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민중건강과 사회 | 2017.08.14

문재인케어 최대 수혜주는
줄기세포주?

규제 완화라는 적폐 청산 없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도 없다

보건의료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일 오후 서울성모병원에서 건강보험 보장성강화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출처: 뉴스1]


지난 8월 9일, 문재인 정부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소위 ‘문재인케어’를 발표했다. 3대 추진방향으로 의학적 비급여 완전 해소, 의료비 상한액 적정관리, 긴급 위기 상황 지원 강화를 꼽았다. 이 가운데 가장 핵심적이면서 논란이 많은 부분이 비급여 해소다. 보수언론은 건강보험 재정이 파탄난다며 반대하고 있고, 의료공급자 측은 저수가 상황에서 비급여까지 사라지면 병원 문을 닫아야 한다고 아우성이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8월 10일, “복지는 성장 전략의 하나”라며 문재인케어에 대한 굳은 의지를 보였다.

복지가 성장 전략이라는 발언은 그간 주장해왔던 소득주도 성장론의 일환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보건의료부문에 있어서 복지가 성장이라는 말은 또다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현 정부가 보건의료를 복지 증진 수단뿐만 아니라 신성장을 이끌어낼 산업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관점은 노무현 정부 때부터 시작되어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 이르기까지 정부 보건복지정책의 일관된 기조다.

지난 7월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 4차 산업혁명을 통한 산업 발전 전략을 제시했는데, 바이오제약 부문은 핵심 산업 중 하나다. 6월 28일 서울에서 열린 ‘글로벌 바이오 컨퍼런스 2017’에서도 문 대통령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바이오제약 산업의 성장에 대한 기대를 내비췄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신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보건의료산업의 4차 산업혁명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뿐만 아니라 이 과정에서 뜻하지 않게 건강보험 재정을 낭비하게 될 것이다. 보수언론은 문재인케어가 시행되면 도덕적 해이에 빠진 환자들이 건강보험 재정을 낭비할 거라 주장한다. 하지만 건강보험 재정을 낭비할 주체는 환자가 아니라 의료기기 기업과 제약 기업들이다. 건강증진 효과는 떨어지면서 비용만 고가인 신의료기기와 신약을 4차 산업혁명이라는 명분하에 팔아치울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에게 제품 유통 경로를 열어줄 정책이 바로 이번 문재인케어에 포함된 예비급여다. 대책이 발표되고 난 후, 증권가에서는 제약업계가 받을 영향에 대한 반응이 엇갈렸다. 문재인케어에 막대한 건강보험 재정이 투입되는 만큼, 강력한 약가인하 정책을 실시할 것이라며 우려하는 의견이 있었다. 반면 급여 확대로 의약품 소비도 증가할 것이라며 긍정적 전망도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부분은 세포치료제, 유전자치료제와 같은 신의료기술이 가장 많은 수혜를 받을 거라는 점이다. 미래에셋 대우의 한 분석가는 2014년 7월부터 2년에 걸친 임플란트 급여 단계별 시행 후 국내 임플란트 시장이 빠르게 성장한 사실을 지적하며, 예비급여도 비슷한 효과를 가질 거라고 예측했다. 특히 세포치료제와 유전자치료제를 개발하는 국내 바이오업체에게 호재로 작용할 거라고 했다. KTB 투자증권의 한 분석가도 임플란트, 세포치료제와 같은 신의료기술이 문재인케어의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측했다.

분석가들이 신의료기술, 특히 세포치료제가 수혜를 받을 거라 예측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높은 기대를 반영한 것이다. 보건의료부문에서 4차 산업혁명을 일으킬 기술로 인정받고 있는 게 정밀의료(유전체의학), 재생의료(줄기세포), ICT의료(원격의료)이기 때문이다.

정밀/재생/ICT의료, 효과는 있을까?

정부와 대중들의 기대와 달리 아직까지 정밀의료, 재생의료, ICT의료는 건강증진 효과가 미미하다. 효과가 없는 의료기술은 시장성도 없다. 결국 4차 산업혁명을 촉발시킬 거라 기대를 걸기엔 시기상조다.

정밀의료는 개인의 유전자를 분석해 개인 맞춤형 질병 진단·치료법을 개발하는 치료법이다. 이 과정에서 인공지능을 이용할 수도 있다. 그런데 당면한 현대의학의 과제는 만성질환의 치료다. 캘리포니아 대학 버클리캠퍼스 라파포트 교수의 2016년 연구에 의하면, 대표적 사망원인인 암에 유전적 요인은 8.26%만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의 대상은 서부 유럽인들이었는데, 유전적 요인이 전체 사망에 기여한 바는 16.4%에 불과했다(2000년 기준). 결국 노동조건, 생활 양식, 생활 환경 등 나머지 요인들을 바꾸지 않은 채 유전자만 분석·조작하는 정밀의학은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다.

