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정세초점 | 2025.10.14

검찰개혁의 역설

행정부 권력 집중과 경찰사법으로 나아가는가?

사회진보연대

지난 9월 26일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10월 2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되었다. 그 핵심은 정부 수립 이후 줄곧 존재해온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하는 내용의 검찰개혁이다. 이로써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추진되어온 이른바 ‘검수완박’이 현실화되었지만, 법 시행을 1년 앞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공소청과 중수청의 구체적 권한 배분, 인력 이관 문제, 특히 공소청에 보완수사권(또는 보완수사요구권)을 부여할지, 전건송치를 부활시킬지 등의 쟁점이 여전히 남아 있다. 나아가 이번 개혁의 정치적 함의에 대한 숙고도 필요하다. 이는 검찰권 남용을 제어하기 위한 개혁인지, 아니면 행정부 권한의 집중을 초래하는 제도적 퇴행인지를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시기 검찰개혁의 모순

 

검찰개혁의 여러 방식 가운데 가장 급진적인 형태인 ‘검수완박’을 주장하는 이들(이하 ‘검수완박론자’)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이 반대와 신중론에 밀려 미완에 그쳤다고 판단하며, 이번 정부에서는 수사와 관련된 검찰의 권한을 전면적으로 박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들은 문재인 정부 개혁 이후 드러난 여러 문제를 개혁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한 부작용으로 치부하거나, 오히려 그 문제들을 근거로 더 강경한 개혁이 필요하다고 제기한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을 통해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기소권을 검찰로부터 분리하고,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6대 중대범죄에서 이어서 2대 범죄 대상으로 축소했으며, 경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했다. 동시에 경찰에는 중대범죄 외 사건에 대한 수사권과 1차적 수사종결권이 부여되었다. 대신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대한 피해자의 이의신청 제도와, 검찰의 경찰에 대한 보완수사요구권이 통제 장치로 마련되었다.

 

당시 사회진보연대는 이러한 개혁이 ‘수사·기소 분리’라는 명분으로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면서도, 청와대가 통제 가능한 공수처에는 수사·기소권을 결합시키고, 중대범죄에 대한 검찰의 직접 수사권은 그대로 남겨둔 점에서 모순이라 지적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적폐청산’이라는 정치적 과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검찰 기능을 일정 부분 필요로 했기 때문이라 분석했다. 한편, 경찰의 수사 종결에 대해 검찰이 ‘사후적으로’ 개입하는 방식이 과연 실질적인 통제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회의적 시각을 표명했다. (이유미,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 평가와 ‘검수완박’의 문제점」; 임필수, 「검찰개혁인가, 수사기관의 과대팽창인가?」)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발생한 현실의 문제들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 이후 경찰 수사에 대한 검찰의 사법적 통제 약화의 효과부터 살펴보자. 검경수사권 조정이 시행된 2021년 이후 경찰의 불송치 사건은 약 39만 건에서 2024년 약 55만 건으로 3년 만에 4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이의신청 건수도 약 2만5천 건에서 4만7천 건으로 늘었다. 이전에는 모든 사건이 자동으로 검찰에 넘어가던 ‘전건송치’ 제도가 폐지되면서, 피해자가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불복해 검사의 판단을 받으려면 직접 이의신청을 제기해야 한다. 그러나 법리나 수사 절차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 시민이 전문 서류를 스스로 작성하기란 쉽지 않으며, 결국 수백만 원에 달하는 변호사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경제적 여건에 따라 구제받을 수 있는 피해자의 범위가 달라지는 불평등이 발생하고 있다. 게다가 경찰에서 검찰로 송치되는 과정이 지연되며 사건이 ‘증발’하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2022년 민주당이 주도한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고소인(피해자)이 아닌 고발인(제3자)의 불송치 이의신청권이 폐지된 것도 큰 문제였다. 피해자를 특정하기 어렵지만 사회적으로 중대한 사건이거나, 의사 표현이 어려운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의 경우 잘못을 밝히고 피해를 구제할 통로가 사실상 차단된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발달장애인 피해자들이다. 이들은 스스로 고소하기 어려워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대리 고발을 해왔지만, 이제 그마저 불가능해졌다. 민주당은 당시 형소법 개정의 명분으로 ‘고발 남용 방지’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당시 유력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의 사법 리스크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였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특히 권력형 비리 사건의 경우 피해자가 불특정 다수인 탓에 시민단체의 고발을 통해 사건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이 개정은 사실상 권력자에 대한 시민의 공익적 감시 기능을 약화시켰다.

