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성희 사회진보연대 여성위원장 인터뷰 [%=박스1%] 사회운동 여성대회를 준비하는 여성운동 전략기획단 제안문에서 눈에 확 들어오는 것이 “페미니즘 없이 운동의 혁신도 불가능하다”는 문구였습니다. 여성대회 제안의 취지를 한 문장으로 압축해서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하는데요, 그 취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겠습니까? 호성희 운동의 혁신을 이야기하려면, 현재 운동이 처해 있는 위기가 무엇인가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노동자운동을 포함한 사회운동의 현재 위기라는 것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에 맞선 대응이 제대로 되지 못하면서 부각된 측면이 큰데, 현상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여러 조직들의 조직화의 위기, 즉 조합원 수의 하락이겠죠. 그렇지만 더 근본적으로 보자면, 현재의 위기는 운동의 조직적․이념적․주체적 위기라고 할 수 있고, 이것은 현재의 운동들이 운동의 주체들 전반을 포괄하는 보편적인 운동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위기를 지적해주는 일종의 관점이자 이념이 페미니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사회운동이 상정해 온 기본적인 주체의 상은 여성의 권리를 인식할 수 없는 남성노동자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위기가 여성노동자를 포괄하거나 조직화하지 못한다는 현상적인 문제를 넘어서, 운동이 여성을 억압하는 현실의 구조적이고 이념적인 문제에 대해 실제 대응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런 가부장적 이데올로기나 남성생계부양자 이데올로기에 근거하여 진행되어 온 것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는 생각입니다. 사실 노동자운동을 포함한 사회운동들은 현재의 위기가 어떤 위기인가에 대해서조차 근본적으로 진단하지 못하고 있죠. 그래서 그 근본적 위기를 진단하기 위해서라도 페미니즘이라는 프리즘이 필요하다는 것이고, 나아가 사회운동과 페미니즘의 결합 없이 기존 운동들의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사회운동포럼이 다양한 운동들의 소통과 이후 전략을 마련하는 공간이라면, 이런 결합의 관점과 문제의식이 반드시 필요하겠죠. 사회운동 그렇다면 사회운동포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노동자운동과 페미니즘의 결합을 위하여’라는 연속 워크샵을 개최하는 것도 같은 맥락의 문제의식일 텐데요, 실제 워크샵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노동자운동과 페미니즘의 결합, 또는 운동들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근본적인 문제제기로서 페미니즘이라는 인식의 단초가 발견되고 있나요? 호성희 사전 워크숍이 여성운동 전략기획단 차원에서 준비되고 진행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페미니즘과 노동자운동의 결합이라는 관점을 사회운동포럼 전반을 관통하는 문제의식으로 제기하기 위해 여러 기획단, 특히 노동자운동과 사회운동 열쇠말 기획단과 함께 준비하자는 취지에서 제안되었죠. 실제 다양한 기획단이 활발하게 결합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만, 어쨌든 여성운동 전략기획단만의 기획은 아닙니다. 사실 여성대회를 준비하는 여성운동 전략기획단은 사회운동 전반에 페미니즘과의 결합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던지고자 합니다. 그런데 사전워크숍을 해 보니, 사회운동과 페미니즘의 결합이라고 했을 때, 결합을 어떻게 할 것인가, 더 근본적으로는 결합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이 더 많이 나와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사전워크샵은 노동자운동과 페미니즘의 결합을 당위로 역설하기보다는 현재 양자가 결합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드러내고, 이런 상황이 운동의 위기를 이루는 근간임을 함께 인식하고자 기획된 것이에요.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현재 운동이 겪고 있는 위기의 원인 중 하나가 보편적이어야 할 노동자운동에 있어서 일종의 맹목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했던 거죠. 그런데 결합이라는 것이 기존의 노동자운동과 기존의 여성운동이 물리적이거나 형식적으로 연대를 많이 한다는 의미는 아니죠. 양자가 결합하지 못했던 이유가 노동자운동에만 있다거나 아니면 여성운동에만 있다거나 이런 것도 당연히 아니고요. 그렇기 때문에 양자에 대한 평가가 동시에 진행되어야 할 필요가 있죠. 그렇지만 이번 사전워크숍은 노동자운동이 그동안 여성해방을 위한 다양한 이념이나 운동과 결합하지 못했는지를 중심으로 진행해보려 했습니다. 