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치
| 2025.12.24
재판의 독립성과 ‘법 앞의 평등’ 원칙을 침해하는 민주당의 ‘내란전담재판부 특별법’
더불어민주당과 범여권은 12월 23일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 특별법’(‘내란·외환·반란 범죄 등의 형사절차에 대한 특례법안’)을 통과시켰다. 12·3 비상계엄과 관련된 사건들을 위한 전담재판부를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등법원에 각각 2개 이상 설치하는 것이 법안의 골자다.
지난 7월 민주당 박찬대 의원이 내란특별재판부 설치를 포함한 내란특별법을 대표 발의했을 때부터, 기존 사법체계와 별개로 특정 사건을 위해 ‘특별’히 구성되는 재판부라는 구상은 위헌이라는 논란이 크게 일어났다. 민주당은 이를 의식하여 명칭을 내란‘전담’재판부로 바꾸고 법안의 세부 내용을 여러 차례 조정했다. 그러나 판사의 판결에 정치적 압력이 가해질 소지를 줄이고 모든 사람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재판은 사전에 정해진 일반적인 원칙에 따라 진행해야 한다는 현대 법치주의와 헌정주의의 원칙을 침해하는 법안이라는 본질은 바뀌지 않았다.
더구나 민주당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민주당이 신뢰하지 않는 판사가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는 것을 막고 조희대 대법원장의 관여를 완전히 배제하는 것이 법안의 목적임을 직접적으로 밝혔다. 즉, 최종 법안이 헌법 조문에 위배되냐 아니냐를 따지기 이전에, 집권당이 사법부의 재판을 좌지우지하겠다는 의도 자체가 독립적인 사법부라는 헌정주의의 핵심 요소를 위협한다.
비상계엄과 그와 관련된 각종 비리의 전모를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하는 것은 한국 사회가 2024년 12월 3일 사태의 파장에서 벗어나 헌정을 복원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비상계엄의 사후 처리 과정 또한 헌정을 복원한다는 목표 아래, 민주주의 헌정질서를 준수하고 강화해야만 한다. 그러나 지금 민주당이 추진하는 내란전담재판부는 현대 헌정의 근본 원칙에 위배되며, 신속한 재판과 책임자 처벌을 오히려 지연시킬 가능성까지 있다. 우리는 이러한 현실을 심각히 우려하며, 왜 사법부의 독립성이 중요한가, 그리고 민주당의 내란전담재판부가 이를 어떻게 침해하는가 짚고자 한다.
왜 사법부의 독립성이 중요한가
현대 민주주의 국가의 발전은 법치주의와 헌정주의의 확립과 함께했다. 왕과 같은 권력자가 국가 권력을 제한 없이 마음대로 휘두르는, 즉 왕이 내키는 대로 아무나 잡아 가두고 새로운 세금을 걷는 사회에서는 개인의 권리와 자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특정 개인이 아니라 다수파의 통치에도 한계는 있어야 한다. 소수파에도 침해되어선 안 되는 기본권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점차 다양한 세력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게 되면서, 모두가 이해하고 수긍할 만한 규범과 절차를 통해 사회를 구성할 필요도 커졌다.
이러한 과정을 바탕으로, ‘법치’(rule of law), 즉 ‘법의 통치’ 내지는 ‘법의 지배’가 현대 사회의 주요 원리로 등장했다. 특정 인물이나 세력이 아니라, 지위가 높고 낮음에 상관없이 모두를 평등하게 대하는 ‘법’이라는 사회적 약속 자체가 통치의 주체로 나서게 한 것이다. 이러한 법치주의를 발전시켜 최고규범인 헌법을 통해 국가 권력을 제한하고 시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통치 원리이자 제도가 바로 헌정주의다.
