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정세초점 | 2022.07.13

탈북 어민 북송, 인권보다 중요한 정치적 판단은 있을 수 없다

사회진보연대

귀순 의사 묵살하고 강제 송환

 
문재인 정부가 탈북 어민 2명의 귀순 의사를 묵살하고, 그들을 북한으로 추방했던 정황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지난 7월 10일 통일부에 따르면, 탈북 어민이 죽더라도 돌아가겠다고 말했다는 김연철 당시 통일부장관의 주장과는 달리, 나포된 두 명의 탈북 어민은 자필로 귀순의향서를 작성했었다. 12일 통일부가 공개한 사진에는 자해를 막기 위해 포박되어 눈을 가린 두 탈북민의 모습이 담겨 있다. 이들은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벽에 머리를 찧는 등 북한으로의 송환에 저항했다. 북한 어민의 귀순 의사에 진정성이 없어 북한으로 송환했다는 문재인 정부의 주장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증거다.
 
탈북 어민의 북송 사실은 당일인 11월 7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청와대 안보실 차장이 모 중령으로부터 '지난 2일 강원도 삼척으로 내려왔던 북한 주민을 오늘 오후 3시 판문점을 통해 송환한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은 것이 언론사에 포착되면서 외부로 알려졌다.
 
두 명의 탈북 어민이 나포된 것은 2019년 11월 2일이었다. 통상 두세 달이 걸린다는 탈북 어민에 대한 합동조사는 3일 만에 끝났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이 송환을 요청하도 전인 5일에 먼저 북한에 탈북 어민 인계 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나포된 지 5일 만인 11월 7일에 정부의 결정에 따라 북한군에 넘겨졌다. 합동조사 및 북송 결정은 모두 철저하게 비공개로 진행됐다. 북송 사실 마저도 당일인 7일 국회에 출석한 청안보실 차장의 문자메시지가 언론 카메라에 포착되어 알려졌다. 탈북 어민들도 판문점에서야 자신들이 북한으로 보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자리에 주저앉거나 자해를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의 문제가 지난 6일 국정원이 북한 어민의 북송 과정에 관여한 서훈 당시 국정원장을 고발하면서 3년 만에 다시 주목받게 된 것이다.
 

고문 받거나 잔혹한 처벌을 받을 위험, 알면서도 추방하면 인권 침해

 
통일부는 북한이탈주민은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이며, 대한민국 국민을 추방할 법적 근거는 어디에도 없기 때문에, 탈북 어민의 북송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일단 우리나라에 들어왔으면 우리 헌법에 따라 대한민국 국민으로 간주되는데, 이들을 북송한 것에 대해 많은 국민이 의문을 품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이러한 접근법에는 한계가 있다. 북한이탈주민은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헌법의 논리’는 한반도에 남과 북, 두 개의 유엔 가입국이 존재한다는 객관적 현실과 충돌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헌법 개정이 수면 위로 오를 때마다 관련 헌법조항의 변경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우리는 헌법의 논리가 아니라, 인권이라는 관점에서 이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고문을 당하거나 잔혹한 처벌을 당할 수 있음을 명백히 알고 있으면서 누군가를 추방하는 행위는 인류의 보편적인 인권에 반한다. 이는 고문을 포함하여 잔혹하거나 비인도적인 대우‧처벌을 억제하기 위해 우리나라가 당사국으로 참여한 국제연합(UN)의 협약에도 명시되어 있다. 「고문 및 그 밖의 잔혹한, 비인도적인 또는 굴욕적인 대우나 처벌의 방지에 관한 협약」(약칭 고문방지협약)의 제3조에 따르면 협약 당사국은 고문 받을 위험이 있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국가로 개인을 추방하거나 송환‧인도할 수 없다. 즉결 총살과 같은 잔혹한 처벌도 협약이 억제하고자 하는 대상에 포함된다.
 

인권보다 중요한 정치적 판단은 없다

 
민중운동 일각에서는 ‘정치적 판단의 최고 영역이라고 할 남북관계에서 불거진 문제’를 친북몰이에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인간의 신체가 구속되지 않을 자유, 건강과 안전을 위협받지 않을 자유, 생명을 빼앗기지 않을 자유보다 더 중요한 정치적 판단은 있을 수 없다. 남북관계에 있어서도 이런 원칙은 달라지지 않는다.
 
사안의 중요성을 '전 정부 친북몰이' 정도로 격하할 수는 없다. 현행법을 위반했는지 아닌지, 그래서 처벌을 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하는 법적 논리보다, 어떻게 인권을 담보로 한 정치적 협상이 있을 수 있는지에 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 사람의 생명을 수단으로 삼는 정치적 협상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함께 남길 수 있어야 한다. ‘사람이 먼저’임을 주장해 왔던 민주당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 사회운동 역시 인권의 입장에서 탈북어민 북송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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