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배제가 아니라 연대가 필요하다
 
 
제주도의 예멘 출신 난민신청자들에 대한 배제 주장이 무분별하게 번지고 있다. 난민 반대 청원 참여인원이 70만 명을 넘어 역대 1위를 기록했고 난민 반대 집회까지 몇 차례 열리고 있다. 그 동안 이주노동자, 무슬림 등에 가해졌던 공격과 배제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는 형태로서 극히 우려스러운 흐름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잘못된 정보나 가짜 뉴스, 과도한 공포감, 종교적 적대 등이 뒤섞여 증폭되었고 정부의 잘못된 정책이 이를 조장했다. 부정확한 사실과 자극적으로 편집된 허위뉴스가 유포되어 난민을 악마화하고 있다. ‘국민이 먼저’라며 난민과 이주민을 배제하는 논리 자체가 인종주의에 기반한 차별이 분명한데도 난민 반대 진영은 이를 부정한다. 청년세대가 겪고 있는 취업난, 실업, 경쟁 압박, 여성의 안전에 대한 불안 등이 이러한 현상의 저변에 자리 잡고 있지만, 죽을 고비를 넘어서 온 난민을 쫓아내자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 난민과 이주민에 대한 거부와 배제가 아니라, 국제주의적 입장에서 연대를 추구하며 같은 사회를 구성하고 살아가는 노동자, 시민으로서 공동의 권리를 진전시키는 시각으로 이번 사안을 바라봐야 할 것이다.
 
‘가짜 난민’인가
 
난민은 전쟁과 박해 등을 피해서 다른 지역이나 다른 나라로 피해서 보호를 요청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1951년 제정된 난민협약에 따르면 “인종, 종교, 국적, 특정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 또는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다는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공포로 인하여, 자신의 국적국 밖에 있는 자로서,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또는 그러한 공포로 인하여 국적국의 보호를 받는 것을 원하지 아니하는 자"이다.
제주에 온 예멘 난민신청자들은 4년 간 내전 중인 나라에서 온 이들이다. 정부군, 반군, 그 외 무장세력 등이 복잡하게 얽혀 전쟁 중이고 삶의 터전이 파괴되었으며 이쪽저쪽에서 강제 징집을 당하는 현실이다. 보도에 따르면 전쟁으로 1만 명 이상 숨졌고, 5만 명 이상이 부상당했으며 2천여 명이 콜레라로 사망했다. 인구의 70%인 2천만 명이 굶주리고 700만 명이 영양실조 상태로 아사 위기에 처해 있는 처참한 인도적 위기이자 비극의 상태다. 이와 같은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겨우 빠져나온 예멘인 5백여 명이 살아남고자 한국에 와서 난민 신청을 하였다. 함께 손을 잡고 따뜻한 연대를 맺어야 하는 상황이다. 죽음의 공포에서 살기 위해 국경을 넘어 먼 나라로 온 이들을 가짜 난민이라고 할 수 없다.
또한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온 이주민일 뿐이므로 난민이 아니라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살아남기 위해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로 가는 것은 당연히 먹고 살기 위해 어디서든 일을 해야 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한국에 와서 난민 신청한 이들이 생계를 위해 일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을 이유로 난민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 내국인 일자리를 침해한다는 주장 역시 과도하다. 주로 이들은 기존 이주노동자들과 마찬가지로 3D 업종에서 일하는데, 내국인이 일하려 하지 않는 영역이다. 통계적으로도 실업률과 난민, 이주노동자는 별 상관관계가 없다. 오히려 이주민들이 주로 젊은 노동력이기 때문에 경제에 도움 된다는 보고가 많다. 난민신청자는 국내 인구의 약 0.08퍼센트에 불과하다. 세계 12위의 경제국인 한국이 수용하지 못할 규모가 아니다.
 
