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연속기획: 이재명 후보 집중 해부 | 2021.11.25

[기획(6)] 한다면 한다는 이재명 리더십의 위험성

‘단독처리·패스트트랙’ 꺼낸 이재명 후보, ‘합법적’인 민주주의 파괴가 아닌가

사회진보연대
지난 11월 24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민생·개혁 입법 추진 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이재명 후보는 야당을 “(합의)할 생각이 없는 사람들”이라면서 야당이 반대하더라도 민주당이 법안 처리를 단독으로 강행해야 한다고 민주당 의원들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회의 내내 이재명 후보의 다그침이 이어졌고 국방위 간사인 기동민 의원은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이 이렇게 다 밀어붙이는 게 아니냐는 불협화음에 대한 공포감도 있을 수 있다”며 “원내에서 상의할 시간을 달라”고 중재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이 후보는 “부모가 자식을 야단치면 ‘노력할게요’ 하지 않고 ‘쟤가 더 나쁜데 왜 나한테만 그러냐’고 하면 더 혼내야 한다”고 맞섰다.
 
이재명 후보는 민주당이 국민의 뜻에 따라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야당의 발목잡기를 뚫고 개혁을 강하게 밀어붙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국민의 뜻을 내세우면서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을 활용한 강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추진하는 개혁이 과연 민주주의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까? 이번 글에서는 ‘합법적’인 민주주의 파괴의 사례를 보면서 민주주의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어떤 자세가 필요할지에 대해서 살펴본다.
 

▶▶[소책자 전체보기] 이재명 대통령이 위험한 이유◀◀

 
이재명 후보는 성남시장, 경기도지사를 거치면서 수많은 어려움이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다면 하는’ 추진력을 보여줬습니다. 강력한 의지와 리더십은 지도자로서의 덕목 아닐까요?
독재자의 성향을 지닌 정치인들은 경제발전, 불안정한 사회 갈등 해소, 적폐 청산을 통한 정의 실현 등 대개 대의를 표방하면서 등장합니다. 이들은 민주주의를 개혁한다는 명분을 가지고 견제 장치를 제거하거나 반대 세력을 탄압하면서 합법적으로 민주주의를 파괴합니다.
 
 
우리나라에서 대통령은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대통령의 국회해산권을 폐지하였으나 비상조치권, 행정입법권, 개헌발의권, 국민투표 부의권과 같이 막강한 권한은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대통령이 누가 되는가가 한국 사회의 가장 중요한 현안으로 떠오르게 되고, 때마다 노동조합을 포함해서 많은 사회 세력들이 대통령에게 모든 것을 요구하는 상황이 펼쳐집니다. 이처럼 한국 사회는 제왕적 권한을 가진 대통령이 강력한 의지를 가진다면 웬만한 일은 독자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져 있습니다. 심지어 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다음 2024년 총선까지 국회 180석을 등에 업고 어떤 법이든 만들 수 있는 상황입니다.
그것이 왜 문제냐고 질문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통령만 잘 뽑으면, 전 정권이 야심차게 추진하던 일도 입법과정과 같은 복잡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단박에 시정이 되기도 합니다. 결과적으로 올바르고 신속한 결정을 통해 시민 다수가 혜택을 보게 된다면 더 좋은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통령의 강력한 권한에 기대어 이뤄지는 일들은 그만큼 다시 뒤집히기도 쉬워질뿐더러 대통령의 권한 남용이라는 선례를 남기게 됩니다.
미국의 사례를 생각해봅시다. 오바마 행정부는 공화당 강경파를 중심으로 의사진행 방해가 심해지자 의회를 우회하는 행정조치를 통해 다양한 정책들을 추진합니다. 2012년에는 이민법 개혁안이 하원을 통과하지 못하자 청소년이나 군 복무를 마친 이민자의 추방을 중단하는 행정조치를 내놓습니다. 사안의 정당성이나 시급성을 고려할 때 오바마 대통령의 행정조치가 불가피하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그는 의회가 저지한 법안을 실행에 옮김으로써 대통령의 권한 자제라는 규범을 어기게 됩니다. 결국 이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부메랑’이 되어 되돌아왔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멕시코 국경장벽 설치를 위해 셧다운을 불사했고, 그 후에는 대통령의 권한에 속한 비상사태 선포를 통해 장벽설치를 강행하려고 했습니다.
민주주의의 핵심 원리 중 하나가 바로 정당한 절차입니다. 모두가 이해하고 수긍할 만한 절차를 밟지 못한다면 그 결과도 정당하지 않다는 의미입니다. 여기서 ‘절차’는 단지 합법적이라는 의미만은 아닙니다. 정치적 경쟁자들과의 협의, 설득의 노력, 이해관계의 조정 등 다양한 사회적 의견수렴과 의사결정의 과정을 충분히 거쳤느냐를 따져봐야 합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절차를 중시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사회에서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규범과 절차를 한번 파괴하고 나면 정치권력이 바뀔 때마다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기기 때문입니다. 독재 정권의 입맛에 따라 수차례의 개헌을 경험한 한국 현대사의 교훈이기도 합니다.
대통령의 강력한 권한 행사는 민주주의의 후퇴로까지 이어질 위험이 있습니다. 마땅한 견제 장치와 세력이 없는 상황에서는 누구나 권력을 독점하고자 하는 유혹에 쉽게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강력한 의지와 추진력을 가진 개인이 대통령이 된다면 그러한 경향은 더욱더 짙어질 것입니다. 한국 사회는 견제 세력도 취약하고, 제도적 장치도 미미합니다. 야당인 국민의힘의 경우 박근혜 정부 시기 탄핵을 거치면서 정치 세력으로서 정당성을 잃었고, 한국의 제도권 정치는 금권선거나 측근 비리 등 민주주의적 제도와 규범이 사회에 온전히 정착되지 못한 현실입니다. 더욱이 지난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민주주의의 규범조차 많이 후퇴한 상황입니다.
사실 전 세계적인 사례들을 보아도 민주주의의 후퇴는 군사 쿠데타와 같은 폭력적인 방식이 아니라 국민이 선출한 지도자를 통해 합법적인 방식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독일의 히틀러는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1933년 총리에 임명되었고 그 해에 곧바로 의회의 입법권을 몰수하는 수권법을 제정하면서 민주주의를 전복했습니다. 이보다 서서히 이뤄진 사례는 베네수엘라입니다. 1998년 차베스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 야당 인사와 판사, 언론인 탄압을 시작으로 2009년에는 국민투표로 대통령 임기 제한 철폐를 성공하게 됩니다. 2017년이 되자 후계자인 마두로 정권에서는 의회 해산을 감행하면서 명실공히 독재 정권의 길로 이르게 됩니다. 의회 해산까지는 아니더라도 사법 장악을 시도하고(2015년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을 겸직하도록 법을 개정한 폴란드의 사례), 언론을 탄압하기도 하며(명예훼손법 개정을 시도하고 언론사의 사업 허가권을 문제 삼았던 트럼프의 사례), 다양한 방식으로 민주주의의 후퇴가 선출된 지도자의 손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합법적’인 민주주의의 파괴자들은 민주주의를 개혁한다는 명분을 가지고 견제 장치를 제거하거나 반대 세력을 탄압합니다. 독재자의 성향을 지닌 정치인들은 경제발전, 불안정한 사회 갈등 해소, 적폐 청산을 통한 정의 실현 등 대개 대의를 표방하면서 등장합니다. 이들은 반대 세력에 대한 강력한 진압을 통해 실행 의지를 내비칩니다. 그간 이재명 후보의 정치적 행보와 발언들을 살펴보면 이들과의 유사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대통령이 마음만 먹으면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한국에서 정치인에게 필요한 덕목은 “추진력”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법과 절차를 지키려는 “절제력”이 아닐까요?
 
