야기다. 성노동자들은 조직을 만들고 투쟁하면서 이제 자신의 생각을 주장하고 따질 줄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예전에는 경찰들이 성매매 여성들을 무조건 잡아갔다고 한다. 이유를 물어보면 “거리에 서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제 그녀들은 콘돔을 거부하는 고객에게 “콘돔을 끼면 내가 더 좋다”고 설득해서 안전하게 돈을 벌 줄 알고, 폭탄을 들고 와서 협박하는 남자를 함께 제압하고, 무조건 폭력을 행사했던 경찰에 대해 진단서를 끊어 해고시킨다. 그리고 자치위원회를 결성해서 성노동자들이 직접 가가호호 방문해서 안전하게 성노동할 방법을 알려주면서 성노동자들을 조직하고, 18세 이하 미성년이나 인신매매된 노동자를 집으로 돌려보낸다. 영화는 2001년 3월, DMSC의 성노동자들이 기획하고, 조직, 주최한 삼일간의 “밀레니엄 카니발”을 초점으로 하고 있다. 인도 정부는 델리여성단체들의 반대 시위를 의식해서 쉽게 축제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성노동자들은 축제 허가를 위한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결국 허가를 받아내 축제는 잘 알려져 있는 대중적 장소인 캘커타의 솔트레이크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영화 감독 쇼히니 고쉬는 어렸을 적 살던 캘커타를 다시 찾아간다. 가정집들과 다른, 혹은 가지 말아야 할 곳으로 지적받았던 홍등가의 경계를 희미하게 만들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밀레니엄 카니발 개최는 성노동자들이 그/녀들에게 사회가 그어놓은 경계를 뚫고 나온 도전이었던 셈이다. 고쉬는 “성매매에 대한 비난은 단지 돈으로 성을 거래되는 여성들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사회가 “용납할 수 없다고” 여기는 관습과 규범들을 의도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위반하는 모든 여성들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온 수많은 성노동자들, 일반 시민들, 도시 지식인들이 축제에 참석했고, 축제에서 젠더와 섹슈얼리티를 둘러싼 다양한 입장들이 토론되었다. DMSC는 6만에 이르는 성노동자 조직이다. 인도는 높은 실업률 때문에 길거리 행상에서도 여성들이 일하는 것을 보기 쉽지 않다. 이혼해서 부양할 아이들이 있거나 자신을 부양하기 위해서조차 인도여성들에게 주어진 직업은 다양하지 않다. 두 번의 결혼 경험이 있는 한 성노동자는 다른 지역을 여행하면서 자신이 맘에 든다는 남자를 만났다. 그녀는 말했다. “나랑 자고 싶다면, 내가 캘커타에서 일을 하니 꼭 돈을 갖고 오라”고. DMSC의 성노동자들은 성매매가 성노동이라 주장하며, 노동조합 인정을 위해 투쟁하고 있다. 그녀들은 말한다. “무언가를 생산하는 것이 노동자라면, 우리는 마음속의 행복을 생산합니다.” 그녀들은 자신의 삶을 바꾸기 위해, 자신의 노동조건을 위해 투쟁하고 있다. 그리고 그녀들의 당당함은 투쟁의 힘에서 나온다. “우리가 이렇게 투쟁을 계속한다면, 대학을 나온 여성들도 이곳에서 일하게 될 거예요.” 이 말은 내게 도전적인 질문이 되었다. 나는 ‘빈곤의 여성화’라는 성매매의 구조적인 원인을 극도의 가난 때문에 성매매를 한다고 생각한 것이 아닐까 하는. 쇼히니 고쉬는 묻는다. “가난해서 성매매를 하는 것은 이해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그렇다면 다른 이유로 성매매를 스스로 선택한 사람들은 이해할 수 있나?” 그래서 감독은 영화주인공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게이 성노동자를 자꾸 등장시켰는지도 모르겠다. 그는 걷고 싶은 방법으로 걷고, 사랑할 수 있는 다른 공동체에서 자유를 찾는다. 후기- 보고 싶은 데로 보기, 감추어진 역사 국제포럼에서 왕팡핑은 마이크를 성노동자 아인에게 넘겼다. 우리는 그녀가 직접 말하는 것을 들어야 한다고 말이다. 아인이 “97년에 공창이 폐지되고 나서 정말 힘들었습니다...”라고 말하다 말을 잇지 못했다. 왕팡핑은 그동안 공창폐지 이후 힘들었던 기억이 아인씨를 힘들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포럼이 있던 다음날 나는 <공창묵시록>을 보게 되었다. 