사전워크숍은 총 세 차례 진행됐는데요, 1차 워크숍은 비정규직 철폐 투쟁을 중심으로 질문을 던져보려 했습니다. 현재 노동자운동이 위기를 극복하고 혁신하려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중요하게 사고해야 한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조직해야 한다는 관점은 많이들 가지고 있잖아요? 그런데 비정규직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여성노동자의 현실에 대해서는 어떻게 인식하느냐는 거죠. 보통 비정규직의 70%를 여성이 차지하고 있다는 수치적인 인식, ‘아, 비정규직에 여성노동자가 많구나!’라는 인식이지, 왜 여성들이 많은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은 잘 안 한다는 거예요. 1차 워크숍 제목이 “현재 비정규직 철폐 투쟁이 왜 여성노동권 쟁취 투쟁이 아닌가?”라는, 약간은 도발적인 질문이었는데, 사실 많은 사람들에게 생소한 질문이었던 것 같아요. 이런 상황 자체가 현재 노동자운동의 정규직 중심의 보호주의적이고 타협적인 운동을 비판하고 비정규직 조직화가 중요하다고 얘기들을 하면서도 비정규직의 다수를 차지하는 여성들의 지위와 조건을 분석하는 운동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죠. 1차 워크숍은 이런 상황을 인식하게 했던 토론이었던 것 같아요. 2차 워크숍은 더 심각했는데, 주제가 정부의 일-가정 양립 정책에 대한 운동의 대응에 관한 것이었어요. 김대중 정권 이후 신자유주의 정권의 가장 큰 특징이 여성부나 여성가족부 같은 여성 정책 기관들을 만들고, 어느 때보다 여성이 앞에 붙은 정책들을 활발하게 내고 있다는 점이죠. 특히 작년부터 올해 까지는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사회의 위기로 선전하면서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촉진하고, 그 과정에서 불안정해진 여성의 일-가정 양립이라는 문제를 오히려 정부가 적극적으로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죠.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이 의아스러워 하는 건데, 어쨌든 정부에서 여성 정책을 내서 여성이 일도 하고 가정도 돌볼 수 있다면 좋은 것 아닌가 하는 거죠. 이게 많은 사람들의 일반적인 생각이라면, 운동 사회도 마찬가지에요. 정부는 이런 정책을 통해서 여성들이 일과 가정을 양립하면서 착취당할 조건을 더 용이하게 만들고 있는 반면에, 노동자운동은 여성노동자에 대한 이중착취가 강화되는 현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아예 이런 현실에 대한 질문조차 던지지 않고, 오히려 일-가정 양립정책을 지지하기도 한다는 거죠. 사실 운동사회의 기본적인 구조라고 하는 것이 가정의 사적 생활로부터 면제된 남성노동자들을 기본으로 했기 때문에, 이런 질문을 던진다는 것 자체가 자기의 문제가 아니었던 거죠. 가정의 일 자체가 노동자의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이 정말 깊구나하는 점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 토론이었고, 노동자운동과 페미니즘의 결합이라는 문제가 운동에 있어서 유효한 질문이 되기에는 아직 운동 사회가 고민이 없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3차 워크샵의 경우는 이런 문제의식을 실천할 수 있는 출발 지점이 무엇인가 하는 실제적인 고민이 주가 될 텐데, 이게 단순히 여성노동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자운동, 사회운동이 함께 여성노동자의 입장에서 고민해야 할 과제라는 공동의 인식을 조금이라도 만들 수 있다면, 그것이 워크숍의 유일한 성과이지 않을까 합니다. 사회운동 제안서를 보면 “페미니즘 없이 운동의 혁신도 불가능하다”는 취지에 따라서 특히 강조하고 있는 것이 페미니즘적인 문제의식을 가지고 운동을 혁신할 수 있는 주체의 형성, 특히 여성 활동가들의 주체화를 강조하고 있는 것 같아요. 물론 여성대회를 치루면서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겠지만, 지금 수준에서 생각하고 있는 여성 활동가들의 주체화를 위한 시급한 과제가 있다면 무엇인지 아니면 그런 주체화 과정이 구체화될 수 있는 방식이나 경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호성희 운동사회에서 페미니즘 또는 여성운동에 대한 고민이 그나마 좀 받아들여진 것이 그리 오래 되지 않았습니다. 노조 내 여성위원회나 여성부서들이 2000년대 들어서야 만들어지기 시작했죠. 물론 그 이전부터 운동사회의 가부장성과 관련한 비판이 있었고, 여성독자노조의 흐름도 이런 문제의식과 관련이 있죠. 기존 노조가 희망이 없다, 전략․전술적으로 봤을 때 우선 아래로부터 여성들의 독자적인 세력화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이었죠. 시간이 좀 더 흐른 후에 노조 내 형식적으로나마 여성위원회 같은 구조들이 생긴 거죠. 