이를 현실에 적용하려면, 법을 해석하고 구체적 사건에 적용하여 분쟁을 해결하는 역할을 할 사람들, 즉 사법부가 필요하다. 사법부 구성원은 편견 없이 공평무사하게 판결할 것을 기대받는다. 그러나 만인에게 평등한 법치를 최대한 구현하려면, 이를 사법부 구성원 개개인의 양심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사법부의 구성과 판결에 정치권력이 개입할 여지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 법 해석과 집행은 사회 변화를 반영하기 마련이지만, ‘마녀사냥’, ‘인민재판’과 같은 단어들이 있듯 여론이 판결에 영향을 끼치는 것에도 제한을 두어야 시민의 기본권을 지킬 수 있다. 법관이 행정부, 입법부, 여론의 간섭 없이 헌법과 법률, 자신의 양심에 따라 재판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는 ‘사법부의 독립성’과 ‘재판의 독립성’은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재판의 독립성과 ‘법 앞의 평등’에 위배되는 내란전담재판부
재판의 독립성과 ‘법 앞의 평등’ 원칙은 한국의 재판에 어떻게 구현되어 있을까? 헌법 제27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한다. 여기서 ‘법률이 정한 법관’이란,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법률(법원조직법 등)에 따라 자격이 부여되고 물적·인적 독립이 보장된 법관을 뜻한다.
왜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법률이어야 하는가? 이는 자의적 기준에 따라 법관을 배당하거나 교체하는 것을 방지해 재판의 독립성을 담보하기 위함이다. 특정 세력이 자신들의 유불리에 따라 법관을 지정할 수 있으면 공정한 재판이 될 수 없다. 재판을 받는 사람으로서도, 재판을 담당하는 법관이 우연히 배정된 것이 아니라 자신을 표적으로 하여 특별히 배정되었다는 의심이 들면 판결에 수긍하기 어렵다. ‘공정한 재판을 받을 피고인의 권리’도 헌법에 명시되어 있다. 이런 원리에 따라 형사사건은 특정 판사에게 임의로 배당되어서는 안 되며, 컴퓨터를 통한 무작위 배당이 원칙이다.
또한 재판 절차는 사전에 만들어진 법에 따라 운영되어야 한다. 법치주의는 어떤 행위가 죄가 되는지는 누구나 예측할 수 있게, 명확하게 법에 규정되어 있어야 하며, 국가는 자의적으로 법을 해석하거나 형법을 집행하지 않아야 한다는 법의 명확성과 죄형법정주의 원칙을 포함한다. 특정 사건에 대해 재판이 필요해졌을 때 혹은 심지어 재판 도중에 규칙을 바꾼다면, 공정한 재판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아무리 비상계엄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처리한다는 명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만인에게 공정한 재판을 보장하는 제도가 깨지고 특정 세력이 재판에 개입한다는 논란이 커지면, 사법부의 독립성에 기초한 헌정 전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규범과 절차를 파괴한 선례를 한 번 만들면 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은 쉬워진다. 앞으로 다수 의석을 확보한 정치 세력이 자신들의 입맛대로 판결을 유도하고자 재판부 설치를 남발하는 상황이 펼쳐지면, 한국의 사법부 독립과 삼권 분립은 사실상 의미가 없어진다. 집권 세력이 바뀔 때마다, 다시 말해 ‘공수교대’가 일어날 때마다 불공정한 재판으로 이전의 집권 세력을 찍어내려는 시도도 만연해질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12월 5일 전국법원장회의는 “비상계엄 전담재판부 설치 법안은 재판의 중립성을 훼손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해 위헌성이 크다” “법안의 위헌성으로 인해 많은 혼란이 초래될 수 있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라고 밝혔다. 대한변호사협회도 12월 8일 “특정 사건이나 특정 집단을 염두에 둔 입법은 그 자체로 법치주의의 핵심인 법 앞의 평등 원칙에 위배될 위험성이 크다”라면서, “특정 시점과 특정 사안에 따라 입법부가 재판부 구성이나 법관·검사의 직무수행에 영향을 미치는 입법을 반복하면 국민도 그 입법 취지의 순수성에 공감하기 힘들 것”이라는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12월 23일 강행 통과된 민주당의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특별법은 판사 추천 방식이 편파적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판사추천위원회 구성을 고치고, 법 시행 당시 이미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 즉 윤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사건 1심은 지귀연 부장판사가 이끄는 서울중앙지법 재판부가 계속 심리하도록 하기는 했지만, 결국 특정 사건을 겨냥하여 일반 재판과 다른 특별한 재판을 사후적으로 만든다는 본질은 그대로다.