감독과의 대화에서 아인씨가 뒤늦게 무대앞으로 나올 때, 사회자(여성영화제 집행위원장)가 말했다. “어제 성매매에 관한 국제포럼이 있었는데..40년인가요? 오랫동안의 성매매를 한 기억이 힘들어서 어제 아인씨가 말을 하지 못했습니다.” 나는 그 말을 정정하기 위해 손을 들었으나,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사회자는 “우리나라에선 아직 성노동자가 출현하지 않았지만...”이라는 단서도 달았다. 그러나 전날 국제포럼에 한여연 대표, 김문희씨가 참석했고, ‘하나의 직업군으로 인정하고 성노동자로서, 그리고 성노동자로서의 권리를 갖게 하여 주십시오’라는 요구사항을 발제했다. 어찌보면, 우리가 없는 역사라고 생각하는 성노동자 운동은 의도적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전 기지촌여성운동사를 읽게 되었다. 국가가 기지촌 여성들을 관리하기 위해 만들었던 자치규제(정화)위원회는 기지촌 여성들이 모이게 되는 계기가 되었고, 살벌했던 유신 시절에 집회를 하게 되는 힘이 되기도 했었다. 1971년 송탄에서 미군들이 화대와 기지촌 물가가 비싸다며 신발과 쇼트타임 화대를 5불로, 롱타임 화대를 10불로 인하할 것을 요구하는 유인물을 배포한 적이 있었다. 그녀는 미군들의 화대 떼먹기와 화대 인하요구에 대항하였다. 천 명이 넘는 동료 매춘여성들을 조직하여 '우리는 신발이 아니라 인간이다'를 외치며 미군부대 앞에서 데모를 벌였다. 살벌했던 유신시절, 기지촌여성들의 작은 권익을 찾기 위한 노력조차 '북한과의 연계'로 몰려 그녀는 경찰서로 끌려갔다.(정희진, 1999) 이 시위를 주도했던 김연자씨는 최초의 기지촌여성운동가이다. 그녀는 한국사회에서 기지촌 여성이 다루어지는 다양한 방식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기지촌여성을 ‘인간이하’로 보는 것, 동정하는 것, 반미의 상징으로 이미지화 하는 것, 제국주의 침략의 가장 큰 희생자로 보는 것에 반대한다. 그녀는 스스로 말하고자 하고 기지촌여성도 한국사회의 일원으로 주체화되기를 원한다. 다루어지는 방식은 다르지만, 한국, 대만, 인도의 성노동자들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가 있다. 그건 바로 가족의 문제다. 성매매 문제는 빈곤의 여성화에 대한 투쟁과 함께 지금의 가족형태를 바꾸지 않고 해결될 수 없다. 우리가 원하는 성매매 없는 사회는 지금 사회에서 성매매와 성매매여성만 도려낸 사회가 아니다. 가난한 사람도 없고, 왜곡된 남녀관계도 없는, 여성의 성이 억압되지 않는, 그래서 성매매가 없는 그런 사회다. 그런 세상을 만드는 투쟁에 성노동자들이 있고, 우리는 그녀들의 투쟁에 함께 해야 한다.PSSP 참고문헌 일다(www.ildaro.com), 「마마상 이모의 일상과 기지촌의 현재」, 2004.3.28 정희진, 「죽어야 사는 여성들의 인권」, 『한국여성인권운동사』, 1999 『아시아 지역 성매매 현실과 비디오 액티비즘』, 서울여성영화제 국제 포럼 2005 자료집 고정갑희, 「성매매방지특별법과 여성주의자들의 방향 감각」, 『여/성 이론』, 2005년 여름호
류미경 정책편집부장 현재 여성부와 주요 여성단체들이 여성발전의 기본 전략으로 삼고 있는 '성주류화'가 본격적으로 제출되었던 4차 북경여성대회가 열린 지 올해로 10년이 되었다. 이 대회에서는 여성에 대한 차별적 요소를 제거하고 여성의 지위를 향상시키기 위한 각 국 정부와 유엔의 행동방안을 담은 '북경행동강령'을 함께 발표했다. 이에 따라 얼마 전 3월 초 뉴욕에서 열린 ‘유엔 여성지위위원회 49차 총회에서는 지난 10년 동안 각 국 정부가 행동강령을 얼마나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지를 평가했다. 한국 정부 역시 이 회의에 참석하여 그 동안 북경행동강령이 제시하는 바에 따라 여성 지위 향상을 위한 장치들을 꾸준히 마련하고 실행했다고 밝혔다. 여성부 신설을 비롯하여 여성의 공적 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꾸준히 마련해온 결과 여성의 사회적 참여가 이전에 비해 높아졌다고 했다. 여성 취업자의 수가 점차 늘고 있다는 통계수치는 정부의 이러한 주장을 증명해주는 듯 하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현실은 전체 여성노동자 중 70.5%가 임시일용직이며, 임금은 남성의 63%이고 노조가입률은 5.2%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오히려 대다수의 여성들이 저임금에 불안정한 일자리가 할당되었을 뿐임을 보여준다. 