이렇게 형식적으로는 여성위원회 구조가 생기기는 했지만, 실제 여성노동자로 살고 있으면서도 여성억압의 구조를 스스로 인식할 수 있는 방법이나 기회는 여전히 적은 편이고, 그래서 여성노동자라고 해서 그 자체로 성별화된 권리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이런 의미에서 여성 활동가들과 여성노동자들이 여성억압의 문제나 구조, 그리고 여성들의 권리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교류할 수 있는 장이 필요하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려고 합니다. 이번 사전워크숍을 준비하면서 여러 노조 여성위원장들을 만나봤는데, 현재 여성위원회나 여성조직 구조가 그렇게 좋은 조건은 아닌 것 같아요. 그나마 생긴 여성위원회도 상층 집행부나 임원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고, 그 건설도 실현해야할 여성권의 내용보다는 여성대표성 제고 측면에서 이루어졌죠. 게다가 여성위원회 활동도 대부분 민주노총 중앙의 여성위원회 사업을 연맹이나 산하 노조에서 어떻게 받을 것이냐를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죠. 사실 현재 노동자들의 현실이 저임금을 보충하기 위해 워낙 장시간 노동을 하다보니까 노동자들의 개인적인 삶이라는 것이 거의 존재하지 않고, 그렇다보니 스스로의 문제를 인식할 수 있는 자기 교육이라는 것도 매우 어려운 조건이죠. 이런 현실이 근본적인 원인이긴 하겠지만, 노조의 교육내용도 굉장히 실리적인 것으로 채워지는 것도 문제인 것 같아요. 주로 하는 교육이 임단협 요구안을 설명하는 교육이거나, 여성주의 교육이라는 것도 여성노동자들이 현실에서 느끼는 문제에 닿아 있다기보다는 성평등 교육이나 여성간부를 육성하기 위한 회의 주재 방법이나 대중적인 발언 기술과 같은 것에 집중되어 있어요. 그래서 노조에서 기존에 진행하는 교육이 안정적으로 진행될 수 있고 공동의 전망을 가질 수 있는 교육의 방법이나 내용이 필요한 것 같아요. 그런데 실제 상황을 보니까 이게 당장 올 가을부터 추진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 같고요. 여성 활동가들이 자원이나 활동의 역량을 쌓는 기회가 굉장히 부족한 상황에서 아래로부터 여성노동자들과 함께 하고 실제 여성의 권리를 대표하는 활동을 벌여내려면 매우 초보적인 것이라도 공동 활동의 필요성들에 대해 동의를 형성하는 과정이 우선인 것 같아요. 그리고 이런 동의가 바탕이 된다면 공동교육과 공동 토론의 계기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만들어 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사회운동 그렇다면 여성대회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준비되고 있나요? 호성희 사회운동포럼의 기본 취지가 운동들의 소통과 연대를 형성하자는 건데,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는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저나 여성운동 전략기획단은 이런 소통을 만들어가는 데 있어서 페미니즘이 유효한 방식이자 필수적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는 단체나 활동가들의 조직적․개인적 현실은 서로 굉장히 다르죠. 그렇다보니까 사회운동포럼 내에서 여성운동의 공동 전략을 마련하기 위한 기획단을 구성하는 것 자체가 만만치 않은 일이었고, 그래서 여성운동 전략기획단이 이제 막 초동모임을 진행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여성대회의 상도 아직은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여성대회가 여성들의 권리와 요구, 여성운동의 과제를 천명하는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단순히 여성들의 요구를 나열하는 방식보다는 되도록 여성운동 전략기획단에서 논의돼서 이후 실천될 수 있는 과제들을 중심으로 진행되었으면 합니다. 거창하지는 않더라도 공동으로 실천해야 할 과제를 제안하고, 그런 제안들이 왜 필요한 지를 함께 토론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이 여성대회가 되었으면 해요. 그렇기 때문에 여성대회의 상은 여성들이 스스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투쟁들을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도 있고,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그에 따른 과제를 잘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토론하는 공간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어쨌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페미니즘 없이 운동의 혁신도 없다는, 어떻게 보면 선언이고 어떻게 보면 강제해야 할 사항일 수도 있는데, 이런 문제의식이 사회운동포럼 준비과정에서 얼마나 잘 녹아드느냐가 여성대회 성공의 관권일 것 같아요. 그리고 여성운동 기획단 및 다른 여러 논의 단위들이 그 문제의식을 구체화할 수 있는 실천 과제를 만드는 진지한 토론과 모색을 진행해야겠죠. 