자기 근거도 깎아먹는 민주당의 입법 강행
민주당은 ‘특별재판부’의 위헌성 이야기가 나오자, 기존의 전담재판부 제도에서 따온 ‘전담재판부’로 명칭을 바꿨다. 그러나 이는 ‘눈 가리고 아웅’에 불과하다. 기존의 전담재판부 제도는 재판 효율성을 위해 지식재산권 등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의 불특정 사건들을 전담하여 다루는 재판부를 두는 것으로, 민주당 안처럼 특정한 사건이나 피고인을 염두에 두고 만든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본래의 전담재판부 취지에 가까운 안은 12월 18일 대법원이 발표한 ‘국가적 중요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절차에 관한 예규’에 담겼다. 민주당이 내란전담재판부가 필요한 근거로 신속한 재판 진행,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 해소를 드는 상황이므로, 사법부가 이를 반영한 안을 내놓은 것이다. 대법원 안은 형법상 내란·외환죄 등을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만들되, 사건 배당을 무작위로 하여 재판의 일반 원칙을 지키는 내용이 골자다. 사건을 배당받은 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지정하고 별도의 재판부 추천 작업은 하지 않는 것으로 하여 재판부 구성의 편파성 논란을 피했다. 이는 내란전담재판부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현실을 수용하는 동시에 사법부의 독립성도 지키려는 시도라는 평가를 받는다. 민주당의 “내란 청산”에 동조하는 조국혁신당조차 대법원 안이 나왔으므로 “국회에서 전담재판부 구성 법안을 발의할 필요성이 상당히 낮아졌다”라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대법원 안을 받아들이거나 이를 두고 토론하는 대신, 애초 계획대로 내란전담재판부 특별법을 23일 국회 본회의에서 일방적으로 통과시켰다. 대법원의 타협안을 걷어차고 오히려 헌법재판소의 위헌 여부 판단까지 갈 가능성이 커서 재판이 지연될 가능성이 범여권 안에서도 계속 지적되는 법안을 강행 처리한 것이다. 이는 민주당의 진정한 목표가 신속한 재판 실현보다는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재판부를 만들고 관련 재판을 진행하는 법관들을 압박하는 데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법치와 헌정을 경시하는 민주당 지도부
최종 법안만이 문제가 아니라, 내란전담재판부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민주당 지도부가 드러낸 법치와 헌정을 경시하는 태도도 간과할 수 없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올해 민주당이 보여준 사법부를 노골적으로 공격하는 모습과, 사법부를 압박하려 내놓은 각종 ‘사법개혁’안의 문제점은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자세한 분석은 《계간 사회진보연대》 2025년 겨울호에 실린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한국의 헌정과 민주주의는 복원되었는가?」를 참고하라.)
내란전담재판부 건만 놓고 보더라도, 민주당은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해 민주당이 불신하는 법조인들을 배제한다는 목표를 노골적으로 밝히며 이것이 한국 헌정에 초래할 부정적 결과를 숙고하지 않고 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내란전담재판부 특별법 통과에 관해 “조희대 대법원장이 내란전담판사를 임명하지 못하도록 원천 차단했다”라며 “박성재·추경호 등 내란 핵심 피의자들의 구속영장을 기각해 온 영장전담판사 역시 교체된다”라고 발언했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조희대 대법원’에 대한 불신 때문에 내란전담재판부를 구성하는 것인데, 지금까지 나왔던 안은 조 대법원장의 관여를 철저하게 배제하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어 최종안에는 대법원장의 관여를 아예 삭제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친민주당 성향의 시민단체들이 조희대 대법원장, 지귀연 부장판사,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을 고발했지만, 12월 14일 내란 특검은 이들에게 계엄에 동조한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오히려 특검 수사를 통해 조 대법원장이 계엄 당일 법원행정처 간부들에게 “계엄은 위법하다”라고 말하고 ‘계엄사령부에 연락관을 파견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린 것이 밝혀졌다. 즉, 민주당은 조희대 대법원장의 계엄 동조 혐의가 이미 씻겼음에도, 지난 5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재명 당시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2심에 대해 파기환송 했다는 이유만으로 사법부의 수장인 대법원장을 공격하고 배제하는 행보를 떳떳이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 법관들을 배제하거나 갈아치우며 사법부의 독립성이라는 헌정의 핵심 요소를 파괴하는 행위를 법관 개개인의 실책이 있냐 없냐 여부로 정당화할 수는 없다. 내란전담재판부 특별법이 낳을 여파는 당장의 관련 재판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한국 헌정의 미래에 중차대한 악영향을 끼칠 문제지만, 이러한 인식은 민주당에서 찾아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