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정세초점 | 2025.09.01

노조법 2·3조 개정 이후, 노동운동의 새로운 과제

기업별 노사관계를 넘어선 단결과 교섭 전략이 필요하다

사회진보연대

노조법 2·3조 개정의 의의

 
지난 8월 24일, 오랜 논쟁과 정치적 굴곡 끝에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두 차례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무산되었던 법안 2조와 3조 일부가 보완되었다. 먼저, 이번 2조 개정안은 △ 사용자 범위 확대 △ ‘근로자가 아닌 자’ 가입 시 노조로 보지 않는 규정 삭제 △ 노동쟁의 대상 확대로 요약된다.
 
사용자 정의의 확대는 기존의 근로계약 당사자뿐만 아니라 “근로조건을 실질적, 구체적으로 지배하거나 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로 그 범위가 넓어졌다. (제2조 제2호 신설) 다단계 하청구조 속에서 지난하게 이어져 온 원청기업의 ‘실질적 지배력’의 존재 여부에 대한 논쟁은 이제 법적 규정에 대한 해석의 영역으로 바뀌게 되었다.
 
또한,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 그 단체를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는다”라는 조항이 삭제되었다. (제2조 제4호 라목 삭제) 이에 따라, 법 제도상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했던 비정형 노동자들의 노조 가입이 법적으로 가능해졌다. 특수고용 조합원의 가입을 이유로 노조 지위를 부정당했던 건설노조나 화물연대 등이 정당한 노조로 인정받게 되었고, 배달라이더·택배기사·건설일용직 노동자도 안정적으로 노조에 가입해 자신의 노동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사용자를 특정할 수 있게 되었다.
 
쟁의권의 범위 역시 확대된다. 기존 노동쟁의 정의는 “근로조건 결정에 관한 노사 간 불일치”로 한정되어 있었으나, 여기에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계획상의 결정’에 관한 불일치도 포함되었다. (제2조 제5호) 이에 따라, 임금 인상뿐 아니라 사용자의 일방적 구조조정, 사업부 매각, 공장 이전, 외주화 등 고용과 근로조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고도의 경영상 의제도 합법적으로 교섭·쟁의 대상이 되었다.
 
다음으로, 3조 개정안에는 △ 사용자의 불법행위 손해배상 면책 △ 노조 활동으로 인한 손해배상 시 책임 비율 차등 부과 △손해배상 감면 청구권 신설 △ 신원보증인 배상 책임 면제 △ 노조 활동 방해 목적의 손해배상 청구 제한 △ 법 시행 전 발생한 손해에 대한 사용자 책임 면제 등이 포함되었다. 특히, 손해배상 청구 제한 범위를 넓히고 사용자 측의 불법행위 책임을 명시했다. (제3조 제1·2항) 부진정연대 책임 제한 및 감면 청구 신설(제3조 제3·4항)은 2024년 개정안에서 더 구체적으로 보완되었다. 또한 소급 적용을 통해 법 시행 이전의 손해배상 위험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게 되었다.
 
법은 앞으로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시행된다. 고용노동부는 이 기간 후속 계획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8월 24일 보도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노사 양측의 다양한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기 위한 TF를 구성하고, 노동위원회와 법원에서 축적되는 판례와 판단기준을 검토할 예정이다. 또한 원청의 사용자성 판단기준, 교섭 절차, 노동쟁의 범위 등에 대한 구체적 지침과 매뉴얼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노조법 개정은 노동권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노동자들의 법적 공백을 해소하고, 사용자의 부당한 권리 침해를 제어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사용자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 규정은 간접고용·하청노동자에 대한 법적 보호를 넘어, 이른바 ‘진짜 사장’의 외주화와 고용 회피 전략에 제동을 걸고, 단체교섭의 대상과 범위를 확장함으로써 새로운 노사관계 구조적 변화의 가능성을 열었다. 나아가 한국 노동시장의 극심한 이중구조와 불평등을 완화하고, 노동 내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제도적 정비라는 입법 취지를 담고 있다.
 

무엇을 예비해야 하는가: 노조법 개정 이후의 새로운 쟁점들

 
그러나 법 개정은 그 자체로 끝이 아니다. ‘실질적 지배력’, ‘쟁의행위’, ‘교섭 의제’ 등 구체적 기준을 둘러싸고 지난한 법 해석 투쟁이 시작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경영계는 이번 개정이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고 경쟁력 약화를 불러올 것이라며 여전히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실질적 지배력’이라는 표현이 모호해 원청기업이 과도한 교섭 부담을 떠안아 현장은 혼란이 가중되어 경영이 마비될 것이라 주장한다. 그러나 법 시행 후 얼마간 혼란이 지속되더라도, 이는 법 개정의 결과 때문이 아니라 그동안 실질적 사용자가 가려져 있던 노사관계의 모순이 현실에 드러난 것으로 봐야 한다. 즉, ‘실질적 지배력’에 대한 법적 규정은 원청기업이 외주화와 간접고용을 통해 이윤을 얻고도 실질적 책임을 회피해 온 문제를 사후적으로 바로잡는 과정이다. 또한 노조 가입’과 ‘쟁의행위’의 범위 확대는, 과거 일률적으로 적용된 법제를 특수고용이나 플랫폼노동 등 다양한 고용 형태에 맞게 조정하는 현실적인 변화다.
 
