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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13.1-2.1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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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베스 대통령의 선거 승리를 넘어: 지대국가의 사회주의

제임스 페트라스 | 번역: 김태훈(정책위원)
<역주>
지난 10월 7일 베네수엘라 대선에서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4선에 성공해, 2019년까지 6년간 집권을 이어가게 되었다. 30여 개에 달하는 야당은 엔리케 카프릴레스 전 미란다 주지사를 통합후보로 내세웠으나, 54.6%대 44.7%라는 큰 표차로 패배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혁명이 승리했다”며 “21세기 민주적 사회주의를 향한 행진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게다가 차베스 자신의 암 투병 과정에서 치러진 12월 16일 주지사, 주의회 선거에서 집권여당인 베네수엘라 통합사회주의당(PSUV)이 압승을 거둠으로써, 차베스에 대한 베네수엘라 민중들의 확고한 지지가 재확인되었다.
제임스 페트라스는 ‘진보 진영’이라 불리는 라틴아메리카 7개 국가(볼리비아, 에콰도르, 아르헨티나, 브라질, 우루과이, 페루, 베네수엘라)의 경제적 특징을 “자원채취 자본주의”(extractive capitalism)로 호명한다. 이 국가들의 중도 좌파 정권은 반제국주의, 민족주의, 인민주의적 수사를 사용하지만 한편으로 농업-광업 수출에 의존하면서 초민족적 에너지 자본과 정부의 합작회사를 통해 실질적으로는 자본의 지배력 증대를 동반하는 성장정책을 추진했다고 분석한다. 이 과정에서 사회운동과의 정치적 차이가 커져가고 있지만, 경제 발전과 공공지출을 통한 일정 수준의 분배와 인민주의적 정치는 중도 좌파 정권의 재집권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고 본다. (James Petras, “Extractive Capitalism and the Divisions in the Latin American Progressive Camp,” 2012.5.)
페트라스는 상대적으로 더 진보적 성격을 가진 베네수엘라에 대해서는 라틴아메리카 ‘진보 진영’에 적용되는 일반적 평가를 일부 유보한다. 차베스의 대선 승리 직후인 10월 26일 페트라스가 자신의 홈페이지에 게시한 이 글에서도 베네수엘라가 가지고 있는 문제와 모순들을 지적하지만, 대체로 차베스 정부의 ‘사회주의 이행’을 긍정하면서 그의 성공을 위한 단기적·중장기적 과제들을 고루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 글에서 페트라스가 취하는 차베스-베네수엘라에 대한 ‘(정세적인) 비판적 지지’ 입장에 앞서, 차베스-베네수엘라의 ‘볼리바리안 혁명’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구조적·객관적 제약과 주체적 한계를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라틴아메리카에서 자신의 권력과 ‘신자유주의 정책의 비가역성’이라는 신화를 유지하기 위한 미국의 간섭과 초민족적 자본에 깊이 잠식되어있는 라틴아메리카 경제의 취약성은 베네수엘라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차베스 정부는 의료제도, 교육, 토지개혁과 같은 광범위한 사회개혁 프로그램을 도입했고 그 성과를 거두고 있으나, 그것은 정치·경제 엘리트들의 재산, 특권, 부에 대한 보장을 통한 합의에 기반을 두고 있다. 단적으로 석유로부터 얻는 지대가 없었으면 이러한 대기업과 빈곤층의 균형을 유지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사실 석유지대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차베스를 포함한 역대 어느 정권도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 난제다. 베네수엘라는 고유가 시절, 새로운 성장기반 마련에 투자하지 않고 단순한 빈민구제 정책에 매몰되다, 유가 하락 시 전 산업이 함께 몰락하는 경험을 되풀이한 바 있다. 이러한 베네수엘라 경제의 특징적 경향을 페트라스는 ‘지대추구’(rentierism) 또는 ‘지대추구적 경제/사고방식(rentier economy/mentality)’등으로 표현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국가의 지대추구 행위란 국가가 법령이나 허가를 통해 생산요소에 대해 과대한 보수를 요구하는 경향을 일컫는다. 어떤 이들은 이러한 지대추구 행위로 인해 천연자원이 풍부한 나라가 오히려 경제성장이 지체되는 ‘자원의 저주’ 현상이 발생한다고 본다.
또한 차베스 지지 세력들은 이념적으로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는데, 여기에는 국가 기구 내 입지를 점유하려는 지도자들의 기회주의적 속성에서 기인한 측면도 있다. 따라서 개혁 과정이 차베스 개인의 지도력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편향이 발생했다. 국가로부터 자율적인 노동조합이나 평의회·협동조합 운동이 성장하는 역동적 과정이 동반되지 않는 한, 차베스 대통령 개인에 의존하는 경향은 점차 심화될 가능성이 있고, 이것은 베네수엘라의 근본적 변혁 전망을 불투명하게 한다. (이에 대한 자세한 논의는 류주형, 「볼리바리안 혁명과 대안세계화 운동」, 『사회운동 63호』을 참고하라.)
원문은 다음과 같다. James Petras, “Beyond President Chavez Electoral Victory: Socialism in a Rentier State”, 2012.10. http://lahaine.org/petr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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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베스 대통령은 4선 재선에 성공했다. 80%에 달하는 높은 투표율, 22개 주 중 20개 주에서의 승리, 총 10%의 득표차는 차베스 정부가 향후 6년간 베네수엘라의 정치와 경제의 방향을 설정하는 것에 대한 분명하고 결정적인 위임을 받았음을 의미한다.
차베스 정부가 직면한 기회와 제약을 이해하려면, 이 정부의 강점을 개관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천연자원, 특히 석유자원에 기반을 둔 ‘지대 경제와 사회’에서의 ‘이행’이라는 문제에 내재한 복합적이고 곤란한 구조적 특징을 보는 것이 필요하다. [차베스 정부의] 사회주의적 기획은 모순적인 외부적 환경에 직면해있다. 지역적·세계적 기구들(OPEC, MERCOSUR, UNASUR, PETROCARIBE, ALBA)을 통해 무역과 투자의 기회를 제공하고 경제적 협력관계를 확대하는 고도로 세계화된 경제와 북미 제국주의 심장부로부터의 근접성으로 인한 정치적·군사적 위협이 그것이다.
차베스의 제도적 토대와 대외정책 구상은 이라크, 리비아, 시리아에서 벌어진 것과 같은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직간접적인 군사적 개입에 대해 (최소한 현 정세에서는) 실질적 ‘방화벽’으로 기능해 왔다. 하지만 국내적 측면, 특히 사회경제적·정치적 구조는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그래서 미국은 차베스의 통치권을 뒤흔들고 전복하기 위해 차베스 정권의 구조적·정치적 취약성을 집요하게 공격해왔고 지금도 이를 지속하고 있다. 이렇듯 미국 제국주의가 ‘[체제] 내부로’ 자신의 전략을 ‘재조정’함에 따라 차베스 정부 역시 동일한 ‘전략적 전환’이 필요하게 되었다. 그것은 이미 이루어진 변화를 공고화하면서 사회주의적 조직화와 실천을 형성해나가는 것이다.