 

또한 검찰의 보완수사요구권 역시 실효성 부족으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이 권한은 강제력이 없어 수사 책임의 공백과 ‘사건 핑퐁’을 초래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불송치 이의신청 사건이 검찰에 송치되면 검사가 형식적으로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검찰의 무책임을 지적하는 시각도 있지만, 검사가 죄가 안 된다는 경찰의 불송치 이유서 내용만 보고, 수사 미진을 느껴도 경찰에 보완·재수사를 적극적으로 요구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결과적으로 보완수사요구권의 약한 강제력은 검찰과 경찰 모두가 사건 책임을 회피하게 만들고, ‘핑퐁’이 관행화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런 현실적 배경에서 현 정부의 검찰개혁을 둘러싸고 최소한의 대책으로 공소청에 직접 보완수사권을 부여하거나, 불가능하다면 전건송치를 부활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이다.

 

그러나 검수완박론자들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오히려 공소청의 보완수사요구권을 제한 내지는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경찰의 수사 종결에 대한 최후의 통제 수단을 없애자는 것으로, 실현될 경우 형사사건 처리는 사실상 경찰이나 중대범죄수사청에서 거의 종결되고, 공소청은 형식적 기소기관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를 통해 실체가 드러난 사건들이 적지 않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2019년 보험금을 노리고 남편을 살해한 ‘계곡 살인 사건’, 2023년 빌라 세입자 전세보증금을 가로챈 ‘세모녀 전세사기 사건’은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가 없었다면 전모가 밝혀지지 못했을 것이다. 이재명의 성남FC 사건 역시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가 없었더라면 경찰이 증거 불충분으로 불송치하는 것으로 끝났을 것이다. 검수완박론자들의 주장대로 공소청의 보완수사요구권이 폐지된다면, 앞으로 이러한 중대한 사건들이 묻히고 피해가 은폐될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이재명 정부의 이번 검찰개혁과 검수완박론자들의 구상

 

이번 이재명 정부의 검찰개혁 과정을 살펴보자. 검수완박론자들은 문재인 정부 당시 중대범죄에 대한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남겨둔 것이 결국 검찰조직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반란’을 불러온 화근이었다고 보고, 이번에는 그 잔재를 완전히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앞서 보았듯, 당시 검찰의 직접 수사권 존치는 문재인 정부의 정치적 필요에 부합하는 측면이 있었다. 이 모순을 극복한다는 명분 아래, 검수완박론자들은 중대범죄 수사권을 검찰에서 박탈해 신설되는 행정안전부 산하 중대범죄수사청으로 이관하고, 검찰청은 단순히 기소 여부만 결정하는 공소청으로 격하시키며, 보완수사요구권도 제한 내지는 폐지할 것을 주장했다. 동시에 국무총리실 산하에 국가수사위원회를 설치해 공수처·경찰청 국가수사본부·중수청을 모두 감독하도록 하고, 불송치 이의신청 사건의 처리권을 검찰에서 국가수사위원회로 이관하는 구상을 내놓았다. 믿을 수 없는 검찰을 활용하기보다 그 ‘화근’을 철저히 제거하되, 청와대와 여당이 통제할 수 있는 칼을 더 날카롭게 벼리는 방안인 셈이다.

 

이번 정부조직 개편 과정에서 민주당은 검찰청법 폐지법률안, 공소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 국가수사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추진했으나, 마지막 국수위 설치는 철회했다. (그림 출처: 김종민, 「검찰청 폐지 및 수사·기소 분리의 문제점」)

 

입법 과정에서 검찰청 폐지와 중수청 신설은 실제로 관철되었고, 보완수사요구권 문제는 법 시행 전까지의 후속 쟁점으로 남았다. 반면 국가수사위원회 설치는 심지어 여권 내부에서도 ‘신중론’이 일어 무산되었다. 그럼에도 검수완박론자들이 제시했던 국수위 구상은 중요하다. 그들의 개혁이 지향하는 권력 구조가 무엇인지 드러내기 때문이다.