재생의료는 줄기세포 치료가 대표적이다. 줄기세포 치료는 병이나 사고로 손상된 부위에 줄기세포를 넣어 분화하도록 하여 본래 기능을 회복하는 치료방법이다. 하지만 줄기세포는 특성상 부작용 위험이 크고 임상 적용이 어렵다. 따라서 최대한 신중하게 접근해야만 한다. 아직까지 미국 FDA 승인을 받은 줄기세포 치료제는 단 한 개도 없다. 그만큼 개발이 어렵고 상용화가 요원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한국 식약처는 줄기세포 치료제를 4개나 승인해주었다(2016년 11월 기준). 아마도 정치적·경제적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2005년 5월 열린 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황우석과 박기영 [출처: 연합뉴스]


한편 문재인 정부는 박기영 순천대 교수를 20조 R&D 예산 배정의 권한을 가진 과학기술혁신 본부장으로 임명했다. 그녀는 황우석의 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건에 큰 책임이 있으며, 당시 황우석을 국민의 영웅으로 만든 장본인이다. 비록 나흘 만에 사퇴하긴 했지만, 문재인 정부가 보건의료와 바이오제약 부문에 바라는 바가 어떤 것인지 알 수 있다.

ICT의료 역시 마찬가지다. 정보통신기술을 의료에 접목한 ICT 의료의 대표주자는 바로 원격의료다. 원격의료기기에 건강증진 효과가 없다는 사실이 최근의 장기 연구에 의해 속속 밝혀져지고 있다. 물론 문재인 정부는 ‘의사-환자간 원격의료’라는 제도 자체는 추진하지 않을 것을 밝혔다. 하지만 정작 원격의료기기를 이용한 ‘만성질환 관리사업’과 ‘모바일 헬스케어 시범사업’은 그대로 진행하고 있다. 원격의료는 버리고, 원격의료기기는 살리는 전략이다.

예비급여는 진정 필요한가

이번 문재인케어에서 비급여의 급여화 정책의 핵심은 바로 예비급여다. 예비급여는 안전성, 유효성은 입증되었으나 비용효과성은 입증되지 않은 의료기술에 대해 50, 70, 90%의 본인부담률을 적용하여 부분 급여화 하는 것이다. 이후 3~5년간 평가한 후 지속여부를 결정한다.

현재 신의료기술이 환자의 몸에 시행되려면 3가지 절차를 거쳐 2가지 효능을 입증 받아야 한다. 먼저 식약처에서 물리·화학적 안전성과 유효성(건강 증진 효과가 있는지)을 검증하고 품목허가를 내 준다. 이 과정에서는 임상시험 환경이나 실험실 환경에서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한다. 이후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하 NECA)에서 임상적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한다. 임상적이라는 말은 실제 의료현장에서 시행될 경우에 나타날 장·단기적 효과를 평가하고 부작용이 없는지 검증한다는 뜻이다. 마지막으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에서 건강보험 적용 여부를 판단해 급여와 비급여로 구분한다.

그런데 신의료기술 중에는 안전하고 효과가 있지만 기존 의료기술에 비교해 효과가 낫지 않으면서 비용만 더 비싼 게 있다. 이런 기술을 비용효과성이 떨어진다고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로봇수술이다. 대부분의 질환에서 복강경수술보다 효과가 낫지 않으면서 비용은 훨씬 비싸다. 따라서 이런 신의료기술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것은 재정 낭비다.

정부는 예비급여화 이후 평가 과정에서 안전성, 유효성이 떨어지는 기술은 건강보험에서 퇴출시킬 것이며 비용효과성이 입증되면 신속히 급여화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안전성, 유효성은 예비급여화 이전에 식약처와 NECA에서 이미 검증한 것이다. 식약처와 NECA가 일을 제대로 한다면 안정성, 유효성 측면에서 건강보험에서 퇴출될 예비급여는 거의 없다.

그리고 현재 한국에서는 신의료기술에 대한 비용효과성 평가는 급여 적용 여부 결정 시 심평원에서 진행한다. 하지만 제대로 된 평가 없이 자의적으로 결정한다는 비판도 많다. 더욱이 박근혜 정부는 작년 말 심평원의 급여 결정 판단 기간마저 기존 150일에서 100일로 단축시켰다.

만약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제대로 된 비용효과성 검증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환자들이 모두 알 수 있게 공시한다면 예비급여 자체가 필요 없다. 비용효과성이 떨어지는 기술에 대해서 3~5년간 예비급여 적용으로 인해 발생할 건강보험 재정 낭비도 사라진다. 만약 비용효과성이 뛰어나다면 예비급여 적용 없이 바로 급여화하면 된다. 해외 사례를 살펴봐도 영국과 같이 급여 결정시 비용효과성 평가 자료를 반드시 참고하게 되어 있는 국가가 있다.

