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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논평 | 2017.02.21

삼성 이재용 구속과 함께 사라져야 할 것들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이 구속됐다. 창사 79년 이래 첫 총수 구속이다. 삼성으로선 전무후무한 사건을 마주한 셈이다.

이재용 구속은 촛불의 쾌거다. 시민들은 겨우내 목이 터져라 "이재용 구속"과 "재벌총수 처벌"을 외치며 정치권과 사법부을 압박해왔다. 79년 간 이 나라 지배계급이 거부하고 눈감아온 것을 촛불이 해냈다. 탄핵안 가결에 이은 두 번째 승리다.

이번 구속에서 이재용에게 적용된 혐의는 433억 원의 뇌물, 횡령과 재산국외도피, 청문회 위증 등이다. 삼성그룹과 이재용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전후로 순환출자 고리를 만들기 위해 최순실과 정유라에게 뇌물을 주었고, 이는 박근혜 정권의 친재벌 정책, 대주주 국민연금의 이씨 일가 편들기란 댓가로 돌아왔다. 정경유착을 통해 경영세습을 이뤄 한국 사회를 어지럽혀온 재벌 3세의 구속은 사필귀정이다.

사법부는 결국 촛불을 통해 밝혀온 시민의 목소리에 수긍했다. 이제 삼성이 저질러온 다른 정경유착과 범죄에 대해서도 진실을 재규명하고 처벌해야 한다. 여전히 우리 사법부는 버스 요금 2400원을 빠뜨렸단 이유로 운전기사 해고는 정당하다 인정하고 수천 억원 횡령과 뇌물 거래를 서슴지 않고 자행하는 재벌은 용서해주는 고장난 저울을 갖고 있다. 진정 ‘법 앞의 평등’은 중단 없는 투쟁을 통해서만 이룰 수 있다.

삼성은 1961년 제일모직 대구공장 노조 와해부터 2012년 ‘S그룹 노사전략’ 문건과 2014년 삼성전자서비스 하청노동자 탄압에 이르기 까지 3대를 걸쳐 그치지 않고 노동조합 결성을 압살해왔다. 반도체 공장의 노동재해는 모르쇠로 일관했고, 수백 노동자의 죽음 위에 금자탑을 쌓아올렸다. ‘무노조’ 일터는 노동자에겐 지옥이었지만, 자본에게는 막대한 부를 안겨줬다. 삼성은 이를 ‘경영철학’으로 둔갑시켰고, 온갖 폭력을 자행해왔다. 삼성이 하면 대한민국의 표준이 됐고, 헌법마저 무시되었다. ‘삼성이 잘 되면 대한민국도 잘 된다’는 말은 우리 사회를 타락시킨 가장 나쁜 거짓말이었음이 드러났다.

이재용 구속은 재벌 체제 청산의 신호탄에 불과하다. 우리는 삼성이 앞장 서고 대한민국 정부가 뒷받침 해온 재벌 적폐를 청산할 수 있는 첫 발자국을 내딛었다. 작금의 정경유착 고리는 개별적이고 특수한 사건이 아니다. 자본과 정치권력의 공모가 박근혜‧최순실‧이재용 게이트라는 정치적 위기를 통해 일부 드러났을 뿐이다. 이재용 구속에 머무를 수 없다. 이씨 일가의 초헌법적 범죄에 공모하고 이득을 얻어온 이들을 남김없이 처벌함으로써 적폐 청산의 한 고리를 완성해야 한다.

삼성 이씨 일가의 공모자들은 어떻게 하면 이재용을 감옥에서 빼내고, 원하는 바를 다시 얻어낼 지만 궁리하고 있다. 국회 역시 ‘이쯤에서 적당히 마무리하자’는 마음을 품은 자들이 널려있다. 하지만 시민들은 더 이상 재벌 총수가 탄 휠체어와 보수언론이 떠드는 거짓말을 믿지 않는다. 이 나라가 ‘박근혜만 빠진 박근혜 체제’임을 알고 있고, 몇몇의 처벌만으로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도 똑똑히 알고 있다.

새로운 세상을 향한 광장의 열망과 기억은 사라지지 않는다. 재벌 적폐의 완전한 청산이라는 촛불 시민의 단호한 요구는 계속될 것이며, 박근혜 탄핵이 인용되더라도 적폐 청산을 위한 목소리는 보다 집요하고 광범위하게 이어질 것이다. 광장에서, 학교에서, 일터에서 촛불을 이어나가야 한다.

1백만에 달하는 삼성의 원하청 노동자들도 광장의 시민과 더불어 일어설 때다. 촛불을 들고 공장 밖으로, 거리로 나서자. 노동자의 작은 행동이 모여 물결이 되고, 적폐와 부정에 조금씩 맞서기 시작할때, 이건희-이재용 식 삼성을 시민이 통제하는 기업으로 바꿀 수 있다. 그래야 시민도 살고 한국 사회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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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청문회 박근혜 퇴진 촛불정국 삼성 이재용 현대차 정몽구 탄핵안 가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