 

먼저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중수청의 신설을 보자. 이미 검찰의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이 폐지되고, 검찰의 수사 견제 기능이 약화된 상황에서 행정부 내에 일반범죄를 담당하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와 중대범죄를 전담하는 중수청이 공존하게 되었다. 여기에 검수완박론자들의 구상대로 불송치 이의신청 사건의 처리가 공소청에서 국수위로 이관되었다면, 그리고 공소청의 보완수사요구권이 제한 내지는 폐지된다면, 형사사건 처리는 사실상 경찰이나 중수청에서 종결되고 공소청은 형식적 기소 기관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국가수사위원회 설립안은 개혁 과정에서 가장 논란이 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실 산하 위원회로 설계되었으며,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중수청은 물론 수사·기소권을 모두 가진 기관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까지 감독하도록 했다. 검수완박론자들은 국수위의 모델로 영국의 독립경찰비위조사위원회(IPOC)를 들었으나, IPOC는 행정부로부터 완전히 독립된 기구라는 점에서 국수위와 본질적으로 다르다. 국수위는 대통령이 4명, 국회가 최소 2명의 여당 몫을 포함해 4명, 나머지 3명을 장관이나 국무조정실장이 추천하도록 구성되어, 여당과 행정부가 과반을 장악하는 구조였다.

 

검수완박론자들은 검찰에 대해서만 ‘견제와 균형’을 강조하면서, 경찰과 행정부 권한의 비대화에는 침묵한다. 그럼에도 국수위 도입을 주장할 때는 이를 수사기관 권력 집중을 견제하고 상호 견제하도록 하기 위한 ‘민주적 통제장치’라고 포장한다. 그러나 한국의 권력 구조상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관계를 고려하면, 이는 사실상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이 하위 수사기관을 ‘민주적으로’ 통제한다는 궤변에 다름 아니다. 더구나 국수위가 가지게 될 권한은 기존 검찰보다 훨씬 강력했다. 국수위가 설치되었다면 수사기관 간 조정, 특별사법경찰 지휘, 불송치 이의신청 처리, 수사 적법성 심사, 감찰·징계 요구, 수사기록 및 장부 제출 요구, 수사관 출석·진술 요구 등 수사 전 과정에 개입할 수 있었다. 이는 수사에 대한 사법적 통제가 아니라, 정치권력이 수사에 직접 개입할 수 있는 제도적 통로를 마련하려는 구상이었다.

 

요컨대 문재인 정부가 ‘적폐청산’을 위해 검찰 기능을 일부 활용하면서도 검찰개혁을 외쳤다면, 이번 검수완박론자들은 검찰의 경찰에 대한 사법적 견제 기능을 부정하고, 기소제도를 형식화하여 남겨둔 채 강화된 수사권을 행정부가 직접 통제하는 구조를 지향한다. 사실상 경찰사법으로의 이행하는 방향, 정치권력에 종속된 수사체제를 제도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닌지 의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검수완박’이 세계적 표준?

 

검수완박론자들은 검찰 권력을 견제하려면 권한 분산이 필요하며, 그 핵심 방식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자신들의 구상이 ‘세계적 표준’에 부합한다 말하지만, 실제로 검찰개혁이나 수사·기소 분리에는 여러 수준과 유형이 존재한다. 한국에서 현재 추진되는 개혁 방식과 검수완박론자들이 주장하는 형태는 그중에서도 가장 극단적이며, 세계적 표준과는 되려 거리가 멀다.