선거 이후의 반응

선거 승리 후 투쟁 지형은 미국 및 국내 반대파들과 그의 지지자들의 반응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백악관은 베네수엘라 시민들이 대선에 평화롭고 질서 있게 참여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다른 라틴아메리카 대통령들에게 교묘하게 반응했던 것과 달리 차베스 대통령의 당선을 축하하지는 않음으로써 외교적 적대관계가 지속될 것임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백악관은 평화적 ‘선거’와 차베스 정부의 실질적 정책의 연관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차베스 정부의 사회정책과 재분배정책에 대한 엄청난 지지를 감안한다면, 폭력적 소요와 반정부 시위는 단지 워싱턴의 대리인들을 고립시킬 뿐이라는 것이, 아울러 다가오는 2012년 12월 지방선거와 2013년 2월의 총선에서도 야권의 선거 전망을 어둡게 만들 뿐이라는 것이 (심지어 야당 지지자 다수에서도) 일반적인 견해였다.
낙선자 카프릴레스와 백악관은 선거 과정의 정당성과 공정성을 인정했다. 이것은 야당이 4개월 뒤의 총선에서 승리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은 수백만 달러를 야권지지 진영에 쏟아 붓고 있다. 특히 차베스 정부를 반대하는 수십 개의 야당들, 정파, 비정부기구, 노조, 자산소유자 단체들의 “단결”을 강제하는 데 자금을 활용하고 있다. 야권의 분열과 분할은 취약한 차베스 진영 공직자들을 축출하려는 것마저도 어렵게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여당인 베네수엘라 통합사회주의당(PSUV)은 이번 선거가 대통령에게 자신의 사회주의 의제를 추진할 ‘권한’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문제는 많은 지도자들, 대중 조직들, 지역 조직들, 관료들이 차베스의 사회경제적 의제에 관련한 ‘권한’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중요한 차이들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사회주의적 이행”을 위해 이뤄져야 할 우선적 단계에 있어 중요한 차이들을 가지고 있다.
야권은 자신들의 제도적 권력 기반을 보존하기 위해서라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미국 측 동맹세력들은 정치 체계 내 모든 개입지점을 최대한 활용할 것이다. 야권은 자신들이 지배하는 민간 은행, 언론, 전략적인 경제 중심지에 대한 소유권과 관련한 어떤 변화에도 반대할 것이다. 그들은 공공 지출 예산을 절감할 것을 요구하면서 정부 정책의 변화를 촉구할 것이다. 정부 규제를 완화하는 법안 제정을 지지하고 차베스 정부 관료들에 대한 국정감사를 요구할 것이다. 신자유주의 야권은 공기업의 경영실패에 주목할 것이고, 만약 정부가 민간 부문의 협잡꾼들, 자금 세탁자들, 불법 외환거래 등을 규제한다면 정부의 “탄압”에 문제제기 할 것이다. 무엇보다 미국의 자금 공급 조직인 소위 ‘비정부기구들’이 외국의 첩보원으로 취급되어 등록이 취소되고 해산된다면, 미국과 야권 모두 ‘민주주의’와 ‘자유’가 위태로워지고 있다고 주장할 것이다.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비정부기구들은 야권에 자금을 제공하고 지원하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위장 조직”이다. 이들은 야권에 조언자와 선거 전략가와 선동가들을 제공해주고, 훈련시켜주고 있다. 워싱턴은 파편화되고 분열된 야권이 세력을 규합하고 미국의 지침에 따르는 것을 조건으로 자금을 제공한다.
미국의 최근 전략은 선거를 활용하고 있지만, 향후 더욱 폭력적인 권력행사를 할 가능성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워싱턴은 지금은 쿠데타를 하기에는 적절치 않은 상황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10월 대선의 여파가 남아있는 상황에서, 유효한 개입지점이 많이 있고, 강력한 언론과 상업·은행 제도가 존재하고, 정치 환경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워싱턴은 차베스의 사회주의적 정책을 국회 의사진행 방해를 통해 차단하기 위해, 선거를 통해 의회 권력을 획득하고 확장하려고 한다. 만약 미국이 “탄핵” 절차를 날조하거나 국민투표를 요구할 만한 충분한 의회 권력을 획득한다면, 미국은 폭력적인 쿠데타로 전략을 전환 할 것이다. 야당은 차베스가 합헌적 권력을 “남용했다”고 주장하면서, “입헌주의적” 군부나 ‘국방군’[일반적인 국경 수비를 담당하는 육해공군 편제와 별도로 국내 치안을 주로 담당하는 부대]을 자신의 영향력하에 두기를 바라고 있다. 이것은 합법적으로 선출된 온두라스와 파라과이의 대통령을 축출할 때 미 국무부가 선호했던 방식이다. 다시 말해 현재 워싱턴과 야권이 취하는 민주주의적 태도는 가까운 미래의 권위주의적 권력 장악과 양립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사실 현 상황에서 선거 전술은 미래의 폭력적 정권 교체를 위한 필수적인 보완물이다.

