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9일, 연례 한미연합훈련을 끝내고 호주로 향하던 칼빈슨 핵 항공모함이 돌연 한반도로 방향타를 꺾었다. 훈련을 마친 항공모함이 한 달도 안 돼 재차 투입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불안정한 한반도 정세

북한의 6차 핵실험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가운데, 4월 15일 김일성 105주년 생일 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 등 군사행동에 나설 것이라는 예측이 제기되고 있다. 즉, 현재 한반도 정세가 불안정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SNS 상에서는 이른바 ‘북폭설’(4월 전쟁위기설)이 구체적인 날짜(4월 27일)까지 언급되면서 빠르게 유포되기도 했다.
 
이번 4월 위기설은 기존의 북풍과 달리 눈 여겨 봐야 할 지점이 있다. 이전의 전쟁위기가 북한의 강경발언이나 도발, 핵실험 등에 의해 불거졌다면, 현재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직접 적극적인 발언과 대응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트럼프와 시진핑 간 미-중 정상회담이 각자의 입장을 되풀이하는데 그치면서,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나 트럼프 대통령이 “독자적 방도 마련”, “중국이 북핵을 해결하지 않으면 미국이 하겠다”며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트럼프 정부의 이와 같은 태도는 한반도 정세 흐름에 대해 터무니없이 무지한 탓이 크다. 지금까지 북에 대한 군사적 조치나 경제 압박은 모두 한반도의 긴장을 해결하기는커녕 북한의 핵무장을 강화시켜왔을 뿐이다.
 

문-안의 우클릭

더욱 큰 문제는 4월 위기설을 둘러싼 대선주자들의 우클릭 행보다. 현재 대선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더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4월 11일 당내 긴급안보상황 점검회의를 열어, “한반도에서 또다시 참화가 벌어진다면 국민의 생명과 국가 안위를 걸고 저부터 총을 들고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는 “북한이 핵 도발을 계속하고, 중국이 이를 억제하지 못하면 사드 배치가 불가피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역시 사드 배치에 관한 입장을 철회에서 수용으로 바꾼 바 있다. 나아가 기존에 당론으로 채택했던 ‘사드 반대’를 변경하려고도 한다. 당내에서 강경한 사드 반대론자였던 정동영 등과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선거 때마다 이른바 ‘북풍’을 조장하고 주요 후보들이 ‘우클릭’ 하는 모습은 익숙한 광경이다. 이번 대선에서도 북의 미사일 실험 등 안보 이슈가 부상하자, 양자 구도를 형성한 후보들은 기존의 입장을 손바닥 뒤집듯 바꾸고 있다. 보수 유권자들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한 기회주의적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촛불 민심을 받드는 대선 주자라면 한반도의 미래를 해치고 국민을 불안에 떨게 하는 발언이 아니라, 전쟁위기를 막고 긴장수위를 낮추기 위한 평화와 안심의 한반도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 머리를 맞대야 한다. 대선 후보 중에서는 정의당의 심상정 후보 정도만 “어떠한 것도 국민의 안전보다 우선할 수 없다”며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 합의’를 다른 후보들에 제안하는 등 한반도의 평화를 고민하는 흔적을 보이고 있다.
 

사드 배치는 박근혜 적폐다!

지난 겨울 우리는 단지 박근혜 퇴진만을 위해 촛불을 들지 않았다. 박근혜 체제의 적폐들을 청산하기 위해도 촛불을 들었다. 사드 배치를 비롯한 한반도 전쟁위기는 그 적폐의 한복판에 있다. 
 
사드 체계가 졸속적이고 비밀리에 설치된다면, 한반도만이 아니라 동북아시아 전체의 전쟁위기가 고조될 뿐이다. 벼랑 끝을 향해 달리는 치킨게임을 멈추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