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임금 투쟁, 최저임금실질화를 이뤄낼 ‘국민임투’가 필요하다

많은 노동조합에서 올해 임금 투쟁을 위한 계획을 본격적으로 세워가고 있다. 지난 2년간 실질임금이 감소했기 때문에 올 해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요구는 그 어느 때보다 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군다나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큰 폭의 물가 인상으로 인해 노동자들의 소득 감소 체감도는 더욱 커졌다. 한국은행이 어제 발표한 2010년 경제성장률이 6.1%라고 하니 임금 동결, 삭감을 경험했던 노동자들의 상대적 박탈감 또한 작지 않을 것이다.
특히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이러한 박탈감은 더욱 심하다. 법정 최저임금의 영향권에 있는 저임금 노동자들의 경우 대부분이 교섭력 없기 때문에 경제위기에는 큰 임금감소를, 그리고 회복기에는 성장에 미치지 못하는 임금 인상을 얻는다. 1998년 외환위기, 2001년 IT버블 위기 이후 중위 임금 노동자와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 격차가 더 크게 벌어졌었고, 지난 2년간의 경제위기 역시 저임금 노동자에게 더욱 가혹한 임금 하락을 요구했다.
이러한 이유로 2008년부터 시작된 경제위기 시기에 임금의 하한선을 시장 외적으로 강제하는 최저임금 논의가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미국 오바마 정부는 2009년 연방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한데 이어 2011년까지 31% 이상 추가 인상하기로 발표하였고, 유럽의회는 유럽차원의 최저임금을 정하여 국가별 임금 격차를 해소하고 위기를 빌미로 한 임금 덤핑 경쟁을 규제할 방안을 찾기로 결의했다. 또한 유럽의회 내 최저임금의 평균임금대비 60% 달성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설치했고, 유럽 각국들도 경제위기 와중에서도 대부분 실질 최저임금을 인상했다.
이 정부들이 최저임금 인상에 적극적으로 나선 이유는 최저임금인상을 통한 소비 진작이 웬만한 경기부양책보다도 효과가 좋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정책연구소는 최저임금을 시급 1달러 인상할 경우 분기당 800달러 이상의 소비 증가로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유럽의회는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임금을 인하하는 것은 소득 분배를 악화시키는 것은 물론 소비 감소, 생산 감소의 악순환을 강화시켜 오히려 대공황과 같은 사태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 경제연구소는 최저임금인상을 스텔스 경기부양책이라고 명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2010년 법정 실질 최저임금은 오히려 -0.1% 하락했었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작년 경제성장률이 6.1%라고 하니 경제성장에 대한 상대적 하락폭은 유래 없이 큰 셈이다. 그리고 올해 최저임금 역시 작년에 비해 5.1% 상승하기는 했지만 올해 물가상승률 예상치를 감안하면 실질인상 분은 1%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4% 전후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한다면 올 해 역시 상대적 하락폭이 작지 않다. 분배적 측면에서 보았을 때 현재와 같은 최저임금인상률은 실질적 효과를 보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낮은 최저임금인상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미만 사업장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점은 더욱 큰 우려를 자아낸다. 작년 최저임금 적용 노동자의 수는 전체 노동자의 13%에 달했지만 이중 11.5%에 해당하는 196만 명에 달하는 노동자가 법정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임금을 받았다. 대부분의 저임금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으로 조직되고 있는 못한 상황에서 정부 당국조차 관리 감독을 사실상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이웃 일본의 법정 최저임금 미만율이 1%대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얼마나 한국의 최저임금제도가 엉망인지 가늠해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주노총이 올해 상반기 핵심 사업 과제로 최저임금인상투쟁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민주노총은 최근 몇 년간 최저임금투쟁을 ‘국민 임투’라고 부르며 큰 의미부여를 해왔지만 그만큼의 실천을 벌이지는 못했었다. 아직 좀 더 두고 봐야 하겠지만 올해는 예전과 다른 최저임금인상투쟁을 벌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운동이 올해 ‘국민임투’를 제대로 조직하기 위해 우선 생각해 볼 것은 최저임금적용 노동자만이 아니라 조직된 노동자들이 함께 최저임금인상 투쟁에 동참할 수 있는 방법이다. 상대적 고임금 노동자가 많은 민주노총에서 다수의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은 여전히 남의 일이기 때문이다.
조직 노동자와 최저임금노동자들의 정책적 매개를 만든다는 점에서 민주노총임금요구액과 최저임금인상요구액을 동일액수로 제시해 보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현재 민주노총의 최저임금 인상액은 노동자 평균 임금의 50%라는 정률로 만들어 진다. 하지만 이러한 정률제 방식은 사실상 임금 격차를 줄이지 못하는 문제도 존재하고(아무리 열심히 올려야 평균의 절반이다), 조직 노동자의 임금 요구와 최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 요구를 분리시켜 생각하게 하는 한계도 존재한다.
‘국민임투’다운 투쟁 방식으로 전 노동자의 동일액수 임금인상이라는 임금투쟁의 새로운 프레임을 생각해 볼만한 하다. 물론 조직 노동자들의 공동 임투(예전에 춘투라 불렀던)도 조직하기 힘든 현재 노동운동 현실에서 이는 아직 현실화되기 힘든 정책일 수 있다. 하지만 예전과 다른 최저임금투쟁을 만들기 위해 최저임금투쟁을 생각하는 노동운동의 일반적 관념부터 조금씩 바꿔나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