선거 이후 차베스: 다수의 선택지들

차베스 대통령은 선거 이후 모순적인 두 가지 반응을 보여주었다. 그는 한편으로는 사회주의 의제를 추진할 것이라고 연설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기업/자본가 엘리트를 포함하는 반대 세력과의 대화를 시작했다. 그것은 최근 대선과 다가올 총선이라는 뚜렷이 구분되는 두 가지 정치적 계기를 반영하는 것이다. 사회주의적 입장이 최근 선거 승리를 통해 차베스가 가지게 된 강력한 권한을 반영하는 것이라면, 대화를 시도하는 입장은 다가오는 총선을 대비하는 것이다.
게다가 차베스는 내부적으로도 양방향의 압력을 받고 있다. 급진적 활동가들, 사회운동과 일부 정치인들은 정치적·경제적·이념적 견지에서 국유화의 심화를 주장한다. 그들은 금융, 농업, 통신, 석유관련 산업들과 같은 전략적 부문들이 지연되고 있는 경제의 다변화와 성장 가속화 계획을 재개하기 위한 정부의 새로운 수단이자 자원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정치적 측면에서 그들은 공적 소유가 신자유주의적 반대파들의 자금 기반을 약화시키고, 정부의 우익 진영에 대한 미국의 자금 지원 경로를 차단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온건파’들은 합작투자를 통한 공공-민간 제휴가, 특히 야당이 주지사나 국회 의석 다수를 차지할 경우, “중간 계급”에 대한 차베스의 영향력을 공고화하고 확장할 것이며, 정부 간 협력의 확대를 위한 토양을 마련해 줄 것이라 주장한다. 차베스와 야권의 ‘대화’는 ‘생산적 자본가’ 부문, 즉 합작 프로젝트를 통해 신용과 투자를 공급받는 특정 투자 대상과의 동맹에 대한 구상에 근거하고 있다고 ‘온건파’들은 주장한다. 또 이들은 이런 대화를 통해 양극화를 완화하고 오바마가 재임할 경우 미국과의 대화를 용이하게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온건파’들은 고위 공무원, 주지사들, 장관들, 당 지도자들, 고위 자문위원들에 집중되어 있다. 그들 중 다수는 공무원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급진파”와 “온건파” 모두가 직면한 더 큰 문제는 이중적인데, 하나는 정치적이고 다른 하나는 경제적인 문제다. 정치적으로는, [지방선거와 총선 등]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두 세력 모두 그동안 자신의 유력 선거구에서 효과적으로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던 공직자들이 포함되어 있다는 문제가 있다. 그들은 더 급진적 공약을 제시하거나, 또는 야권과 연합하는 방식을 통해서 공직에 남기 위한 방법을 찾고 있는 중이다.
경제적으로는 두 세력 모두 본질적으로 지대추구 국가인 베네수엘라에서 역동적 경제 전략을 수립함에 있어 고질적이고 만연한 문제에 직면했다. 광범위한 사회정치적 진보에도 불구하고 베네수엘라는 여전히 석유수출과 정부의 세입, 그리고 개인 소비를 증가시키기 위해 석유를 통한 소득에 의존하는 노동력에 의존하고 있다.
어느 세력의 입장이 차베스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까? 이는 그가 사회주의 의제를 실현하는 데 있어 어떤 과제를 우선시 할 것인가에 달려있다. 그는 베네수엘라를 지대 경제로부터 국제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생산적이고 다변화된 경제로 변화시키기 위한 정치적 제휴를 모색하고 있다.