사용자들은 이러한 현실을 외면하며 법시행 이후에도 저항할 가능성이 크다. 원청기업 다수는 현실적으로 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고, 사법적 판단을 구하는 길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 일부 원청은 아예 소송을 회피하기 위해 도급계약을 해지하는 전략을 사용할 수도 있다. 노사 간 교섭 대상, 방법, 의제를 합의하는 제도와 관행이 취약하고, 불법파견이나 통상임금 소송 등 대부분의 노사관계가 사법적 판단에 의존해 온 현실에서, 이번 노조법 개정이 사용자 측의 강한 반대 속에 통과되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따라서 법이 실질적 효과를 발휘하기까지는 상당 기간 논란이 이어질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운동이 노조법 개정 이후를 충분히 준비하고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법적 다툼 끝에 하청·간접고용 노동자의 교섭권이 인정되더라도, 다음 단계인 교섭 단위 확정에서 새로운 쟁점들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먼저,「노조법」 제29조가 규정한 ‘창구 단일화’ 절차는 하나의 사업장에서 단 하나의 교섭 단위만 배타적으로 인정하도록 하고 있어, 현실에서는 어떤 방식으로든 개편이 불가피하다. 법 개정 취지에 맞춰 하청노조의 교섭 요구를 창구 단일화 적용에서 제외하는 방안이 거론될 수 있지만, 어떤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지, 원청의 사용자성을 어디까지 인정할지 등 일관되고 합리적인 노동운동의 입장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2010년 창구 단일화 제도 시행 이후에도 교섭대표 노조와 소수노조 간의 충돌, 조합원 수 경쟁, 대표성 논란, 그리고 사용자 측의 부당 개입 등 갈등은 끊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관련 제도는 기업별 교섭체계가 견고하게 작동되고 있어 산별노조나 총연맹이 개별 기업의 교섭 단위를 통합하거나 조정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나아가 교섭 단위 확정뿐 아니라, 근로시간 면제(타임오프), 부당노동행위, 근로자대표제, 취업규칙 변경 등 기존 기업별 노사관계 틀 안에서 작동하던 거의 모든 제도와 관행이, 다층적인 원·하청 노사관계가 변화하게 되면 어떻게 재편되어야 하는지 새로운 쟁점들로 떠오르고 있다. 법 개정 이후 어느 의제와 단위에서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될지 현재로서는 불확실하다. 이 때문에 노동운동이 일관되고 체계적인 교섭·투쟁 전략을 세우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원청 교섭의 가능성을 토대로 하청노동자의 광범위한 조직화와 공동투쟁을 전개해 산별노조의 실질적인 조직력을 강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산별 공동교섭의 틀을 통해 원청을 압박할 수 있다면, 사용자가 하청업체를 교체하거나 소송으로 법적 책임을 회피하더라도 산업 차원의 노동기준을 끌어올리고 더 많은 노동자의 노동권을 지킬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다. 변화와 혼란이 불가피한 지금, 노동운동은 분명한 전략을 세우고 사회적 합의의 경로를 마련해야 한다.
 

노조법 2·3조 개정을 기회로 삼아, 초기업적 단결을 확대하자


간접고용, 하청, 특수고용, 플랫폼노동 등 비정형 노동자의 조건을 실질적으로 개선하고 노동시장 이중구조에 따른 임금과 고용 격차를 개선하는 과제는 이번 노조법 개정만으로 충분히 달성하기는 어렵다. 권오성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행 개정안이 사실상 기존 기업별 노사관계 틀을 유지한 채 원·하청 관계나 특수고용 등 일부 문제만 해결하려는 시도에 그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분권화된 교섭체제의 변화 없이는 하청노동자의 근로조건이 획기적으로 개선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새 정부 노동정책 무엇을 해야 할까? 노동기본권 확대와 불평등 해소 방향 및 과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토론회, 2025년 7월 15일)
 
그러면서 권오성 교수는 노조법 개정이 실효성을 갖추려면 사업장 단위 근로조건 결정 시스템의 변혁이 전제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단체협약의 효력을 넓히고 교섭 창구 단일화 제도를 폐지하며, 노동위원회를 통해 초기업 단위의 교섭 단위를 결정하는 방식을 도입해 산업·지역별 초기업 교섭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러한 논의는 노조법 개정 이후 노동운동이 단순히 제도 변화에 적응하는 수준을 넘어, 교섭의 공간과 전략을 기업의 울타리 밖으로 확장하는 근본적 인식 전환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현재 한국의 노동조합 조직률은 약 12%에 불과하며, 기업별 노조 체계가 여전히 지배적인 상황이다. 물론 위에서 제시한 방안으로 개별 기업에서 이미 교섭권을 확보한 노조를 설득하기 쉽지 않고, 기존 활동 관행을 전면적으로 수정하는 것이라 노조 내부의 저항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초기업 교섭의 활성화를 위한 법제도 개선은 각각의 조항에서 다루는 범위와 쟁점이 다양해, 신중한 접근과 충분한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노동 내부의 격차를 줄이려면, 지금까지 당연시되어 온 기업별 노조의 관행과 체계의 변화가 전제되어야 한다.
 
노조법 개정 이후 노동운동이 수행해야 할 과제는 이전보다 더 무거워졌다. 산별노조는 산업·업종·지역 단위의 공동교섭과 공동투쟁을 기획하고, 교섭 단위를 조율하며, 초기업·산별교섭을 활성화할 방안에 관한 종합적 연구와 조직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이를 통해 노동운동은 노동조건의 표준을 세우고 격차를 줄이며, 단결을 강화하고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길을 열어야 한다.
 
 
주제어
노동 노조
태그
민주노총 노조법 노란봉투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