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는 없다, 점령 중단과 파병 철수 이외에는
2007년의 오늘날, 또 다른 장벽이 바그다드에 세워지고 있다. 4월 22일자 [알 자지라]는 이라크 주둔 미군이 바그다드 동부 아다미야(Adhamiyah) 지역에 시아파와 수니파 주민들의 거주구역을 분리하는 장벽을 설치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장벽 건설은 바그다드 내의 타 89개 지역에까지 확장될 것이며, 거주민들의 이동과 생활에 대한 철저한 감시와 통제가 이루어질 것이다. 이라크 민중들은 그들의 의사와는 상관없는 장벽 건설을 반대한다. 최근에는 대규모 반대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미군은 바그다드에 장벽을 설치하는 이유가 매일 발생하고 있는 자살폭탄 공격을 예방하기 위함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장벽으로 가로막는다고 해서 평화가 찾아올 리가 있겠는가. 오히려 장벽은 갈등과 반목을 더욱 부추길 것이며, 점령군의 폭거 아래 신음하는 이라크의 민중들에게 더욱 큰 억압과 폭력만을 강요할 것이다. 왜냐면 현재의 내전상태와 같은 이라크 내 혼란의 근본적인 원인은 종족과 종교의 갈등에 있는 것이 아니며, 바로 미군의 제국주의적 점령정책에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점령 이후 미군은 이라크 내 각 종파들을 중심으로 정치적 지분을 할당해 왔다. 이는 종파들을 대립시켜 이라크 민중들의 단결을 저하시키고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한 분할통치 전략에 기반한 것이었으며, 그 결과는 사회와 경제 전 분야에 걸친 미국 자본의 침투이자 점령의 고착화로 나타났다. 미군은 이라크를 분열시켜놓고 그 분열과 갈등을 안정시키기 위해 미군 주둔이 필요하다는 기만적인 술책을 벌여온 것이다. 그래놓고도 미군은 이라크인들의 저항으로 인해 상황을 장악하기는커녕 바그다드 치안조차도 확보하고 있지 못하다. 미군의 통제력은 소위 ‘그린존’이라 불리는 미군 주둔지와 관공서 일부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