사회주의적 이행의 장애물과 기회

사회주의 혹은 새로운 자본주의 경제를 건설하는 것은 베네수엘라를 포함하는 그 어떤 지대 경제에서도 복잡하고 어려운 여정이다.
공공, 민간 기업의 경영자들은 혁신, 새로운 기술 투자, 시장 창출, 프로젝트의 적시 완성을 할 수 있는 능력이 거의 없다. 대신 그들은 공공조달계약, 정부 보조금, 국내시장에 대한 독점, 저금리로 쉽게 제공되는 공적 대출이나 보조금, 정치적 연줄을 위해 지대국가에 의존해왔다. 그 결과 혼합시장경제론자, 사회주의자, 신자유주의자들은 각자 상대를 비판하지만, 자신의 ‘경제발전 기관’들이 가지는 공통적인 약점에 대해서는 눈 감고 있다.
민간부문 경영자들은 수십 년간 모험가적 기업가로 기능하는 것에 실패해 왔다. 그들은 금리 차와 환율 차이를 활용하고, 독점 이윤을 얻으며, 단기 수익을 추구하는 자신들의 경향을 마치 ‘시장의 마법’인양 혼동해왔다. 사실 차베스의 시대 이전 수십 년간, 그들은 소비재 수입, 국내외 부동산 투자, 비대하면서 낙후된 서비스 부문에 “투자”를 하기 위해 정부의 석유 지대 예산을 짜내왔다. 민간 부문 투자·혁신 부진이 차베스의 반기업적 태도의 결과라는 우파의 신자유주의적 주장은 역사적 사실에 어긋나는 것이다. 차베스 시절 이전부터 똑같은 지대추구적이고 반기업가적인 태도가 기업, 은행, 농업 엘리트들 사이에 존재했다. 지대추구적 태도는 깊은 역사적, 문화적, 경제적 근원을 가지고 있다. 예전부터 베네수엘라의 자본가들은 지대 국가에 맞서 싸우는 대신 적응해왔고, 서로 공모해서 더 쉽게, 더 많은 이윤을 남기기로 결정했다. 그들은 한번도 성과를 거두지 못한 엉터리 ‘발전 계획’과 함께 석유를 통한 세입에 매달리고 있다.
우파 낙선자인 엔리케 카프릴레스는 대선 기간에 사회 복지와 동시에 민간 자본가의 성장을 촉진시키겠다며 룰라 전 브라질 대통령을 따르겠다는 주장을 했는데, 이 주장에는 심각한 결함이 있다. 카프릴레스는 룰라가 빈민과 부유층 사이에서 자신의 제휴세력을 형성하기 위해 상파울루의 강력한 산업 자본가들의 후원을 받았다는 사실을 간과한다. 반대로 카프릴레스는 경쟁력도 약하고 활기도 없는 지대추구 자본가들에게 의존해야 할 것이다.
‘지대추구주의’(rentierism)의 문제는 과거와 현재의 민간 자본가들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국유기업을 운영하는 고위 관리자들에게도 이런 태도가 명백히 나타난다. 그들의 생산과 혁신 실적은 중간 이하다. 국유기업은 생산성이 낮고, 정부 보조금에 의존하며, (건설 공사는) 마감기간을 지키지 않거나 비용을 초과하기 일쑤고, 부실경영이 만연하다. 지대추구적 사고방식과 결합된, 공사 합작을 통한 ‘혼합경제’라는 차베스의 ‘온건한’ 모델을 어떻게 ‘생산적이고 역동적인 경제’로 나아가게 할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차베스는 지대추구 경제로부터 베네수엘라를 변모시키기에는 상당한 문제를 가진 인적 자원을 가지고 있다.
베네수엘라 자본주의가 ‘후견주의적’인 지대추구적 성격을 뿌리깊이 간직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지 않은 채, 자본주의를 비판하고 “사회주의로 이행”하는 것을 상정하는 이론적인 마르크스주의적 논문들은 타당성이 거의 없다. 21세기 베네수엘라 사회주의의 주요 관심사는 지대 “자본주의”로부터 효율적인 공적 사회서비스 전달체계를 포함하는 현대화된 생산적 경제로 이동하는 것이다.
전략적 목표로서 볼리바리안 혁명의 사회주의적 목적을 재확인하는 것은 시민 평의회(citizen council)의 권한 강화와 전문적으로 훈련된 “서비스 이용자들의” 감독위원회(oversight committees)를 통해 정부 부처와 공무원들이 자신들의 유권자들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에 달려있다. 만연한 권력 남용, 부패, 비효율성, 근무 불이행으로 인해 만성적인 정치적 비용이 발생하고, 차베스 대통령이 약속했던 사회 진보를 위한 계획들이 조롱받고 있다. 주기적인 각료들의 ‘쇄신’과 민간인에서 군인으로의 교체는 기껏해야 임시방편일 뿐이고, 통제되지 않는 권력 하에서 지대추구적 문화와 사고방식은 금세 동일한 역기능적 행태로 다시 드러난다. 부정부패 공무원들을 제제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된 시민 감시가 영구적인 개선책이 될 수 있다.
실정은 중대한 정치적 결과를 낳는다. 야권 지지로 전향한 투표의 절반 이상이 이러한 문제의 결과일 것이다. 야권이 얻은 45% 득표율을 신자유주의로 되돌아가자는 요구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사실 그것은 재정을 잘못 운용하고, 적합하지 않은 당 측근을 기용하는 각료들에 대한 차베스 지지자들의 저항을 의미한다. 그것은 수백만 달러를 사용하고도 석유 산출량, 전력량, 식수 공급량을 적절히 유지하지 못한 장관들에 대한 항의이다. 무엇보다 차베스에 대한 반대표는 거리, 사적 공간, 공기관에서 발생하는 범죄들을 줄이는 것에 실패한 내무부, 국방부 장관에 대한 반응이었다.
시민 감독위원회의 선출은 ‘혁명 안의 혁명’을 상징한다. 그것은 차베스 구상의 일부를 실행하고 책임지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 과정은 공공 서비스의 개선과 공적 인가 절차의 촉진과 같은 “미시적 수준”의 변화를 증가시키는 결과만으로 귀결될 수도 있다. 하지만 별로 중요하지도(실행되지도) 않고 단순히 공공부문에서 관료의 숫자만 뻥튀기할 뿐인 혁명적 제안보다는 분명히 더 개선된 것이다. 관료를 늘리는 것은 “서류절차(tramites)”(사인과 고무도장, 뇌물과 업무지연)만 늘릴 것이고, 이것은 반대표를 더 늘릴 것이다. 차베스와 베네수엘라통합사회주의당의 위험은 미국의 대리인에 의한 체제위협 뿐만 아니라 빈민가 수준에서도 존재한다. 베네수엘라통합사회주의당의 쇠퇴는 ‘붉은 옷을 입은’ 지방 공무원들의 수많은 일상적 부정행위에서부터 비롯된다. 공무원들은 자신의 청사가 청원인들의 행렬에 둘러싸여 있는 동안, 시민들의 요구를 쌓아둔 채로, 손톱이나 다듬고, (‛혁명’의 다음 단계냐 “급진적 전략에 대당하는 안정화”냐를 토론하면서) 두 시간의 점심을 즐기고 있다.