이 속에서 여성대회를 풍부하게 만드는 여러 성과들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사회운동 마지막으로 사회운동포럼에 참가하거나 참가를 결정하지는 않았지만 관심이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여성대회나 여성운동 전략기획단의 문제의식을 홍보하고 참여를 독려하는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호성희 홍보라기보다는 아무튼 여성운동 전략기획단에 많이 오세요. 다른 사람이 논의해서 만들어진 과제를 자기 과제로 받아 안기는 굉장히 힘들죠. 그래서 일정으로 보면 3박4일이라는 사회운동포럼의 마련된 행사의 장에 초대되기보다는 준비를 하는 논의의 장에 활동가들이 함께 하는 것이 더 중요할 것 같고요. 두 번째는 저는 사회운동포럼도 그 자체로 페미니즘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여성 활동가들이나 여성들 스스로가 특히 사회운동에서 취약하다고도 할 수 있는 여성운동이나 여성 활동가들의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 노력하지 않으면 출발의 기준이 없다는 점을 함께 공유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페미니즘이 중요하다는 점은 모두들 전제라고 생각하는데, 말로만이 아니라 실천으로 보여주는 남성 활동가들이 좀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여성 활동가들, 여성들이 먼저 고민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여성들만의 과제로 남겨둘 경우에는 페미니즘과 사회운동의 결합의 필요성이나 가능성 자체를 아예 느끼지 못하고 노동자운동은 노동자운동, 사회운동은 사회운동대로 위기를 겪으며 망할 것이고, 여성운동 또한 대중적인 결합력을 잃겠죠. 여성운동과 노동자운동 양자가 살아남고 혁신을 이루려면 이 두 개를 결합하는 과제에 활동가들의 역량이 투여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열려진 공간을 준비하는 자리에 함께 하셨으면 좋겠고, 여성대회도 많이 기대하시기보다는 함께 할 수 있는 과제를 함께 제안하고 토론할 수 있는 장으로 편하게 생각하시고, 그런 작은 출발을 함께 만들고 준비하는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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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숍에 대한 소략 정리 이 워크숍은 ‘노동자 운동과 페미니즘의 결합을 위하여’라는 제목에서 이미 알 수 있듯, 사회운동포럼의 문제의식에 페미니즘이라는 의제를 접합시키고자 ‘사전 워크숍’으로 기획된 자리였다. ‘노동자 운동과 페미니즘의 결합’을 위한 과제를 제시하고 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필요한 현실 운동 진단과 쟁점, 노동조합에서의 페미니즘 실천의 과제를 논의하는 것이 이 자리의 목표였다. 워크숍은 총 3차로 진행되었는데 ‘왜 현재 비정규직철폐투쟁이 여성 노동권 쟁취 투쟁이 아닌가’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1차 워크숍에서는 ‘여성들의 투쟁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 운동 사회의 과제로서 인식되고 있는가’에 대한 진단과 평가가 이루어졌다. 여성 노동자는 만성적인 실업과 저임금, 빈곤에 처해있으며 비정규직이나 특수고용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그 투쟁의 상징이 되지 못하며 신자유주의에 저항하는 투쟁은 성별화된 권리로서 여성권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지적되었고, 이와 관련된 토론이 이루어졌다. 토론 내용 역시 대부분 여성의 현실에 대한 진단은 동일하게 전제하고 있었으며 그와 관련된 사례나 경험들이 발언되었다. 2차 워크숍은 ‘일․가정 양립 논의에서 한국사회 노동자 운동의 한계와 과제’라는 주제와 내용으로 진행되었다. 신자유주의 하에서 여성은 출산, 가사노동이라는 의무와 책임의 굴레 속에서 ‘일과 가정의 양립’이라는 정부 정책을 통해 적극 활용되고 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노동자운동 역시 여성을 재생산의 1차 책임자로 상정하는 이데올로기에서 자유롭지 못하며 이에 대한 맹목을 보여주고 있다는 진단과 평가가 이루어졌다. 그리고 3차 워크숍은 ‘노동조합 내 페미니즘 실천의 현황과 과제’라는 주제로 이루어졌고, 현재 노조의 페미니즘에 관한 맹목을 짚어내는 다양한 사례와 현황을 들어볼 수 있었다. 이 워크숍은 많은 이들로부터 연속 워크숍의 하이라이트로 평가되었는데, 참가자들의 공감을 자아내는 경험과 사례들이 많이 이야기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워크숍에 참가한 이후 소회 이 세 차례의 워크숍에 참가하면서 새로운 공간에서 사회운동의 첫발을 막 내디딘 새내기로서 몇 가지 소회를 적어보고자 한다. 우선 이 워크숍은 그 제목에서부터 많은 질문과 과제를 내포한다. ‘노동자 운동과 페미니즘의 결합’이라는 주제는 단지 노동자운동에 대해 어떤 각성을 촉구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사회운동에게 도발적인 쟁점을 던진다. 