실체도 불분명한 4차 산업혁명을 위해 건강보험 재정을 낭비할 순 없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충분한 비용효과성 검증 과정과 사회적 토론을 거친 후에 비급여를 급여화한다면 예비급여라는 명목으로 건강보험 재정이 낭비될 필요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문재인 정부가 예비급여라는 선택지를 꺼내든 이유는 바로 보건의료산업의 발전 때문이다.

신의료기술평가는 이미 박근혜 정부 때 개악이 이루어져 사실상 무력화된 상태다. 일단 환자에게 시행부터 하고 신의료기술평가는 1년 후에 할 수 있게 유예조항을 두었고, 몇몇 항목은 아예 평가 자체를 받지 않는다. 그런데 이번 보장성 강화 대책에는 무력화된 신의료기술평가를 어떻게 복원하고 강화시킬지에 대한 내용은 전무하다. 신의료기술평가를 의료기술평가로 개편한다는 내용은 있지만, 이는 기존 의료기술에 대한 평가를 위한 것이다. 문재인케어가 진정성을 가졌다면, 최소한 박근혜 정부의 신의료기술평가 개악안은 즉각 철회했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모든 비급여의 급여화를 선언하면서도 지난 십여년 동안 진행되었던 보건의료부문 규제 완화 정책은 하나도 되돌리지 않았다. 보건의료를 수익 창출의 수단으로 이용할 의도가 있기 때문이다. 원격의료기기나 정밀의료에 필요한 의료기기를 제대로 된 신의료기술평가나 비용효과성 평가 없이 일단 시장에 출시시킨 다음 예비급여를 적용할 계획인 것이다. 예비급여가 적용되면 시장이 넓어져 매출 증가에도 도움이 되며 예비급여가 적용되는 3~5년 동안 환자들로부터 충분한 임상 데이터도 얻게 된다.

그런데 앞에서 설명했듯 원격의료나 정밀의료는 효과나 비용효과성이 기존 기술에 비해 낮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런 경우 3~5년 간 건강보험 재정으로 의료기기 업체들의 임상시험을 도와준 결과가 된다. 성공하는 경우 수익은 기업이 가져가지만, 실패하는 경우 비용은 건강보험이 지원하는 꼴이다.

이번 대책에서는 의료기기 외에 약제에 대한 선별급여도 최초로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보도자료에는 고가 항암제를 예시로 들었지만, 4차 산업혁명을 하겠다고 줄기세포 치료제에도 선별급여를 적용할 확률이 높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등이 주력하는 의약품인 바이오시밀러의 경우 이미 특혜를 적용받고 있다. 현재 약가를 책정할 때 비용효과성 등을 고려해 제약회사와 약가협상을 하게 되어 있는데, 국내에서 임상시험을 수행한 바이오시밀러의 경우 약가협상 없이 높은 가격을 책정해 주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줄기세포 치료제가 문재인케어의 진정한 수혜자라는 증권가의 예측은 타당하다.

보건의료를 4차 산업혁명의 도구로 보면, 문재인케어는 실패할 것이다

문재인케어가 발표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가졌던 점이, 보장성 목표치가 70%에 불과하다는 사실이었다. 이는 박근혜, 이명박 정부의 목표치보다 낮다. 그런데 예비급여로 인해 낭비할 건강보험 재정을 따져보면, 70%야말로 문재인케어가 목표로 해야 할 수치인지도 모른다.

건강보험 흑자 20조원은 보수언론의 예측과는 다르게 도덕적 해이에 빠진 환자들에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의료기기 기업과 제약 기업에게 돌아갈 것이다. 재정을 쓰고도 보장성이 개선되지 못한 사실이 드러나면 보수세력의 거센 역풍을 맞을 것이다. 이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은 자취를 감추게 될 지도 모른다.

문재인 정부가 진정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려면, 의료기기와 제약 부문에 대한 규제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 먼저 의료기기에 대해서는 신의료기술평가에 대한 유예 조항을 폐지하고 비용효과성 평가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 기존 등재비급여 의료기술을 급여화할 때는 비용효과성 평가가 선행되어야 한다. 제약 부문의 선별급여 도입 결정을 철회하고 줄기세포에 대한 온갖 특혜 정책과 법안을 모두 폐기해야 한다. 만성질환 관리사업에서 원격의료기기를 사용하지 않아야 하며, 모바일 헬스케어 시범사업은 당장 중단해야 한다.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의료기기와 제약 부문에 대한 규제 정책은 완화 일변도였다. 이는 환자들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조세 재정과 건강보험 재정을 심각하게 낭비한다. 규제 완화라는 적폐의 청산 없이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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