정부는 가사와 직장생활의 양립을 정책 기조로 내세우며 부족한 가계비용을 보충하는 역할에 더해 출산, 양육을 비롯한 재생산 노동 대한 의무를 가중하며 여성들의 이중적인 고통을 더욱 심화하고 있다. '여성의 사회적 참여가 높아졌다'는 주장 뒤에는 이러한 여성들의 현실이 은폐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여성들이 겪는 억압과 착취를 폐절하기 위해 더욱 중요한 것은 여성들 스스로가 행동에 나서고 여성들의 연대를 실현하는 것이다. 현재 진행 중인 전 지구를 횡단하는 릴레이 여성행진에 주목하고자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계여성행진의 기원과 2000년 행진 북경 여성대회가 열리기 전 1995년 4월, 캐나다에서는 퀘벡여성연맹의 주최로 “빵과 장미를 위한 여성 행진”이 열렸다. 850여 명의 여성들이 빈곤 제거를 위한 분명한 조처를 요구하는 행진을 10일 동안 진행했다. 북경여성대회를 계기로 모인 여성들은 이 행진을 전 세계적인 행진으로 확대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그 후 1998년 10월 몬트리올에서 회의를 열어 빈곤 제거와 여성에 대한 폭력 제거를 행진의 주제로 채택하고 이에 관한 17가지 요구목록을 작성하고, 2000년에 전 세계적인 행진을 조직하기로 결의했다. 이에 따라 2000년 3월 8일(세계여성의 날)부터 10월 17일(세계 빈곤철폐의 날)까지, 전 세계의 여성들은 빈곤 제거와 여성에 대한 폭력 제거라는 두 가지의 보편적인 요구와 함께, 각 대륙별로 독자적인 요구를 제출하며 릴레이 행진을 진행했다. 남미에서는 국제금융기구들에 의해 부과된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인 구조조정과 외채경감 프로그램 반대, 거주지, 일자리를 얻기 위한 훈련, 토지에 대한 접근권, 낙태의 비범죄화, 미국의 군사적 개입 반대, 쿠바에 대한 경제봉쇄 철회등을 요구로 내걸었다. 아시아에서는 성매매와 빈곤이 중요한 화두였으며, 아프리카에서는 물에 대한 접근권, 거주지에 대한 권리, 전기 공급, 여성들의 문맹 퇴치, 안전한 출산을 위한 지역 의료시설 확보, AIDS 등 질병에 관한 정보 보급,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 제고, 식량 안전의 요구가 쏟아져 나왔다. 유럽에서는 경제상황의 악화로 인해 동유럽 여성들이 서유럽으로 이주해오면서 생기는 문제들로 마약 거래 및 여성과 소녀들을 대상으로 하는 인신매매의 문제가 중요하게 다루어졌다. 또한 직업에서의 성적 차별 철폐, 낙태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 극우 카톨릭 조직들의 종교 근본주의 반대, 레즈비언 여성들의 권리 등이 함께 제기되었다. 아랍지역에서는 강간, 성폭력, 고문과 살인을 불러일으키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에 대한 군사적 개입을 비롯한 수많은 분쟁을 중단할 것과, 여성을 이등 시민으로 취급하는 것을 중단하고, 여성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시민법을 제정할 것을 요구했다. 이렇게 진행된 2000년 행진은 인종과 문화, 국경을 뛰어넘는 여성들 간의 연대가 실현 가능함을 보여주었다. 2001년 10월에 몬트리올에서 열린 회의에서는 2000년의 행진의 유효성을 확인하며 이러한 전 세계적인 차원의 운동을 더욱 강화할 것을 결의했다. 이에 따라 전 세계 여성운동들 간의 상시적인 네트워크인 세계여성행진(World March of Women)이 결성되었다. 세계여성행진은 미주, 아시아, 중동, 유럽, 아프리카 등 각 지역에서 161개국에서 전국 규모, 혹은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6000개 이상의 여성운동 조직들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 세계여성행진은 세계사회포럼이 시작될 때부터 적극 결합해왔고, 세계사회포럼을 계기로 결성된 세계사회운동네트워크의 활동에도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세계여성행진은 여성이 겪는 억압과 착취를 폐절하기 위한 두 가지의 중요한 과제로 빈곤의 여성화와 여성에 대한 폭력에 맞서는 투쟁을 제시해왔는데, 빈곤과 폭력은 신자유주의적인 자본주의와 가부장제에 그 원인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대안세계화 운동에 여성들의 요구를 결합하는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브라질에서 부르키나 파소까지, 인류를 위한 세계 여성 헌장과 연대 퀼트 세계여성행진은 이 네트워크가 결성되는 데 단초가 되었던 북경여성행진이 열린 지 10년이 지난 올 해 지구를 횡단하는 여성들의 행진을 다시 한번 진행한다. 