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없는 아랍에미리트 파병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



국방부가 아랍에미리트(UAE)에 국군 특수전부대 130여 명을 연말까지 파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어제(3일) 당정회의를 통해 파병 계획을 확정했다. 파병 동의안은 9일 국무회의를 거쳐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국방부는 이번 특전부대 파견이 안전한 비분쟁 지역에서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국익을 창출하는 데 기여하는 새로운 개념의 부대 파견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번 파병 추진에 심각한 우려를 지울 수 없다.

첫째, 이번 파병의 목적이 모호하다.
한국은 지난해 아랍에미리트에 한국형 원자력발전소를 수출하기로 하면서 포괄적 군사교류협정을 맺었다. 이번 파병이 원전 수출의 댓가라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그러나 원전 수주와 같은 경제활동을 뒷받침하려는 파병은 어떠한 근거도 찾을 수 없다. 경제적 목적으로 이 나라, 저 나라 옮겨다닌다면 그것이 타인의 피를 돈으로 바꾸는 용병부대와 무엇이 다른가? 더구나 국방부는 "내년 1월부터 공사를 시작하는 원자력발전소 경계는 우리 특전부대가 관여하지 않고 아랍에미리트가 맡는다"며 "파견될 특전부대 주둔지와 원전 공사장이 300km 넘게 떨어져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파병의 근거가 무엇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둘째, 타국의 군사력 증강을 위한 파병이 정당한가?
국방부는 이번 파병이 5,000명 가량인 아랍에미리트의 특수전부대를 1만 명으로 배가하고 부대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한 긴밀한 훈련 협력 요청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 국방부의 설명대로라면 다른 나라의 군사력 증강을 위해 한국 군대가 파병까지 해가며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셋째, 이번 파병은 중동의 군사적 긴장을 높일 것이다.
아랍에미리트는 걸프만을 사이에 두고 이란과 마주해 있는 나라다. 아랍에미리트와 이란은 1960년대 말부터 걸프지역의 아부무사(Abu Musa)섬과 턴브(Greater Tunb, Lesser Tunb)섬 등 3개 도서를 놓고 영유권 분쟁을 벌여왔다. 특히나 최근 미국의 이란 제재가 강화되면서 아랍에미리트는 지난 6월 말, 이란의 개인/기관과 관련된 41개 계좌를 동결하고 송금 거래를 중단하도록 아랍에미리트 내 모든 금융기관에 지시하면서 이란을 강하게 압박하고 나서, 양국 간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최근 한국 정부가 이란 제재에 동참하면서 양국 관계가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역사적/정치적으로 갈등을 빚고 있는 아랍에미리트에 특수전부대를 파병하여 군사력 증강을 돕는 다는 것은 국방부가 설명하는 '안전한 비분쟁 지역에서의 파병'과는 거리가 멀며, 복잡한 중동 정세에 깊숙이 개입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화약고 옆에서 불을 피우는 것과 같은 행위다.

넷째, 이번 파병은 정부의 의무를 방기한 채 진행되고 있다.
김태영 국방장관은 한국형 원자력발전소 수주 전에 두차례나 아랍에미리트를 방문해 군사협력을 약속한 바 있다. 이 때부터 아랍에미리트에 대한 파병 의혹이 일었으나, 정부는 그동안 줄곧 부인해 왔다. 지금도 국방부는 아랍에미리트의 요청으로 군사협력의 구체적인 내용은 비공개로 하고 있다며, 아랍에미리트와 어떠한 수준의 약속을 한 것인지 감추고만 있다. 이번 파병이 2012년까지라고 하지만, 원전 건설이 완료되는 2020년까지 장기 파병이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도 정부가 내용을 분명하게 밝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어떠한 경제적 이익이 있는지도 알 수 없고, 정부가 무엇을 약속했는지도 알 수 없다. 국익을 창출한다는 미명 아래 국민의 알 권리와 이를 충족시켜야 하는 정부의 의무는 너무나도 쉽게 무시되고 있다.

그 실체조차 모호한 '국익'이라는 이름의 파병이 어떠한 파국적인 결과를 낳았는지, 우리는 대테러 전쟁의 참상을 통해 똑똑히 알고 있다. 정부와 국방부는 한 점 의혹이 없도록 이번 사안과 관련된 모든 내용을 소상히 공개해야 한다. 또한 파병의 목적도 모호하고, 타국의 군사력 증강을 도와 중동의 군사적 긴장을 강화하게 될 파병 시도를 지금 즉시 중단해야 한다. 전 세계의 화약고와 같은 중동 정세에 점점 더 깊숙이 발을 들여 놓는 것이 결코 평화로 향하는 길이 아님을, 중동과 더불어 전세계를, 그리고 우리 국민들의 안정과 생명을 위협하는 길임을 이명박 정부는 똑똑이 인식해야 할 것이다.

2010년 11월 4일
사회진보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