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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 | 2016.11.24

한상균에게 8년 구형한 검찰에게 수사 촉구하는 것이 옳은가?

“박근혜 퇴진” 운동에도 불법과 합법이 있다. 1년 전 앞장 서 "박근혜 퇴진"을 외쳤던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은 감옥에 갔고, 온갖 욕을 얻어먹다 박근혜 수사에 나선 검찰은 '정의의 사도' 행세 중이다. 지난 21일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한 위원장에게 징역 8년을 구형했다. 공교롭게도 검찰은 그보다 이틀 전 최순실을 기소하며 박근혜를 사실상의 피의자로 규정했다. '대통령 퇴진'을 간접적으로 요구한 셈이다. 한상균 위원장은 “박근혜 퇴진” 운동의 기초를 닦은 대표적 인물인데, 검찰은 국민이 다 차려놓은 밥상에 숟갈만 얹었다.

“박근혜 퇴진”에도 금수저 흙수저가 있는 모양이다. 2013년 박근혜 취임과 함께 민영화 반대 파업에 나섰고, 박근혜 게이트 직전에도 성과연봉제 반대 파업에 나선 철도 노동자들은 아직도 거리에 있다. “박근혜 퇴진” 운동의 공로패가 있다면 철도노조가 그 첫 번째 수상자여야 할 것이다. 하지만 검찰은 이전부터 철도노조 위원장을 비롯해 민주노총 간부들을 대대적으로 구속했다. 흙수저 노동자들이 박근혜 퇴진을 외치면 감옥에 가고 거리로 내몰린다. 금수저 정치 검찰은 대통령이 힘 있을 땐 권력의 열매를 나누고, 대통령이 힘을 잃으면 법과 정의를 외치며 다음 권력을 찾아 나선다.


최재경 민정수석과 김현웅 법무부장관이 사의를 표하자, 검찰이 정국의 중심에 섰다. 검찰은 어제 하루만 삼성, 국민연금,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압수수색했다. 다른 한편, 부산 엘시티 게이트를 수사하며 부산의 여야 대선후보를 긴장시키고 있기도 하다. 며칠 전까지는 “검찰 관계자”로 언론에 등장해 간접적으로 수사 상황을 흘리며 여론에 영향을 미치더니, 이젠 아예 대놓고 청와대를 위협한다. 검찰 행태만 보면 청와대, 재벌, 여야 대선후보까지 검찰 손아귀에 있는 것 같다. '순실 천하'가 눈 깜작할 사이 '검찰 천하'가 된 것이다.

이 와중에 보수언론부터 일부 시민단체까지 검찰에게 "엄중한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검찰이 빨리 박근혜를 끌어내라는 것이다. 그런데 생각 해보자. 박근혜의 죄악사를 정리하면 '부역자 1호'는 정치 검찰 아니었나? 검찰은 지난 4년 간 박근혜의 방망이 역할에 충실했다.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도 제대로 결론 맺지 못했고, 2014년 말 논란이 됐던 정윤회 국정개입 사건도 박근혜의 편에서 사건을 폭로한 사람을 기소했다. 박근혜 게이트가 온 국민을 분노케 하는 상황에서도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게 엘시티 게이트를 수사 상황을 수시로 보고 했다는 의혹도 있다. 검찰의 추악한 과거는 덮어두고 박근혜 수사만 촉구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


해방 후 친일 부역자들이 애국자로 둔갑해 친일 청산이 아니라 독립운동 청산을 했던 게 우리 역사다. 예컨대, 1950년 부역자 처벌 군검경합동수사본부장 김창룡은 만주에서 밀정으로 활약하며 독립군 조직을 색출하던 친일파였다. 그는 김구를 죽인 안두희의 배후였고, 독립운동가들을 군에서 색출해 갖가지 조작으로 죽였다. 과연 박근혜 부역자 검찰과 해방 후 친일 부역자 검찰이 얼마나 크게 다를까?

권력 잃은 대통령을 두드리는 검찰의 방망이는 새로운 권력을 만나면 촛불을 때려잡을 것이다. 보수언론과 보수성향 정치인들은 벌써부터 민주노총을 비롯한 사회단체에 적의를 드러낸다. 검찰의 몽둥이는 언제나 그들의 적의에 따랐다.

검찰은 “수사”로 정치를 하고 있다. 시민들이 검찰에게 요구할 건 철저한 수사 이전에 부역자로서 스스로를 먼저 처벌하라는 비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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