사회운동포럼이 말 그대로 제 운동 단위들이 소통과 연대를 통해 변혁을 지향해 나가는 공간이라면, 그 ‘사전 워크숍’으로 배치되어 사회운동포럼 전반을 관통하는 주제로 제기된 것이기 때문이다. ‘왜 노동자 운동은 페미니즘과 결합되어야 하는가,’ ‘왜 지금 노동자 운동과 페미니즘의 결합이 제기되는가,’ ‘페미니즘이라는 잣대로 평가되는 대상으로서 왜 노동자운동이 지목되었는가’라는 질문이 가능한 이 워크숍을 통해 변혁운동의 과제로서 ‘노동권’과 ‘여성권’을 종별적이면서도 접합적인 방식으로 고민하게 된다면 본래의 목적을 어느 정도는 이루는 것이 아닐까한다. 그리고 그 목적은 바로 노동자운동이나 여성운동이 서로를 대상화하면서 필요에 따라 특정 이슈를 중심으로 결합하는 것을 넘어 스스로의 이념과 운동을 성찰, 평가하면서 진정한 보편적 권리로서 재구성되는 것에 있다. 그리고 이런 재구성을 위해 현실 운동에 대한 진단과 평가는 필수적이다. 그 동안 운동 사회에서 페미니즘의 지위는 상당히 애매모호했던 것 같다. 너무 쉽게 동의되거나, 너무 쉽게 부차화되는 의제로서 위치했기 때문에 오히려 더 은폐되고 허울만 남게 되지 않았나 한다. 운동에 있어서 페미니즘은 세기를 넘어 제기되는 참으로 지난한 과제이다. 그 옛날부터 지금까지 그 긴 세월 동안 ‘여성해방’에 있어서만큼은 노동자운동과 지배계급은 계급을 뛰어넘는 공통의 맹목을 보여주었다. 현재 지배 계급은 오히려 여성의 권리에 대한 온갖 포장과 수식을 갖다 붙이며 여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고 하는데, 운동은 여전히 여성의 권리에 대한 인식이 거의 전무하여 스스로를 수세로 몰고 있다. 이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현실 운동에 대한 가감 없는 비판을 통해 이번 사회운동포럼에서 다시 논쟁과 갈등이 촉발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이러한 이념과 운동에 대한 평가를 통해 구체적인 현실의 과제를 발굴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현재 장기화되고 있는 여성 사업장 투쟁이나 한창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이랜드 투쟁 등에 대한 노조의 시선이 단지 ‘여성들이 많은 투쟁 사업장’을 넘어 여성권에 대한 인식으로 투쟁 자체가 재구성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시급한 문제다. ‘투쟁하는 조합원들 중 육아 때문에 그만둘 사람은 이미 그만두었기 때문에 우리는 더 강하다’는 이랜드 일반노조 조합원의 발언은 여전히 가사와 양육의 문제가 노동자운동의 의제로 사고되지 못하는 현실을 반영한다. 1970~80년대 여성 노동자들의 뜨거웠던 투쟁이 소강되었듯 오늘날의 여성들의 투쟁이 온전히 해방을 향한 투쟁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뛰어넘어야 할 산이다. 그리고 이 투쟁을 통해 오점을 남겼던 역사를 뛰어넘어 노동자 스스로도 주체화되고, 다양한 사회운동 역시 각성과 변화의 계기가 될 수 있어야 한다. 사회운동포럼과 페미니즘 사전 워크숍의 치열한 논쟁이 지금의 이 투쟁들과 결합하여 주류 여성운동과 지금까지의 노동자운동의 한계를 뛰어 넘는 새로운 여성운동의 단초가 되어야 한다.
이랜드 일반노조 수석 부위원장 이남신 인터뷰 7월 비정규악법 시행으로 곳곳에서 노동자들의 분노와 눈물과 투쟁이 폭발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의 일상에서 너무나 가까웠던 그곳, 한가득 담아온 쇼핑 물품을 카트에서 꺼내 올려놓으면 바코드와 계산기를 바쁘게 두드리던 그 손의 주인공들이 이제 그 손으로 주먹을 불끈 쥐어 계산대를 멈추고, 매장을 멈추어버렸다. 파업은 노동자의 학교라고 했던가. 마치 ‘○번 계산대’의 일부처럼 보이는 듯, 보이지 않는 듯 서있었던 계산대의 그 여성들은 이제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드러내며, 잃어버린 권리를 외치는 한 명의 당당한 노동자로, 투사로 다시 오늘을 투쟁으로 살아내고 있다. 홈에버와 뉴코아의 계산원 업무를 하던 노동자들이 바로 그들이다. 비정규법 시행을 앞두고 이랜드 그룹은 뉴코아와 홈에버에서 계산원 업무를 하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계약해지 통보를 했다. 뉴코아에서는 300여명, 홈에버에서는 400여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해고되었고, 이런 상황에서 이랜드 사측은 홈에버 비정규직에게 직무급제를 제시하며 ‘영원한 비정규직’을 제시했다. 이 때문에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내몰린 노동자들은 파업을 선언했지만 대체인력 투입으로 매장이 정상 운영되자, 최후의 방법으로 지난 6월 23일 매장 점거를 선택했다. 생사여탈권을 쥔 자본에 맞서는 노동자의 유일한 대항권인 파업은 정당한 행위이다. 그러나 교섭마저도 거부한 이랜드 자본은 작업 현장을 점거한 노동자들에게 불법 딱지를 붙이고, 이에 질세라 국가는 체포영장 발부를 하며 정당한 투쟁을 탄압하고 있다. 이랜드의 박성수 회장은 ‘사회저명인사’ 반열에 들고자 해마다 교회에 십일조로 130억을 낸다. 이는 600여명 비정규직의 생계비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하나님 앞에서 매출과 수익과 점포 확대를 위한 기도를 바쳤을 그가 단 한번이라도 매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의 생존과 건강을 생각해본 적은 있을까. 