 
이재명 후보의 말·말·말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2018)의 저자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브렛은 세계 각국의 민주주의 위험 신호를 연구해서 독재자를 감별하는 테스트 질문을 만들었습니다. 1) 민주주의 규범에 대한 거부(혹은 규범 준수에 대한 의지 부족), 2) 정치 경쟁자에 대한 부정, 3) 폭력에 대한 조장이나 묵인, 4) 언론 및 정치 경쟁자의 기본권을 억압하려는 성향(명예훼손 등 법적대응 협박) 중 3)을 제외하고는 이재명 후보의 행보와 발언들 속에서 이러한 경향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민주주의 규범에 대한 거부(혹은 규범 준수에 대한 의지 부족)
 
도의회 패싱 논란 : 2021년 8월 13일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는 청와대, 민주당과 각을 세우며 재난지원금 전 도민 지급을 전격적으로 발표했는데, 지금까지의 재난지원금 정책을 반대한 적이 없던 경기도의회(142석 중 더불어민주당 132석)에서 이재명 지사의 독단적인 언론플레이를 고발하는 일이 있었다. 경기도와 정식 협의 일체를 진행한 바가 없었다는 것이다.
2017년 9월 성남시의회는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추진하던 고교 신입생 교복 무상지원 사업비 예산안을 본회에서 부결시켰다. 그러자 이 시장은 다음날 페이스북에 “본회의에서는 무기명 비밀투표라는 장막에 이름을 숨겼지만, 예결위, 상임위 기록이 있다”며 추측을 기반으로 반대한 의원의 이름과 지역구를 공개 했다.
“‘180석’ 얘기를 자주 하지 않나. 논쟁이 심한 차별금지법은 날치기하면 안 되지만, 정말 민생에 필요한 것은 ‘과감한 날치기’를 해 줘야 한다.” (2021.7.15.)
 
정치 경쟁자에 대한 부정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향해)아주 후안무치한 도적 떼 수괴 같다 (…) 국민의힘, 이런 식으로 정치하시면 다시 촛불로 다 타서 없어지는 수가 있습니다.” (2021.9.27.)
“적폐와 불의를 청산하는 게 ‘정치보복’이라면 그런 정치보복은 맨날 해도 됩니다.” (2017.7.18.)
“이승만과 박정희, 전두환과 노태우, 이명박과 박근혜로 이어지는 친일 독재·매국·학살 세력이 이 나라 다수 국민을 힘들게 하고 있다.” (2017.1.)
 
언론 및 정치 경쟁자의 기본권을 억압하려는 성향
 
“언론사를 망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할 정도로 강력한 징벌을 해야 한다.” (2021.8.2.)
“TV조선과 전면전을 시작한다. TV조선을 반드시 폐간시키고 말겠습니다.” (2017.1)
성남시의원 고소 : 2012년 당시 한나라당 소속이었던 이덕수 의원은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과 판교 철거민들의 몸싸움을 언급하고, 이재명 후보 부인의 관용차 이용 의혹 발언, 성남보호관찰소 용도 제한 위반 발언 등을 했다. 이재명 후보는 이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고발하고 1억 원을 배상하라며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성남시 ‘모라토리엄’과 이재명 후보의 ‘인권변호사’ 경력이 허위라고 주장한 정기영 전 시의원도 이재명 후보에게 고소당했다. 국회의원과 달리 시의원은 면책 특권이 적용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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