대통령의 책임

차베스 대통령은 놀라운 일을 했다. 80%의 투표율이 보여주듯, 베네수엘라의 시민 문화를 정치화했고 고취시켰다. 베네수엘라의 어떤 대통령도 (미국의 역사에서도) 이만큼 민족적 일체감을 만들지 못했다. 그는 용기와 성실함으로 국가를 방어했다. 그는 미국과 그 대리인이 헌정 질서를 흔들고 파괴하는 것에 대항하여 민주적 제도를 보존하고 발전시켰다. 차베스 대통령은 광범위한 사회복지망을 조성해, 수백만을 빈곤으로부터 구출하고 문맹을 제거하고 보편적인 공공무상의료체계를 제공했다. 차베스는 가난한 중미, 카리브해 연안 국가들에 할인된 가격으로 석유를 공급하는 등, 중요한 국제 경제 구호 프로그램에 성공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2012년 현재 그는 새로운 과제, 즉 복잡하고 어려운 맥락 속에 놓인 ‘혁명 속의 혁명’이라는 투쟁에 직면해 있다. 능동적인 노동자계급, 혁신적이고 기업가적인 관리계급, 책임있고 사회적으로 각성된 중간계급을 바탕으로 하는 생산적이고 참여적인 경제를 개발하는 데 지대 경제는 셀 수 없는 장애물을 가지고 있다. 다수의 베네수엘라 사회 계급들은 사회주의자 대통령을 지지하고 있으나 대부분 개인 소비와 공공 지출의 확대를 전제로 하고 있다. 정치적 급진주의자들은 거리에서는 사회주의의 열렬한 옹호자이지만, 공직에 있을 때 그들의 행태는 전임 신자유주의자들과 더 닮아있다.
차베스는 한편으로는 전체 행정시스템을 개편하고 지대 경제를 변화시켜야 하며, 또다른 한편으로 앞으로 4개월 동안 치러질 지방정부, 국회의원 선거에 도움이 되는 사회적으로 반향을 일으키는 단기적 계획을 위한 재정을 확보하고 실행해야 하는 빡빡한 일정을 수행해야 한다. 개혁 캠페인을 위한 과제를 규정하는 것은 간단하지만, 그것을 실행하는 것은 상당한 정치적 비용을 수반할 것이다.
(개인적, 지역적 연고를 포함한) 연고주의, 부패, 비효율성, 권위주의, 무능력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다음이 필요하다. (1) 시민 감독 위원회 (2) 지역 자치 위원회의 강화와 훈련 (3) 적절한 방식으로 행정부의 부정을 감사하기 위한 효율적인 사법 절차의 확립 (4) 석유산업과 연관된 베네수엘라 현지의 자원을 활용하는 생산 및 산업 프로젝트를 인식하고 설계하기 위한 기술적이고 기업가적인 기관을 설립하는 것 (5) 석유 관련 산업 형성(플라스틱, 화학, 비료 등) (6) 기타 생산적 경제 부문(농업, 전문서비스)과의 연결. 차베스의 정책적 개입은 공공 치안, 경제적 효율성, 노동자 참여와 같은 국내적 이슈를 더 우선해야 할 것이다. 그는 공공 지출을 생산적 활동과 관계 맺도록 하는 것, 지역에서 민중의 힘이 효율적 법집행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차베스는 감제고지라 할 수 있는 전략적 경제 부문, 특히 금융·은행 부문에 대한 통제력을 획득하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정부는 방대한 석유기반 신산업들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차베스식 ‘볼리바리안 사회주의’의 사회적 기반은 ‘소비자 의식’에서 생산자 의식으로 이동해야 하고, 위로부터의 사회복지에서 아래로부터의 노동자 연대와 생산성으로 이동해야 한다.
노동자 계급의 관리와 통제의 확대를 주장하는 오늘날의 일부 마르크스주의자들은 노동자 계급 내에 만연한 경제적 의식의 한계 ― 생산성과 독립적으로 임금과 정부 수당을 인상하고자 하는 욕망 ― 를 과소평가한다. 작업장 민주주의는 베네수엘라를 지대추구 경제에서 현대화된 생산적이고 다변화된 경제로 전환하기 위한 보다 광범위한 과업과 반드시 연결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소비자-지대추구적 사고방식에 얽매인 노동자계급의 전투성이 궁극적으로 베네수엘라의 사회주의적 이행에 주요한 장애물이 될 것이다.