지금은 착취와 해고로도 모자라서 공권력과 용역깡패를 동원하고 1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한 이랜드 박성수 회장은 지금 당장 그의 하나님 앞에서, 노동자들 앞에서 무릎꿇고 용서를 빌어야 마땅할 것이다. 생계를 위해 일하던 자신의 일터에서 이제는 생존을 위한 싸움을 진행 중인 이랜드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았다. 사회운동: 사회진보연대에서 매달 발행하는 월간 사회운동을 통해 이랜드 투쟁 소식을 회원들에게 소개하고자 인터뷰 부탁드렸습니다. 먼저 소개 부탁드릴게요. 이남신: 예, 안녕하세요. 전 이랜드일반노조 수석 부위원장 이남신입니다. 사회운동: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먼저 투쟁 경과에 대해서 간단하게 설명 부탁드립니다. 이남신 : 뉴코아는 일찍부터 투쟁을 해왔습니다. 현금 PDA 도입, 캐쉬업무 외주화를 계기로 진작부터 전면 파업을 시작했습니다. 이랜드는 7월에 비정규직법안 시행을 앞두고 5월부터 해고가 시작되어서 싸움이 시작되었습니다. 그 동안 2년 이상 장기근속노동자들이 정규직화 요구를 내건 투쟁을 해왔는데 5월부터 본격적으로 비정규직을 대량으로 해고한 것과 또 차별 시정 문제, 해고자 원직 복직 등의 사안과 관련하여 투쟁을 본격적으로 진행했습니다. 두 노조는 지금까지 4차에 걸쳐 공동파업을 했고 현재는 무기한 공동파업을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뉴코아는 강제용역전환저지 투쟁으로 출발해서 공동파업을 하고 있는데 매장 봉쇄와 매출제로 투쟁을 하며 전면전에 들어갔습니다. 현재는 강남점을 중심으로 봉쇄투쟁을 하고 있고 오늘(7월 8일) 7일차에 접어들었습니다. 사회운동: 벌써 점거 일주일이 되어 가는데, 현재 노동자들의 분위기는 어떤가요? 이남신 : 조합원들 분위기는 축제 분위기로, 한마디로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입니다. 다만 걱정은 무노동 무임금인데 말하자면 파업 기간 동안 일을 못해서 7월 25일 월급날이 걱정이라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지금 파업하는 노동자들의 연령이 4~50대인데 그 나이 되도록 배우지 못했던 것을 느끼면서, 또 동지애를 느끼면서 하루하루 의식이 변해가고 있습니다. ‘파업은 노동자의 학교’라는 말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사회운동: 그렇군요. 그런데 지금까지 사측의 태도는 어떻습니까? 이남신: 안하무인에 오만방자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측에서 이번 투쟁이 이렇게 여론의 주목을 받을 줄 예상하지 못해서 당황하고 긴장하고 있는 듯합니다. 그렇지만 어쨌든 끝까지 간다는 것이 그들의 기조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7월 8일 투쟁이 중요합니다. 이 투쟁에 명운을 걸고 해야 합니다. 2차 투쟁에는 민주노총 총연맹의 자존심이 걸려있습니다. 사회운동: 그렇다면 앞으로의 투쟁에서 목표를 어떻게 세우고 계신가요? 이남신 : 지금 노조원 1500명 중 600명이 계약직입니다. 이들은 정규직화와 고용안정,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노조 내 다른 정규직 노동자들도 구조조정의 위협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계약직 노동자와 정규직 노동자의 권익 보장이 함께 요구되야 합니다. 또 이랜드 일반노조는 통합 노조로 출범한 이후 첫 번째 투쟁이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해야 합니다. 그리고 투쟁의 과정에서 간부들이 많이 양성되어서 강력한 노조가 되는 것이 중요한 목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회운동: 네, 그렇군요. 지금 투쟁하는 노동자들이 대부분 여성 노동자들인데 특성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이남신 : 일단 굉장히 의리가 있고 감성적입니다. 남자들끼리 농성투쟁하면 술이나 먹으면서 빡빡하고 재미없습니다. 그런데 여성 노동자들은 규율을 잘 지키고 동지들 간에 서로를 잘 챙겨줍니다. 가정에서는 주부여서 아이도 키우고 남편 뒷바라지도 해야하는 어려운 상황인데도 열심히 투쟁하고 구속 결의까지 하고 체포 영장이 나왔어도 담담하게 반응하며 흔들리지 않는 대단한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회운동: 그렇다면 지금 투쟁하고 있는 조합원들은 집안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고 있나요. 이남신 : 잘은 모르겠어요. 그런데 응원하러 오는 남편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평범해 보이지만 남탓하지 않고 손해보고 희생하는 것을 감내하고 싸우고 있습니다. 여기 노동자들은 매장의 계산대를 점거하고 판매를 마비시킨 힘을 한번 맛보고 난 이후 주인으로서의 여유와 자부심을 배웠습니다. 사회운동: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으신 말씀 있으시면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이남신 : 일단 연대투쟁오신 분들에게는 감사드립니다. 이렇게 전폭적인 호응을 이끌어내는 투쟁이 될지는 몰랐습니다. 유통사업장에서 기간제법 때문에 가장 고통받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투쟁을 하고 있는 지금 이 투쟁을 자기 싸움으로, ‘연대하러 오는 게’ 아니라 자기 싸움으로 함께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민주노총이 종이호랑이라고 하는데 민주노총을 민주노총답게 만드는데 우리가 열심히 해보려고 합니다.
