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한국정치 | 2025.08.28

반탄파의 정신승리로 끝난 국민의힘 전당대회

국민의힘을 집어삼킨 강성 유튜버와 팬덤 정치

사회진보연대
 

반탄파 지도부의 완성

 
8월 26일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 결선에서 장동혁 의원이 선출되었다. 장 대표는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해 “12·3 계엄은 반국가 세력에 맞서서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라는 시대적 명령”, “계엄에 하나님의 계획이 있다”와 같이 계엄을 옹호하는 발언을 한 강성 ‘반탄’(탄핵 반대)파다. 그는 전당대회 기간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입당에 긍정적인 견해를 보이고, 당대표가 되면 구치소에 접견도 하러 가겠다고 약속하는 등 선명한 ‘윤 어게인’ 노선을 취했다. 게다가 그는 탄핵 반대 당론을 따르지 않았던 친한계를 ‘내부 총질’ 세력으로 규정하고 단호한 대응도 약속한 바 있다.
 
최고위원 선거에서도 반탄파가 우위를 보였다. 5명을 뽑는 최고위원 선거에서 탄핵 반대파가 3명(신동욱·김민수·김재원), 탄핵 찬성파가 2명(양향자·우재준) 선출되었기 때문이다. 김민수 최고위원은 비상계엄 선포를 “과천 상륙작전”이라고 옹호했으며, 김재원 최고위원은 서울서부지방법원 폭동과 관련해 “성전”, “십자군 전사들”이라고 지칭한 소셜미디어 글을 올렸다가 논란이 일자 삭제한 바 있다. 송언석 원내대표, 김정재 정책위의장에 더해 이번에 선출된 장 대표, 반탄파 최고위원 3명, 그리고 장 대표가 지명할 최고위원 1인까지 합하면, 이제 국민의힘 지도부 9명 중 7명이 반탄 성향 인사들로 채워진다.
 
이로써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퇴행적 반탄파의 ‘정신승리’로 끝났다. 반탄파 지도부가 주도할 국민의힘은 국민 대다수가 찬성한 윤 전 대통령 탄핵조차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미래가 없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미 당이 극우 유튜버와 강경 당원들이 주도하는 ‘팬덤 정치’에 장악되었다는 점이다. 이는 허무맹랑한 ‘부정선거론’과 ‘윤 어게인’ 구호에 갇혀 이미 몰락한 당의 현실을 부정하고, 정치양극화를 더욱 부추기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극우 유튜버에 지배당한 국민의힘 전당대회

 
이번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서 반탄파 후보가 선출되리라는 점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다. 전당대회 분위기를 시종일관 극우 유튜버들이 주도했기 때문이다. 전한길 씨가 대표적이다. 전 씨는 후보들에게 질의서를 보내고 유튜브 토론회에 부르는 등 ‘윤어게인 감별’ 면접관을 자처했다. 김문수 후보와 장동혁 후보는 극우적 발언을 쏟아내며 이에 적극 부응했다. 이후 전 씨는 장 후보를 지지했고, 실제로 장 후보가 당선되면서 ‘킹메이커’가 되었다.
 
인기 보수유튜버 구독자수는 국민의힘이나 보수정치인 유튜브 채널 구독자수를 훨씬 능가한다. 고성국TV, 이봉규TV 등은 윤 전 대통령도 즐겨본 채널로 알려져 있다. 8월 14일 온라인 합동연설회 때 당 공식 채널 ‘국민의힘TV’ 시청자는 2천여 명에 그친 반면 전한길씨 라이브 방송엔 6천 명이 넘는 시청자가 몰리기도 했다. (그림출처: 중앙일보)
 
전한길 씨가 이토록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이유는, 그만큼 동원할 수 있는 표와 돈이 있기 때문이다. 8월 20일 중앙일보 기사 “‘국힘 107명보다 낫다’ 자조 터졌다…당심 장악한 ‘그들 목소리’”에 따르면, 전 씨는 “당선 보증수표”로 통한다. 3월 31일 탄핵 반대 토론을 위해 전 씨가 국회에 방문했을 때는 의원 37명이 사진을 찍으려고 우르르 달려가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그의 유튜브 방송에 한 번 출연하면 한 달 치 후원금을 하루 만에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에 ‘전한길파’, ‘길심’이라는 단어까지 언론에 등장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반탄파 후보 가운데 장동혁 후보가 김문수 후보를 꺾은 것은 비교적 예상 밖의 결과였다. 국민여론조사에서 장 후보(39.82%, 3만 4,901표)는 김 후보(60.18%, 5만 2,746표)에 크게 뒤쳐졌다. 그러나 80%가 반영되는 당원 선거인단 투표에서 18만 5,401표를 얻어 16만 5,189표를 얻은 김 후보에 크게 앞서면서, 2,367표 차이로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다. 한 마디로 ‘민심’에선 졌지만, 강경우파로 쏠린 ‘당심’을 잡은 덕에 당대표에 당선될 수 있었던 것이다.
 