차베스 대통령의 이해에 따르면 민중권력의 심화와 확장인 사회주의의 완수를 위해서는 국제, 국가수준의 거시 계획으로부터 엄격하게 규율과 지침을 강제할 권한을 지닌 노동자-시민의 감시 하에 관리되고 시행되는 다양한 미시 계획으로의 변화를 필요로 한다.
고위 기술직에 대한 지명이 탈정치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은, 인기 정치인이 반드시 최적의 경영자는 아닐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장이나 주지사에 당선되는 것에 도움이 되면, 10억 달러의 교통 체계를 건설하는 것이나 효율적인 고속도로 체계를 구성할 때 비용효과성은 고려되고 있지 않는 현실이다.
경제의 사회화는 야권의 전략적 재정 기반을 약화할 수 있다. 그러나 사회화는 공기업 혹은 은행이 일상생활과 경제활동의 개선, 공공 일자리 확대를 위해 얼마나 기여했는가라는 관점에서 평가되어야 한다. 가령, 식품 부문과 같이 경영이 부진한 공기업은 잘 통제되는 ‘실용적인’ 민간기업보다 사회주의 전략에 더욱 해를 끼칠 수 있다. 다시 말해, 레닌이 자신의 에세이 「더 적더라도, 더 낫게」 에서 지적한바 있듯이, 사회화는 국가가 기업을 운영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는(혹은 능력을 개발시켜가는 과정에 있는) 정도만큼 진전되어가야 한다.
사회주의의 발전을 위한 (‛외부적’이거나 주변적 요소가 아닌) 필수적 요소는 개인 재산을 포함한 개인적 안전과 치안이다. 셀 수 없이 많은 돈이 매년 범죄로 인해 소실된다. 공포, 협박, 개인적 보안 조치, 이동과 시간의 제약, 이 모든 것이 비용을 발생시킨다. 지금까지 베네수엘라의 보안 체계의 성과는 매우 불균등하다. 일반적으로 외부의 위협을 억제하고 민주적 제도를 보호하기 위한 국경 안보에 있어서는 높은 점수를 받고 있으나, 거리 범죄, 갱단 전쟁, 화이트칼라의 범죄, 핵심 석유 전기 시설에 대한 태업 또는 태만에 대한 치안은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범죄 예방을 위해서는 유권자 집단을 지역 공동체에 기초한 방범순찰대(이는 도심지 범죄-전쟁에 대비해 훈련된 특수기동대의 지원과 보호를 받는다)의 전국적 네트워크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쿠바의 정보 관련 자문가들은 정치적 테러리스트에 대해서는 전문가이지만, 최근 놀라운 속도의 범죄 급증은 도시를 황폐하게 만들고 있다. 이것은 갱단 두목과 그들의 사업적 정치적 동맹자들, 자금 세탁자들에 대항하기 위한 막대한 정보 작전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것이다. 일자리, 학교, 복지제도는 증가하는 범죄의 소용돌이를 막는 데 충분치 못했다. 범죄는 사회적 결핍에서 자라날 뿐만 아니라 높은 소비수준의 지대 추구자와 같은 사고방식에서도 자라난다. 폭력과 경제적 자원의 강탈이 가장 빠른 사회적 계층 이동 수단인 것처럼 보이는 상황이 이러한 현상을 낳고 있다. 대부분의 범죄자들은 노동자 계급들을 희생양으로 삼는다. 만약 노동자 계급이 사회주의적 이행의 기반이라면, 정부가 법 집행에 전력을 기울이는 것은 사회주의를 방어하는 핵심이자, 중간계급의 동의를 얻을 수 있는 실질적인 조치다. 거리의 범죄들은 고위 경찰, 사법 관료들을 포함하는 공공기관 내의 공범자들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데, 그 중에는 “열렬한 차베스지지자”라고 주장하는 자들도 일부 포함되어 있다.
미국이 지원하는 대중매체들은 포괄적인 내부 치안 확대를 차베스 ‘권위주의’의 지표로 악용할 것이 분명하다. (최근까지 ‘무법적 범죄로 뒤덮인 카라카스’에 대해 큰소리로 항의해 온 야당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헌법적 절차 내에서 자신들의 시민들을 위해 도시를 안전하게 만드는 것은 대단히 인기 있을 것이고 정치경제적으로 유용할 것이다.