올해의 행진 역시 세계여성의 날인 3월 8일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시작해서 세계 빈곤철폐의 날인 10월 17일 서아프리카의 부르키나 파소에서 마무리된다. 세계여성행진의 설명에 따르면 부르키나 파소가 행진을 마무리하는 장소로 선정된 이유는 이 나라가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이며, 여성들이 가정폭력 및 강간 이외에 다양한 형태의 폭력(강제결혼, 조혼, 수혼(남편이 사망하면 시동생과 재혼하는 제도), 성기절단 등)아래 놓여있기 때문이다. 지난 해 12월 르완다 키갈리에서 열린 세계여성행진 총회에서 채택된 '인류를 위한 세계 여성 헌장'이 올해의 행진을 조직하는 데 근간이 되고 있다 (사회진보연대 홈페이지에서 헌장의 전문을 볼 수 있다). 이 헌장은 억압과 착취, 배제와 불관용이 철폐되고 모든 이의 완전성, 다양성, 권리와 자유가 존중되는 세계를 만들자는 제안을 담고 있다. 그리고 평등, 자유, 연대, 정의, 평화를 새로운 세계를 만드는데 있어 필수적인 가치로 제시하고 있으며 각각에 관한 서른한 가지의 세부항목을 함께 제출하고 있다. 이 헌장에서 세계여성행진은 '여성을 억압하는 가부장제'와 '소수가 절대 다수의 여성과 남성을 착취하는 자본주의'가 인류에 대한 억압과 착취의 근원이며, 각각이 서로를 강화하고 있다는 인식을 담고 있다. 또한 이 두 체계가 "인종주의, 성차별주의, 여성혐오, 외국인혐오, 동성애혐오, 식민주의, 제국주의, 노예제와 강제 노동에 기원을 두고 있으며", 이 모든 것들이 상호 작용하며, "여성들과 남성들을 자유롭게 하는 것을 방해하는 가지각색의 근본주의를 양산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또한 "여성과 남성, 지구상의 모든 억압받는 개인 혹은 집단이 평등, 평화, 자유, 연대, 정의에 기초하여 관계를 발전시키고", "사회를 변혁하고 사회 구조를 급진적으로 바꾸어낼 힘을 가지고 있다"고 선언한다. 지구를 횡단하는 릴레이 행진이 진행되는 동안 이 행진에 참여하는 여성들은 전 세계 각지에서 헌장에 담긴 가치에 관한 토론을 조직하며, 이를 공론화하는 활동을 전개한다. 이와 더불어 국경을 초월한 여성들 간의 연대를 상징하는 패치워크를 제작한다. 각 나라마다 이 헌장에 담긴 가치와 각 국의 독자적인 요구를 상징하는 퀼트를 하나씩 제작하고 행진이 진행되는 동안 이를 이어 붙여 거대한 패치워크로 만드는 활동을 전개한다. 이 패치워크는 행진 경로를 따라 브라질에서 출발해서 행진이 마무리되는 부르키나 파소에서 완성된다. 행진이 마무리되는 10월 17일에는 각 나라마다 현지 시간으로 정오에 맞추어 연대행동을 진행한다. 이 연대 행동은 지구를 한 바퀴 돌며 24시간 지속되는 것이다. 지난 3월 8일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사만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집회로 2005년 행진이 시작되어 4월 25일 현재 헌장과 퀼트는 멕시코까지 전달되었다.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페루, 에콰도르, 콜롬비아, 아이티, 쿠바, 온두라스, 엘 살바도르 각 지에서 원주민, 농민 등 수 많은 여성들이 모여 여성들에 대한 억압과 착취가 폐절되는 새로운 세계에 대한 전망을 토론했고, 국경 근방에서 만나 헌장과 퀼트를 전달하며 서로의 연대감을 확인했다. 행진에 참여한 여성들은 헌장에 담긴 가치와 함께 각 국의 독자적인 요구를 제출했다. 예를 들어 브라질에서는 "안전한 상태에서 자유롭고 접근 가능한 낙태의 권리"가 요구로 제출되었다. 또한 헌장에 담긴 정신을 바탕으로 해서 이주의 불법화 및 폭력을 동반하는 자유무역협정, 미국에 의한 군사적 개입 및 경제 봉쇄를 규탄하는 활동도 동시에 진행했다. 앞으로 헌장과 퀼트는 미국과 캐나다를 거쳐 유럽으로 전달되어 오는 5월 말에는 유럽 전역을 아우르는 집회가 프랑스 마르세이유에서 열린다. 