 

먼저, 수사·기소 분리의 대표적 사례로 자주 언급되는 영국을 보자. 영국에서 이 제도가 도입된 이유는 검찰 권력에 대한 견제가 아니라 경찰사법의 결함을 교정하기 위해서였다. 영국에는 개인이 직접 범죄를 수사하고 법원에 소를 제기할 수 있는 ‘사인소추’의 전통이 있다. 이는 국가의 형벌권을 견제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 개인이 형사절차를 감당하기 어려워지자 수사와 기소 기능이 점차 경찰로 이양되었고, 이후 경찰사법의 문제가 드러났다. 경찰이 피의자를 일방적으로 범인으로 단정하거나 유리한 증거를 누락하는 사례가 잦았고, 한편으로는 법률 전문성 부족으로 인한 무죄 판결이 늘어났다. 1972년 청소년 세 명이 살인 및 방화 혐의로 유죄 선고를 받았다가 뒤집힌 ‘콘페이트 사건’을 계기로 왕립위원회는 수사와 법률 판단의 기능을 분리할 것을 권고했고, 그 결과 독립적인 법률 전문가가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왕립기소청(CPS)이 설립되었다.

 

즉, 영국의 수사·기소 분리는 경찰의 권한 집중으로 인해 피의자와 피해자 모두의 권리가 침해된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것이었으며, 경찰에 대한 기소기관의 통제를 강화하는 방향이었다. 영국에서는 오히려 기업·금융범죄 등 전문성이 요구되는 영역에서 수사 기능을 경찰로부터 분리해 공소 기능과 결합시키기도 한다. 경범죄의 경우 경찰이 기소권을 가지거나 증거가 불충분할 때 사건을 종결할 수 있으나, 왕립기소청은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청할 수 있고 경찰은 이를 반드시 수행해야 한다. 다만 실제로 이러한 보완수사 과정은 현장에서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경찰은 공소관의 요구가 불명확하다고 불만을 표하고, 공소관은 경찰이 증거를 누락하거나 지시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긴장은 앞서 보았듯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 이후 한국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한국의 검수완박론자들은 영국의 사례를 근거로 삼으며, ‘경찰에 대한 사법적 통제 강화’라는 제도 도입의 본래 취지와 국가의 형벌권 견제라는 영국식 법이념을 정반대로 해석한다. 영국에서는 검찰의 경찰 통제가 강화된 반면, 한국의 검수완박론자들은 공소관의 재수사요청권·보완수사요구권·시정조치요구권마저 제한 내지는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제도적 취지를 거꾸로 뒤집은 것이다.

 

한국은 영미법이 아닌 프랑스·독일 등 대륙법 전통에 속한다. 이 전통은 사적 불법행위와 공적 범죄를 엄격히 구분하고, 공적 범죄의 소추권은 국가가 독점한다는 원리를 따른다. 혁명 이전 프랑스에서는 왕실과 행정경찰이 영장 없이 개인을 체포하거나 투옥할 수 있었고, 법원은 기소와 재판을 동시에 수행했다. 혁명 이후 이러한 폐단을 제거하기 위해 법원으로부터 검찰을 분리하고, 공소와 재판은 반드시 검찰을 거치도록 하며 검찰에 독립성을 부여했다. 그 결과 프랑스 검찰은 행정부에 속하지만 준(準)사법기관으로 인식되었고, 경찰 수사를 지휘·감독하는 역할을 맡게 되었다. 행정경찰과 사법경찰이 분리되고, 사법경찰은 경찰의 위계가 아니라 검찰의 지휘를 받는다.

 

독일의 경우도 비슷하다. 검찰은 직접 수사인력을 두지 않지만 여전히 ‘손 없는 머리’로서 수사를 지휘하며, 경찰은 ‘머리 없는 손’으로 검찰의 지휘에 따라 움직인다. 따라서 검수완박론자들이 독일을 근거로 검찰의 직접 수사 인력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직접 수사권 폐지와 수사지휘권 폐지를 혼동한 것이다. 이미 한국에서는 검찰의 수사지휘권이 폐지된 상태이므로, 수사관을 중대범죄수사청으로 이관하면 사법적 통제를 벗어난 ‘손’만 남게 된다. 이는 프랑스혁명 이후 확립된 대륙법 전통의 행정경찰과 사법경찰의 분리를 약화시키는 방향이다.

