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이란 핵 협정 파기를 선언하고야 말았다. 트럼프는 “이란 핵 협정은 절대 이뤄지지 말았어야 할 끔찍하고 일방적인 거래였다”며 “그것은 안정을 가져오지도 않았고, 평화를 가져오지도 않았고, 앞으로도 절대 그러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의 이 결정이야말로 일방적일 뿐 아니라 전 세계에 불안정을 더욱 조장할 것이다. 
반전평화연대(준)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트럼프의 이란 핵 협정 파기 선언에 강력한 우려의 뜻을 표한다. 

첫째, 이번 협정 파기 선언은 중동의 불안정을 더욱 조장할 것이다. 트럼프의 이란 핵 협정 파기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란을 다시 적대국으로 규정하기’이다. 트럼프는 그 동안 2015년 오바마의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이 중동 내에서 이란의 위상 강화를 인정해줬다고 성토해 왔다. 그 때문에 트럼프는 기존 합의에 없는 새로운 문제(탄도미사일, 테러 지원)를 제기해 왔다. 
 
트럼프의 이란 핵 협정 파기는 중동에 대한 미국 내의 강경 우파의 의지를 보여준다. 미국 지배층 내의 강경파는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 중동에서 영향력이 더욱 커진 이란을 제압해야 한다고 본다. 이란을 악의 축으로 규정했던 네오콘의 상징적 인물 존 볼턴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이 된 까닭이다.  
 
트럼프는 협정 파기 근거의 하나로 이란이 핵 협정 체결 이후 군사비를 대폭 늘렸다는 사실을 내세웠다. 그러나 중동 평화를 가장 크게 위협한 장본인은 트럼프 자신이다. 취임 이후 트럼프는 사우디를 첫 해외순방 국가로 택하고는 사우디와 1100억달러(약 119조원)라는 천문학적인 무기 판매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는가. 미 대사관 예루살렘으로의 이전을 감행해 중동인들의 분노를 돋궈 오지 않았는가. 게다가 트럼프는 지난 달 4월 시리아에 폭격을 감행했다. 
 
무엇보다 트럼프의 파기 선언은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등 ‘반(反)이란 전선’의 군사적 자신감을 불어 넣을 것이 분명하다. 아니나 다를까 트럼프가 핵 협정 탈퇴를 선언하고 한 시간 뒤, 이스라엘은 시리아 다마스쿠스에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다. 
 
둘째, 이번 협정 파기 선언은 한반도 평화에도 먹구름을 가져올 공산이 크다. 당장 대북 군사 옵션 가능성을 피력해 온 미국 내 경강 우파들의 기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란 핵협정 탈퇴는) 불충분한 합의는 수용할 수 없다는 신호를 북한에 보내는 것"이라며 “다가올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과의 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대놓고 말하고 있다.
 
셋째, 이란 핵 협정 파기는 트럼프가 이란 제재를 놓고 강대국들과의 각종 긴장도 불사하겠다는 공표를 뜻한다. 이번 조치로 미국의 수입산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로 촉발된 미국과 유럽 간 무역 갈등이 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여기저기서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항공기, 금, 귀금속, 흑연, 금속 원자재, 석탄, 산업용 소프트웨어의 직간접 판매나 공급·운송도 금지되고 11월부터는 이란의 원유 거래까지 제한하겠다고 발표했다. 트럼프는 이란과 교역하는 ‘세컨더리’ 제재까지도 감행하겠다고 했다. 이란과 교역하는 러시아와 중국, 그리고 유럽의 기업들까지도 제재 대상에 포함하겠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유럽 기업들에게는결국 미국과 이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날이 올 것”이라는 전망까지 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이란과의 협력을 더욱 강화해 러시아 및 중국에 대한 트럼프의 경고를 감안한다면, 이번 협상 파기는 중국 및 러시아와 미국 사이의 긴장도 더욱 고조시킬 것이다. 
 
넷째, 국제 유가 상승 등 글로벌 불안정과 위기를 조장할 가능성도 농후하다. 트럼프는 제재 대상으로 원유를 골라 지목했다. 90-180일이 유예돼 큰 충격이 없을 거라는 낙관론도 있지만 이미 전 세계는 이란발(發) 석유파동에 주목하고 있다.   
 
다섯 번째, 이번 협정 파기 선언으로 1차적으로 직접적 피해를 받을 이들은 중동 민중들이다. 이란에 대한 미국의 경제 제재는 이란 주민에게 생필품 부족과 항상적 물가인상의 고통을 강요해 왔다(2012년 10월 《블룸버그 비즈니스 위크》는‘제재, 미국이 어떻게 이란 일반 시민들을 힘들게 하는가’). 경제제재는 총성 없는 전쟁이다. 이라크에서는 경제 제재 기간 동안 총 1백만 명이 넘게 사망했고, 그중 절반인 50만 명은 아동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 협정 탈퇴가 발표되자마자 현지 시각 9일 이란 국회의원들이 ‘미국에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종이로 만든 성조기를 불태운 까닭이다. 또한 미국이 추진하는 경제제재는 이란 내의 사회운동들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그런 운동을 약화시키기는 효과를 낼 것이다. 
 
반전평화연대(준)는 트럼프의 이란 핵 협정 파기가 가져올 위험한 파장에 강력한 우려를 표한다. 특히 중동 및 한반도 평화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전 세계에 긴장을 몰고 있는 트럼프의 파기 선언을 강력 규탄한다. 

2018년 5월 9일 
반전평화연대(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