예전에 한 친구는 일기를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자신의 속내를 드러낼 때, 비록 남들이 보지 않더라도, 위선과 진실 사이의 경계가 생겨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와는 다르지만 사람들은 때로 어떤 경계에 위치하게 되는 시기가 있는 것 같다. 최소한 나에게는 그렇다. 대학 시절 운동권도 아니고 비운동권도 아니었다. 취업 준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던 4학년 친구들이 하던 말이 생각난다. ‘취업 준비 안하고 매일 데모만 하러 다니냐’였다. 그 당시에는 많은 학우들이 나와 비슷했을 거라 생각한다. 87년 6월 항쟁 때 이른바 ‘넥타이부대’ 혹은 수많은 시민들이 그랬던 것처럼. 졸업 후 서울로 직장을 잡으면서 어느 정치조직에 가입하였다. 나의 정치적 경향과는 다르지만, 그냥 사람 좋아서 막연히 가입한 상태였다. 한 발은 담그고 한 발은 뺀 경우라서 그런지 열심히 활동하진 않았던 것 같다. 몇 년 전 잠시 쉬고 있을 때 어떤 선배의 권유로 당에 가입하면서 지역위원회에서 상근을 시작하였다. 선거정치와 집권이라는 목표에 초점을 맞추는 진보정당이라는 정체성은 이념적으로 맞지 않았다. 흔히 진보정당이라 하면 의회주의와 대중투쟁의 결합이라고 한다. 의회와 선거 일반을 부정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선거에 임하는 선거정책이나 선거운동방향은 보수정당과 달라야 하지 않은가. 대중투쟁/일상사업도 마찬가지다. 사회운동적 대중정당을 바라보는 관점이 서로 다른 상태이고, ‘당’의 고유한 메커니즘이 존재하기 때문에 사회운동적 정당이라는 지향점은 쉽게 찾을 수 없었다. 당의 사회운동적 성격의 강화라는 요구와 구체적으로 존재하는 진보정당, 오늘도 양쪽에서 부단히 동요한다. 과연 현실 속에서 가능할까? 언젠가 후배들에게 ‘나는 당신들 사랑한다’고 말했다가 즉각 되돌아 온 답변, ‘사랑한다는 말 백 번, 천 번 하면 뭐 하냐, 활동/실천을 같이 해야지’였다. 몸으로 부대끼며 실천 속에서 같이 한다는 일체감, 그것이 곧 사랑/동지애가 아니냐는 질책이었다. 집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페미니즘이라는 단어만 꺼내도 그녀에게선 ‘당신이 무슨 여성주의자냐, 집에서나 잘해라, 말만 하면 뭐 하냐 실천을 제대로 해야지’라는 답변만 되돌아오곤 했다. 백 번 맞는 말이다. 내가 아이들을 다그칠 때면 그녀는 ‘당신 아버지에게서 배운 것을 당신 자식들에게 되돌려주려고 그러느냐, 당신 운동하는 사람 맞아?’라고 말한다. 육체에 각인된 남성적 이데올로기 탓만 할 수는 없는데, 의지가 부족하고 나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밖에서는 당당히 페미니즘에 대해서 발언하고 이해하며 실천하려고 노력(?)하기도 한다. 혹시 그녀가 이 글을 보면, 이런 나의 노력에 대해 이중성을 지적할지 모른다. 벌써 비아냥거리는 소리가 귓전에 맴돈다. 삶이 위태로워지는 순간이다. 작년 평택 대추리 도두리 미군기지 투쟁이 한창이었을 때 사회진보연대 회원 누군가에게서 평택 투쟁에 참가해 달라는 전화를 몇 번 받았다. 당시 당에 상근하면서, 5·31지방선거 회계책임자여서 마음은 있지만 현실적으로 가기 어려웠다. 회원으로 가입만 해 놓고 이런 저런 이유로 못 가게 되어 미안하다고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시간을 조금이라도 냈으면 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사회진보연대 기관지인 『사회운동』에 <책과 나>, <갈월동 기행>을 두어 번 부탁받았는데 글 쓰는 재주가 없다는 핑계로 거절했다. 지나간 시간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조금 더 활동에 성실했더라면 좋았을 것을. 하지만 최근 이랜드 비정규노동자들의 홈에버 월드컵점 점거농성장에서, FTA저지 범국민대회에서, 사회운동 세미나에서 회원들을 만나게 되어서 조금이나마 경계가 허물어지고 마음의 부담을 덜었다는 데 위안을 삼는다. 지금 뉴코아-이랜드 일반노조의 비정규직 투쟁이 한창이다. 이랜드그룹의 비정규직 대량해고 문제는 남한 사회 850만명 비정규직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전체 노동과 자본의 대리전이다. 이랜드-뉴코아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모범적인 공동투쟁·파업은 전체 노동자 투쟁의 선봉에 서 있다. 노동자들의 연대가 무엇인지 몸으로써 가르쳐주고 있는 것이다. 7월 1일을 기점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 곳곳에서 분출하고 있다. KTX 여승무원의 무기한 단식 농성이 막 시작되었고, 롯데호텔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용역 전환의 문제로 회사와 대치중이다. 이번 뉴코아-이랜드 연대투쟁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예단하기 힘들지만 비정규직 노동자투쟁에 연대하는 모범적인 사례로 기록되고, 이후 비정규투쟁의 새로운 형태 나아가 노동운동위기를 돌파하는 기회로 자리매김한다면 바랄 게 없겠다. 