 

검수완박론자들은 또한 1954년 한국 형사소송법 제정 당시 국회 공청회에서 엄상섭 국회의원이 한국이 ‘수사·기소 분리’를 지향해야 한다고 발언한 것을 근거로, 검찰청 폐지가 ‘사상 초유의 일’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역사적 맥락을 무시한 해석이다. 물론 해방 직후 미군정은 영미식 체계에 따라 수사·기소 분리를 지향했다. 그러나 일제시기 경찰은 광범위한 강제수사권을 행사하며 고문과 폭행을 일삼았고, 해방 이후에도 경찰은 견제를 거의 받지 않는 준군사조직으로 재편되어 정치권력에 의존하며 인권침해를 자행했다. 이런 상황에서 행정경찰과 사법경찰을 분리하고, 사법경찰을 검찰의 통제 아래 두는 대륙법식 개혁을 채택한 것이다. 다시 말해, 한국에서 검찰의 수사지휘권이 자리 잡은 것은 정치경찰을 통제하기 위함이었다.

 

결국, 검수완박론자들은 각국의 사례를 임의로 짜깁기해 ‘검수완박’이 세계적 표준이라 정당화하지만, 이는 영미법 전통에도, 대륙법 전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들의 주장은 세계적 표준이라 할 수 있는 ‘검찰의 정치적 독립성 강화’라는 방향에 역행한다.

 

 

경찰사법인가, 사법의 정치적 독립인가

 

검수완박론자들의 주장과 개혁 방식에서 드러나는 경찰사법 지향은 위험하다. 경찰은 행정부 산하 기관으로, 상명하복의 위계를 따르기에 준사법기관인 검찰보다 정치적 중립성이 더 약하다. ‘정치검찰’의 문제를 바로잡으려면 정치로부터 검찰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반대로 행정부의 명령 체계에 속한 수사기관을 강화하고, 이에 대해 사실상 대통령의 감독권을 두는 방식은 법과 국가권력을 이용해 정적을 억압하고, 권력을 가진 세력을 보호하는 구조를 낳을 수 있다. 검찰의 정치화를 비판하며 ‘견제와 균형’을 외치면서도, 경찰에 대해서는 같은 원칙을 적용하지 않으며 ‘정치경찰’의 위험은 외면하는 것은 명백한 이중기준이다.

 

검수완박론자들이 끊임없이 언급하는 ‘견제와 균형’의 핵심 원리는 사실 사법의 독립이다. 현대 이전 권력자의 자의적 통치, 즉 ‘법에 의한 통치’(rule by law)에 맞서 시민들은 의회를 통해 ‘법의 지배’(rule of law)를 확립했고, 이를 지탱한 제도가 바로 독립된 사법부였다. 그러나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민주주의의 위기와 함께 사법의 정치화가 심화되고 있다. 다수결이나 ‘국민 의사’라는 명분 아래 사법부의 독립을 침해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으며, 최근 유럽 극우정당들의 사법부 공격이 그 단적인 예다. (김영진, 「주류가 된 유럽 포퓰리즘」)

 

이런 흐름은 민주주의를 권위주의로 전락시키고 시민의 권리를 침식할 수 있다. 역사는 사법부의 독립을 파괴하고 그 권한을 행정부로 이전한 극단적 사례들을 보여준다. 나치 독일이 그 대표적 예이며, 과거 소련의 비밀경찰이나 현재 중국의 공안통치, 한국의 이승만 정권과 박정희 유신체제 역시 그와 유사했다. 지금 한국의 제도가 그들과 동일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번 검찰개혁의 방향과 검수완박론자들의 논리를 보면, 최근 유럽 극우정당의 사례처럼 사법의 정치화를 강화하는 길로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검수완박론자들이 비판하는 군사독재 시기의 왜곡된 검찰·사법 운영이든, 윤석열 정권의 헌정 파괴이든, 그에 대한 대응은 검찰이 정권을 비호하는 폐단을 교정하는 방향이어야 한다. 사법부를 정치권력에 종속시키고 행정부 권한을 강화하는 방식은 검찰개혁의 방향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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