그 뒤 동유럽과 호주, 일본을 거쳐 7월 3일에는 한국에 도착할 예정이다. 다시 동남아시아 각지를 거쳐 중동으로 넘어간 후 9월 1일에는 예루살렘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여성들의 공동행동이 진행된다. 헌장과 퀼트가 아프리카 여러 나라를 돈 다음 10월 17일 부르키나 파소에서 행진을 마무리하는 행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전쟁에 반대하는 여성들의 요구를 모아내고 확산하는 계기로 현재 진행 중인 세계여성행진은 전쟁을 동반한 신자유주의 세계화로 인해 여성들에게 보편적으로 부과되는 빈곤과 여성에 대한 폭력 강화에 맞서, 그리고 각 지역의 문화와 전통에 기반을 둔 다양한 억압에 맞서 전 세계의 여성들이 단결하고 연대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이를 계기로 하여 국내에서도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전쟁에 반대하는 여성들의 다양한 요구를 모아내고 확산하는 행동을 조직하고 이 행진에 동참하는 전 세계의 여성들과 연대를 형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노동의 불안정화와 빈곤의 여성화, 출산율 저하에 따른 여성의 의무와 책임 강화, 이주여성, 성매매 여성 등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여성들의 현실, 전쟁이 동반하는 여성에 대한 폭력 강화 및 성차별 이데올로기의 공고화 등 신자유주의와 전쟁이 여성들에게 부과한 현실에 맞서 여성들 간의 연대를 강화하고 그 요구를 집단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다. <참고자료> 2005년 세계여성행진 진행 상황 브라질에서 부르키나 파소까지, 여성들의 행진은 계속된다. 3월 8일-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40,000 명의 여성들이 참여한 가운데 행진 시작. 캐나다, 퀘벡, 카메룬, 콩고, 부르키나 파소 등에서 온 대표단도 함께 참석. 3월 12일- 국경 지역인 브라질 히우 그랑지 두 술 주의 포르투 샤비에르에서 브라질,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세 나라 여성들 4,000 여 명이 모여 함께 집회 진행 3월 13일 -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 시내에서 헌장 낭독 및 시낭송, 음악공연, 연극 공연 진행. 아르헨티나 곳곳으로 이동. 3월 15일 - 아르헨티나와 볼리비아 여성들이 만나 헌장 전달. 3.19. 페루로 넘어감. 볼리비아 여성들과 페루 여성들이 양국 국경 근방 티티카카호에 있는(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호수) 다리 위에서 만남. 데스아구아데로 시청에서 헌장을 넘겨 주는 행사 진행. 22일 리마에서 집회. 퀼트 제작 경연대회 진행. 3. 22. 에쿠아도르 원주민 여성들이 볼리비아에서 온 헌장 넘겨받음. 국경 지역에 있는 다리를 세 시간동안 점거하며 헌장에 담긴 가치와 자신들의 신념이 동일함을 표현 4.1~6 콜롬비아, 전쟁 반대 시위 개최 4.7~4.9: 아이티 힐마 베니테스라는 콜롬비아 여성이 헌장을 아이티로 넘겨줌. 여성권 쟁취를 위한 전국 협의회(CONAP), 헌장을 정부 대표단(여성부장관, 법무부장관, 문화부장관, 보건부장관)에 전달 4.10~4.12: 쿠바 전국 여성 연맹, 수도인 아바나 및 전국 각지에서 헌장의 의의를 토론하는 행사 진행. 쿠바 여성들은 이 여성헌장이 정의를 쟁취하고 미국의 쿠바에 대한 경제봉쇄에 반대하는 투쟁을 전개하는 데 매우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음. 4.13~4.16 온두라스 4.17~4.20 엘살바도르 : 온두라스-엘살바도르 접경지역 아마티요에서 온두라스 여성들이 헌장을 엘살바도르 여성들에게 넘겨주고 빈곤과 폭력에 반대하는 상징의식을 공동으로 진행. 헌장을 활용하여 이주불법화, 폭력을 동반하는 자유무역협정(나프타, 프에블로 파나마 플랜 등)의 효과를 비판하는 활동을 산살바도르를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전개. PSS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