무슬림은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 많은가
 
난민 반대 진영은 예멘 난민신청자들이 무슬림 젊은 남성들이 대부분이라서 이들이 성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더욱이 가짜로 판명된 피해 사진이나 왜곡된 코란 경전 구절 등을 유포하며 공포심을 조장하고 있다. 그러나 특정한 종교와 문화 전체를 성범죄, 테러로 관련시키는 것은 무리다. 오히려 무슬림들은 스스로를 평화의 종교로 생각하며, 일부 극단주의자들의 행태를 경계한다. 그리고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이슬람 권 내에서도 여성 권리 시장을 위한 운동이 꾸준히 전개되고 있다.
이슬람에 대한 인종주의적 태도, 혐오는 조장된 측면이 크다. 미국을 위시한 서방 세력이 테러와의 전쟁, 중동에 대한 군사적 개입 등을 저지르며 이슬람을 악마화해 왔기 때문이다.
한편 통계적으로도 한국 내에서 이주민의 범죄율은 내국인보다 낮다. 이역만리 남의 나라에 와서 난민신청을 한 사람들은 하나라도 잘못을 하면 난민심사 등 모든 게 물거품이 되므로 오히려 매사에 조심을 하는 경향이 크다. 한국 내 이주민 범죄율이 내국인에 비해 낮은 것도 이러한 이유가 있다. 난민 100만 명 이상을 최근 몇 년 사이에 받아들인 독일에서는 오히려 범죄율이 낮아졌다고 한다. 독일내무부장관은 최근 "범죄율이 30년 이상을 통틀어 가장 낮은 수준(전년도보다9.6% 감소). 아울러 비(非)독일인 범죄도 22.8%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제주 예멘 난민신청자들에 대한 공포감이 커진 이유는 정부가 지난 4월 30일 ‘출도 제한’ 조치를 내린 것도 큰 부분을 차지한다. 타 지역으로의 불법취업을 막는답시고 정부가 내린 조치가 제주 내에 5백여 명을 가둬놓음으로써 오히려 불안감을 키운 것이다. 이 제한조치를 풀어서 국내 기존 아랍인 커뮤니티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난민들도 살 수 있고 불안감도 줄어들 것이라고 난민인권단체들은 요구하고 있다.
결국 ‘난민 VS 자국민 안전’ 구도는 의도적으로 왜곡된 프레임이다. 난민을 배척한다고 자국민 안전이나 권리가 증대되는 것이 아니다. 이 구도 자체가 인종주의적이고 배타적인 입장에 기반해 있는 것이다. 인종주의(Racism)는 개인적 편견, 이데올로기, 법률과 정책의 상호작용을 통해 발전되고 유지되고 변화되는, 인종적 범주에 기반한 지배와 억압 체계이다. 난민에 대한 인종차별은 전체 이주민에 대한 배제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억압으로 이어질 것이다.
 
난민법 없애고 난민을 돌려보내야 하는가
 
2013년 아시아 최초로 제정했다며 정부가 자화자찬한 난민법은 현재 난민 기본권 보장에 미흡하다. 난민신청 이후 6개월간은 취업이 금지되며 그 이후 단순노무 직종에 한해 가능하다. 초기 6개월 동안 가구 구성원에 따라 43만원(1인)~138만원(5인) 생계비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하지만, 2017년에 9942명의 난민신청자 중 지원받은 이들은 436명(4.4%)에 불과했고 지원기간도 평균 3개월에 지나지 않았다. 8억 원 정도의 예산은 2016년부터 올해까지 늘지도 않고 그대로다. 주거나 교육, 의료 지원은 거의 없다.
난민인정 비율은 극히 낮다. 1994년 4월 난민 신청을 처음 받은 이후 올해 5월 말까지 난민 신청자는 총 4만470명이다. 이 가운데 심사결정이 종료된 사람이 2만361명이고 그 중 난민인정된 사람은 839명으로서 신청자 대비 2%, 심사종료자 대비 4%에 지나지 않는다. 인도적 체류자를 포함해도 11% 수준이다. 세계 평균이 38% 정도라고 하는데 이에 한참 미달하며 난민법 제정 이후 오히려 인정율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법무부는 난민제도를 악용하는 사례를 방지하겠다며 난민법 개정을 하겠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난민법을 폐지하자거나 난민인정을 어렵게 하는 법안들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런 조치들은 기존에 지속적으로 문제제기 되어온 낮은 난민인정율, 열악한 지원, 부족한 인력, 심사과정에서 난민에 대한 조력 미흡 등을 해결하기보다는 난민심사를 더욱 까다롭게 하겠다는 것이며, 근거 없는 ‘가짜 난민’ 논리를 더욱 확산시키고 난민에 대한 혐오를 조장할 것이다. 이러한 법개악은 중단해야 한다. 보편적 인권에 기반한 제대로 된 난민 정책을 세워야 한다.
 
배제, 추방이 아니라 난민의 권리를 옹호하고 연대하자
 
노동력부족, 저출산, 이동성 증대 등으로 인해 갈수록 이주민의 숫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난민과 이주민에 대한 거부와 배제가 아니라, 연대를 추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선적으로 제주에서 ‘출도제한’을 당하고 있는 예멘 난민신청자들의 이동을 보장해야 한다. 지원이 미약한 상황에서 이들을 제주에 가둬놓는 것은 난민신청자들에게도 도움이 안될 뿐더러 내국인에게도 불필요한 불안감을 키운다. 난민 지위를 신속히 부여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한국정부는 난민제도 악용자를 걸러내는데 초점을 맞추는 법개정이 아니라, 난민신청자들이 제대로 된 조력과 심사를 받을 수 있도록 법제도를 개선하고 지원을 늘려야 한다. 그래서 미미한 난민인정율을 높여야 할 것이다. 사회운동은 특정 종교에 대한 인종주의적 혐오와 배제 반대를 명확히 표명해야 하며, 난민, 이주민과 연대를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 이 글은 <함께하는 품>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