삶이 힘들수록, 경제적 빈곤이 악화될수록 정치적 냉소주의 혹은 원한을 동원하는 인민주의가 만연한다. 노동자들은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노동이 아니라 빈곤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동 때문에 ‘정치’를 하고 싶어도, ‘참여’를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것이다. 세상을 바꿀수 있는 주체로 설 수 없게 만드는 경제적 착취와 부르주아 이데올로기 공세 속에서 점점 무기력해지고 있다. 돈이 있고 힘 있는 자들만이 ‘정치’라는 장소를 독점한다. 하지만 2007년 남한 사회의 모든 모순이 바로 이랜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 현장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이들은 비정규직일 뿐만 아니라 대부분 여성노동자들이다. 노동과 자본, 정규직과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와 남성노동자,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정책적 귀결의 하나인 비정규악법 투쟁 등등. 뉴코아-이랜드 노동자의 파업 현장, 여기가 바로 우리들의 ‘정치’가 살아 숨쉬는 곳이다. 집에서는 아내이자 엄마로서 밖에서는 노동자로서 고단한 삶의 경계를 뚫고 분연히 파업투쟁에 자신의 몸을 던진 뉴코아-이랜드 노동자들에게 뜨거운 동지애와 연대의 마음을 보내며 이 글을 마칠까 한다.
뉴코아 강남점 킴스클럽 농성장 봉쇄에 따른 인권침해 현장조사 보고서 목 차 1. 보고서 작성 배경 2. 뉴코아 강남점 봉쇄 경과 및 봉쇄 현황 3. 경찰-사측의 농성장 봉쇄로 인한 인권침해 3/1. 가족과의 소통단절 3/2. 농성중인 노동자들의 건강 3/3. 출입제한 3/4. 물품반입제한 3/5. 출입구통제 3/6. 심리적․정신적 피해 3/7. 농성노동자 및 가족에 대한 협박 4. 결론 및 인권단체 요구사항 인권단체연석회의 거창평화인권예술제위원회/구속노동자후원회/광주인권운동센터/다산인권센터/대항지구화행동/동성애자인권연대/문화연대/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기념)단체연대회의/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주주의법학연구회/부산인권센터/불교인권위원회/빈곤과차별에저항하는인권운동연대/사회진보연대/새사회연대/아시아평화인권연대/안산노동인권센터/에이즈인권모임나누리+/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울산인권운동연대/원불교인권위원회/이주노동자인권연대/인권과평화를위한국제민주연대/인권운동사랑방/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준)/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전북평화와인권연대/전쟁없는세상/진보네트워크센터/천주교인권위원회/평화인권연대/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친구사이/한국교회인권센터/한국DPI(한국장애인연맹)/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전국 37개 인권단체)
악덕기업, 이랜드 상품 불매운동에 동참 합니다 <차별과 탄압을 일삼고, 비정규여성노동자 집단 해고> 이랜드그룹은 지난해 매출액이 40%나 급성장하여 박성수 회장이 주주배당으로 83억 부인이 100억을 챙겼다. 그러나 뉴코아-홈에버 비정규직여성노동자들은 하루 종일 서서 일해 받는 월급이 80만원 밖에 되지 않는다. 이랜드그룹 박성수 회장은 130억을 교회헌금으로 내면서도 정규직화 하기로 노조와 합의한 단체협약을 무시하고 비정규 노동자들을 대량해고하는 파렴치한 짓을 저질렀다. 또한 이랜드그룹은 ‘0개월’ 근로계약서체결, 사직서강요 등 1,000여건의 부당한 차별과 탄압을 일삼아 우리는 이랜드그룹을 대표 악덕기업으로 지목한다. 우리는 이랜드그룹이 부당하게 해고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원직 복직시키고, 노조와 맺은 단체협상의 성실한 이행, 용역전환과 대량해고 방침을 철회, 상시업무는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부당한 차별을 해소할 때까지 뉴코아백화점∙홈에버∙2001아울렛∙킴스클럽 등 대형할인매장을 중심으로범국민 불매운동을 벌여나갈 것이다.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정규직 대량해고 사태는 7월 1일부터 시행된 비정규법의 본질이 비정규직 확산법이며, 차별 고착법이라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통과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잘못 만들어진 비정규법을 폐기하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명확한 차별시정을 하는 방향에서 전면 재개정할 것을 정부와 여야 정당에 강력히 촉구한다. 뉴코아 이랜드 유통서비스 비정규노동자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서울영등포구 영등포동2가 139번지 대영빌딩 상황실 02-2670-9113 oeland@hanmail.net