결론을 대신한 마지막 언급

베네수엘라의 사회주의적 이행은 무수한 긍정적 자산과 그만큼의 장애물과 함께하는 ‘열려있는 과정’이다. 열정적이고 장기적 전망을 가지는 차베스 대통령의 리더십과 대중적 지지자, 헌신적 활동가들로 이뤄진 광범위한 그의 지지세력은 엄청난 강점이다. 한편으로 지배계급 내는 물론이거니와, 대중적으로도 일정 수준으로 침투해있는 지대추구 경제의 유산으로부터 기원하는 심각한 도전이 존재한다.
정부가 사회주의를 향해 갈수록 그 지도자들은 기업의 사회화의 기준에 대해 자세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 ‘게임의 규칙’, 다시 말해 어떤 기업과 경제 부문이 몰수당할 것인지, 얼마만큼의 수익이 허용될 것인지, 어떤 부문이 사회화 대상 혹은 합작 투자 대상이 될 것인지, 노동자 경영 기업 혹은 사적 소유 기업이 될 것인지를 정하기 위해서다.

기업의 사회화를 위한 기준

정치적 사보타주(태업): 투자를 철수하는 소유자들, 또는 수요를 충족시킬 만큼의 투자를 거부하고 축장하는 소유자들, 또는 사회적 불만을 조장하고 공공정책을 무력화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가동률을 낮추는 소유자들.
사회적 갈등: 노동법을 준수하기를 거부하거나 노동조합과의 집단교섭에 참여하기를 거부하거나 노동자들을 일방적으로 해고하여 파업, 직장폐쇄를 유발하는 자본주의적 기업들. 이러한 기업들은 노동자, 소비자, 기술자들로 구성된 관리진에 의해 사회화되어야 할 것이다.
이념: 야권 정체성을 가지고 있고 미국의 위장 단체들과 협력하는 회사들. 경제적 목표를 넘는 정치적 목표를 추구하는 회사들은 사회화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전략적 부문들: 은행, 금융, 무역과 같이 경제에서 결정적 역할을 하는 부문이나 회사들은 사회화 될 필요가 있다. 공공 정책 생산자들이 경제적 잉여를 새로운 성장 부문들(사회적 전략 부문, 석유 관련 산업, 식품 제조업)의 형성을 위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수단이 될 수 있다. 혁신적인 중소규모 기업들은 사회화될 필요가 없다.
국가가 기업을 운영할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이상의 기준들이 [사회화] 가능한 부문을 빠짐없이 규정해 줄 수는 없으나 사회주의적 이행에 있어 필수적 요소라 할 수 있다.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기업을 망가뜨리는 무능하고 부적절한 관료들이나 노조 지도자들이 관리하는 식으로 기업이 사회화되어서는 안 된다. 사회주의는 얼마나 많은 회사들이 최단기간 내에 국유화되는지 경쟁하는 것이 아니다. 국가의 능력 범위 내에서 여러 가지 대안적 선택지가 있을 수 있다.

