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빈곤철폐, 시혜가 아닌 당당한 주체로"
‘세계빈곤철폐의 날’ 빈민들, 공간점거 직접행동과 인권권리 선언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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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진보연대 


빈곤 없는 세상을 꿈꾸며

유엔이 정한 ‘세계빈곤철폐의 날’에 노숙인, 노점상 등 빈민당사자들이 구 서울역사에 버려져 있던 미군여행장병안내소(TMO)를 점거하고, 인권에 기초한 빈곤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전국노점상연합, 빈곤사회연대, 노숙인인권과복지를실천하는사람들 등 빈민단체 소속 회원과 빈민당사자 60여 명은 17일 오전 10시 30분 경, (구)서울역사 인근에 위치한 미군여행장병안내소의 잠긴 문을 뜯고 들어가 “빈곤에 저항하는 직접행동으로 미군여행장병안내소를 세계빈곤철폐의 날에 12시간 동안 점거한다”고 밝혔다.

이날 이들이 점거한 미군여행장병안내소는 철도공사 측이 국방부에 임대한 건물로 문이 잠긴 채로 몇 년 째 아무 사용도 없이 방치되어 있던 곳이다. 그러나 이들이 미군여행장병안내소를 점거하자 서울역사 관계자들은 “이곳은 미군 소유 건물”이라며 “점거를 계속 할 시 미국과 외교적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사용되지 않는 공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주어져야”

빈민단체 회원들은 점거에 돌입한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미군여행장병안내소를 점거한 이유를 밝히고, ‘빈곤철폐 권리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우리가 TMO를 점거하는 이유’라는 글을 통해 “서울역이라는 공간은 노숙인과 노점상에게 중요하게 삶을 이어가는 공간”이라며 “줄곧 배제를 경험하고 있는 이들에게 공공역사는 위급한 상황에서 긴급한 의료지원을 받을 수 있는 공간으로, 가난하지만 하루 벌이로 근근히 생존을 이어갈 수 있는 공간”이라고 공공역사인 서울역사가 지니는 의미를 설명했다.

단체들은 이어 “현재 미군여행장병안내소는 비어있고, 이러한 공간을 노숙인의 인권을 증진하기 위한 곳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이 긴급하게 필요하다”며 “사용되지 않는 공간은 그 공간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주어져야 하며, 재산권으로서가 아닌 인권으로서의 주거권은 누구나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라고 미군여행장병안내소를 점거한 배경을 밝혔다.

기자회견에서 이필두 전빈련 공동의장은 “영등포역 지하도에서 자다가 방화셔터에 깔려 노숙인이 죽어나가는 등 노숙인들은 쉴 자리가 없어 거리를 배회하고 있다”며 “미군여행장병안내소와 같이 사용하지도 않는 공간을 방치할 게 아니라, 이런 곳을 노숙인들이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극화 담론, 원인과 현상을 흐려"

기자회견 단체들은 또 ‘빈곤철폐 권리선언문’을 통해 정부가 빈곤정책을 인권에 기초해 재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정부는 올 초부터 양극화 해소를 주요 국정지표로 선전하며, 마치 지금 대다수 서민들이 겪는 빈곤의 양적 확대와 질적 심화를 가리켜 ‘양극화 담론’으로 해결하려 한다”며 “일부 극소수 고소득자를 제외하고, 다수가 빈곤한 사람으로 구성된 사회에서 양극화 담론은 적절하지 않으며 원인과 현상을 흐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시기 정부의 대책이 빈곤층을 확대, 재생산, 심화시켜 ‘관리 통제’한 것에 핵심이 있었다”며 “이제는 ‘체제위협세력’에 대한 관리가 아닌, ‘노동을 통한 빈곤탈출’이 아닌, ‘인권에 기초한 접근’을 시작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들은 “식량, 주거, 의료, 교육 등 기초적인 공공영역에 대해서는 국가가 국민에게 제공해야할 필수서비스로 만들고, 이것의 보편적 실현은 모든 사람들의 인권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구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이날 미군여행장병안내소 점거를 ‘빈곤에 저항하는 직접행동’으로 규정한 뒤 “우리는 시혜의 대상이 아닌 권리의 주체로 서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직접행동을 통해 서울역이라는 공공역사가 갖고 있는 공공역사가 갖고 있는 공공성을 되찾고 여기를 삶의 근거지로 삼고 있는 이들의 점유와 사용의 권리를 제기한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을 끝마친 단체 회원과 노숙인 등 빈민당사자들 이날 하루 동안 인권워크샵과 ‘빈곤철폐 선전활동’을 진행하고, 오후 6시에는 서울역 광장에서 빈곤철폐 문화제를 개최한다.






기사출처: 민중언론 참세상
2006년10월20일 12:3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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