 

국민의힘을 집어삼킨 ‘팬덤 정치’

 
가장 큰 문제는 극우 유튜버와 이를 중심으로 결집한 이른바 ‘짠물’ 강경 당원들이 특정 정치인을 적극 지지·후원하고, 이를 등에 업은 정치인이 극단적 방향으로 당을 이끌어가는 ‘팬덤 정치’의 악순환이 국민의힘에서도 본격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팬덤 정치가 강화할수록 기존 정당의 건강한 기능은 파괴되고, 정치는 전쟁이 된다. 전한길 씨가 8월 8일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찬탄파 후보들을 ‘배신자’라고 비난하며 난장판을 만든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은 전 씨에 대해 가장 낮은 징계인 ‘경고’ 처분을 했다. 이 논란을 계기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정책과 비전은 완전히 사라지고, ‘윤 어게인’ 프레임이 당을 지배했다.
 
 
국민의힘이 극우적 주장에 휘둘릴수록 민심은 당을 외면하고 있다. 8월 16일 한국일보 기사 “‘이러니 전한길당’ 김문수도 제친 전한길 파워… 국힘 지지율은 나락”에 따르면, 전 씨를 둘러싼 논란이 커질수록 국민의힘 지지율은 떨어졌다. 지난달 전 씨 입당 논란이 불거졌던 때 지지율이 19%로 최저치를 기록한 게 대표적이다.
 
장동혁 대표는 당대표 수락 연설에서 “오늘의 승리는 당원 여러분들께서 만들어주신 승리이고 새로운 미디어 환경이 만들어낸 승리”라며 “모든 우파 시민들과 연대해서 이재명 정권을 끌어내리는 데 제 모든 걸 바치겠다”라고 말했다. “보수 유튜버들이 당원들에게 왜 장동혁 되어야 하는지 거의 예외 없이 한목소리로 지지 보내주셨기 때문”이라고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장 대표 체제의 국민의힘에서 극우 유튜버와 강경 당원이 주도하는 팬덤 정치는 더욱 극단으로 치닫는 일만 남은 것으로 보인다.
 
 

장동혁 대표가 주도할 한국 정치의 퇴보

 
국민의힘은 당분간 ‘윤 어게인’ 뜻과 맞지 않는 세력을 솎아내며 장동혁 대표 중심의 ‘단일대오’를 만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장 대표는 전당대회 직후 기자회견에서 “기계적 탕평은 하지 않을 것”이라며 “당을 위험에 빠뜨리는 분들, 당을 분열로 몰고 가는 분들에 대해 결단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같은 날 채널A에 출연해서는 당대표 선거에 출마했던 찬탄파 조경태 의원을 향해 “먼저 결단을 하시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앞으로 국민의힘 내에서 친한계를 비롯한 찬탄파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이다. 정당 간 양극화는 필연적으로 정당 내 일극화를 동반한다는 사실을 국민의힘에서도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전한길 씨는 결선 결과가 나온 직후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김문수 후보를 향해 “내게 사과하고 정계 은퇴”하라고 압박했다. 같은 반탄파인 김 후보와의 공존조차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전 씨와 같은 ‘극우 스피커’가 계속 영향력을 유지하는 한, 당내에서 조금이라도 다른 목소리가 나오긴 어려울 전망이다. 심지어 전한길 씨를 최고위원으로 지명할 수도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장 대표가 당직은 논의를 거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표명하긴 했지만 말이다.
 
여·야 간 대립은 더욱 극심해질 전망이다. 8월 27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페이스북에 게시한 ‘국민의힘 대표에게 묻는다’란 제목의 글에서 “윤석열에 대한 탄핵도 잘못이고, 윤석열에 대한 헌재 파면도 잘못이고, 윤석열의 비상계엄 내란은 잘 된 것이라고 주장하는가?”라고 질문했다. 이에 장 대표는 8월 28일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왜곡과 망상으로 점철된 정치공세”라며 “굳이 제가 답할 필요 없을 것 같다”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유례없는 반민주적 폭거였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입장을 묻는 것을 ‘정치공세’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장 대표의 이러한 태도는 우리 사회 정치를 다시 ‘내란 척결’이냐 ‘윤 어게인’이냐 같은 퇴행적 논란에 빠뜨릴 뿐이다.
 
진중권 광운대 교수는 8월 7일 중앙일보 칼럼 “정당 안의 아스팔트”에서, 민주당의 김어준 씨와 국민의힘의 전한길 씨를 지적하면서 유튜브가 정당정치를 집어삼켰다고 주장했다. 당원과 지지자의 정치적 학습을 유튜브가 대신하면서 극단적 사고를 주입하고, 이를 지닌 강성 당원이 정당을 장악했다는 것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이러한 ‘유튜브 정당’이 한국 정치와 사회에 얼마나 해악인가를 잘 보여준다. 장 대표 당선은 국민의힘의 몰락을 심화할 뿐 아니라 한국 정치의 앞날을 더욱 암울하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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