국가의 개입, 규제와 과세: 노동법을 준수하고 이윤이 공정히 분배되도록, 고용주들은 사회적 지출을 확대하고 기술을 개발하고 노동자들에게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노동자를 기반으로 한 생산 위원회: 회사의 ‘회계장부를 감시’하고, 노동자들에게 집단 교섭을 위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공공 민간 자본 간의 합작 투자: 공익이사, 노동자 이사에 대한 사회적으로 결정한 기준에 따르면서, 생산적인 자본가들의 마케팅 기술, 전문 기술의 장점을 이용하기 위해
의무적, 자발적 생산 목표를 통한 계획: 민간부문 중 특히 중소 규모의 기업들, 특히 필수 공익 서비스, 오락·여가 활동을 제공하는 기업들은 사회화 되어선 안 된다. 국가가 [이러한 기업들을 국유화하여] 대체할 수 있는 능력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수천 개의 민간기업들을 폐쇄시켰던 쿠바의 재앙적인 1968년 정책을 따라가서는 안 된다. 또한 제한된 시장(소비에트 블록) 내에서 상품 수출에 ‘특화’ 했던 쿠바의 1970년대 정책도 따라가선 안 된다.
베네수엘라는 제조업 부문에서 비판적인 계급의식을 지닌 노동자 계급 활동가들뿐만 아니라, 공적 부문에서 혁신적 기업가와 기술자들을 창출해야 한다. 베네수엘라는 커다란 기회와 함정을 동시에 제공하는 세계 시장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기 때문에, “사회주의적 이행”이 성공하기 위한 열쇠는 관리다. 국가는 생산, 마케팅, 혁신, 금융, 회계에 있어 사회주의적 기준을 개발하고 적용하기 위한 관리·기술학교에 투자해야 한다. 그러한 학교는 소련시대의 매뉴얼뿐만 아니라, 자유시장을 신봉하는 미국의 교과서를 바탕으로 한 ‘모델’을 사용하는 것을 삼가야 할 것이다. 지대 추구 경제의 특수성에 마르크스주의를 비판적으로 응용한 교과서를 장려하고, 계획에 있어서 노동자의 참여와 혁신적 기업의 상대적 자율성을 포함하는 변혁적 지도력을 고무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큰 그림: 도전과 기회

지대추구 경제와 사회를 효율적이고 다변화된 사회주의 경제로 변화시키는 것은 매우 어렵고, 복잡하고, 장기적인 과정이다. 지대추구 경제는 지대 수입을 통한 과소비 문화를 가지고 있고, 금융, 부동산, “매판” 자본가들과 지나친 임금을 받는 탐욕스러운 관료 엘리트들로 둘러싸여 있다. 농업과 공업의 엘리트들은 생산이 아니라 지배적인 지대 부문으로부터 소득을 창출하면서 자신의 낙후된 성격을 유지하고 있다.
차베스 대통령은 지대의 많은 부분을 대규모 공공 지출로 전환시켰고, 공공 지출을 정당화하고 확장하기 위한 정치적 체계와 이념을 건설하는 방식으로 성공적인 정치적 투쟁을 수행했다. 그는 또한 지대를 생산하는 (석유와 같은) 핵심 부문을 통제했다. 그러나 금융, 은행, 부동산, 수입 부문의 이윤은 증가했고, 지대에 의존하는 경제부문의 기생적 성격은 존속, 번성하고 있다. 지대 생산과 연관된 생산적 기업을 새롭게 재편함으로써 경제를 다변화하는 것은 사회주의적 이행이라는 이름에 부합하는 중심적 과제이지만 아직 실체화되지 않았다. 현재 자원채취 부문을 제외한 부문의 노동자 계급은 규모에 있어서 매우 한정되어 있고, 그들의 전투성은 계급의식보다는 [개혁정책의 혜택을 향유하는] “소비자”의식과 더 관련이 있다.
베네수엘라는, 지대 추구와 주기적 선거 동원 그리고 협소한 요구를 관철하려는 전투적 파업에 의존하지 않는, 사회주의적 노동자계급을 형성하기 위해 노동자 계급의식을 진전시켜왔다. 현재 부르주아와 노동자 간의 계급투쟁은 지대에 대한 분배를 둘러싸고, 그리고 지대를 징수하는 국가 관료제 내의 지위를 둘러싸고 형성된다.
차베스 대통령은 지대생산 집단에 대한 통제를 획득하는 데 성공했고, 십년 간 다수 시민을 선거 승리에 성공적으로 동원해왔다. 이제 이러한 정치, 경제, 외교에서의 정책적 성공을 생산적이고, 참여적인 사회주의적 정치 경제로 전환하는 것이 가장 크고 전략적으로도 중요한 도전이다. 이것은 당과 국가가 아래로부터 전면적으로 변혁되는 것을 필요로 한다. 베네수엘라는 기술, 마케팅, 혁신에 있어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가야하며, 쓸모없는 “당 충신들”과 시간만 보내고 있는 관료들에게 의존해서는 안 된다.
‘붉거나’ ‘전문성을 갖추거나’ 둘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것보다는 모두를 겸비한 간부를 육성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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